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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점

Jobs9 2022. 2. 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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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점

 

1. 서술자와 시점의 개념

 

① 서술자(서술(敍述者, narrator) : 서술자란 소설에서 이야기를 말해주는 서술기능을 수행하는 허구적 화자(話者)를 말한다. 소설에서 이야기를 말해주는 화자로서의 서술자는 자신이 서술하는 이야기보다 상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서술자는 이야기의 바깥에서 이야기의 모든 과정을 중재할 뿐, 이야기 속에서 자신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이러한 유형의 서술자를 ‘이야기 외적 서술자’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서술자가 자신이 서술하고 있는 이야기의 등장인물인 경우는 서술자가 등장인물에 묶여 있다는 뜻에서 ‘이야기 내적 서술자’라고 한다. 서술자는 배경의 묘사, 인물에 대한 판단, 시간의 요약이나 장면의 전환, 상황에 대한 논평, 등장인물과 상관없는 사실에 대한 언급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② 시점(視點, point of view) : 소설에서 대상, 사건을 바라보는 서술자의 시각, 관점으로, 소설의 진행이 어떤 인물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가 하는 관찰의 각도와 위치를 말한다.

 

 

2. 시점의 종류

 

① 1인칭 주인공 시점 :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점이다. 행동의 동기, 심리 상태 등이 주인공 바로 자신의 것이므로, 그것을 소상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나’의 이야기에 대해 쉽게 신뢰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주동 인물이 자신의 경험을 주관적 관점에서 분석하게 되므로, 이야기의 객관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서간체 소설, 일기체 소설, 자전적 소설, 심리 소설 등에서 빈번히 나타난다.

예)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난 무엇보다 외로움을 느꼈다. 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아버지의 권위를 깡그리 무시당한 안토니오의 무너진 등이 견딜 수 없어 콧등이 시큰해졌고, 그보다는 무너져내리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목격해야 하는, 그럼으로써 평생 씻을 수 없는 내면의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갈 어린 아들 브루노 때문에 나는 혀를 깨물어야 했다./ 왜? 왜냐고? 그건…… 빌어먹을, 내가 바로 또 다른 브루노였으니깐……./ 이 망할 놈의 기억, 저 비디오 테이프를 찢어버려야 하는 건데…… 나는 다시 거칠게 발렌타인의 병목을 잡아챘다.

-김소진, <자전거 도둑> 중에서

 

② 1인칭 관찰자 시점 : 작품 속에 등장하는 부차적 인물인 ‘나’가 주인공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시점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에 비해 서술의 내용이 제한이 많지만, 서술 시점의 주관성과 관찰 대상의 객관성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점에서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보다 월등히 높은 신뢰감을 갖게 된다.

예) 나는 모든 것을 다시 보았다. 농삿집 치고는 유난히도 말끔한 마루청,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지 않은 장독대,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길찬 장다리꽃들…… 그 어느 것 하나에도 그녀의 손이 안 간 곳이 없으리라 싶었다. 이러한 집 안팎 광경들을 통해서 나는 건우 어머니가 꽤 부지런하고 친절한 여성이라는 것을 고대 짐작할 수가 있었다. 젊음이 한창인 열아홉부터 악지 세게 혼자서 살아 왔다는 것과, 어려운 가운데서도 외아들 건우를 나룻배를 태워 가면서까지 먼 일류 중학에 보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농촌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건우의 입성이 항시 깨끗했다는 사실들이 어련히 안 그러리 싶어지기도 했다. 얼핏 보아서는 어리무던한 여인 같기도 하지만 유난히 볼가진 듯한 이마라든가, 역시 건우처럼 짙은 눈썹 같은 데선 그녀의 심상치 않을 의지랄까, 정열 같은 것을 읽을 수가 있었다.

-김정한, <모래톱 이야기>

 

 

③ 전지적 작가 시점 : 소설의 이야기가 작중인물이 아닌 이야기 밖의 다른 사람에의 서술하는 것을 보통 3인칭 서술이라고 한다. 그중 작가가 등장인물의 행동과 태도는 물론 그 내면세계까지도 분석하여 서술해 주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을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고 한다. 서술의 각도를 다양하게 잡을 수 있어 인생의 총체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작가가 지나칠 정도로 개입할 경우, 특히 편집자적 논평을 가미하는 등의 서술 태도를 보여 주면, 독자가 몰입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 청진기의 상아꼭지를 환자의 가슴에서 등으로 옮겨 두 줄기의 고무줄에서 감득되는 숨소리를 감별하면서도, 이인국 박사의 머릿속은 최후 판정의 분기점을 방황하고 있었다./‘입원시킬 것인가, 거절할 것인가…….’/환자의 몰골이나 업고 온 사람의 옷매무새로 보아 경제 정도는 뻔한 일이라 생각되었다./그러나 그것보다도 더 마음에 켕기는 것이 있었다. 일본인 간부급들이 자기 집처럼 들락날락하는 이 병원에 이런 사상범을 입원시킨다는 것은 관선 시의원이라는 체면에서도 떳떳지 못할 뿐더러,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적인 황국신민의 공든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순간 그는 이런 경우의 가부 결정에 일도양단하는 자기 식으로 찰나적인 단안을 내렸다./그는 응급치료만 하여 주고 입원실이 없다는 가장 떳떳하고도 정당한 구실로 애걸하는 환자를 돌려보냈다.

-전광용, <꺼삐딴 리>

 

④ 작가 관찰자 시점: 작가가 외부 관찰자의 위치에서 객관적 태도로 서술하는 시점이다. 즉 외부 관찰에 의거하여 해설이나 평가를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사건을 제시한다. 현대 사실주의에서 주로 사용되는 시점으로, 단편 소설에서는 극적 효과를 얻기 위한 수법으로 효과적이다.

예) 역시 앞 사내의 발자국을 되밟으며 따라 걷던 큰 키의 사내는 힉 한 번 혼자 웃었다. 앞 사내의 바지가 정강이까지 온통 물에 젖어 있어 차츰 얼어들고 있는 것이었다./“노형, 그거 그렇게 젖어서 어떻게 합니까? 진작 이 위로 건너실 걸…….”/“제에기랄, 누가 아니래우. 근데 옷은 이렇게 벌써 뻐쩍 얼어드는데 이놈의 발이 통 안 시렵다니…….”/잠시 사이를 두었다간,/“그래, 꼭 그날 밤도 이랬지! 제기랄…….”/신음하듯 중얼댔다. 그러자 큰 키의 사내가, 그날 밤이라뇨……? 하고 불쑥 물었다. 그러나 앞선 사내는 대꾸 없이 개울 상류를 향해 자꾸 치오르며 옆 산비탈을 올려다보곤 했다.

-전상국, <동행>

 

⑤ 시점의 혼합:보통 한 작품에는 한 시점이 적용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장면에 맞게 시점을 이동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체적으로 작가 관찰자 시점을 유지하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살짝 이동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예)

-나는 자다가 꿈결같이 ‘으으으으으으’ 하는 소리를 들었다. 잠깐 잠이 반쯤 깨었으나 다시 잠들었다. 잠이 들려고 하다가 또 깜짝 놀라서 깨었다. 그리고 아내에게 물었다./“저게 누가 울지 않소?”/“아범이구려.”/나는 벌떡 일어나서 귀를 기울였다. 과연 아범의 우는 소리다. 행랑에 있는 아범의 우는 소리다./‘어찌하여 우는가. 사나이가 어찌하여 우는가. 자기 시골서 무슨 슬픈 상사의 기별을 받았나? 무슨 원통한 일을 당하였나?’/나는 생각하였다. ‘어이어이’ 느껴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아내에게 물었다./“아범이 왜 울까?”/“글쎄요, 왜 울까요?” (→1인칭 주인공 시점에 가까움)

-전영택, <화수분>

-그런 지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이다. 화수분은 새옷을 입고 갓을 쓰고, 길 떠날 행장을 차리고 안으로 들어온다. 그것을 보니까, 지난밤에 아내에게서 들은 말이 생각난다. 시골 있는 형 거부가 일하다가 발을 다쳐서 일을 못 하고 누워 있기 때문에, 가뜩이나 흉년인데다가 일을 못 해서 모두 굶어죽을 지경이니, 아범을 오라고 하니 가보아야 하겠다는 말을 듣고, 나는 “가보아야겠군” 하니까, 아내는 “김장이나 해주고 가야 할 터인데” 하기에 “글쎄, 그럼 그렇게 이르지” 한 일이 있었다. 아범은 뜰에서 허리를 한번 굽히고 말한다. (→1인칭 관찰자 시점에 가까움)

-전영택, <화수분>

-화수분은 양평서 오정이 거의 되어서 떠나서, 해져 갈 즈음 해서 백 리를 거의 와서 어떤 높은 고개를 올라섰다. 칼날 같은 바람이 뺨을 친다. 그는 고개를 숙여 앞을 내려다보다가, 소나무 밑에 희끄무레한 사람의 모양을 보았다. 그것을 곧 달려가 보았다. 가본즉 그것은 옥분과 그의 어머니다. 나무 밑 눈 위에 나뭇가지를 깔고, 어린것 업는 헌 누더기를 쓰고 한끝으로 어린것을 꼭 안아 가지고 웅크리고 떨고 있다. 화수분은 왁 달려들어 안았다. 어멈은 눈은 떴으나 말은 못 한다. 화수분도 말을 못 한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움)

-전영택, <화수분>

 

⑥ 편집자적 논평: 서술의 과정에서 독자를 직접 상대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작품에 드러나는 경우를 말한다. 작품 안의 한 구성 요소인 서술자는 통상 작품 안의 또 다른 구성 요소인 청자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런데 불쑥 실제 독자를 염두에 둔 서술, 즉 작가가 실제 독자를 염두에 두고 서술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두고 편집자적 논평이라고 한다.

예) 이제는 영채의 말을 좀 하자. 영채는 과연 대동강의 푸른 물결을 헤치고 용궁의 객이 되었는가. 독자 여러분 중에는 아마 영채의 죽은 것을 슬퍼하여 눈물을 흘리신 이도 있을지요. 고래로 무슨 이야기책에나 (나오듯) 늦도록 일점 혈육이 없던 사람이 아들 아니 낳은 자 없고, 아들을 낳으면 귀남자 아니 되는 법 없고, 물에 빠지면 살아나지 않는 법 없는 모양으로, 영채도 아마 대동강에 빠지려 할 때에 어떤 귀인에게 건짐이 되어 어느 암자에 승이 되어 있다가 장차 형식과 서로 만나 즐겁게 백년가약을 맺어, 수부귀다남자 하려니 하고, 소설 짓는 사람의 좀된 솜씨를 넘겨 보고 혼자 웃으신 이도 있으리라.

혹 영채가 빠져 죽는 것이 마땅하다 하여 영채가 평양으로 간 것을 칭찬하신 이도 있을지요, 빠져 죽을 까닭이 없다 하여 영채의 행동을 아깝게 여기실 이도 있으리라. 이렇게 여러 가지로 독자 여러분의 생각하시는 바와 내가 장차 쓰려 하는 영채의 소식이 어떻게 합하며 어떻게 틀릴지는 모르지마는, 여러분의 하신 생각과 내가 한 생각이 다른 것을 비교해 보는 것도 매우 흥미있는 일일 듯하다.

-이광수,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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