시의 주제
1. 주제의 의미와 특징
(1) 주제의 의미:주제는 한 편의 글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글쓴이의 중심 생각으로, 시의 주제란 시 속에 들어 있는 시인의 중심 사상이나 정서를 뜻한다. 그러므로 시의 주제를 이해하는 과정은 곧 시를 감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 주제의 형상화 : 형상화란 내부의 관념 또는 감각을 통해 느끼거나 생각한 것 등을 어떤 수단에 의해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일이다. 흔히 비유, 상징, 이미지 등 암시적 방법을 통해 이루어진다.
(3) 시의 주제와 시대정신 : 시의 주제는 시인의 사상, 정서, 의지 등을 나타내는데, 그것은 그가 살던 시대의 정신과 사회의 모습을 비춰 주는 것이기도 하다.
(4) 주제의 특징
㉠ 시인(화자)의 정서 반영:본래 서정적 갈래인 시의 주제는 시인(화자)의 정서와 관련이 깊다. 시에 나타난 화자의 정서를 파악하면 주제도 쉽게 드러난다. 현대시에서는 사회 현실의 문제가 소재로 등장하여 시대에 대한 시인의 비판적 인식이 드러나기도 한다.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 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하여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 파병(派兵)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삼십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중 |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라고 하며 스스로에 대한 자책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 시는, 사회의 부정과 불합리에 용기 있게 맞서지 못하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며 반성하는 화자의 정서가 드러나 있다. 이러한 정서를 통해 부조리한 권력과 사회를 비판하려는 시인의 의도와 주제 의식을 파악할 수 있다.
•부조리(아닐 不, 가지 條, 이치 理):도리에 어긋나거나 이치에 맞지 아니함. 또는 그런 일.
㉡ 시 내용 형성의 중심 요소:하나의 글에서 모든 소재와 문장이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통일성을 지니는 것처럼 한 편의 시에 사용된 운율, 심상, 화자, 표현 기법 등의 요소는 모두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사용된 도구이다. 이렇게 볼 때 시의 주제는 시의 내용과 형식을 결정짓는 가장 중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 가에서는 /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 새 살이 되자 |
▶질척거리는 ‘진눈깨비’와 순결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함박눈’이라는 소재가 대비되고 있으며 ‘우리가 눈발이라면’이라는 비유와 가정형 표현을 통해 함박눈과 같은 존재가 되고픈 화자의 소망의 간절함을 부각하고 있다. 또한 ‘~하자’라는 청유와 권유는 이러한 삶을 다른 이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이와 같이 시어의 의미, 소재의 선택, 표현 기법과 어조 등은 모두 ‘다른 이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은 소망’이라는 시의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장치임을 알 수 있다.
2. 주제에 따른 시의 종류
(1) 주정시(主情詩)
:인간의 정서나 감정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시로, 개인적·주관적 성격을 지닌다. 좁은 의미의 서정시는 모두 주정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王朝)의 유물(遺物)이기에 /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 윤동주, <참회록> 중 |
▶이 시에서 ‘거울’은 투철한 역사의식을 동반한 자아 성찰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시적 화자는 녹이 슨 거울을 보며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 현실에 저항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부끄러움과 반성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화자의 감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므로 주정시에 해당한다.
(2) 주지시(主知詩)
:인간의 감정보다는 지적인 측면을 중시하여 관념이나 의식, 지성의 표현을 주로 다루는 시이다. 시의 회화성을 중시하여 시각적 이미지를 두드러지게 사용하거나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드러내는 작품이 많다.
폭포는 곧은 절벽(絶壁)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規定)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向)하여 떨어진다는 의미(意味)도 없이 계절(季節)과 주야(晝夜)를 가리지 않고 고매(高邁)한 정신(精神)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金盞花)도 인가(人家)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 소리를 부른다. - 김수영, <폭포> 중 |
▶수직으로 곧게 하강하는 폭포의 모습과, 쉬지 않고 울려 퍼지는 폭포의 소리는 자유와 정의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인간의 정신을 형상화한 것이다. 자연물을 통해 시인의 지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으므로 주지시에 속한다.
(3) 주의시(主意詩)
:인간의 정신세계 중 강한 의지 표현에 중점을 두고 전개되는 시이다. 시에서 순수하게 의지적인 면만을 다루기는 어려우므로 대개 지성과 감정을 동반하게 된다.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 저 머나먼 아라비아 사막으로 나는 가자. <중략>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砂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유치환, <생명의 서> 중 |
▶화자는 ‘아라비아의 사막’이라는 극한적 상황으로 가서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찾고자 하며 그것을 이루지 못할 경우 죽음을 택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생명의 본질을 추구하기 위해 사막이라는 극한적 상황은 물론 죽음까지도 감수하겠다는 강인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3. 주제를 파악하는 방법
(1) 시적 상황과 정서로 파악하기:시인의 생각이나 정서는 시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화자를 통해 드러나게 된다. 그러므로 화자가 처한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 화자가 갖는 정서, 그가 취하는 태도를 살펴봄으로써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 박용철, <떠나가는 배> |
▶이 시의 화자는 젊은 나이를 비탄 속에서만 지낼 수 없다는 생각에서 고향을 떠나고 있다.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등지지만 목적 없이 쫓기듯 떠나는 길이므로 마음은 불안하며, 정든 고향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져야 하는 슬픔과 절망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시적 상황과 화자의 마음 상태를 통해 ‘고향을 떠나는 젊은이의 비애’라는 주제를 유추할 수 있다.
(2) 소재와 제목으로 파악하기:소재는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 재료이며, 제목은 시의 주제를 압축하여 보여 주는 표제어이다. 소재나 제목 자체가 시의 주제 또는 중심 내용일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통해 주제를 유추할 수 있다.
노주인(老主人)의 장벽(腸壁)에 무시(無時)로 인동(忍冬) 삼긴 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 도로 피어 붉고, 구석에 그늘 지어 / 무가 순 돋아 파릇하고, 흙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 바깥 풍설(風雪) 소리에 잠착하다. 산중(山中)에 책력(冊曆)도 없이 / 삼동(三冬)이 하이얗다. - 정지용, <인동차(忍冬茶)> |
▶시의 중심 소재이자 제목인 ‘인동차’는 ‘참을 인(忍), 겨울 동(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시가 ‘겨울을 견디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와 더불어 이 시가 일제 강점기에 쓰여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주인이 마시는 ‘인동차’는 겨울로 표상된 일제 강점기를 견디게 하는 인내와 기다림의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인동차’에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생활하면, ‘겨울’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시인의 의지와 소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3) 시어의 함축적 의미로 파악하기:시어는 시인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사용한 것으로 상징이나 비유를 통해 의미를 함축함으로써 주제를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시어의 함축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도 주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김수영, <풀> |
▶이 시에서는 화자의 태도나 정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풀’과 ‘바람’의 함축적 의미를 통해 주제를 파악해야 한다. 풀은 바람에 의해 눕지만 더 빨리 일어나는 모습을 통해 억압을 견디고 이겨 내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렇듯 바람의 횡포에 지지 않고 일어나는 풀의 모습은 민중의 강한 생명력을 의미하며, 이것이 곧 시의 주제라 할 수 있다.
⊙ 고전 시가, 작가를 알면 주제가 보인다!
● 향가
향가는 향찰로 표기된 우리 고유의 시가로, 소박하고 깊이 있는 수사로 차원 높은 신라인의 정신세계를 잘 반영하고 있다. 향가를 지은 작가층은 주로 승려와 화랑이다. 이들은 ‘불교’라는 종교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인데, 그래서 향가의 중요한 주제는 대부분 ‘불교’적 인식과 관련되어서 나타난다.
【주요 작품】 <서동요>, <원왕생가>, <모죽지랑가>, <찬기파랑가>, <안민가>
생사(生死) 길은 / 예 있으매 머뭇거리고, 나는 간다는 말도 / 못다 이르고 어찌 갑니까. <중략> 아아, 미타찰(彌陀刹)에서 만날 나 도(道) 닦아 기다리겠노라. - 월명사, <제망매가> |
▶대표적인 향가 작품인 <제망매가>는 스님인 월명사가 자신의 누이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지은 작품이다. 마지막에 도를 닦아서 극락에서 누이를 만나겠다는 구절은 내세를 기약하는 불교적 세계관이 드러난 것이다.
● 고려 가요
고려 가요는 원래 일반 평민들이 즐겨 부르던 민요적 시가이다. 귀족들이 즐기던 경기체가나 한시와는 달리 남녀 간의 사랑이나 자연에 대한 예찬, 이별의 아쉬움 등 평민들의 소박하고 풍부한 정서를 주로 표현하였다. 또한 문신들과 정치적으로 대립하던 무신들이 고려 가요를 즐겨 불러서 고려 말 무신 정권기에는 고려 가요가 크게 융성하였다.
【주요 작품】 <가시리>, <정과정>, <정석가>, <청산별곡>, <서경별곡>, <동동>
구슬이 바위 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겠습니까. (임과 헤어져) 천 년을 홀로 살아간들 사랑하고 믿는 마음이야 끊어지겠습니까. - 작자 미상, <서경별곡> |
▶고려 가요에는 격식에 얽매인 고상한 주제보다는 이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진솔하게 표현한 작품이 많았다. 그래서 조선 시대 유학자들에 의해 문자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라 하여 개작, 삭제된 경우가 많았다.
● 시조와 가사
조선 시대 가장 중요한 시가 갈래인 시조와 가사는 대부분 양반 사대부들이 지은 것이다. 양반들은 성리학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유교적 충의 이념을 표현하였는데, 자연에 묻혀 살아가며 안빈낙도하는 군자의 미덕을 노래하거나, 임금의 은혜에 감사하며 칭송하는 ‘충신연주지사(忠臣戀主之詞)’의 성격을 지닌 작품이 대부분이다.
【주요 작품】 <오륜가>, <훈민가>, <강호사시사> <관동별곡>, <면앙정가>, <사미인곡>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蓬萊山) 제일봉(第一峯)에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어 있어 백설(白雪)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리라. |
▶작가는 사육신(死六臣)의 한 사람으로 이 시조는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발각되어 처형당할 때 자신의 충정을 노래한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더라도 지조는 끝까지 지키겠다는 의지를 비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 사설시조와 민요
조선 후기 중인 계층을 중심으로 발달한 사설시조는 경제적 성장을 기반으로 한 이들의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사설시조에는 실용적이고 개혁적이며 평민적인 성격이 담겨 있다. 또한 양반들의 허위와 부패를 날카롭게 풍자한 내용의 작품들도 많이 나타나게 된다.
하하 허허 한들 내 우음이 졍 우움가 하 어쳑 업서셔 늣기다가 그리 되게 벗님네 웃디를 말구려 아귀 씌여디리라 |
▶화자의 웃음은 세상일에 어처구니가 없어 웃는 것으로 세상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태도가 드러난다.
민요는 서민들의 노동과 의식(儀式), 놀이 등 일상생활 속에서 불려 온 구전 가요이다. 그래서 민요에는 서민들의 삶의 모습과 애환, 남녀의 애틋한 사랑 등이 실감 나게 표현되어 있다. 조선 후기에는 삶의 고달픔을 탄식하면서도 이를 견디어 나가려는 건강한 삶의 의지가 묻어나는 민요들이 많이 불려졌다.
⊙ 시대별로 정리하는 현대시의 특징과 주요 작품
자주 출제되는 현대시 작품들은 주로 근·현대기에서 각 시대를 대표하는 경향이나 특징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의 경향과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현실이나 세계에 대한 시인들의 문제의식이나 삶의 태도 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1910 | 고전시의 전통이 계속되면서도 김억 등 근대적 지식인에 의한 서구 상징시의 유입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와 같은 계몽주의적 성격이 강한 작품도 발표되었으나 곧 퇴조하였고, 김억, 주요한을 중심으로 개인의 정서에 바탕을 둔 서정시들이 발표되어 근대시의 모델로 자리잡게 되었다. | 1910 국권 피탈 1919 3·1 만세 운동 |
▶개화 사상, 자주 독립 사상을 반영한 계몽주의적 경향의 신체시해에게서 소년에게(최남선) ▶서구적 상징주의에 입각한 개인적 서정시봄은 간다(김억), 불놀이(주요한) |
1920 | 서구 문예사조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문학의 계몽성을 완전히 탈피하고 개인의 정서를 중요시하는 현대적 자유시들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문학 본연의 순수성을 중요시하는 여러 동인지들이 간행되면서 현대시의 다양한 모색이 이루어졌다. 또한 일제 강점과 3·1 만세 운동의 실패에 따른 민족적 비애와 고통, 수난을 형상화한 신경향파의 참여시도 등장하였다. | 1926 광주 학생 항일 운동 |
▶감상적이고 영탄적인 어조를 띤 낭만주의 시나는 왕이로소이다(홍사용), 사의 예찬(박종화) ▶일제 강점기의 강한 현실 인식과 저항 의지를 형상화한 참여시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이상화), 국경의 밤(김동환), 님의 침묵(한용운) ▶한국적 정서를 탐구한 민요시진달래꽃(김소월) |
1930 | 개인의 감수성을 중시하는 이전 시대의 문학적 노력들이 문학의 예술성으로 승화되어 다양한 경향과 기법의 본격적인 현대시들이 등장하였다. 참여 문학이 퇴조하면서 이미지즘, 주지주의 등을 본격적으로 실험한 모더니즘을 필두로 하여 순수 서정성을 중요시하는 시문학파의 시, 반(反)도시적 정서를 바탕으로 자연 친화적인 시를 쓴 전원파의 시, 인간의 본질로서의 생명 탐구에 몰입한 생명파의 시 등이 창작되었다. | 1931 윤봉길 의거 1933 한글 맞춤법 통일 |
▶이미지즘, 주지주의 경향의 모더니즘 시유리창·고향(정지용), 오감도(이상), 태양의 풍속·길(김기림), 와사등(김광균) ▶유미주의적 경향의 시문학파의 시떠나가는 배(박용철),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김영랑), 선물(신석정) ▶자연 친화적 경향의 전원파의 시남으로 창을 내겠소(김상용),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신석정), 하늘(김동명) ▶삶의 고뇌와 근원적 생명의 탐구에 주력한 생명파의 시생명의 서·일월(유치환), 자화상·화사(서정주) |
1940 | 일제 말기에는 작품을 발표할 신문과 잡지 등이 모두 폐간되면서 시문학도 크게 위축되었다. 이러한 외적 요인에 따라 많은 시인들이 절필(絶筆)하는 가운데 일제에 맞선 꿋꿋한 대결 의지를 형상화한 저항시들이 등장하였다. 한편에서는 순수 문학의 전통을 계승한 청록파의 활동도 미약하나마 ≪문장≫지를 통해 전개되었다. | 1945 8·15광복 1948 대한민국 정부 수립 |
▶일제에 대한 강인한 대결 의지를 노래한 저항시교목·광야·절정(이육사), 서시·참회록·십자가(윤동주) ▶자연 세계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청록파봉황수·낙화(조지훈), 해(박두진), 나그네·윤사월(박목월) |
시대와 주제의 상관성
현대시는 시대에 대한 현실 인식을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시어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으며, 또한 이를 통해 현실 지향적이 거나 내면 의식을 탐구하는 경향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한다. 또한 시대적으로 각종 문예 사조나 작품 기법 등이 서구로부터 유입되면서 이를 한국적 정서에 알맞게 표현하려는 노력들도 전개되었다. 따라서 각 시대별 작품 경향을 통해 현대시의 특징과 기법을 살펴본다면, 우리나라 현대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두터워질 것이다.
1950 | 해방과 전쟁 등 잇따른 역사적 변혁기를 살아가는 고뇌와 번민 등을 다룬 작품들이 창작되었다. 전쟁의 참상과 비극을 고발하는 한편 애국심이나 민족성을 중시하는 경향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었고, 전쟁으로 인해 피폐된 인간성 회복과 의지의 발현을 형상화하려는 경향의 작품들도 등장하였다. 한편 50년대 후반에는 현대 도시 문명의 우수와 비애를 노래한 주지시도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 1950 6·25전쟁 1953 휴전협정조인 |
▶전쟁의 참상과 비극을 고발한 전후시초토의 시(구상), 다부원에서(조지훈), 휴전선(박봉우) ▶전후의 인간성 탐구를 위한 휴머니즘 시설일(김남조), 견고한 고독(김현승), 꽃(김춘수) ▶감각적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주지주의 시아침 이미지·새(박남수), 목마와 숙녀(박인환) |
1960 | 많은 문예지의 등장과 동인지 출현으로 다원화된 시적 풍토를 이루며 사회 역사적 현실을 정신사적·문화적으로 심도 있게 다루어보려는 노력들이 나타났다. 4·19, 5·16 등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민중 탄압의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참여시가 등장하였으며, 산업화가 진행되는 시기의 인간성 소외 현상을 고발한 작품들도 등장하였다. 또한 개인의 서정 세계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 1960 4·19혁명 1961 5·16군사정변 |
▶민중 지향적인 참여시풀·사령·푸른 하늘을(김수영),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역사 앞에서(조지훈), 벼(이성부) ▶산업화, 도시화 등 문명 비판의 시성북동 비둘기(김광섭) ▶개인의 순수 서정의 세계를 다룬 순수시삼남에 내리는 눈(황동규), 울음이 타는 강(박재삼), 처용단장(김춘수) |
1970 | 분단 상황은 고착되고, 산업화의 명분 아래 노동자, 농민의 희생이 강요되는 상황에서 사회적 혼란과 시대적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을 보여 주는 경향의 작품들이 창작되었다. 이 작품들은 비민주적이고 억압적인 사회 현실에 대한 절박하고 고통스러운 인식을 시로 표현하였다. 또한 언어에 대한 내적 탐구가 진행되면서 지적이고 실험적인 기법의 작품들도 이 시기에 선보였다. | 1972 7·4 남북 공동 성명, 10월 유신 |
▶억압적인 사회적 현실을 비판한 참여시타는 목마름으로·오적(김지하), 저문강에 삽을 씻고(정희성) ▶고통받는 민중의 삶에 대한 인식을 담은 민중시농무·파장·목계 장터(신경림), 산에 언덕에(신동엽), 참깨를 털면서(김준태) ▶지성과 서정의 조화를 추구한 주지시삼남에 내리는 눈·기항지(황동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김춘수), 순례(오규원) |
1980~ | 1980년대 초반 광주 민주화 운동을 겪으면서 민중이나 민족에 대한 각성이 노동시, 민중시 등으로 구현되었다. 비민주적인 독재 정권의 억압에 대한 생생하고 구체적인 현실 인식과 이에 대응하는 능동적 역사 인식이 동시에 드러난 작품들이 등장하였다. 또한 고통스러운 사회 현실에서 겪는 현대인의 인간성 타락과 가치관 붕괴, 극도의 불안 의식 등을 형상화한 작품들과 서정성을 바탕으로 대중적 감수성을 확보하려 한 작품들도 대거 등장하였다. | 1980 5·18 광주 민주화운동 1988 서울올림픽 1990 독일 통일 |
▶민중의 생활상과 능동적 역사 의식을 보여 주는 민중시섬진강(김용택), 사평역에서(곽재구), 노동의 새벽(박노해) ▶억압적인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보여 주는 참여시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황지우), 대설주의보(최승호), 성에꽃(최두석), 안개·입 속의 검은 입(기형도) ▶대중적 감수성의 확보를 위한 서정시접시꽃 당신·옥수수밭에 그대를 묻고(도종환), 사랑굿(김초혜), 귀천(천상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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