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 탈춤
제 1과장 사상좌춤
상좌 넷이 등장, 모두 흰 장삼을 입고 붉은 가사를 메고 고깔을 썼다. 등장의 절차는 목중들이 상좌를 입고 차례로 달음질하여 장내를 한바퀴 돌다가 중앙쯤 상좌를 내려놓고 퇴장한다. 상좌들 일렬로 서서 악사들이 연주하는 도도리곡에 맞추어 두 사람씩 동서로 갈라서서 찬참 대무를 하다가 타령곡으로 바뀌면 장내를 돌면서 춤을 추면서 퇴장을 할 때 첫 목이 등장하여 쓰러진다. (상좌춤은 사방신에 대한 배려를 포함한 놀이를 시작하는 의식무이다.)
제 2과장 팔목중춤
첫째목중 (한삼이 달린 붉은 원동에 까치동을 단 소매가 달린 더거리를 입고 큰 방울을 무릎에 달고 버드나무 생가지를 허리뒤쪽에 꽂고 달음질하여 등장하다가 무대중앙쯤에 쓰러진다. 얼굴을 두 소매로 가리고 누운 채로 타령곡에 맞추어 발끝부터 움직이는 동작을 시작한다. 겨우 전신이 움직이며 좌우로 삼전삼복을 하고 네 번만에 간신히 일어나다가 쓰러진다. 끝내는 일어서나 두 팔로 얼굴을 격렬하게 부르르 떤다. 비로소 얼굴을 가린 소매를 떼고 괴이한 붉은 가면을 관중에게 처음으로 보인다. 재비의 타령곡이 한층 더 빨라지면 팔을 휘저으며 한쪽다리를 쳐드는가 하면 한편 소매를 외사위로 휘저으면서 매우 쾌활한 춤을 추며 탈판을 휘돈다.
둘째목중 (달음질하여 등장, 첫복을 한삼자락으로 딱치면 첫목은 아무 말 없이 힐끗 돌아보고 퇴장한다. 달음질하여 장내를 한바퀴 돌고 탈판 가운데에 서서 좌우를 보고) 아앗쉬-아앗쉬-쉬이-(반주 멈춘다. 이하 팔목 중의 등퇴장은 같다)
산중에 무력일하여 철 가는 줄 몰랐더니 꽃피어 춘절이요, 잎돋아 하절이라. 오동낙엽에 추절이요. 저 건너 창송 녹중에 백설이 펄펄휘날리니 이 아니 동절이냐? 나도 본시 강산 오입장이로 산간에 묻혔더니 풍류 소리 반겨들고 염불에 뜻이 없어 이런 풍류소리에 어디 한번 놀고 가려던…… 낙양동천 이화정……
셋째목중 (전과 같음) 죽장 집고 망혜 신어 천리강산 들어가니 폭포도 장히 좋다마는 여산이 여기로다. 비류직하 삼천척은 옛말로 들었더니 의시은하 낙구천은 과연 허언이 아니로다. 소리 쫓아 내려가니 풍류정이 분명키로 한번 놀고 가려던……청산녹수 깊은 골……
네째목중 (전과 같음) 감사도처의 선화당이요. 병사도처의 음주현이요. 한량도처의 풍류정이라 하였으니 나도 본시 오입장이로 이곳에 당도하여 풍류정을 만났으니 한번 놀고 가려던……소상반죽 열두마디……
다섯째목중 (전과같음) 명라수 맑은 물은 굴삼녀의 충혼이요 삼강수 얼크러진 비는 오 정령이요 채미 하던 백이 숙제 구추 명절 일었건만 수양산에 아사하고 말 잘하는 소진장의 열국 제왕 다 달래도 염라대왕 못 달래며 춘풍 세우 두견성에 슬픈 혼백이 되었으니 하물며 초로와 같은 우리 인생이야 이런 풍악소리 반겨듣고 아니 놀 수 없거든……월락 오제 상만천……
여섯째목중 (전과 같음) 산불고이 수려하고 수불심이 청등이라 지불광이 평탄하고 인부다이 무성이라 월학은 쌍반하고 송죽은 고취로다. 기산영수별건곤에 소부허유 놀아있고 채석강 명월이에 이적선이 놀아 있고 적벽강추 이월에 소동파 놀아있던 이러한 풍류정에 한번 놀고 가려던……이백이기경 비상천……
일곱째목중 (전과 같음) 오호로 돌아드니 범려는 간 곳 없고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로 날아들고 삼호의 떼기러기 부용당으로 날아들게 심양강에 당도하니 백낙천 일거후에 비파성이 끊어지고 일세효웅이 이금은 안자재요 월락 오제 깊은 밤에 고소성외로 배를 대니 한산사 쇠북소리 객선에 둥둥……옥동도화 만수춘……
여덟째목중 (전과같음) 수인사 연후에 대천명이요 봉제사 연후에 접번객이라 하였으니 수인사 한마디 들어가고……백수한산에 심불로…쉬이…아이이-
(춤과 반주 멈춘다)
목중들 그리-와이-(목중 일곱이 등장하여 무대중앙에 차례로 선다)
여덟째목중 우리가 본시 팔목중이 아니냐?
목중들 그렇지……
여덟째목중 그러면 이런 좋은 풍류정에 당도하였으니 우리 다같이 뭇동춤이나 추고 들어가는 것이 어떠냐?
목중들 오오냐……(일제히) 낙양동천 이화정…… (다같이 타령조에 맞추어 뭇동춤을 추면서 장내를 한바퀴 돌면서 퇴장한다)
제 3과장 사 당 춤
사당 : (화려하게 치장하고 濫輿를 타고 등장)
거사들 : (濫與에 사당을 태우고 등장, 중아 쯤에 사당을 내려놓고 퇴장)
홀애비거사 : (사태기 짐을 지고 장단에 맞지도 않는 춤을 추면서 사당의 옷도 만져보고 얼굴도 만지며 갖은 짓을 다한다)
거사들 : (북, 장고, 소고를 치면서 일제히 등장하면 홀애비 거사는 깜짝 놀라 퇴장한다. 거사들은 가면을 제껴 쓰고 놀량사거리를 합창하며 질탕히 논다)
사당거사 : 어라듸여 어허야 요호올 네로구나 녹양에 벋은 길로 북향산 쑥 들어간다. 에요 에헤에요 어허야 요호올네로구나 춘수는 낙락 기러기나니 훨훨 훨훨 낙락장송이 와자지끈덕 다 부러졌다. 마른 가지나마 지화자 조홀시구나 지화자조홀시구나 얼시구나 좋다 말들어 보아라. 인간을 하직하고 청산을 쑥 들어간다 에요 에에헤요 어허야 요호올 네로구나 황혼 나니 거리 검쳐잡고 성황당 숭벅궁새 한 마리 낭게 앉고 또 한 마리 땅에 앉아 네가 어데메로 가잔느냐 네가 어데메로 가자느냐 이 산 넘어가도 거리 숭벅궁새야 저 산 넘어가도 거리 숭벅궁새야 에……어린 낭자 고운 태도 누에 암암허구 귀에 쟁쟁 비난이― 비난이다 비난이로구나 소원―성취로 비난이로구나 에……삼월이라 육구함도 대삼월이라 얼시구나 절시구나 담불담불이 생긴도 사랑 사랑초 다방초 홍두깨 년출년출이 박년출이요 내 가삼에 맺힌도 사랑……에에 나 네 원 네로구나 아―아
(합창을 하면서 일제히 퇴장한다)
제 4과장 노장춤(老僧舞)
제 1경 노장춤
소무 (二人 登場, 花冠몽두리를 쓰고, 劍舞服을 입었다. 八먹중이 이 小巫둘을 各各 가마에 태워 들어와, 場內 中央쯤 와서 내려놓는다. 小巫는 가마에서 내려와서 먹중들과 어울려서 打令曲에 맞추어 춤을 춘다. 이렇게 추는 동안 小巫는 場內의 한편으로 다가서서 손춤을 추다가, 먹중과 老丈 사이에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게 되면 適當한 時期에 살며시 退場한다.)
노장 (살며시 登場하여 場內 한편 구석에 선다. 검은 탈을 쓰고 송낙 쓰고 먹장삼 입고 그 위에다가 紅袈娑를 걸치고, 念珠를 목에 걸고, 한 손에 四仙扇을 들고 한 손에 六環杖을 짚었다. 먹중과 小舞들이 亂舞하는 동시에 남모르게 가만히 入場하여 가지고 한편 구석에 가서 서서 四仙扇으로 얼굴을 가리고 六環杖을 짚고 버티고 서서 그 亂舞의 相을 물끄러미 본다)
먹중Ⅰ (한참 춤추다가 老丈있는 쪽을 보고 깜짝 놀래어) 아나야아. (打令曲과 춤이 一齊히 그친다.)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먹중Ⅰ (老丈 쪽을 가리키며) 저 東便을 바라보니 비가 오실랴는지 날이 흐렸구나.
먹중Ⅱ 내 한번 들어가 보겠구나. (하며 춤을 추면서 老丈한테 가까이 갔다 곧 돌아와서) 아나 얘.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먹중Ⅱ 날이 흐린 것이 아니다. 내가 자서 (仔細)히 들어가 보니 옹기장사가 옹기짐을 버트려 놨더라.
먹중Ⅲ 아나야아.
먹중一同 그랴와이.
먹중Ⅲ 내가 가서 다시 한번 자서히 보고 나올라. (老丈한테 가서 보고 돌아와서) 아나냐아.
먹중一同 그랴와이
먹중Ⅲ 내가 이자 자서히 들어가 본즉 숯장사가 숯짐을 버트려 놨더라.
먹중Ⅳ 아나야아.
먹중一同 그랴와이.
먹중Ⅳ 내가 가서 다시 한번 자서히 보고 나올라. (老丈한테 갔다 와서) 아나야아.
먹중一同 그랴와이.
먹중Ⅳ 내가 이제 자서히 들어가 본즉 날이 흐려서 대맹(大맹)이가 났더라.
먹중一同 (큰 소리로 놀라며) 대맹이야?
먹중Ⅴ 아나야아.
먹중一同 그랴와이.
먹중Ⅴ 내가 또 다시 가서 보고 올라. (엉덩이춤을 추면서 가나, 무서운 樣으로 老丈에게 가까이 가서 이 모로 저 모로 살펴보다가 깜짝 놀라며 땅위에 구을면서 돌아온다)
먹중一同 (먹중Ⅴ가 굴러오는 것을 보고) 아 이놈 지랄을 벋는다. 아 이놈 지랄을 벋는다
먹중Ⅴ (일어나서) 아나야아.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
먹중Ⅴ 事實이야, 대맹이 分明하더라.
먹중Ⅵ 아나야아.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먹중Ⅵ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데 대맹이란 말이 웬말이냐. 내가가서 仔細히 알고 나오리라. (老丈 있는 데로 슬금슬금 가서 머리로 老丈을 부닥쳐 본다. 老丈 부를 흔들흔들 한다.)
먹중Ⅵ (놀라며 後退하여 와서) 아나야아.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먹중Ⅵ 대맹이니 숯짐이니 옹기짐이니 머니머니 하더니 그것이 다 그런 게 아니고 뒷절 老시님이 分明하더라.
먹중Ⅶ 아나야아.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먹중Ⅶ 그럴 理가 있나. 내가 가서 다시 仔細히 알고 오리라. (打令曲에 맞추어 춤을 추며 悠悠히 老丈한테로 가서) 老시님!
老 丈 (부채를 흔들며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註: 老丈은 一切 말을 안하고 動作으로만 表示한다.>
먹중Ⅷ (달음질하여 돌아와서) 아나야아.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먹중Ⅶ 老시님이 分明하더라. 그렇다면 우리 시님이 平生 좋아하시는 것이 白鷗打令이 아니드냐. 우리 白鷗打令을 한번 하여 들려 드리자.
먹중一同 그거 좋은 말이다.
먹중Ⅷ 그러면 내가 들어가서 老시님께 여쭈어 보고 나올라. (춤을 추며 老丈에게로 가서) 老시님!
老 人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먹중Ⅶ 白鷗打令을 돌돌 말아서 귀에다 소르르......
老 丈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먹중Ⅶ 내가 이자 가서 老시님게다 白鷗打令을 돌돌 말아서 귀에다 소르르하니까 대갱이를 횟물 먹은 메기 대갱이 흔들듯이 하더라. (或은 “굶주린 개가 主人보고 대갱이 흔들듯이 끄덕끄덕 하더라.”)
먹중Ⅰ.Ⅱ (둘이 같이 어깨를 겨누고 打令曲에 맞추어 같이 노래를 병唱하며 老丈에게로 간다) 白鷗야 훨훨 날지 마라, 너 잡을 내 아니로다. 聖上이 바리시내 너를 좇아 여기 왔다. 五柳春光......
먹중Ⅲ (노래가 끝나기 전에 뒤쫓아가서 갑자기 Ⅰ,Ⅱ의 面相을 친다. Ⅰ,Ⅱ놀라며 뒤돌아 보면) 白鷗야 껑충 날지 마라(하고 노래부르며 셋이 같이 打令曲에 맞추어 춤추며 돌아온다)
먹중Ⅳ 아나야아. (打令曲과 춤 그친다)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먹중Ⅳ 아 네미를 붙을 놈들은 白鷗야 껑충 나지 마라 하는데 우리는 오도독이打令이나 한번 여쭈어 보자. (하며 老丈 가까이 가서) 오도독이打令을 돌돌 말어 귀에다 소르르......
老 丈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먹중Ⅳ (이걸 보고 먹중들 있는 데로 와서)아나야아.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먹중Ⅳ 내가 이제 老시님께 가서 오도독이 打令을 돌돌 말어 귀에다가 소르르 하니까 대갱이를 용두치다가 내버린 좃대갱이를 흔들듯이 하더라.
먹중Ⅴ 아나야아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註: 以下略, 但 남은 먹중들도 各各 番갈아서 時調나 短歌를 돌돌 말아서 老丈 귀에다 넣어줬다고 하고 와서는 老丈을 해진하는 말을 하는 것이다.>
먹중Ⅰ <첫목> 아나야아.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첫 목 시님을 저렇게 불붙는 집에 좆기둥 세우듯이 두는 것은 우리 上佐의 道理가 아니니 그 시님을 모셔야 하지 않느냐.
먹중一同 네 말이 옳다. (하고 모두 노장이 있는 데로 간다. 먹중 둘이 老丈이 짚고 있는 六環杖 한쪽을 끝을 붙잡고 앞서 온다. 노장은 그에 따라온다. 남은 다른 먹중들은 <南無大聖 引路王락산>의 引導 소리를 크게 合唱하며서 뒤따른다. 中央쯤 와서 老丈은 힘이 차서 六環杖을 놓고 거꾸러진다. 다른 먹중 하나가 얼른 六環杖을 잡는다. 앞서 가는 먹중 둘은 老丈이 여전히 따르거니 하고 그대로 간다. 한참 가다가 뒤돌아다보고(意外의 景에 놀란 듯이 큰 소리로) 老시님은 어데 가고 이게 웬 놈이란 말이냐? (앞서가든 다른 먹중) 이럴 理가 있나. 老시님이 온데 간데 없어졌으니, 아마도 上佐인 우리가 精誠이 不足하여서 그런 거이다. 우리 같이 한번 老시님을 찾어 보자. (打令曲이 始作되자 먹중 여덟은 서로 어우러져 亂舞하며 老丈을 찾아본다. 老丈이 넘어져 누워 있는 것을 먹중 하나가 본다)
먹중 하나 쉬-(打令曲과 춤 그친다) 이거 안된 일이다.
다른 먹중 하나 무슨 일이냐.
먹중 하나 이제 내가 한편을 가보니 老시님이 누워 있이니 아마 죽은 모양이더라.
먹중Ⅵ 아나야아.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먹중Ⅵ 노시님이 果然 죽었는가 내가 가서 仔細히 보고 올라. (달음질하여 가서 멀찌기 老丈이 누운 양을 보고 돌아 와서) 이거 야단났다.
먹중Ⅶ 무슨 일이게 야단났단 말이냐.
먹중Ⅵ 老시님이 柳柳井井花花했더라.
먹중Ⅷ 아 이놈 벽센 말 한마디하는구나. 柳柳井井花花, 柳柳井井花花야? 그거 柳柳井井花花라니, 아! 알었다. 버들버들 우물우물 꽃꽃이 죽었단 말이구나.
먹중Ⅲ 아나야아.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먹중Ⅲ 우리 老시님이 그렇게 쉽사리 죽을 理가 있나. 내가 들어가 다시 한번 仔細히 보고 올라. (달음질하여 老丈 있는 데 갔다가 되돌아와서) 야아, 죽을시 分明하더라. 六七月에 개 썩는 내가 나더라.
먹중Ⅴ 아나야아.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註, 이와 같이 남은 먹중들은 番갈아서 老丈이 누워 있는 곳에 갔다가 와서죽었다는 報告를 하여 老丈에 대하여 侮辱的 言辭를 쓴다. 그러나 여기서는 略한다>
먹중Ⅰ 아나야아.
먹중一同 그야 와이이-
먹중Ⅰ 중은 중의 행시(行시)를 해야하고 俗人은 俗人의 행시를 해야 하는 法이니 우리가 시님에(의) 上佐가 되여가지고 거저 있을 수 있느냐. 시님이 돌아 가셨으니 천변수락에 만변야락 굿을 하여 보자꾸나.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거 옳은 말이다. (하며 먹중들 各各 징, 장고, 북, 꽹과리 등 樂器를 들고 치면서 老丈이 엎드러진 곳의 周圍를 돌면서 念佛하며 薺를 올린다. 念佛調로) 願我 臨欲命終時 盡除一切 諸障碍 面見彼佛阿彌陀齊卽得往生 安樂刹......
먹중Ⅱ 아나야아. (念佛과 굿치는 소리 그친다.)
먹중一同 그랴 와이이
먹중Ⅱ 念佛이 藥은 藥이다. 시님이 다시 更生을 하는구나. 그러면 시님이 平生 좋아하시던 것이 念佛이 댔으니 念佛을 한바탕 실컨 하자.(八먹중들, 念佛調로 樂器를 치면서 한참 亂舞하다가 全員 退場) 小巫二人(먹중들이 다 退場하자 登場하여 老丈이 누워 있는 자리에서 좀 떨어진데서 兩人 相當 距離를 두고 서서 念佛 打令曲調에 맞추어 춤을 춘다)
老丈 (누운 채로 念佛曲에 맞추어 춤추며 일어나려 한다. 그러나 넘어진다. 다시 춤추며 일어나려 하는데 또 넘어진다. 겨우하여 六環杖을 짚고 일어나서 四仙扇으로 面을 가리고 周圍에 사람이 있나 없나를 살펴보려고 부채살 사이로 四方을 살핀다. 그러다 小巫가 춤추고 있는 樣을 보고 깜짝 놀래며 다시 땅에 엎딘다. 한참 後에 다시 일어나 四方을 살펴보고 小巫를 은근히 凝視한다)
<註, 老丈과 小巫는 一切 無言, 다만 行動과 춤으로써 그의 心中의 모습을 表現한다>
老丈 (動作과 춤으로써 다음과 같은 心情을 모습을 表現한다. 小巫의 美容을 仙女인가 疑心한다. 仙女가 이俗世에 어찌 왔나 한다. 그런데 그는 仙女가 아니고 사람임을 알게 된다. 人間世上에도 저런 美色이 있구나 하고 매우 感歎한다. 그리고 山中에 틀어박혀 無味하게 지냈던 自己의 과거가 몹시도 無意味했고 寂寞한 것을 깨닫는다. 生을 그렇게 헛되이 보낼 것인가 하고 회의해 본다. 人間世上이란 저러한 美人과 自由로이 즐길 수 있는 世上인가 하고 생각해 본다. 自己의 과거의 生活을 그대로 계속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人間世上에 들어와서 저러한 女人과 興趣있는 生活을 하여 볼까 하고 比較하여 본다 어떠한 決定이 지어졌는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그래도 좀 계면쩍은지 부채로 面을 가리고 六環仗을 짚고 念佛曲에 맞추어 操心操心춤추며 場內를 돈다. 小巫Ⅰ을 멀지기 바라보며, 그 주위를 춤추며 세 바퀴 돈다. 小巫의 注意를 끌을 動作을 여러 가지 한다.)
소무Ⅰ (老丈을 본체만체하고 그냥 그 자리에서 춤만 춘다)
老丈 (小巫)의 무관심함을 보자 좀 積極的으로 나가보려 든다. 六環杖을 어깨에 메고 춤추며 小巫곁으로 간다. 그러나 아직도 조심스러운 動作이다. 小巫의 背後에 가만히 接近한다. 그리고 自己등을 小巫의 등에 살짝 대어본다)
小巫Ⅰ(모르는 체하고 如前히 춤만 춘다)
老丈 (小巫가 본체만체하므로 小巫의 앞으로 돌아가서 그이 얼굴을 마주쳐 본다)
小巫Ⅰ(보기 싫다는 듯이 老丈을 避하여 돌아선다)
老丈 (落心한다. 휘둥휘둥하다가 小巫의 前面으로 돌아가 본다)
小巫Ⅰ(또 싫다는 듯이 돌아선다)
老丈 (怒한 듯이 小巫의 앞으로 바싹 다가선다)
小巫Ⅰ(苦于 嬌態부리며 살짝 돌아선다)
老丈 (初面에 부끄러워서 그렇겠지 하고 小巫의 心情을 解釋하고 自己를 싫어하지 않는 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하고 두 손으로 六環仗을 水平으로 들고 小巫곁에 가까이 가서 여러 가지 춤으로 얼러본다. 그러다가 六環仗을 小巫의 사탱이 밑에 넣었다가 내어든다. 小巫를 한참 들여다본다. 六環仗을 코에다 갖다 대고 맡아본다. 뒤로 물러 나와서 六環仗을 무릎으로 꺽어 내버린다. 이때 伴秦은 打令曲으로 戀한다. 이 曲에 맞추어 춤춘다. 念珠를 벗어서 小巫의 목에 걸어준다)
小巫Ⅰ (걸어준 念珠를 벗어서 팽개친다)
(老仗놀래어 念珠를 주워 들고 小巫앞으로 가서 正面하며 얼린다)
小巫Ⅰ(살짝 돌아선다)
老仗 (춤추며 小巫곁으로 다가서서 얼리며 念珠를 다시 小巫의 목에 걸어준다) (이러한 動作을 수차 되풀이한다. 그리하다가 乃終에는 小巫는 그 念珠를 벗지 않고 그대로 걸고 춤을 춘다) (大端히 만족해하며 춤을 춘다. 한참 추다가 小巫에게 가까이 가서 입도 만져보고, 겨드랑이도 후벼보고, 젖도 만져보다가 念珠의 한편 끝을 自己의 목에 걸고 小巫와 마주서서 비로소 喜喜樂樂하며 춤을 춘다) (老仗은 이와 같은 動作과 順序로 小巫Ⅱ에게 가까이 가서 되풀이하여 自己의 手中에 들어오게 한다)
(先拂이라는 老仗은 두 小巫를 自己의 手中에 넣은 것이나, 事實은 小巫의 요염한 嬌態와 능란한 誘惑에 빠진 것이다. 老仗은 두 美女의 사이에 恍惚히 되었다.
제 2경 신장수춤
그 때 신장수가 등장한다. 노장은 소무의 신을 사고, 신장수의 원숭이가 신 값을 받으러 가 소무에게 음란한 짓을 한다. 신장수는 노장이 무서워 도망친다.
신장사 (원숭이를 업고 登場)야一場이 잘 섰다. 場滋味가 좋다기에 不遠千里하고 왔더니 果然거짓말이 아니구나. 人物屛風을 둘러 쳤이니 이것 太平場이로구나. 이 場이나 太平場이나 俗談에 이른 말이 쌈은 말리고 흥정은 붇이랬으니, 商人이 되여서는 物件을 팔아야겠다. 食이 爲天이라 하였이니 食科品부터 팔어보자. (四面을 돌아다보며 외치는 소리로) 군밤을 사랴 삶은 밤을 사랴. (사러 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러면 신이나 팔아볼까. (크게 외치는 소리로) 세코 집세기 六날 메투리 고흔 아씨에 신을 사랴오.
老 丈 (신장사의 뒤로 가서 부채로 어깨를 탁친다)
신장사 (깜짝 놀라며) 이게 무엇이냐. (위 아래로 훑어보고) 네 놈의 차림차림을 보니 송낙을 눌러쓰고 百八念珠 목에 걸고 長衫을 줏어 입고 紅袈裟를 걸치고서 六環仗을 짚었으니 중놈일시 分明하구나. 중놈이면 僧俗이 다른데 雨班을 보면 小僧 問安드리요 하는 人事도 없이 몽둥이로 사람을 치니 이것이 웬일이냐.
老丈 (小巫의 발을 가리키고 부채로 小巫의 발 치수를 재어 보이고 신사겠다는 動作을 한다)
신장사 (老丈의 뜻을 알아차리고 신을 내놓으려고 등에 진 짐을 내려놓고 보따리를 끄른다. 意外에도 원숭이가 뛰어나와 앞에 가 앉는다. 깜짝 놀라며 원숭이보고) 네가 무엇이냐 물짐성이냐?
원숭이 (고개를 쌀쌀 흔들어 否定한다)
신장사 그러면 수어냐?
원숭이 (고개를 左右로 흔들어 否定한다)
<註, 원숭이는 一切 말 안 한다>
신장사 농어냐?
원숭이 (否定)
신장사 잉어냐?
원숭이 (否定)
신장사 메기냐?
원숭이 (否定)
신장사 뱀장어냐?
원숭이 (否定)
신장사 그럼 네가 뭐냐? 네 발을 가졌어니 山짐성이냐?
원숭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肯定한다)
신장사 범이냐?
원숭이 (否定)
신장사 노루냐?
원숭이 (否定)
신장사 사심이냐?
원숭이 (否定)
신장사 맷도야지냐?
원숭이 (否定)
신장사 오오 알겠다. 그 前 어른 말씀을 들은 일이 있는데, 네가 사람에 입내를 잘 내는 것을 보니 원숭이로구나.
원숭이 (肯定)
신장사 오오 그러면 우리 先祖때에 大國使巨으로 다닐 적에 이놈이 힘이 있고 날램이 있는 故로, 大國 다니던 記念도 되고 家庭에 保護軍도 될 것 같다 해서 사다가 둔 것을 내가 신짐을 지고 나온다는 것이 이 원숭이 짐을 지고 나왔구나. 네가 怜悧하고 날램이 있는 놈이라 뒷 절 중놈한테 신을 팔고 신 값을 아직 못 받은 것이 있이니, 네 가서 받아 가지고 오너라.
원숭이 (날쌔게 小巫한테 가서 小巫의 허리등에 붙어서 淫猥스러운 動作을 한다)
신장사 여보 求景하는 이들. 내 노리개 작난감 어데로 가는 걸 못 봤오. (하며 四方으로 원숭이를 찾으러 돌아다닌다. 小巫 허리등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야 요놈 봐라. 요놈 신값 받어 오라니까 돈은 받어 거기 다 다 써버렸너냐. (원숭이를 붙잡아 가지고 前에 있던 자리로 와서) 요놈아, 너는 소모(小巫)를 하였이니 나는 네 뼉이나 한번 하겠다. (하며 원숭이를 엎어놓고 淫猥한 動作을 한다)
원숭이 (날쌔게 빠져나와 신장사를 엎어놓고 뼉하는 動作을 한다. 한참 後에 둘이 같이 일어난다)
신장사 이 놈, 생긴 게 요꼴이, 다 무얼 안다구그런데 신값이나 分明히 받아 오너라. 얼만고 허니 (하며 신값을 計算하느라고 땅에다 숫자를 쓴다
원숭이 (신장사가 쓰는 숫자를 지운다)
신장사 (다른 데다 計算한다)
원숭이 (또 가서 지운다)
신장사 (다른 데다 또 計算해 쓴다)
원숭이 (또 쫓아가서 지운다)
<註, 이런 動作을 수차 反復한다>
신장사 (땅 위에 계산한다)
원숭이 (이번에는 신장사를 돌아보지 않고 小巫한테 가서 먼저와 같이 淫猥한 짓을 한다)
老 丈 (원숭이의 動作을 보고 부채자루로 마구 때린다)
신장사 (원숭이가 맞는 것을 보고 쫓아가서 원숭이를 잡아 가지고 치료하려 간다고 같이 退場한다)
제 3경 취발이춤
술 잘 먹고 돈 잘 쓰는 천하의 한량 취발이가 나타나서 노장과 싸워 이기고 소무를 빼앗고, 소무는 취발이의 아이를 낳는다.
醉發(취발) (허리에 큰 방울을 차고 푸른 버들가지를 허리띠에 꼽고 술 醉한것처럼 비틀거리고 登場하다가 갑자기 달음질하며 中央으로 온다) 에에케, 아그 제에 미를 할 놈에 집안은 곳불인지 행불인지 해해 年年이 다달이 나날이 時時때때로 풀돌아들고 감돌아들아(打令曲에 맞추어 한참 춤춘다) 쉬- (打令과 춤 그친다) 山不高而 수려하고 水不深而淸澄이라 地不廣而 平坦하고, 人不多而茂盛이라 月鶴은 雙伴하고 松竹은 交翠로다. 綠楊은 春節이라. 箕山穎水 別乾坤에巢父 許由가 놀고 采石江 明月夜에 李謫仙이 놀고 赤壁江 秋夜月에 蘇東坡가 놀았이니 나도 本是 오입쟁이로 금강산 좋단 말을 風便에 暫間듣고 綠林間 수풀 속에 親故벗은 하나도 없고 俗이 가하거든 중이 되여 절간에서 佛道는 힘안 쓰고 이뿐 아씨를 데려다가 놀리면서(曲에 맞추어 춤추며 노래 부른다) 꾸웅떠벙(하며 老丈 옆으로 가까이 간다)
老丈(노장) (부채꼭지로 醉發이를 딱 친다) (打令曲과 취발이의 춤 끝난다)
醉發(취발) 아이쿠 아아 이것이 뭐이란 말인고. 아 대체 매란 거이 맞아 본적이 없는데 머이 뻑하고 때리니 아 원 이거 머이라는 건고. 오오 알겟다. 내가 洗耳人間事 不聞하여 山間에 뜻이 없어 名勝處 찾어나니 天下名勝 五之中에 香山이 높았이니 西山大師 出入後에 上佐중 능통자로 龍宮에 出入다가 石橋上 봄바람에 八仙女 노던 罪로 謫下人間下直하고大師堂 돌아들 때, 窈窕淑女는 左右로 벌려있고 蘭陽公主 秦彩鳳이며 細雲같은 桂담月과 白凌波와 이 世上 시일토록 노닐다가 歸家하여 돌아오던 次에 마침 이곳에 當到하고 보니 山川은 險峻하고 樹木은 진잡한 이곳에 아마도禽獸烏鵲이 나를 戱弄하는가 보다. 내가 다시 들어가서 仔細히 알고 나와보겠다. (打令曲에 맞추어 춤추며 老丈 옆으로 가면서 노래 부른다) 寂寞은 漠漠 中天에 구름은 뭉게뭉게 솟아 있네.
老丈 (부채꼭지로 醉發의 面相을 탁 친다) (打令曲과 취발의 춤, 노래 그친다)
醉發(취발) 아 잘은 맞는다. 이, 이게 뭐람. 나라는 人間은 한창 少年時節에 도 맞어본 일이 없는데, 아 이거 또 맞았구만. (老丈을 쳐다보며) 아원, 저거 뭐람. 오오 이제 내가 알겠다. 저이 거밋거밋한 것도 보이고 또 번득번득한 것도 보이고 히뜩히뜩한 것도 보이고 전 번들번들한 것도 보이는 것을 본 즉 아마도 金인가부다. 이 金이란 말이 當치않다. 愈出奇計 陳平이가 黃金三萬兩을 軍中에 흩었이니 거 金이란 말도 當치 않다. 그러면 玉인가? (老丈한테로 한발 가까이 가서) 너 玉이여든 玉에(의) 來歷을 들어봐라. 홍문연 높은 잔체 범증이가 깨친 玉이 玉石이 俱焚이라 玉과 돌이 다 탔거든 玉이란 말도 當치않다. 그러면 귀신이냐? (노장에게로 한 발 더 나간다) 너 鬼神이어든 鬼神에 내력을 들어봐라. 白晝淸明 밝은 날에 鬼神이란 말이 當치 않다. 그러면 네가 大명이냐?
老丈 (고개를 左右로 흔들고 醉發이 앞으로 두어 걸음 나온다)
醉發(취발) 에이 이것 야단 났구나, 오오 이제야 알겠다. 仔細히 보니까 네 몸에다 漆布長衫을 떨쳐입었으며 六環杖을 눌러 짚고 百八念珠 목에 걸고 四仙扁神을 손에 들고 송낙을 눌리 썼을 때에는 중일시가 分明하구나. 중이면 절간에서 佛道나 심씰 것이지 중에 행사로 俗家에 내리와서 예뿐 아씨를 하나도 멋한데 둘씩 셋씩 다려다 놓고 낑꼬랑 깽꼬랑(打令曲에 맞추어 한참 춤춘다) 쉬-(打令과 춤 그친다) 이놈 중놈아, 말들어 거라하니, 너는 예쁜 아씨를 둘씩이나 다려다 놓고 저와 같이 노니 네 놈에 行勢는 잘안됐다. 그러나 너하고 나하고 내기나 해보자. 너 그 전에 땜질을 잘 했다 허니 너는 풍구가 되고 나는 불테니, 네가 못 견디면 저 년을 날 주고 내가 못 견디면 내 엉뎅이 밖에 없다. 그라면 솟을 땔까 가마를 땔까. (打令에 맞추어 한참 춤춘다) 수-(打令과 춤 그친다) 아 이것도 못견디겠군. 그러면 이번에는 너하고 나하고 對舞 하며 네가 못견디면 그렇게 하고 내가 못견디면 그렇게 하자. (打令曲에 맞추어 춤추며 노래한다)
白首寒山 心不老(타령 춤 노래 그친다) 아 이것도 못견디겟군. 자 이거 야단난일이 있군. 거 저 도깨비는 방맹이로 휜다드니 이건 들어가 막 두들겨 봐야겠군 (타령곡에 맞추어 춤추며 노래한다) 江東에 범이 나니 길로래비가 훨훨(하며 老丈한테 간다)
老丈 (부채로 醉發의 面相을 한 대 친다)
醉發(취발) 아이쿠. (타령과 춤 그친다. 훨적 한번 뛰어 老丈에게서 逃亡친다) 아이쿠 이 웬일이냐, 이놈이 때리긴 바로 때렸다. 아 이놈이 때리긴 발 뒤축을 때렸는데 아아 피가 솟아올라서 코피가 나는군 아 이것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거저 코터진 건 타라막는 것이 第一이라드라. 자 그런데 코를 찾일 수가 있어야지, 상판이 朝鮮 半만해서 어디가 코가 있는지 찾일 수가 있어야지 그러나 只在此山中이지 내 상판 가운데에 있겠지 그런즉 이걸 찾일라면 끝에서부터 찾어 들어 와야지. (하며 머리 정수리서부터 더듬어서 아래로 次次내려온다) 아 여기가 코가 있는걸 그렇게 애써 찾었구나. (코에다 무엇을 틀어막는다) 아 이 코를 타라막아도 피가 자구 나오는구나, 이걸 어떻거나. 옛날 의사 말에 코 터진 건 몬지로 문지르는 것이 第一이라드라. (하며 흙면지로 코 터진 데를 문지른다) 아 이렇게 낫는 것을 애를 괴연히 빠락빠락 썼구나. 이제는 다시 들어가서 찬물을 쥐여 먹고 이를 갈고 설가도 이 년을 때려 내쫓고 저 년을 다리고 놀 수밖에 없다. (타령곡에 맞추어 老丈에게로 춤추며 노래부르며 간다) 瀟湘斑竹 열두마디 (老丈을 딱 때린다)
老丈 (醉發이에게 얻어맞고 退場)
醉發(취발) (좋아하며 신이 나서 춤추며 노래한다) 때렸네. 때렸네. 뒷절 중놈을 때렸네. 영낙아니면 송낙이지. (노래 끝내고 小巫Ⅰ에게로 간다. 타령과 춤 그친다) 자 이년아 네 생각에 어떠냐. 뒷절 중놈만 좋와하고 獅子 어금니 같은 나는 싫으냐? 이년아 돈 받어라.
小 巫Ⅰ (손을 내민다)
醉發(취발) 아 시러배 아들년 다 보겠다.
쇠줄피 밭다 대통 기름자 보고 따라댕디겠군. 이년아 돈 받어라. (돈을 던져 준다)
小 巫Ⅰ (손을 내민다)
醉發(취발) (큰소리로) 앗! (돈을 제가 주워 넣는다)
小 巫Ⅰ (뒤로 물러 나간다)
醉發(취발) 아 그년 쇠줄피 밭은 것을 보니 문고리 쥐고 엿장수 부르겠다. 그러나 너 내에(의) 말 들어 보아라. 酒 靑樓에 絶代佳人 絶影하야 靑山동무로 세월을 보내드니마는 오늘에 너를 보니 世上人物이 아니로다. 卓文君게 거문고로 月老繩 다시 맺어 나하고 백세를 무양하는 게 어떠냐.
小 巫Ⅰ (싫다는 듯이 살짝 外面해 선다)
醉發(취발) 아 그래도 나를 마대? 그러면, 그것은 다 弄談이지만 너겉은 미색을 보고 주랴던 돈르 다시 내가 거두어 가진다는 것은 당치 않은 일이다. 아나 돈 받아라. (小巫Ⅰ 에게로 돈을 던진다)
소무 (돌아서서 돈을 주워 갖는다)
醉發(취발) 어이쿠 잘 먹는다. 잘 먹어 다 먹어라. 내 몸뚱아리까지 다 먹어라. (불림으로)「낙양동천 이화정」 (취발이 소무가 어울려 춤을 추다가 갑자기 소무가 배 앓는 시늉을 한다. 작은 인형을 치마 속에서 빠뜨리고 아이를 낳다고 한다. 어린아이를 취발이에게 주고 소무는 퇴장)
醉發(취발) (춤을 추다가 갑자기 아이를 낳자 아이를 받아 쥐고 반가워하며 아기를 어른다) 에게게 이게 웬일이나? 아 동네사람들 말씀 들어 보소 년만 칠십에 생남하였소. 우리 집에 오지도 마시오 우리아이 이름을 지어야지―둘째라고 지을까? 이 첫째가 있어야지 둘째라고 짓지? 이 첫째가 있어야지 둘째라고 짓지. 마당에서 났으니 마당쇠라고 지을 수 밖에 없구나. 마당어멈 젖좀 주소……(아이 얼르는 소리로)어허둥둥 내 사랑아 어델 갔다 이제 오나 기산영수 별곤곤에 소부허유와 놀다 왔나? 채석강 명월야에 이적선과 놀다왔나 수양산 백이 숙제와 채미하다 이제 왔나 둥둥둥 내사라아(아이 소리로) 아버지 날 데리고 이렇게 둥둥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나도 남의 자식들과 같이 글공부를 시켜 주시오. (자기 소리로) 하늘 천 (아이 소리로) 따지 (자기 소리로) 이 이놈봐라 나는 하늘 천 하는데 이 놈은 따지 하는구나 (아이소리로) 아버지 하늘 천 따지로 배워주지 말고 천자 뒤풀이로 배워주시오 (자기 소리로) 거참 좋은 말이다. (노래조로 음악에 맞추어) 자시에 생천하니 유유 비창 하늘 천 축시에 생지하다 만물창성 따지 유현비모 흑적색 북방현무 가물 현 궁상각치우 동서사방 중앙토색 누를 황 (아이소리로) 한문은 그만해두고 이제는 국문으로 배워 주시오 (자기 소리로) 그래 국문을 배우자 가갸 거겨 고교 구규 (아이소리로) 아버지 그것도 그렇게 배워주지말고 국문 뒤풀이로 배워주시오. (자기 소리로)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 앗차차 잊었구나. 기억 니은 디긋하니 기억자로 집을 짓고 니은같이 살자더니 디규같이 벗어난다. 가갸 거겨……가이없는 이내 몸이 거지없이 되었구나 고교구규 고생하던 이 내 몸이 고구하기 짝이없다. (춤을 추며 아이를 들고 퇴장)
제 5과장 사자춤(獅子舞)
목중들 짐생 났소!(목중 여덟이 일제히 쫓겨서 등장하면 뒤에 사자가 뒤따라 쫓아온다. 목중들을 잡아먹으려는 기세다. 목중들 장내를 한 바퀴 돌아서 반대편으로 퇴장하고, 그 중 한 사람만 남아서 마부 노릇을 한다. 마부는 채찍을 들었다.)
마 부 쉬이.(사자는 중앙에서 적당히 자리잡고 앉는다. 머리에 큰 방울을 달았기 때문에 소리가 난다. 앉아서 좌우로 머리를 돌리며 몸을 긁고 이를 잡기도 한다.) 짐승이라니, 이 짐승이 무슨 짐승이냐? 노루, 사슴도 아니고 범도 아니로구나. 그러면 어디 한 번 물어 보자. 네가 무슨 짐승이냐? 우리 조상 적부터 못 보던 짐승이로구나. 노루냐?
사 자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어 부정한다.)
마 부 그럼, 노루도 아니고 사슴이냐?
사 자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어 부정한다.)
마 부 아, 사슴도 아니야. 그럼, 범이 네 할애비냐?
사 자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어 부정한다.)
마 부 이놈, 아무리 미물의 짐승이라 할지라도 만물의 영장 사람을 몰라보고 함부로 달려들어 해코지 할라는 너 같은 고얀 놈이 어데 있느냐? 그러면 도대체 네가 무슨 짐승이냐? 옳다, 이제야 알갔다. 예로부터 성현(聖賢)이 나면 기린이 나고 군자(君子)가 나면 봉이 난다더니, 우리 시님이 나셨으니 네가 기린이냐?
사 자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어 부정한다.)
마 부 아니야. 기린도 아니고 봉도 아니면 도대체 정말 네가 무슨 짐승이냐? (생각하다가) 옳다. 이제야 알갔다. 젯(劑)나라 때 전단이가 소에다 횃을 달아 가지고 수만의 적군을 물리쳤다더니, 우리가 이렇게 굉장히 떠들고 노니까 전장터로 알고 뛰어든 소냐?
사 자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어 부정한다.)
마 부 소도 아니야. 소도 아니고 개도 아니고 도대체 네가 무슨 짐승이냐? 아아, 이제야 알갔다. 당나라 때에 오계국(烏鷄國)이 가물어 수많은 백성이 떠들어 댈제 용왕이 너에게 신통한 조화로써 단비를 내려 주게 하여 오계국 왕의 은총을 입어 궁중에 들어가 궁중 후원 유리정(瑠璃井)에 국왕을 생매(生埋)하고 삼 년 동안이나 국왕으로 변장하여 부귀 영화를 누리다가 서천 불경을 구하려고 봉림사에 유숙하면서 문수보살을 태워 가지고 댕기며 온갖 조화를 다 부리던 네가 바로 사자로구나. 오, 알갔다.
사 자 (머리를 상하로 움직여 긍정한다.)
마 부 그러면 풍악 소리 반겨 듣고 우리와 같이 놀려고 내려왔느냐? 네 할애비, 네 어미를 잡아먹으려고 내려왔느냐? 또는, 네가 무슨 일로 적하 인간(謫下人間) 하였느냐? 우리 시님 수행(修行)하여 온 세상이 지칭(指稱)키로 생불(生佛)이라 이르나니, 석가여래 부처님이 우리 시님 모시라고 명령 듣고 여기 왔느냐?
사 자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어 부정한다.)
마 부 그러면 <중략> 우리가 이렇게 질탕히 노는 마당, 유량(劉喨)한 풍악 소리 천상에서 반겨 듣고 우리와 같이 한바탕 놀아 보려고 왔느냐?
사 자 (머리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어 부정한다.)
마 부 야 이놈 사자야, 나의 하는 말을 자세히 들어라. 네나 나나 일찍이 선경(仙景)은 다 헤쳐 버리고 네가 내려온 심지를 좀 알아보자. 그러면 우리 목중들이 선경에서 도를 닦는 스승을 꾀어 파계(破戒)시킨 줄로 알고 석가여래의 영을 받아 우리들을 벌을 주려고 내려왔느냐? 그러면 우리 목중들을 다 잡아 먹을랴느냐?
사 자 (긍정하는 마부에게 달려들어 물려고 한다.)
마 부 아이쿠! (놀라면서) 이거 야단났구나 (뒤로 도망가면서 머리를 사정없이 채찍으로 때린다) 쉬이―쉬이―
사 자 (하는 수없이 뒤로 물러서서 앉는다)
마 부 사자야 나의 하는말을 자서히 들어봐라 우리가 무슨 죄가 있느냐? 취발이가 시켜서 아지 못하고 하였으니 지금부터 진심으로 회개하여 깨끗한 마음으로 도를 닦아 훌륭항 중이 될 터이니 우리를 용서하여 주겠느냐?
사 자 (긍정)
마 부 그러면 타령으로 추는데「낙양동천 이화정」(타령으로 한바탕 춤을 춘다) 쉬―사자야 아까는 타령으로 췄지만 이번에는 건드러진 굿거리로 추는 것이 어떠냐? 「덩덩 덩더러궁」(굿거리로 건드러지게 춤을 추다가 퇴장)
제 6과장 양반춤
말뚝이 (벙거지를 쓰고 채찍을 들었다.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양반 3형제를 인도하여 등장)
양반 3형제 [말뚝이 뒤를 따라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점잔을 피우나, 어색하게 춤을 추며 등장. 양반 3형제 맏이는 샌님[生員], 둘째는 서방님[書房], 끝은 도련님[道令]이다. 샌님과 서방님은 흰 창옷에 관을 썼다. 도련님은 남색 쾌자에 복건을 썼다. 샌님과 서방님은 언청이며(샌님은 언청이 두 줄, 서방님은 한 줄이다.), 부채와 장죽을 가지고 있고, 도련님은 입이 삐뚤어졌고, 부채만 가졌다. 도련님은 일절 대사는 없으며, 형들과 동작을 같이 하면서 형들이 면상을 부채로 때리며 방정맞게 군다.]
말뚝이 (가운데쯤 나와서)쉬이. (음악과 춤 멈춘다.) 양반 나오신다아! 양반이라고 하니까 노론(老論), 소론(少論), 호조(戶曹), 병조(兵曹), 옥당(玉堂)을 다 지내고 삼정승(三政丞), 육판서(六判書)를 다 지낸 퇴로 재상(退老宰相)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아지 마시오, 개잘량이라는 ‘양’자에 개다리 소반이라는 ‘반’자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
양반들 야아, 이놈, 뭐야아!
말뚝이 아, 이 양반들, 어찌 듣는지 모르갔소. 노론, 소론, 호조, 병조, 옥당을 다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 다 지내고 퇴로 재상으로 계신 이 생원네 3형제분이 나오신다고 그리 하였소.
양반들 (합창) <이 생원이라네.> (굿거리 장단으로 모두 춤을 춘다. 도령은 때때로 형들의 면상을 치며 논다. 끝까지 그런 행동을 한다.)
말뚝이 쉬이. (반주 그친다.) 여보, 구경하시는 양반들, 말씀 좀 들어 보시오. 짤따란 곰방대로 잡숫지 말고 저 연죽전(煙竹廛)으로 가서 돈이 없으면 내게 기별이래도 해서 양칠간죽(洋漆竿竹), 자문죽(自紋竹)을 한 발 가옷씩 되는 것을 사다가 육모깍지 희자죽(喜子竹) 오동수복(梧桐壽福) 연변죽을 사다가 이리저리 맞추어 가지고 저 재령(載寧) 나무리[平野名] 거이 낚시 걸 듯 죽 걸어 놓고 잡수시오.
양반들 뭐야아!
말뚝이 아, 이 양반들, 어찌 듣소. 양반 나오시는데 담배와 훤화를 금하라고 그리하였소.
양반들 (합창) <훤화를 금하였다네.> (굿거리 장단으로 모두 춤을 춘다.)
말뚝이 쉬이. (춤과 반주 그친다.) 여보, 악공들 말씀 들어시오. 오음 육률(五音六律) 다 버리고 저 버드나무 홀뚜기 뽑아다 불고 바가지 장단 좀 쳐 주오.
양반들 야아, 이놈, 뭐야!
말뚝이 아, 이 양반들, 어찌 듣소. 용두 해금(奚琴), 북, 장고, 피리, 젓때 한가락도 뽑지 말고 건 건드러지게 치라고 그리하였소.
양반들 <건 건드러지게 치라네.> (굿거리 장단으로 춤을 춘다.)
생 원 쉬이. (춤과 장단 그친다.) 말뚝아.
말뚝이 예에.
말뚝이 예에, 양반을 찾으려고 찬밥 국 말어 일조식(日早食)하고, 마구간에 들어가 노새 원님을 끌어다가 등에 솔질을 솰솰 하여 말뚝이님 내가 타고 서양(西洋) 영미(英美), 법덕(法德), 동양 3국 무른 메주 밟듯하고, 동은 여울이요 서는 구월이라, 동여울 서구월 남드리 북향산 방방곡곡(坊坊曲曲) 면면촌촌(面面村村)이, 바위 틈틈이 모래 쨈쨈이, 참나무 결결이 다 찾아다녀도 샌님 비뚝한 놈도 없습디다.
생 원 네 이놈, 양반을 모시고 나왔으면 새처를 정하는 것이 아니고 어디로 이리 돌아다니느냐?
말뚝이 (채찍을 가지고 원을 그으며 한 바퀴 돌면서) 예에, 이마안큼 터를 잡고 참나무 울장을 드문드문 꽂고, 깃을 푸근푸근히 두고, 문을 하늘로 낸 새처를 잡아 놨습니다.
생 원 이놈, 뭐야!
말뚝이 아, 이 양반, 어찌 듣소. 자좌오향(子坐午向)에 터를 잡고, 난간 팔자(八字)로 오련각(五聯閣)과 입 구(口)자로 집을 짓되, 호박 주초(琥珀柱礎)에 산호(珊瑚) 기둥에 비취 연목(翡翠椽木)에 금파(金波) 도리를 걸고 입 구자로 풀어 짓고, 쳐다보니 천판자(天板子)요, 내려다보니 장판방(張板房)이라. 화문석(花紋席) 칫다 펴고 부벽서(付壁書)를 바라보니 동편에 붙은 것이 담박녕정(澹泊寧靜) 네 글자가 분명하고, 서편을 바라보니 백인당중유태화(百忍堂中有泰和)가 완연히 붙어 있고, 남편을 바라보니 인의예지(仁義禮智)가, 북편을 바라보니 효자 충신(孝子忠臣)이 분명하니, 이는 가위 양반의 새처방이 될 만하고, 문방 제구(文房諸具) 볼작시면 옹장봉장, 궤(櫃), 두지, 자기 함롱(函籠), 반다지, 샛별 같은 놋요강, 놋대야 바쳐 요기 놓고, 양칠간죽 자문죽을 이리저리 맞춰 놓고, 삼털 같은 칼담배를 저 평양 동푸루 선창에 돼지 똥물에다 축 축 축여 놨습니다.
생 원 이놈, 뭐야!
말뚝이 아, 이 양반, 어찌 듣소. 쇠털 같은 담배를 꿀물에다 축여 놨다 그리하였소.
양반들 (합창) < 꿀물에다 축여 놨다네.> (굿거리 장단에 맞춰 일제히 춤을 춘다. 한참 추다가 춤과 음악이 끝나고 새처방으로 들어간 양을 한다.)
양반들 (새처 안에 앉는다.)
생 원 쉬이. (음악과 춤을 멈춘다.) 여보게, 동생. 우리가 본시 양반이라, 이런 데 가만히 있자니 갑갑도 하네. 우리 시조(時調) 한 수씩 불러 보세.
서 방 형님, 그거 좋은 말씀입니다.
양반들 (시조를 읊는다.) “반 남아 늙었으니 다시 젊지는 못하리라.” 하하.(하고 웃는다. 양반 사조 다음에 말뚝이가 자청하여 소리를 한다.)
말뚝이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에.”
생 원 다음은 글이나 한 수씩 지어 보세.
서 방 그럼 형님이 먼저 지어 보시오.
생 원 그러면 동생이 운자(韻字)를 내게.
서 방 예, 제가 한 번 내 드리겠습니다. ‘산’자, ‘영’잡니다.
생 원 아, 그것 어렵다. 여보게, 동생. 되고 안 되고 내가 부를 터이니 들어 보게. [영시조(詠時調)로] “울룩줄룩 작대산(作大山)하니, 황천풍산(黃川豊山)에 동선령(洞仙嶺)이라.”
서 방 하하. (형제 같이 웃는다.) 거 형님, 잘 지었습니다.
생 원 동생 한 귀 지어 보세.
서 방 그럼 형님이 운자를 하나 내십시오.
생 원 ‘총’자, ‘못’잘세.
서 방 아, 그 운자 벽자로군. (한참 낑낑거리다가) 형님, 한 마디 들어 보십시오. (영시조로)“짚세기 앞총은 헝겊총하니, 나막신 뒤축에 거멀못이라.”
(중략)
생 원 그러면 이번엔 파자(破字)나 하여 보자. 주둥이는 하얗고 몸뚱이는 알락달락한 자가 무슨 자냐?
서 방 (한참 생각하다가) 네에, 거 운고옥편(韻考玉篇)에도 없는 자인데, 그것 참 어렵습니다. 그 피마자(피麻子)라고 하는 자가 아닙니까?
생 원 아, 거 동생 참 용할세.
서 방 형님, 내가 그럼 한 자 부르라우?
생 원 부르게.
서 방 논두렁에 살피 짚고 섰는 자가 무슨 잡니까?
생 원 (한참 생각하다가) 아, 그것 참 어려운 잘세. 그것은 논임자가 아닌가?
서 방 하하, 그것 형님 잘 맞췄습니다. (이러는 동안에 취바리 살짝 들어와 한편 구석에 서 있다.)
생 원 이놈, 말뚝아.
말뚝이 예에.
생 원 나랏돈 노랑돈 칠 푼 잘라먹은 놈, 상통이 무르익은 대초빛 같고, 울룩줄룩 배미 잔등 같은 놈을 잡아들여라.
말뚝이 그놈이 심(힘)이 무량대각(無量大角)이요, 날램이 비호(飛虎) 같은데, 샌님의 전령(傳令)이나 있으면 잡아올는지 거저는 잡아 올 수는 없습니다.
생 원 오오, 그리하여라. 옜다, 여기 전령 가지고 가거라.(종이에 무엇을 써서 준다.)
말뚝이 (종이를 받아 들고 취바리한테로 가서) 당신 잡히었소.
취바리 어데, 전령 보자.
말뚝이 (종이를 취바리에게 보인다.)
취바리 (종이를 보더니 말뚝이에게 끌려 양반의 앞에 온다.)
말뚝이 (취바리 엉덩이를 양반 코앞에 내밀게 하며) 그놈 잡어들였소.
생 원 아, 이놈, 말뚝아. 이게 무슨 냄새야?
말뚝이 예, 이놈이 피신(避身)을 하여 다니기 때문에, 양치를 못 하여서 그렇게 냄새가 나는 모양이외다.
생 원 그러면 이놈의 모가지를 뽑아서 밑구녕에다 갖다 박아라.
(중략)
말뚝이 샌님, 말씀 들으시오. 시대가 금전이면 그만인데, 하필 이놈을 잡아다 죽이면 뭣하오? 돈이나 몇 백냥 내라고 하야 우리끼리 노나 쓰도록 하면 샌님도 좋고 나도 돈냥이나 벌어 쓰지 않겠소. 그러니 샌님은 못 본 체하고 가만히 계시면 내 다 잘 처리하고 갈 것이니, 그리 알고 계시오.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일제히 어울려서 한바탕 춤추다가 전원 퇴장한다.)
어구풀이
* 벙거지 : 주로 병졸, 하인들이 쓰던, 털로 검고 두껍게 만든 모자
* 굿거리장단 : 굿할 때 무당이 사용하는 9박자 장단
* 서방님 : 남편을 공경하여 부르는 말, 결혼한 시동생에 대한 호칭, (역사) 벼슬 없는 젊은 선비(여기서의 뜻)
* 창옷 : 소창옷의 준말. 중치막 밑에 입던 웃옷의 한 가지
* 쾌자 : 등솔기의 아랫부분을 길게 짜고, 소매는 없는 전복(戰服)의 한 가지
* 복건 : 검은 헝겊으로 위는 둥글고 삐죽하게 만들었으며, 뒤에는 넓고 긴 자락을 늘어지게 대었음. 흔히 양반집의 어린 사내아이들이 명절이나 돌에 머리에 썼음
* 퇴로재상 : 늙어서 벼슬에서 물러난 사람
* 개잘량 : 개가죽으로 만든 방석
* 개다리소반 : 개의 뒷다리처럼 구부러진 다리를 가진 작은 상
* 양칠간죽(洋漆竿竹) : 알록달록 노랑, 빨강색 칠을 한 담뱃대
* 자문죽 : 아롱진 무늬가 있는 중국산 대나무로 만든 담뱃대
* 육모깍지 : ‘육무깎지'의 와전. 육각형 모양의 담뱃대
* 희자죽 : 겉에 ‘喜'자가 씌어 있는 담뱃대
* 오동수복(梧桐壽福) : ‘오동(烏銅, 검은 광택의 구리)'이 맞음. 오동에 수, 복 글자를 새긴 담뱃대
* 거이 낚시 : 지렁이(거이)를 미끼로 한 낚시
* 훤화(喧譁) : 시끄럽게 떠듦
* 홀뚜기 : 호드기(버들가지, 밀집토막으로 만듦)의 사투리
* 건건드러지게 : 멋있고 아름답고 부드럽게
* 노새 원님 : 수나귀와 암말 사이에 난 잡종. 원님이란 호칭을 붙여 희화화
* 남드리 : 남쪽 평야(평야의 고어는 ‘드르’)
* 쨈쨈이 : 짬짬이의 사투리. 사이사이마다
* 결결이 : 결마다.
* 새처 : 양반의 숙소를 높여 부르는 말
* 울장 : 울타리에 박은 긴 말뚝
* 자좌오향(子坐午向) : 자방(북쪽)을 등지고 오방(남쪽)을 향함. 정남향집
* 오련각 : 오량각(五樑閣). 대들보를 다섯 줄로 놓아 넓이가 두 간통되게 지은 집
* 호박주초(琥珀柱礎) : 전각의 두리기둥 밑에 받치는 둥글게 다듬어 만든 주춧돌
* 비취연목(翡翠椽木) : 비취로 만든 서까래
* 도리 : 기둥과 기둥 위에 건너 얹어 그 위에 서까래를 놓는 나무
* 장판방(張板房) : 壯版房(장판방)이 옳음. 바닥을 장판지로 바른 방
* 부벽서(付壁書) : 벽에 붙이는 글
* 담박녕정(澹泊寧靜) : 욕심이 없어 마음이 깨끗하고 고요함
* 옹장봉장 : ‘용장봉장'의 지방발음. 용이나 봉을 그린 장.
* 궤(櫃)두지 : ‘뒤주'의 사투리
* 함롱(函籠) : 상자나 농
* 반다지 : '반닫이'가 맞음. 앞의 위쪽 절반이 문짝으로 되어 있는 궤
* 십리허(十里許) : 십리쯤. 許는 어디쯤 되는 곳을 나타내는 말
* 울룩줄룩 : 울묵줄묵. 큰 덩어리가 여러 개 고르지 않고 빽빽이 벌려 있는 모양
* 벽자(僻字) : 잘 쓰이지 않는 글자
* 앞총 : 짚신, 미투리 따위의 앞쪽에 박힌 낱낱의 신울
* 거멀못 : 세간이나 나무 그릇의 금간 데나 떨어질 염려가 있는 모퉁이에 걸쳐 대는 못
* 파자(破字) : 한문 글자의 자획을 나누고 합하여 맞추는 수수께끼
* 피마자( 麻子) : 아주까리
* 살피 : 두 땅의 경계를 표시한 표.
* 상통 : 얼굴을 속되게 이르는 말
* 무량대각(無量大角) :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셈. 대각: 군중에서 호령할 때 쓰는 악기(소리가 매우 큼)
* 거저 : 아무 대가나 조건 없이
* 전령(傳令) : 명령을 전함
제 7과장 미얄춤
미 얄 (한 손에 부채를 들고 한 손에 방울을 들었으며, 굿거리 장단에 춤을 추면서 등장하여 악공 앞에 와서 울고 있다.)
악 공 웬 할맘입나?
미 얄 웬 할멈더니, 떵꿍하기에 굿만 여기고 한 거리 놀고 갈려고 들어온 할미일세.
악 공 그러면 한 거리 놀고 갑세.
미 얄 놀든지 말든지 허름한 영감을 잃고 영감을 찾아다니는 할맘이니 영감을 찾고야 놀갔읍네.
악 공 할맘 본 고향은 어데와?
미 얄 본 고향은 전라도 제주 망막골일세.
악 공 그러면 영감은 어찌 잃었읍나?
미 얄 우리 고향에 난리가 나서 목숨을 구하려고 서로 도망을 하였더니, 그 후로 아즉까지 종적을 알 수 없습네.
악 공 그러면 영감의 모색을 댑세.
미 얄 우리 영감의 모색은 마모색일세.
악 공 그러면 말새끼란 말인가?
미 얄 아니 소모색일세.
악 공 그러면 소새끼란 말인가?
미 얄 아니, 마모색도 소모색도 아니올세. 영감의 모색을 알아서 무엇 해. 아무리 바로 댄들 소용없습니다.
악 공 모색을 자세히 대면 찾을 수 있을는지 모르지.
미 얄 (소리조로) 우리 영감의 모색을 대. 난간 이마 주게턱 웅케 눈에 개발코, 상통은 관역같고 수염은 다 모즈러진 귀알 같고 상투는 다 갈아먹은 망좃 같고 키는 석 자 네 치 되는 영감이올세.
악 공 아, 옳지. 바루 등 너머 망쪼러 갔습네.
미 얄 에잇 그놈의 영감, 고리쟁이가 죽어도 버들가지를 물고 죽는다더니. 상게 망을 쫓으려 다니나.
악 공 영감을 한 번 불러 봅소.
미 얄 여기 없는 영감을 불러본 들 무엇합나?
악 공 아, 그래도 한 번 불러봐.
미 얄 영가암.
악 공 거 너무 짧아 못 쓰겠읍네.
미 얄 여엉가암!
악 공 너무 길어 못 쓰겠읍네.
미 얄 그러면 어떻게 부르란 말입나?
악 공 아, 전라도 제주 망막골에 산다니 시나위청으로 불러봅소.
미 얄 (시나위청으로) 절절 절시구 저절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절절 절시구, 우리 영감 어데 갔나, 기산 영수 별건곤에, 소부, 허유를 따라갔나, 채석강 명월야에 이적선 따라갔나.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따라 갔나. 우리 영감을 찾으려고 일원산(一元山)서 하로 자고, 이강경(二江景)에서 이틀 자고, 삼부여(三夫餘)에서 사흘 자고, 사법성(四法聖)서 나흘 자고, 삼국 적 유현덕(劉玄德)이 제갈 공명 찾으랴고 삼고 초려(三顧草廬) 하던 정성, 만고성군(萬古聖君) 주문왕(周文王)이 태공망(太公望)을 찾으려고 위수양(渭水陽) 가던 정성, 초한 적 항적(項籍)이가 범아부(范亞夫)를 찾으려고 기고산(祁高山) 가던 정성, 이 정성 저 정성 다 부려서 강산 천 리 다 다녀도 우리 영감을 못 찾갔네. 우리 영감을 만나보면 귀도 대고 코도 대고 입도 대고 눈도 대고 업어도 보고 안아도 보건마는, 우리 영감 어데를 가고 날 찾을 줄을 왜 모르는가? 아이고 아이고! (굿거리 춤을 추며 퇴장)
영 감 (이상한 관을 쓰고 회색빛 나는 장삼을 입고 한 손에 부채, 한 손엔 지팡이를 들고 있다. 굿거리 장단에 춤을 추면서 등장한다. ) 쉬이이, 정처 없이 왔더니 풍악 소리 낭자하니 참 좋긴 좋구나. 풍악 소리 듣고 보니 우리 할맘 생각이 간절하구나. 우리 할맘이 본시 무당이라 풍악소리 반겨듣고 혹 이리로 지나갔는지 몰라. 어디 한 번 물어볼까? 여보시오.
악 공 거 뉘시오?
영 감 그런 것이 아니오라 허름한 할맘을 잃고 찾아다니는데 혹시 이리로 갔는지 못 보았소?
악 공 할맘은 어찌 잃었습나?
영 감 우리 고향에 난리가 나서 목숨을 구하려고 이리저리 동서사방으로 도망을 하였는데, 그 후로 통 소식이 없습네.
악 공 본 고향은 어디메와?
영 감 전라도 제주 망막골이올세.
악 공 그러면 할맘의 모색을 댑세.
영 감 우리 할맘의 모색은 하도 흉해서 댈 수가 없읍네.
악 공 그래도 한 번 대 봅세.
영 감 여기서 모색을 댄들 무엇하겠나?
악 공 세상일이란 그런 것이 아니야. 모색을 대면 찾을 수 있을는지 모르지.
영 감 그럼 바로 대지. 난간 이마에 주게턱 웅게눈에 개발코, 머리칼은 다 모즈러진 빗자루 같고 상통은 깨진 바가지 같고 한 손에 부채 들고 또 한 손엔 방울 들고 키는 석 자 세 치 되는 할맘이올세.
악 공 옳지, 그 할맘이로군. 바로 등 너머 굿하러 갔읍네.
영 감 에에, 고놈의 할맘 항상 굿하러만 다녀?
악 공 할맘을 한 번 불러봅소.
영 감 여기 없는 할맘을 불러 무엇합나?
악 공 그런 것이 아니야. 한 번 불러봅세.
영 감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으나 하라는 대로 해 보지, 할맘!
악 공 너무 짧아 못 쓰겠읍네.
영 감 할마암!
악 공 그것은 길어 못 쓰겠읍네.
영 감 그러면 어떻게 부르란 말입나?
악 공 전라도 제주 망막골에 산다니 시나위청으로 한 번 불러봅소.
영 감 (시나위청으로) 절절 절시구 저저리 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절시구, 우리 할맘 어디를 갔나, 채석강 명월야에 이적선 따라갔나.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 따라 갔나. 우리 할맘 찾으려고 일원산(一元山), 이강경(二江景), 삼부여(三夫餘), 사법성(四法聖), 강산 천 리 다 다녀도 우리 할맘 못 찾갔네. 우리 할맘 보고 지고. 칠년 대한 가문 날에 빗발같이 보고 지고. 구 년 홍수 대홍수에 햇발같이 보고 지고. 우리 할맘 만나보면 눈도 대고 귀도 대고 연적 같은 젖을 쥐고 신짝 같은 혀를 물고 건드러지게 놀겠구만. 어느 델 가고 날 찾을 줄 모르는가? (굿거리 곡으로 한쪽으로 가면 미얄이 다음과 같이 부르며 등장한다.)
미 얄 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좋네. 절절 절시구 거 누가 날 찾나? 상산사호(商山四皓) 네 노인이 바둑 두자고 날 찾나? 춤 잘 추는 학두루미 춤을 추자고 날 찾나? 수양산(首陽山) 백이 숙제(伯夷叔齊) 채미 하자고 날 찾나?
영 감 (굿거리 장단에 춤을 추며 다음과 같이 부르며 미얄 쪽으로 가다.) 절절 절시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 절시구, 할맘 찾을 이 누가 있나. 할맘 할맘 내야 내야.
미 얄 (깜짝 놀래며 서로 부등켜 안는다) 이게 누구야 우리영감 아니가? 아무리 보아도 우리영감이 분명하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드니 이제야 우리 영감을 찾았으니 참 반갑시다.
영 감 할맘 그동안 어디어디에 찾아다녔읍나?
미 얄 아이구 영감 말두 마시요. 영감을 찾으려고 산으로 천리, 수로로 천리 육로로 천리 삼천리 강산을 무른 메주 밟듯 할 적에 면면촌촌이 참참나무 곁곁이 가랑일새새 바위틈틈이 모래짭짭이 다 찾아다녀도 영감 비슷한 영감 없더니만, 오늘에야 영감을 만나고 보니 참 반갑구려. 그런데 영감은 나하고 이별 한 후 어디를 다니며 지냈읍나?
영 감 그 험한 난리에 할멈과 이별한 후 나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온갖 고생을 다 하였소.
미 얄 그러고 저러고 영감 머리에 쓴 것 무엇입나?
영 감 내 머리에 쓴 것 내력을 들어보아라. 아래녁을 당도하여 이곳 저곳을 다녀도 해먹을 것이 있어야지 땜장이 통을 절머 메고 다니다가 산대도감을 만났더니 산대도감 말이 인왕산 모르는 호랑이 어데 있으며 산대도감을 모르는 땜장이 어디 있느냐? 너도 세금을 내라고 하기에 세금이 얼마냐 물은 즉 세금이 하루에 한돈 팔푼이라고 하기에 그 세금 한번 뻐근하구나. 벌기는 하루에 팔푼인데 세금은 하루에 한돈 팔푼이라 한 돈을 더 보태야겠구나. 그런 세금 난 못 내겠다 하니까 산대도감이 달려들어 의관탈파 당하여 어디 머리에 쓸 것이 있더냐 마침 땜장이통속에 개가죽 털이 있기에 그들으로 관을 지어 쓰니 내가 동지벼슬이다.
미 얄 뭐어임자가 무슨 벼슬 동지? (울며 노랫조로) 저놈의 영감 꼴 좀 보소 일백 열두 도리 통영갓 대모 풍잠은 어데두고 공단 뒤막이 임모망건 어디다 버리고 개가죽관이란 웬말이나? (대사조로) 그러나 저러나 영감 오랫만에 만났으니 얼싸안고 춤이나 추어봅세……
미얄영감 (동시에) 반갑구나 얼―싸 (굿거리 장단에 춤을 춘다)
덜머리집 (영감과 미얄이 한참 춤을 추는데 한쪽에서 춤을 추며 등장)
영 감 (미얄과 춤을 추다가 덜머리집을 보고 그곳에 가서 어울려 춤을 춘다 미얄은 한쪽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것을 본 영감은 얼른 할멈있는 곳으로 와서) 쉬이―(춤과 장단 멈춘다) 할멈 오래간만에 만났으니 아이들 말이나 물어봅시다. 처음 난 문열이 그놈은 어떻게 자랐나?
미 얄 : 아이고 그놈의 말맙소 휴우 (한숨을 쉰다)
영 감 웬 한숨만 쉽나? 어떻게 되었나 말합세.
미 얄 아 영감 하도 빈곤하기에 산으로 나무하로 갔다가 호랑이에게 물려갔다오.
영 감 뭐야? 인제는 자식도 죽이고 아무 것도 볼 것 없으니 나하고 너하고 영영 헤어지고 말자.
미 얄 여보 영감 오래간만에 만나서 어찌 그런 말을 합나?
영 감 듣기 싫다. 자식도 없는데 너와 나와 살 재미가 조금도 없지않나?
미 얄 헤어질려면 헤어집세 (덜머리집을 가리키ㅁ) 이놈의 영감 저렇게 고운 년을 얻어두었으니까 나를 미워하지 이별하면 같이 이별하고 미워하면 같이 미워하지……이년 너하고 나하고 무슨 웬수가 있길래 저놈의 영감을 환장을 시켰나 네년 죽이고 나 죽으면 그만이다(달려들어 덜머리를 때린다)
덜머리집 아니고 사람 살리유 (운다)
영 감 (미얄을 때리면서) 너 이년 용산쌈개 덜머리집이 무슨 죄가 있다고 때리느냐? 아 더러운 년 구린내 난다.
미 얄 너는 저런 년에게 빠져서 이같이 나를 괄세하니 나도 너 같은 놈하고 더 이상 살기 싫다. 너하고 나하고 같이 번 세간이니 똑같이 노나가지고 헤어지자. 어서 노내라.
영 감 그래라, 노느자, 물이 층층 수답이며 사래찬 밭은 나가지고 제비 같은 여종이며 날매같은 남종일랑 새끼쳐서 나 가지고 황소 암소 새끼쳐서 나 가지고 황소 암소 새끼쳐서 나가지고 곡식 안 되는 노리마당 모래 밭데기 너 가지고 숫쥐, 암쥐, 새양쥐까지 너 가지고 네년의 새끼 너 다가져라.
미 얄 이봅소. 영감. 어찌 그런 야속한 말을 합나. 어서 더 갈라줍소
영 감 아 이년 욕심봐라 똑같이 잘라줍소? 에잇 이년 다 부수고 말겠다. 꽝꽝 짓보아라. (굿거리장단에 짓모는 춤을 춘다)
미 얄 이봅소 영감 다른 것은 다 짓모아도 사당일랑 짓모지맙소, 사당 동리나면 어찌하오
영 감 흥 사당동리 날라면 나라지 (여전히 짓모는 춤을 추다가 갑자기 쓰러진다)
미 얄 잘되었다. 이놈의 영감 사당 짓지 말라해도 내 말 안 듣더니 사당동리나 죽었구나. 동래방래 코 크고 키 큰 총각 우리영감 내다 묻고 나하고 살아보세. 이놈의 영감 눈깔은 벌써 까마귀가 파먹었구나
영 감 (큰소리로) 야야야……
미 얄 죽은 놈의 영감이 말을 하나?
영 감 (벌떡 일어나며) 가지 죽어서 말을 한다. 너 이년 무엇이 어쩌구 어째 키 크고 코 큰 총각 나하고 삽세? (미얄을 때린다)
미 얄 이놈의 영감 나 싫다더니 왜 날 때려 (운다)아이고 아이고 사람 죽는다.
영 감 야 이년아 뭐야? (영감이 계속 때리자 미얄은 악을 쓰다쓰러져 죽는다) ―사이음악― 야 이것이 죽지 않았나? 성질도 급하기도 해라 (미얄을 들여다 보고 죽은 것을 확인하고) 아이고 아이고― 불쌍하고 가련하다. 이렇게 갑자기 죽단 말이 웬말이냐? (노랫조로) 신농씨 생백초하야 모든 병을 고치라고 원기부족에는 육미 팔미 십전대보탕 비위 허약한 댄 삼출탕 주체에는 대금음자 회충에는 건리탕 구토에는 복영만하탕 감기에는 채록산 관격에는 소쳏솬 방사 후에는 쌍화탕 이러한 영약들이 세상에는 가득하건만 약 한첩 못써보고 갑자기 죽었으니 이런 기막힌 데가 어데 있나? (이때 덜머리집이 나가려하니까 영감은 그곳으로 가서 한참 어울려 희롱하다가 퇴장한다)
남강노인 (흰수염에 갓을 쓰고 담뱃대를 들고 등장) 에헴―아니 이것들이 무슨 싸움을 하는고? 오래간만에 만나드니 사랑싸움인가 동네가 요란하구나 (쓰러져 있는 미얄을 한참 바라보고 가서 죽은 것임을 안다) 아이고 이것이 이것이 웬일이냐? 지독하게도 죽었고나 동네사람들 이것 좀 보소 미얄 할멈이 죽었구료 아이고 불쌍하고 가련하여라. 영감을 잃고 가진 고생을 하더니만 그만 죽고 말았구나―이것을 어찌하노 기왕 죽었으니 죽은 혼이라도 좋은 곳 극락세계로 가라고 만신이나 불러 굿이나 하여 줄 수밖에 없다. 만신 부르러 갑네……(남강노인 만신을 부르러 가면 목중 둘이 들어와서 미얄을 들고 나간다. 남강노인은 향로와 잔대가 있는 상을 받쳐들고 앞에 오고 뒤엔 만신이 부채와 방울을 들고 나온다. 중앙쯤에 상을 놓고서 무당이 춤을 추며 굿을 하면 남강노인은 공수를 받고 서 있다.
무 당 혼이라고 왔다가오 넋이라도 왔다가오. (후렴) 에에 어이야 넋이라도 왔다가오 혼이로다 넋이로다 무지공산에 삼은 혼령 (후렴) 에ㅔ 어이야 무지공산에 삼은 혼령 (무당 한참 춤을 춘다) 에에―에에―왔소 왔소 내가왔소 만신의 입을 빌고 몸을 빌어 내가 왔소이다. 영감을 잃고 영감을 만나 소원을 이루잤더니 뜻밖에도 억울한 죽음을 당하였구려……(운다) 넋은 넋반에 혼은 혼반에 담아 극락세계 연화봉으로 가게하옵소서…… (춤을 격하게 춘다) (만신의 굿이 절정에 오르면 출연자 전원이 등장한다. 굿이 끝나게 되면 다함께 활활 타오르는 불 속으로 가면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곳을 향하여 삼배를 한다.)
핵심정리
* 작자 및 연대: 미상
* 갈래: 탈춤대본(구비희곡문학), 황해도 일대에 분포된 탈춤(假面劇)의 하나.
* 성격: 풍자적
* 의의: 해학적, 풍자적, 비판적 서민 예술
* 주제
(1) 승려의 파계와 허위에 대한 풍자와 비판
(2) 양반의 허세, 허위에 대한 풍자와 비판
(3) 남성의 횡포에 대한 비판
* 표현: 과장, 익살, 패러디
* 배경
(1) 시대적 배경 : 중세 근세 (18세기)
(2) 사회적 배경 : 신분질서의 붕괴
(3) 공간적 배경 : 황해도 봉산 지방
* 특징: 연희 형식은 염불, 타령, 굿거리곡 등에 맞춤이 추가되고 이에 몸짓과 동작과 재담과 노래가 따르는 가면 무극이다. 가면은 눈망울이 큰 것이 특징이며 대사는 어느 가면극보다 漢詩의 패러디가 많다. 놀이의 비용은 읍민들과 상인들의 염출로 조달했으며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되었다.
* 국문학사상 의의: 한국의 독자적인 연극 미학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으며 조선 후기의 비판적 민중 의식을 대변한 점에 큰 의미가 있다.
구성(전체 7과장)
(1) 제1과장(4상좌춤) : 흰 장삼을 입고 붉은 가사를 메고 고깔을 쓴 4명의 상좌가 사방(四方)의 신에게 배례(拜禮;절하는 의례)하는 의식무이다. 원래는 남자가 상좌 탈을 쓰고 춤을 추었으나 일제 때 흥행을 위해 비속화되어 기생들이 동원되었으며 얼굴 자랑을 위해 탈까지 쓰지 않았다.
* 상좌 넷이 등장하는데 모두 흰 장삼(長衫)을 입고 붉은 가사를 메고 고깔을 썼다. 등장 절차는 목(먹)중(검은 물을 들인 장삼 입은 중) 하나가 상좌를 업고 달음질하여 등장. 불림을 하고 타령곡에 맞추어 장내를 한 바퀴 돈 다음 악사대(새면) 앞에 상좌를 내려놓고 퇴장한다. 둘째, 셋째, 넷째도 같은 방법으로 등장한다. (봉산탈춤을 시작하기 위한 의례 성격)
(2) 제2과장(8목중춤) : 8명의 목중들이 차례로 등장하여 주로 사설과 춤으로 각각 자기 소개를 하는 춤놀이. 법고놀이.
* 제1경(목중춤): 목중 8명이 차례로 나와서 타령 장단에 맞추어 장내를 돌아다니며 신나게 춤을 춘다.
* 제2경(법고 놀이): 목중들이 등장, 법고를 치면서 놀자는 것을 ‘벗고 놀자'와 혼동해서 쓰면서 외설스러운 대사를 주고받는다.(파계)
(3) 제3과장(사당춤) : 사당(寺黨)과 거사(居士) 7명이 흥겨운 노래를 주고받는다.
(4) 제4과장(노장춤) : 노장이 소무의 유혹에 빠져 파계하고, 취발이가 노장에게서 소무를 빼앗음으로써 노장을 희롱함.
* 제1경(노장춤) : 목중들이 육환장을 어깨에 메고, 노장을 끌고 탈판으로 들어와서 노장을 능욕하다가, 화려하게 치장하고 머리에 족두리를 쓴 소무(小巫)를 데려다 놓고 퇴장한다. 노장은 소무를 발견, 소무의 마음을 사려고 염주를 소무의 목에 걸어주기까지 한다. 소무가 처음에 이를 뿌리치자, 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굴을 정돈한 뒤 다시 자신의 염주를 소무에게 걸어주자 이를 받아들여, 결국 생불이라고 하던 노장이 소무의 요염한 교태와 유혹에 빠진다.
* 제2경(신장수춤) : 노장과 소무가 어울려 놀 때 신(履)장수가 등장한다. 신장수가 노장에게 신을 팔려고 신 짐을 푸는데, 짐 속에서 원숭이가 나와 신장수의 행동을 흉내낸다. 노장은 자신과 소무의 신발을 사고나서 신발값을 받으려고 하는 신장수에게 대신 협박하는 내용의 편지를 써준다. 이에 신장수는 도망간다.
(5) 제5과장(사자춤) : 사자(獅子)로 하여금, 노장을 파계시킨 파계승들인 목중들을 징계하게 함. 취발이가 시켜서 노장을 파계시킨 것이니 진심으로 회개하여 깨끗한 도를 닦는 중이 되겠다고 하며 용서를 비니 목중을 용서하고 한 바탕 춤을 추다가 퇴장한다.
(6) 제6과장(양반춤) : 양반집의 머슴인 말뚝이가 양반 형제들을 희롱함.
(7) 제7과장(미얄춤) : 미얄과 염감은 난리통에 헤어져 전국을 떠돌다가 탈춤놀이판에서 만난다. 만나자마자 애를 낳는 시늉을 하지만 제대로 못하고 싸움만 한다. 그동안 사연을 말하는데, 영감은 땜장이로, 미얄은 아들과 함께 있었는데 그 아들은 나무하러 갔다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영감이 헤어지자고 한다. 이때 영감의 첩인 용산 삼개 덜머리집의 등장으로 싸움은 더욱 심해지고 결국은 미얄이 죽고 만다. 영감은 온갖 약을 써 보지만 보람이 없이 죽은 것이다. 남강 노인이 등장하여 미얄을 극락세계로 보내기 위해 무당을 불러 미얄할멈의 원혼을 달래는 무당굿을 한다.
→ 풍자의 대상 : 목중, 노장, 양반, 미얄 등
전승노력
* 전수자: 18세기 사람으로는 안초목의 이름이 전해지고, 1930년대에는 이동벽, 김진옥, 민천식 등이 전수하여 월남함. 이들에게서 채록하여 서울에서 전승이 가능해짐
* 1967년 중요 무형문화재 제17호 지정, 보호, 전수
봉산탈춤의 역사
약 200여년 전부터 해서 일대(황해도)의 남북직로상에 위치한 주요한 읍 및 장터인 황주, 봉산, 서흥, 평산 등지에서 성행하다가 황해도 전역에 퍼진 민속극으로, 조선조의 사신 맞이 행사로 동원되면서 널리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요 읍들은 농산물과 수공업 생산물의 교역지이며, 또한 탈춤 공연을 뒷바라지할 만한 경제적 여건들을 갖추고 있었기에 흥행이 가능했다. 봉산탈춤은 극의 과장과 내용으로 보아 <산대도감> 계통의 한 분파인 '해서형(海西型)'이다. 이 봉산탈춤이 탈춤의 대표가 된 것은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에 와서의 일이다.
연출 형식
* 악기 및 장단:양주 별산대와 대동소이하여 피리, 젓대, 북 장고, 해금으로 구성된 이른바 3현 6각(三絃六角)으로 연주되는 염불, 타령, 굿거리곡 등에 맞춘다.
* 구성: 장단에 맞춘 춤이 주가 되고, 이에 몸짓과 동작과 재담, 그리고 노래가 따르는 가면 무극으로, 가무적 부분과 연극적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 가면 및 의상: 가면은 처음에는 나무로 제작되었으나 봉산 탈춤 중흥자인 안초목에 의해 종이로 제작되었고 그 모양은 양주 별산대의 가면보다 요철 굴곡이 심하며 눈망울이 크다. 의상은 무당 옷을 징발하여 썼다 하며 그런 탓인지 몹시 화려하다.
* 대사: 어느 가면극보다 한시 구절의 인용과 패러디(풍자)가 많다. 이는 지방 이속들이 탈춤을 세습하고 단체를 유지해 온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연희자: 연희자는 모두 남자였고, 지방 이속들이어서 사회적으로 천시되지 않았고, 연기는 세습되었다. 1920년대에 들어와 기생조합이 생긴 이래로 남자 대신 기생들이 상좌나 소무를 맡게 되고 얼굴 자랑을 위해 탈을 쓰지 않았다 한다.
* 연희 시기: 이북 지방의 큰 명절인 단오절에 주로 연희되었다. (남부 지역엔 정월 보름날)
* 성격 및 의의: 원래는 벽사 의식의 하나로 신앙적 성격이 강했으나, 지금은 오락적 요소가 더 우세한 가운데 민속극 중에서 대표적 가면극으로 군림하고 있다. 1967년 중요 무형 문화재 제 17호로 지정되어 전통 민속 예술의 보존 차원에서 보호받고 있으며, 그 전수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해설 1
‘봉산 탈춤’의 구성은 우리 민속극이 다 그러하듯이, 현대극처럼 첫 과장(科場)부터 끝 과장까지 연속체로 된 드라마가 아니고, 주제별로 된 몇 개의 드라마가 옴니버스 스타일로 한 테두리 속에 들어 있는 특이한 구성이다.
‘봉산 탈춤’은 목중, 노장, 양반, 미얄의 독립된 네 개의 놀이에 사당춤, 사자춤, 원숭이 놀이가 곁들여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해설 2
봉산 탈춤의 연출 형식은 양주 별산대놀이와 대동소이하여 피리, 젓대, 북, 장고, 해금으로 구성된 이른바 삼현 육각으로 연주되는 염불, 타령, 굿거리곡에 맞추어 춤이 주가 되고, 이에 몸짓과 동작과 재담과 노래가 따르는 가면 무극으로 가무적 부분과 연극적 부분으로 그 구성을 대별할 수 있다.
그 춤은 중부 지방에 남아 오는 양주별산대놀이 춤이나 느린 사위로 긴 장삼 소매를 고개 너머로 휘두르는 동작의 해주 탈춤형의 장삼춤에 비하여 활발하며, 장삼 소매를 휘어잡고 뿌리거나 한삼을 경쾌하게 휘뿌리면서 두 팔을 빠른 사위로 굽혔다, 폈다 하는 깨끼춤이 기본이 된다.(중략)
봉산 탈춤 대사는 어느 가면극보다도 한시 구절의 인용과 패러디 등이 많아 지방 이속(吏屬)들이 세습적으로 전해 왔음을 방증한다고 하겠다.
그 내용은 양주 별산대놀이의 주제와 대동소이하며 과장은 크게 7과장으로 나누어, 제1과장 사상 좌춤, 제2과장 팔목중춤, 제3과장 사당춤, 제4과장 노장춤, 제1경 신장수놀음, 제2경 취발이놀음, 제5과장 사자춤, 제6과장 양반춤, 제7과장 미얄춤 등이 된다. 이 중에서 팔목춤, 사당춤, 사자춤 과장이 양주 별산대놀이와 다르다. 봉산 탈춤은 결국 목춤, 노장, 양반 및 미얄의 독립된 네 개의 놀이에 사당춤, 사자춤, 원숭이놀이가 곁들여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 (중략)
봉산 탈춤의 길놀이는 탈놀이에 출연하는 일부가 악공의 주악을 선두로 사자, 말뚝이, 취발이, 포도부장, 소무, 양반, 영감, 상좌, 노장 그리고 남강 노인의 순서로 열을 지어 읍내를 일주한다. 이 때, 원숭이는 앞뒤로 뛰어다니며 장난한다. 일주하는 도중에 광장에 이르면 행렬자는 모두 어울려서 한참 춤을 추고, 다시 열을 지어 지정된 몰이터로 가서 본격적인 탈춤을 시작한다. 원숭이와 사자는 놀이판이 좁아지면 관객을 정리하여 이를 넓히는 일도 한다. 근래에는 봉산에서는 길놀이가 없었고 나무판에 광고문을 적어 사방에 붙였을 뿐이라고 한다. (중략)
탈판은 낮에는 단오놀이의 씨름과 여자들의 그네뛰기에 사용되었고, 야간에는 장작불을 피워 놓고 밤새도록 탈놀이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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