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별가(惜別歌)
작자미상
신행갈 동무들아 석별가를 들어 보소 인간세상 슬픈 것이 이별 밖에 더 있는가 이별 중에 설운 것이 생이별이 제일일세 부모은덕 지중하나 이별하면 그 뿐이요 동무 정이 자별하나 이별하면 다 잊나니 이십년 놀던 인정 일조에 끊단 말가 부모 골육 같이 타서 세상에 났건마는 슬하에 자라나서 남녀소처 판이하다 남의 견문 다 못 보고 심규에 갇혔다가 의복 음식 찬골몰을 역력히 다 추다가 세월이 여류하여 이팔연광 다 닥차니 옛 법을 쫒아서라 성인이 되단 말가 무심한 남자들은 성인하면 좋다 하나 여자골몰 생각하니 춘하추동 사시절에 정성하기 골몰이요 토수버선 줌치 등을 간일하기 골몰이요 그 중에 여가나면 제옷하기 분주하다 일년이 다 가도록 마음 펴고 놀 때 없네 한식과 단오절은 총총히도 지나가고 추석 중구 세시 때는 몽중에 의회하다 평생에 즐기던 일 윷과 척사 아니런가 우리 언제 조용하여 싫도록 노름할꼬 삼오 이팔 처녀들아 너희 부디 잘 놀아라 아이 때 못 다 놀면 성인한 후 여한이다 동지섣달 긴긴밤에 밤새도록 잠 못 자고 삼사월 긴긴 해에 해지도록 일을 하나 일도 일도 많을시고 신행 전 일 하도 많다 하노라 하여내도 어디서 솟아나고 마음 쉬기 어렵도다 밭 모르는 버선 깁고 품 모르고 큰 옷할 제 이리하면 맞으실까 저리하면 맞으실까 저리하면 실수될까 남의 성품 내 모르고 성문고안 치소될까 허다한 바느질을 근근히 거진하고 농문을 열고 보니 할일 또 새로 있네 명주 비단 고운 가슴 누비질 언제 하며 백토 황토 장찬 가음 푸른 다듬 누가 할꼬 춘추복 누비할 제 열 손가락 다 파이고 동하복 다듬할 제 제 두 팔이 휘절린다 귀찬하고 괴로와라 평생에 얼마 되리 내사 싫고 놀고 보자 아니하면 그 뿐이지 제바람에 성이 나서 울며불며 다니다가 상방에 들어가서 방문을 닫아걸고 이불을 덮어 쓰고 적막히 누웠으니 물어도 말이 없고 불러도 대답 없네 다시금 샏각하니 내 목숨 죽기 전에 일 못하고 어찌하리 이리하여 아니 될까 왈칵이 일어 앉아 이 문 저 문 열어 놓고 이 농 저 농 찾아낼 제 제 침척은 어디 갔노 가소롭다 여자 행지 古法이 무엇인고 신행날 받아 오니 나의 마음 어떻더냐 처음에는 좋은 듯이 제일에 골몰하여 분수를 모르다가 받은 날 가즉와서 신해을 생각하니 희비가 상반이라 일념에 가탄일세 충심으로 하는 말이 내 임의로 하게되면 평생이 다가도록 가고오고 하고저라 그렁저렁 나달가서 하루밤 지격이라 동무 친척 다 모여서 작별을 하려 하니 그제야 일경하여 내 얼디로 가잔 말고 부모동기 삼사촌이 늘인 듯이 굳게 있고 제종 동류 놀던 이는 좌우에 벌렸는데 친밀은정 다 떼치고 내 어디로 가자는냐 가즉하면 동향이요 멀리 가면 타향이라 꿈결에나 보았던가 평생 못 본 남의 집에 백년 살기 기약하네 어찌 할꼬 어찌 하리 부모 이별 어찌 할꼬 수십년 기른 은덕 무엇으로 갚사오리 엄부 본래 대범하사 한 말씀도 아니시고 자모는 성약하여 나를 위로하는 말이 슬퍼마라 서러마라 여자 유행 예사로다 좋이가서 잘 있거라 내 수이 데려 오마 너를 훌쳐 보낸 후에 앞이 비어 이찌 할꼬 이 말씀 들을 적에 내 마음 어떨손고 오내가 분붕하여 촌촌이 끊어진다 심신을 진정하여 눈물로 하는 말이 어마 어마 생각 마소 저 같은 것 자식인가 골몰만 끼쳐 주고 효양 한 번 못 하다가 일 년이나 반 년이나 모녀 각각 흩어지니 잘 게시오 잘 게시오 어마 부디 잘 게시오 명년 봄 꽃 피거든 부디 수이 데려오소 잔잉하다 동생들아 형아 형아 부르면서 소매 끝 마주잡고 수이 오라 우는 거동 차마 어이 흩어질꼬 뜰 아래 노복들아 두루 다 잘 있거라 온 집안 전후면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동무이별 다다르니 어렵고도 애닯도다 언제 다시 모여든고 치마폭이 다 젖는다 아주메야 형님네야 잘 있다가 수이 보자 우리 동무 동갑들아 세시 편윶 언제 놀리 나 오거든 편윶 놀자 어느 좀에 화전하리 나 오거든 화전하자 갑짜기 눈물 닦고 일어 앉아 하는 말이 제숙주 제가형아 면면이 각각 불러 연연한 가는 소리 은근히 겨우 내서 날 찾으오 날 찾으오 부디 수이 날 찾으오 과거행차 다니거든 가는 길에 날 찾으오 외가 처가 다니거든 우리게도 지날 적에 잊지 말고 날 찾으오 저 소년들 거동 보소 잘 가거라 그 말 끝에 우리 비록 무심하나 목석간장 아니어든 찾기야 찾지마는 부탁하오 부탁하오 시댁살이 부탁하오 말도 많고 흉도 많은 시댁살이 부탁하오 혼정신성 늦게 하면 시부모 말할 게요 반가움 잘못하면 노복이 흉할 게요 제사에 부정하면 친척이 말할 게요 행동거지 잘못하면 마을사람 흉할 게요 언행조심 부실하면 가장이 성내나니 조심하오 조심하오 그대 행실 괴악하면 친가부모 욕 먹나니 부모욕 뿐 아니오라 지친까지 욕이 온다 구고가장 받들 적에 유순하기 주장이요 반가움 잔손질은 칠칠하기 주장이요 백사가 미진하나 참고 있기 주장이요 얘매한 말 들으나마 발명하기 하지 말고 즐거운 일 볼지라도 점잖잖이 굿지마소 백행에 조심하여 구고가장 즐겨 하고 향린사람 칭찬하여 아무 집 아무 댁이 현철하고 유순하여 친가 견문 넉넉타는 이 소문이 차차 나서 우리 귀에 들리기가 평생에 지원일세 듣고 나니 較子든다 이화 우리 동무들아 이 이별 어찌 할꼬 |
新行갈 동무들아 惜別歌 드러보소 인간세상 슬픈 것이 이별 밖에 더 잇는가
-신행갈 친구들아 석별가를 한번 들어보소 인간 세상 슬픈 것이 이별 밖에 더 있겠는가
이별 중에 서른 것이 생이별이 제일일세 父母恩德 至重하나 이별하면 다잊나니
-이별 중에서 서러운 것이 생이별이 제일일세 부모의 고마운덕은 더없이 귀중하나 이별하면 다 잊어버리니
이십년 노든 인정 부모골육 가치타서 세상에 낫것만은 슬하에 자라나서 남녀 소처 判異하다.
-이십년 놀던 사람의 정 부모의 뼈와 살을 같이 타고나서 세상에 태어났것만은 어버이 곁에서 자라나서 남녀가 가는곳이 아주 다르다.
남이 견문 다 못 보고 深閨에 가처 안자
-남자가 보고 들어서 얻은 지식을 다 못 보고 깊숙한 방에 갇혀서 앉아
의복 음식 잘골몰을 역녁히 다주다가 歲月이 여류하야 二八光陰 다닥치니 옛법을 조차서라 成人이 되단갈가
-의복, 음식 자질구레한 일들에 얽매여 역역하게 다루어 추리다가 세월이 흐름과 같아 세월이 닥치니 옛법을 쫓아서라도 성인이 되려하는가
무심한 남자들은 성인 하면 조타하나 여자 골몰 생각하니 춘하추동 사시절에 定省하기 골몰이오
-무관심한 남자들은 성인되면 좋다고 하나 여자가 골몰히 생각해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에 아침, 저녁으로 부모의 안부를 살피는 것에만 파묻히고
토수 보선 줌치동을 잔일하기 골몰이오
-토시와 보선, 주머니를 자잔한 일에 파묻히고
그 중에 여가나면 제 옷하기 분주하다
-그 중에서도 시간나면 내 옷 해입기에도 바빠진다.
일년이 다 가도록 마음 펴고 놀 때 없네
-일년이 다 지나도록 마음 놓고 놀 때 없네.
寒食과 端午節은 총총이도 지나가고 秋夕重九 歲時때는 夢中에 依稀하다
-한식와 단오절은 빨리 지나가고 추석 음력 9월 세시때는 꿈속에도 어렴풋하다.
平生에 즐기든 일 윳과 척사 아니런가 우리 언제 조용하야 실토록 노름할고
-평범한 날에도 즐기던 일 윳과 윳놀이 아니런가 우리 언제 조용해서 싫도록 놀이 할 수 있을까.
三五二八 處女들아 너이 부대 잘 노라라 아희때 못대 놀면 성인한 후 餘恨이다
-삼삼오오 젋은 처녀들아 너희 부디 잘 놀아라 아이때 잘 놀지 못하면 성인이 된 후에 한이 남는다.
동지 섯달 긴긴 밤에 밤새도록 잠 못 자고 삼사월 긴긴 해에 해지도록 일을 하나 일도 일도 만흘시고
-동지 섣달 긴긴 밤에 밤새도록 잠 못자고 삼월, 사월 긴긴 하루에 해가 질때까지 일을 하나 일도 일도 많구나.
新行 前일 하도 만타 하노라 하여내도 어대서 소사나고 마음 쉬기 어렵도다
-신행오기 전날은 일이 하도 많구나. 라고 하더라도 어째 좀스럽고, 간사해서 마음 쉬기 어렵구나.
발모르고 보선 깁고 품 모르고 큰 옷 할 제 이리하면 마즈실가 저리하면 마즈실가
-발도 모르고 버선을 깁고 품도 모르면서 큰 옷을 만들때 이렇게하면 맞으실까 저렇게하면 맞으실까
저리하면 실수될가 남의 성품 내 모르고 盛門高眼 取消될가
-저렇게하면 실수가 되는 것일까 남의 성품을 나는 모르고 훌륭한 문벌의 높은 눈에 남의 웃음거리가 될까
허다한 바느질을 근근히 거진하고 농문을 열고 보니 할 일도 새로 잇네
-수두룩한 바느질을 근근히 거진 다하고 농문을 열고 보니 할 일이 또 새로 있네.
명주 비단 고운 가음 누비질 언제 하며 白토 黃토 장찬 가음 푸새다듬 누가할고
-명주로 된 고운 일감 누비는 일을 언제 하며 백포 황포 햔량없는 일감 옷에 풀먹이며 다듬는 일은 누가 할까.
春秋服 누비할 제 열손가락 다 파이고 冬夏服 다듬할 제 두팔이 휘절린다
-봄, 여름 옷 누비질할 때 열손가락 다 파이고 겨울, 여를 옷 다듬을 때 두팔이 이리저리 마구 휘둘러진다
귀찬하고 괴로워라 평생이 얼마되리 내사 실타 놀고 보자 아니하면 그뿐이지
-귀찮고 괴로워라 일생이 얼마나되나 내 할일 싫다, 놀고나 보자 아니하면 그 뿐이지
제 바람에 성이 나서 울며 불며 다니다가 상방에 드러 가서
-제 바람에 화가 나서 울고 불며 다니다가 건넌방에 들어 가서
방문을 다다 걸고 이불을 더펴쓰고 적막히 누엇스니
-방문을 닫아 걸고 이불을 덮어 쓰고 조용하게 누워있자니
무러도 물이 없고 불러도 대답 없네
-물어도 말이 없고 불러도 대답 없네
다시금 생각하니 내 목숨 죽기 전에 일못하고 어찌하리 이리하여 아니 될가
-다시금 생각하니 내 목숨 죽기 전에 일도 못하면 어떻게 하나 이렇게 하면 아니될까
왈칵이 이러 안자 이문 저문 여러 노코 이 농 저 농 차자낼 제
-벌떡 일어 앉아 이문 저문 열어 놓고 이 농 저 농 찾아낼 때
針尺이 어대갓노 상하 의복 말라보세
-바느질자가 어디로 갔나 위아래 의복 말려보세
引力湧力 차자 내서 여기 저기 던저 노코
-인두와 가위를 찾아 내서 여기 저기에 던져 놓고
中針細針 가려 내서 이실저실 뀌어노코
-중치바늘, 가는 바늘 가려 내어서 이실저실 꿰어 놓고
尺數 맞게 지어 두고 다홍이다 반물이다 주름자바 하여낼 제
-자로 잰 수치에 맞게 지어 두고 다홍이다 남빛이다 주름 잡아 하여낼 때
우리 慈母 거동 보소
-우리 자애로운 어머니 거동 보소
사랑으로 하신말슴 奇絶코도 異常하다
-사랑으로 하신 말씀이 비할데 없이 신기하고도 보통과는 다른 상태다
우리규수 기특하다 한집안에 생장해도 너의手品 내몰랏네
-우리 규수 기특하다 한집안에 자라났어도 너의 손제주을 난 몰랐구나
깃다리 볼작시면 반달채로 넌즉달고 도련을 살펴보니 앞뒤가 간중하다
-옷깃을 단 솜씨를 살펴보면 반달모양으로 넌즈시달고 도련을 살펴보니 앞뒤가 가지런하다
한일을 두고보면 열일을 안다하니 깃도련이 저만하면 다른것사 가트리라
-하나의 일을 두고보면 열가지 일을 안다하니 깃의 도련이 저만하면 다른 것도 같으리라
너의일 다한후에 여러동무 한가커든 秋月春風 조흔때에 왼갓노름 시켜주마
-너의 일을 다한 후에 여러 친구들 한가하거든 가을달, 봄바람 좋은 때에 온갖 놀이 시켜주마
가소롭다 여자행지 古法이 무엇인고 新行날 바다오니 나의 마음 어떠트냐
-가소롭구나 여자의 행동거지 옛법이 무엇인가 신행날 받아오니 나의 마음이 어떻느냐
처음에는 조흔드시 제일에 골몰하야 분주로 모르다가
-처음에는 좋은듯이 자신의 일에 골몰하여 몹시 바뻐 모르다가
바든날이 가즉와서 新行을 생각하니
-받은 날이 가까와져서 신행을 생각하니
悲喜가 相半이라 一念에 可嘆일세
-슬픔과 기쁨이 서로 반대된다 하나의 생각에 어찌 한탄 할수 있겠는가
중심으로 하는 말이 내임의로 하게되면 평생이 다가도록 가고오고 하고저라
-중심으로 하는 말이 내 임의로 하게 되면 평생이 다가도록 가고 오고 하는것이냐
그렁저렁 나달가서 하로밤 지격이라
-그럭저럭 날과 달이 다가와서 하룻밤 기일이 다가오다
동모친척 다모여서 작별을 하려하니 그제야 一驚하야 내어대로 가잔말고
-동네 친척 다 모여서 작별을 하려하니 그제야 크게 놀래 너 어디로 간단 말이냐
父母同氣 三四寸이 느린드시 굳게잇고
-부모와 동기들 그리고 삼촌 사촌이 나열되어 있듯이 느러서 있듯이 굳어 있고
諸從同類 노든이는 좌우로 버렷는데
-여러종질과 동무이거늘 좌우로 늘어서 있는데
親密恩情 다떼치고 내어대로 가자느냐
-친밀한 정은 다 떼어 물리치고 나 어디로 가겠느냐
가즉하면 同鄕이오 멀리가면 他鄕이라
-거리가 조금 가깝다하면 같은 고향이요. 멀리가면 타향이라
同鄕이나 他鄕이나 길떠나기 일반이니 꿈결에나 보앗는가
-거리가 조금 가깝거나 멀리가나 길 떠나기는 매 마찬가지니 꿈결에서나 보았는가
평생못본 남의집에 백년살기 기약하네
-평생 못본 남의 집에 백년살기 약속하네
어찌할고 어찌하리 부모이별 어찌할고
-어찌할까 어찌하리 부모와의 이별 어찌할까
수십년 기른은덕 무엇으로 갚사오리
-수십년 길러주신 은덕 무엇으로 갚사옵니까
嚴父本來 大凡하사 한말슴도 아니시고
-엄한 아버지는 원래부터 무슨 일에 잘게 굴지 않으샤 한말씀도 않하시고
慈母는 性弱하야 나를 위로 하는말이
-자애로운 어머니는 성격이 약하셔 나를 위로하여 하는 말이
슬하마라 서러마라 女子有行 예사로다
-슬퍼마라, 서러워마라 여자에게 혼행이 있다는 말은 예사로다
조히가서 잘잇거라 내수이 다려오마
-좋게 가서 잘있어라 내 수일내로 다니러 가마
너를 훌처 보낸후에 앞이비어 어찌할꼬
-너를 벗어나지 못하게 조처하여 보낸후에 앞이 버어 어찌할까
이 말슴 드를적에 내마음 어떨손고
-이 말씀 들을 적에 내마음은 어떠했던가
五內가 分崩하야 촌촌이 끈허진다 心神을 진정하야 눈물로 하는말이
-오장이 찟어지고 무너져 마디마디 끊어진다 마음과 몸을 진정시켜서 눈물을 흘리며 하는말이
어마어마 생각마소 저가튼것 자식인가
-엄마엄마 생각마소 저같은 것이 자식인가
골몰만 끼처주고 효양한번 못하다가
-골몰만 끼쳐드리고 효도 한 번 못하다가
일년이나 반년이나 모녀각각 흐터지니 잘게시오 잘게시오 어머부대 잘게시오
-일년이나 반년이나 모녀가 따로따로 흩어지니 잘계시요, 잘계시요 엄마 부디 잘계시요
명년봄 꽃피거든 부대수이 다려오소
-올해 봄에 꽃 피거든 부디 빨리 다니러 오소
잔잉하다 동생들아 형아형아 부르면서 소매끝 마주잡고 수이오라 우는거동 차마어이 흐터질고
-불쌍하여 차마 볼 수 없구나, 동생들아 형아형아 부르면서 소매끝 마주잡고 빨리 오라 우는 모습 차마 어떻게 헤어질까
뜰아래 奴僕들아 두로다 잘잇거라
-뜰아래 사내종들아 두루 다 잘 있거라
왼집안 전후면을 다시한번 둘러보고 동무이별 다다르니 어렵고도 애닯도다
-온갖 집안 앞뒤면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 동무 이별에 다다르니 어렵고도 슬프구나
언제다시 모여놀고 치마폭 다젖는다
-언제 다시 모여 놀고 치마폭이 다 젖는구나
아주메야 형님네야 잘잇다가 수이보자
-아주머니네야, 형님네야 잘있다가 빨리 보자
우리동무 동갑들아 歲時편늇 언제놀리 나오거든 편늇노자
-우리 친구들 동갑들아 세해 윳 놀이 언제놀까 나 오거든 윳 놀이 놀자
어느봄에 花煎하리 나오거든 花煎하자
-어느봄에 화전하리 나 오거든 꽃전 부쳐 먹으며 놀자
깜짜기 눈물닦고 이러안자 하는 말이
-눈을 깜짝 깜짝하여 눈물닦고 이렇게 앉자 하는 말이
諸叔主 諸家兄아 면면이 각각불러 연연한 가는소리 은근히 겨우내서
-모든 아저씨, 모든 집안 형아 제각기 따로따로 불러 가냘프로 약한 가는 소리 은근히 겨우내서
날차즈오 날차즈오 부대수이 날차즈오
-나를 찾아오오, 나를 찾아오오 부디 빠른 시일 내에 나를 찾아 오시오
과거행차 다니거든 가는길에 날차즈오
-과거 시험 보러 다니거든 가는 길에 나를 찾아오오
외가처가 다니거든 우리게로 지낼적에 잊지말고 날차즈오
-외가, 처가 다니거든 우리에게로 지나갈 때 잊지말고 나를 찾아오시오
저소년들 거동보소
-저 소년들 모습보소
잘가거라 그말끝에 우리비록 무심하나 木石肝腸 아니어든 찾기야 찾지마는
-잘가거라, 그말끝에 우리 비록 무심하나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이 아니거든 찾기야 찾지만은
부탁하오 부탁하오 시댁사리 부탁하오 말도만코 흉도만흔 시댁사리 부탁하오
-부탁하오, 부탁하오 시댁 살이 부탁하오 말도 많고, 흉보 많은 시댁 살이 부탁하오
昏定豊省 늦게하면 시부모 말할게요
-조석으로 부모의 안부를 살피는 것을 늦게하면 시부모 말할게요
盤가음 잘못하면 노복이 흉할게요
-상차림을 잘못하면 사내종바져 흉을 볼것이요
제사에 부정하면 친척이 말할게요
-제사에 부정하면 친척이 말할거요
행동거지 잘못하면 마을사람 흉볼게요
-몸가짐을 잘못하면 마을 사람이 흉볼게요
言語操行 부실하면 가장이 성내나니
-말을 잘 가려쓰지 않으면 가장이 성내니
조심하오 조심하오
-조심하시요, 조심하시요
그대행실 괴악하면 친가부모 욕먹나니
-그대 행실이 언행이 괴이하고 흉악하면 친가쪽 부모가 욕을 먹으니
부모욕뿐 아니로다 지친까지 욕이온다
-부모욕뿐만이 아니라 더없이 친한 사람까지 욕이 온다
구고가장 바뜰적에 유순하기 주장이오
-시아버지, 시어머니와 남편이 받들적에 유순하기가 한 군대의 으뜸가는 장수이요
盤가음 잔손일은 칠칠하기 주장이오
-상차림의 자잘한 손질은 밋밋하고 깨끗한게 한군대의 으뜸가는 장수이요
백사가 미진하나 참고잇기 주장이오
-모든 일들에 미진하나 참고 있는 것이 제일이라
애매한말 드르나마 발명할라 하지말고
-누명을 쓰거나 책망을 듣게 되어 억울하여도 죄가 없음을 변명하지 말고
즐거운일 볼지라도 점전찬히 긋지마소
-즐거운 일을 볼지라도 점잔히 한계를 정하지 마소
백행에 조심하야 구고가장 즐겨하고
-백가지 행동을 조심하여 시아버지, 시어머니, 남편을 즐겹게하고
鄕麟사람 칭찬하야 아모집 아모댁이 현철하고 유순하야
-고향 사람 칭찬하여 누구네집의 누가 어질고 밝으며 유순하여
親家見聞 넉넉다는 이소문이 차차나서
-친가에서 보고 듣는 것이 넉넉하다는 이 소문이 차차 나서
우리귀에 들리기가 평생에 지원일세
-우리 귀에 들리기가 평생에 소원이겠네
듯고나니 轎子든다
-듣고나니 가마를 든다
어화 우리 동무들아 이 이별 어찌할꼬
-어화우리 동무들아 이 이별 어찌할고
핵심정리
* 작자: 미상
* 장르: 가사(내방가사)
* 발표: 조선 후기
* 제재: 신행풍속
* 주제: 신행길에 오른 신부와 친구들의 작별.
해설
작자 및 제작 연대를 알 수 없는 규방가사. 2음보 1구로 총 217구이며 4.4조가 주류이다. 혼인식을 올린 뒤 친가에 머물다가 시댁으로 아주 살러 갈 신행(新行)날을 잡아 놓은 신부가 친구들에게 신행 풍속을 읊은 노래이다. 여자들은 남자들과 달리 여러 가지 자잘한 일들로 골몰하여 즐거운 명절도 바삐 지내고 신행일이 되면 할 일도 많아서 시댁 어른들의 의복 만들기 등 어려운 일을 하기도 한다. 또한 친구들과 이별놀이를 하기도 하고 친가를 떠날 때는 가족들의 훈계와 위로와 작별인사를 나누는 내용을 노래하고 있다. 이본에 따라서는 뒤에 시집살이 잘 하라는 소녀들의 답가가 이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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