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생 유대계 미국 언어학자이자 철학자, 인지과학자. 사회비평가이자 정치운동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변형생성문법 이론의 창시자로서 20세기 언어학에 가장 중요한 공헌을 한 학자로 꼽힌다. 1955년부터 MIT에서 강의를 시작해 현재는 MIT 언어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언어학뿐 아니라 철학, 사상사, 당대의 이슈, 국제문제와 미국의 외교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해 글을 쓰고 강의해왔다. 국내 번역된 저서로 『촘스키의 통사구조』『촘스키, 사상의 향연』『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불평등의 이유』『파멸 전야』등 다수가 있다.
세계 언론에서 '불량국가(rogue states)'라는 지목은 종종 'North Korea'라는 표제와 함께 발견되곤 했다. 국제 사회의 공동의 이익과 인류의 평화 혹은 정의에 반하는 국가에게 붙여져야 마땅할 것 같은 이 이름은 힘의 논리에 의하면 '강대국에 반하는' 위협적인 국가이고, 공동선의 관점에 의하면 '스스로를 국제질서에 구속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국가'이다. 그러므로, 세계 곳곳의 미국적 이익에 반하는 요소들을 찾아내 '불량국가'의 낙인을 찍고 국제질서와 무관하게 응징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 온 미국이야말로 가장 거대한 불량국가가 아닌가?
'세계의 양심'이라는 명성을 한결같이 유지해 온 저자 노암 촘스키는 이 책에서 서방 강국들, 그중에서도 미국이 어떻게 각종 국제적 규범들로부터 면제되는 것처럼 행동해 왔으며 이런 경향이 냉전 종식 이후 어떻게 더 강화되어 왔는가를 면밀히 밝히고 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 쿠바, 동아시아 등지에서 미국이 저지른 만행들과 치명적인 결과들을 구체적인 자료 제시와 실증을 통해 잘 드러내고 있다.
국제 사회에서 힘의 질서가 아닌, 국제법을 지켜야 한다는, 지극히 쉽고도 상식적인 논법을 통해 미국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전달된다.
화학무기의 후유증은 미국 내에서 상당히 폭넓게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의 퇴역 군인들이 화학무기의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에이전트 오렌지와 다이옥신에 대해, 그리고 이론 화확물질이 미군 병사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언론도 널리 보도했다. 물론 이들 역시 많은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이것은 베트남인들이 겪는 휴우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베트남 사람들이 겪는 휴우증은 어쩌다 일부 보도되긴 하지만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나는 이에 관한 기사를 아주 조금밖에 찾아낼 수 없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997년 2월 이에 관한 주요 기사를 실었는데, 미국은 케네디 행정부때부터 농작물과 지상의 식물들을 파괴하기 위해 수백만톤의 화학무기를 베트남에 퍼부었는데, 그 결과로 50만 명의 아이들이 다이옥신으로 인해 기형아로 태어났다고 했다.
이 기사는 또 베트남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일본 과학자들이 남부 지역 신생아의 기형아 비율이 이러한 가공할 무기의 폭격을 거의 받지 않은 북부지역에 비해 4배나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희귀암에 걸려 유산되었거나 사산된 수많은 태아들은 이 조사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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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고발은 같은 기간에 서구 열강들과 그 속국들이 직접적으로 저지른 공격에 의해 어떤 참화가 빚어졌는가를 고려할 때, 더욱 힘을 얻는다. 여기서 기록을 다시 살펴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블랙 북>이 출간되기 전에 공산주의 범죄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처럼 이러한 사실(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의 공격으로 일어난 범죄-옮긴이)도 주요 여론 주도층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라이언은 <블랙 북>의 저자들이 과감하게 다음과 같은 '큰 질문'에 맞서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즉 '반도덕적이라는 점에서 볼 때 공산주의와 나치즘 가운데 누가 상대적으로 더 나쁘냐'는 것이다. 비록 '죽은 사람의 수로 본다면 공산주의 쪽으로 저울추가 기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덕성의 저울대에서는 나치즘 쪽이 더 많이 가라앉고 있다고 라이언은 결론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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