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Butter
버터는 식용유의 일종으로, 우유 속 지방을 모아서 고체의 형태로 가공한 것을 가리킨다.
버터는 역사가 대단히 오래된 식품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가축을 키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등장했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이 개발한 후 주변 지역으로 전파된 것으로 보이는데 소, 염소, 양, 야크 등의 젖에서 얻어낸 지방질을 허공에 걸어둔 가죽 주머니에 넣어 수평으로 저어서 버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오래된 방식이었다.
기원전 3500년 수메르의 기록이나 기원전 1500년 이집트의 기록에 버터가 나오는 것을 보면 고대 문명 초기에 이미 유목 세계로부터 농경 세계로 버터가 전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알려졌다는 것과 그것이 널리 사용되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고대 로마의 정치인이자 역사학자 대플리니우스(Gaius Plinius, 23~79)가 버터를 두고 ‘야만인의 음식’이라고 한 것을 보면 대충 분위기 파악이 가능하다.
당시에는 우유 대신 염소와 양의 젖을 사용했다(소는 염소와 양을 가축화한 후, 몇천 년이 지나서야 가축화된다). 다만 따뜻하고 습한 지방에서는 치즈보다 보존성이 나쁘기 때문에 지중해 근처에서는 그다지 발전되지 않았고, 로마인들은 북쪽 야만인들이나 먹는 저질 음식으로 비하했지만 의료용으로는 쓸모가 있다고 보았다.
당시에 스칸디나비아, 독일, 영국이나 게르만 지역, 북부 프랑스 등 서북 유럽에서는 버터를 많이 사용한 반면 프랑스 중남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튀르키예, 포르투갈 등 지중해 지역에서는 올리브유가 최상의 음식 재료였다.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올리브유는 문명의 상징이었다.
북쪽은 버터, 남쪽은 올리브유라는 이분(二分) 구조는 문명 초기부터 형성되어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버터와 올리브유가 서로의 지역에 많이 보급되어 들어갔지만, 심지어 오늘날에도 이 구분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다. 기후 영향도 크게 작용하는데 따뜻하면 버터를 잡았을 때 체온에 녹아버리고 더우면 손대지 않아도 녹는 사용성과 더불어 추운 나머지 작물이 쉽게 자라지 않아 식물성 오일을 구하기 힘든 점 등이 작용한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과도 연결되는 음식인데, 가톨릭에서 사순절 등의 기간에 동물성 음식을 제한하는 기준에 버터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남유럽계의 나라들은 올리브유라는 대체재가 풍부해서 며칠 버티면 그만이었지만 북유럽은 기후로 인해 식물성 기름을 생산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동물성 지방인 버터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 높으신 분들이야 교회법을 어긴 죄를 지었으니 교회에 그 죄에 대한 대가로 막대한 기부금을 바치고 먹을 수 있었지만 이를 부담할 수 없는 서민들은 이 기간동안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 때문에 유럽을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로 나누는 지역적인 구분에 버터 문화권이냐 아니냐로 구분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도 있다.
유목 문화권인 몽골, 튀르키예, 베두인 유목민들에게 버터는 요구르트와 치즈만큼 중요한 저장 식품이다. 잘 만든 버터는 상온에서도 꽤 오래 보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버터는 우유크림에서 수분을 분리해냈지만 그래도 수분이 10% 이상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실온에 오래 노출되면 곰팡이가 번식한다. 전통적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몽골, 튀르크권에서는 버터를 뭉칠 때 소금을 섞었으며 인도에서는 아예 버터를 끓여서 수분을 완전히 날려버린 기를 만들어 장기보관했다. 특히 기는 실온에서도 1년은 족히 보관할 수 있다.
인도의 '기'(ghee)라는 정제 버터는 적어도 3천 년 동안 인도 요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며, 종교적으로도 순수함을 의미함과 동시에 불의 신 아그니에게 바쳐지는 신성한 음식으로 여겨져 왔다.
한국에서도 버터가 전래되기 전에 이미 고려와 조선 초기 때 거란, 여진족, 몽골의 영향으로 버터가 있었으며 이때는 수유(酥油)라고 불렀다. 하지만 버터를 만들 재료인 우유가 매우 귀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일상식으로 먹었던 것은 아니고, 죽이나 차에다가 넣어서 마시는 형태로 왕족이나 고관대작들의 보약으로 쓰였다. 고구려 때만 해도 육류 및 유제품 요리가 있었지만 고구려가 무너지고 발해가 들어선 이후 발해의 영토가 고려에 귀속되지 못하면서 그 명맥이 끊어졌고 한반도의 여건상 목축이 성행하지도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한우는 본래가 일을 하는 소였던지라 젖소와는 달리 젖을 많이 생산하지도 않았으며 우유 자체가 쉽게 상하는 식품이기까지 해서 유제품 요리가 없다시피 했다. 13세기에 유목 민족인 몽골의 영향을 받은 후에야 조금씩 유제품 요리가 생겨났다.
수유치(酥油赤)라는 구역에서 버터의 생산을 전담했고, 이곳에 거주하던 타타르 등 북방 민족 출신 사람들이 도축을 겸하며 버터를 생산했는데, 후술하겠지만 버터 생산이 워낙 중노동이기 때문에 일을 맡으면 군역이 면제되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군대에 가지 않으려는 장정들이 자기가 북방 민족 출신이라고 주장하며 위장 전입하는 등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에는 세종대왕이 버터 생산 중단을 명하면서 버터 생산의 맥이 끊겼다.
이 점에 있어서 고려 시대 때 버터를 접하게 된 곳인 몽골에서는 버터가 거의 유일한 식용유였지만, 한반도에서는 자생하는 소는 우유 생산량이 매우 적어 무의미했다. 다만 이후에도 수유 관련 기록이 조금은 있는 것을 보아 버터를 외국에서 수입하거나, 이전에 전수되어 왔던 제조법을 응용해서 버터를 만든 경우도 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세대별로 버터향과 맛, 풍미에 대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편이다. 버터 수요 증가 수입 활성화로 저렴한 버터가 수입되고 활용되며 수입량이 더 늘어나는 선순환이 생긴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갓 짠 우유에서 떠낸 크림을 가죽 주머니에 넣어 두들겨 패야 버터를 만들 수 있었다. 두들겨 패건 휘젓건 간에 오랫동안 수고해야 우유에서 크림이 분리되고, 그 크림을 또 한참 휘저어 줘야 지방 성분이 대부분인 버터가 만들어진다.
집에서 버터를 만드는 법
준비물
신선한 생크림, 깨끗이 건조된 볼(bowl)과 깨끗이 건조된 거품기, 혹은 흔들기 좋은 병이나 페트병 등의 밀폐 용기
과정
- 생크림을 볼에 넣고 거품기로 젓거나 찰랑거릴 정도의 양을 용기에 넣어 밀폐시킨 후 흔든다.
- 생크림이 봉긋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계속 젓거나 흔든다.
- 휘핑크림 상태가 되면 상당히 단단해져서 젓거나 흔들기 힘들어진다. 그러나 계속 젓거나 흔든다.
- 휘핑크림이 더욱 단단해진다. 계속 젓거나 흔든다.
- 휘핑크림이 수분과 지방으로 분리되기 시작한다. 계속 젓거나 흔든다.
- 지방분은 서로 엉겨붙어 버터가 되고, 수분(버터밀크)은 따로 분리되어 아래쪽에 고이게 된다.
- 깨끗한 천이나 틀로 압력을 가해서 여분의 수분을 짜낸다.
집에 생크림이 없다면, 우유에서 생크림부터 분리하면 된다. 우유를 상온에서 24시간 정도 두면 지방 성분인 크림이 위로 뜨는데 이것을 걷어내 쓰면 된다.
빅토리아 시대 방식으로 버터 만들기
사실 핸드믹서나 믹서기 등의 기계만 있다면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 #
실제로 몇몇 연구 단체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옛날 방식대로 가죽 주머니에 우유를 담고 몽둥이로 두들겨서 버터를 만들어 보았는데, 1kg의 버터를 만든답시고 장정 4명이 우유 50 리터를 넣은 두터운 가죽 부대를 몇 시간이고 계속 두들겨 패야 했다. 게다가 워낙 힘들어서 우유에서 크림을 다 분리하지도 못하고 반쯤 걸러진 크림부터 모아서 버터를 만들었다. 이러다 보니 기계 없이 버터를 만들어 먹는다면 버터 위주로 먹어도 살이 빠질 것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과거 서유럽 사람들이 버터를 많이 먹고 육류를 많이 먹어도 성인병이 드물었던 것도 이런 중노동 때문에 그만큼 살이 빠지기 때문이었다는 설이 있다. 혹은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과 비슷한 식단이어서 그랬다는 설도 있다.
2010년대 이후 제품으로 나오는 생크림으로 만드는 방법은 중간에 기계적으로 정제가 한번 된 것이기 때문에 예전 방식으로 걸러낸 크림보다 유지방 농도가 훨씬 높아서 옛날보다는 만들기 쉽지만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
근대 이전까지 '교반기'(butter churn)라 불렸던 물건은 나무통이나 도자기에 피스톤 비슷한 막대기를 몇 시간이고 위아래로 움직여서 크림과 버터를 분리시키는 원리를 쓰는 기계이다. 맷돌만으로 콩을 갈아 두부 만드는 것만큼이나 괴로운 수준이다.
과거에 이렇게 만들기도 어렵고, 사 먹으면 비싼 데다가 풍미라고는 기껏해야 소고기와 조금 비슷한 정도의 우유 맛밖에 안 나는 버터를 굳이 먹었던 것은 애초에 기름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저렴하고 구하기도 쉽기 때문이었다. 얻으려면 어쨌든 동물을 죽여야만 하는 동물성 기름은 애초에 논할 거리도 못되고, 그다지 발달하지 못한 과거의 기술로는 특정 지역에선 식물에서 기름을 짜내는 것도 요원했다.
문화적인 이유도 있긴 하지만, 버터를 주로 먹는 나라 중에는 애초에 식용 기름을 짜낼 수 있는 방법이 목축업뿐인 지역도 있다. 지중해권의 대표적인 기름 추출용 작물인 올리브는 따뜻한 해안 지역이 아니면 자라지가 않는다.
생선 기름의 경우 고래나 정어리와 같은 어류에서 기름을 얻으려면 일단 지역이 바다를 접해야 하는데다 생선 기름 특유의 악취도 있고 걸러내지 못한 불순물로 인해 빠르게 산패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당시의 식량 생산력을 감안하면 그냥 생선째 먹는 게 훨씬 나았다.
게다가 현재 사용되는 식물성 기름 중에는 과거의 기술력으로는 아예 생산이 불가능한 것들도 있다. 버터야 일단 유럽/아메리카/중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에서는 동아시아권보다 우유가 흔한 편이었고 크림을 치대기만 하면 어쨌든 집에서도 만들 수 있었다. 프랑스를 제외하면 주로 종교 개혁의 영향 때문에 알프스 이북으로 버터가 일상화되었다는 설도 있다.
전통 기구를 사용하여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과정
제조
우유에서 크림과 분리하면 크림은 버터를 만들고, 남은 것은 저지방 우유로 판다. 정확하게는 버터밀크 혹은 스킴밀크라고 불리는 부류. 이것들은 유지방이 거의 없는 편이고 스콘을 만들 때 주로 넣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잘 발매하지 않는다. 여기에 다시 유지방을 따로 첨가해 지방량을 조절해서 파는 게 그 흔한 저지방 우유다. 하지만 크림이 빠진 우유는 그 맛이 매우 시다. 오죽하면 버터밀크가 고역의 상징이 될 정도이다. 옛날 아일랜드에서 영국에 의한 수탈이 심했을 때는 버터밀크와 감자만으로 근근히 살아가곤 했다.
만드는 과정에서 생크림을 미리 유산균으로 발효시켜 사워크림으로 버터를 만들거나, 버터 자체에 유산균을 접종시켜 '발효 버터'로 만들 수 있다. 특유의 시큼하고 풍부한 풍미가 있어서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것만 찾는다. 이를 흔히 '데어리 스프레드'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데어리 스프레드는 발효 버터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이전까지 전문 재료상이 아니면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웠으나, 21세기 들어 버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에서도 쉽게 발효 버터를 구입할 수 있다. 발효를 거쳤는지 여부는 버터마다 달라서 원재료명을 확인해 보아야 알 수 있다.
만약 원재료에 유크림 100%나 소금 정도만 써 있다면 그냥 버터고 유크림 외에 1~0.2%가량의 유산균, 종균, 배양액, 컬처 등 발효 성분이 적혀있다면 발효 버터다. 더 쉽게 구분하는 방법으로는 버터의 국적을 확인하면 된다. 국산 버터는 대부분 발효하지 않은 그냥 버터이다. 국산 원유로 국내 제조한 발효 버터도 출시되어 있으나 가격이 일반 버터에 비해 비싸다.
서유럽산 버터, 특히 프랑스·덴마크·아일랜드산 버터는 거의 다 발효 과정을 거친다. 버터 특유의 발효취와 산미를 중시하기 때문. 한편 버터를 많이 사용하는 유럽/아메리카/중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에서는 발효 버터와 구분되는 그냥 버터를 '스위트 버터' 또는 '스위트 크림 버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린이용 과학책에서는 버터가 노란색과 흰색이 있는 이유가 젖소에게 어떤 걸 먹였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여름에 생풀을 먹는 젖소에게서 짠 우유로 만든 버터는 노란색을 띠고, 겨울 동안 건초를 먹인 젖소에게서 짠 우유로 만든 버터는 흰색이라는 것이다. 방목하는 뉴질랜드산 앵커버터는 노란색, 서울우유 버터는 흰색인 것을 보면 사실일지도 모른다. 이 사실은 소설 초원의 집에도 언급되어있다. 여기서 주인공의 엄마는 당근즙을 넣어 겨울에 만든 흰 버터를 노란색으로 물들인다. 다만, 현대에는 식용 색소를 첨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색상만 가지고 영양가를 논하는 것은 어렵다.
소금이 들어가냐 안 들어가냐에 따라 무염 버터와 가염 버터로 나뉜다. 무염 버터는 소금이 안 들어가서 보존성이 좋지 않다. 이에 따라 가격도 비싼 편이다. 무염 버터의 경우 소금 함유량을 제대로 측정해야 하는 제과제빵에 쓰이거나 소금이 들어가지 않는 초콜릿에 쓰인다.
가공 버터
버터와 생크림만큼은 버터의 대용품인 마가린이나 식물성 크림보다 확실히 풍미가 좋다. 동물성 100%라는 광고를 괜히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낙농업 부지가 적어서 우유 생산량 절댓값이 적은 탓에, 유지방 100% 버터보다 가공 버터 제품이 훨씬 많다. 해당 가공 버터의 재료를 보면 버터만이 들어간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무게에 비해서 비교적 싼 제품의 경우 유지방이 아닌 쇼트닝이 들어간 제품이 있으니 주의하자.
국산 제품은 서울우유 기본 버터를 제외한 대부분 제품이 가공버터다. 제품 이름을 봤을 때 버터 이외의 수식어가 붙은 종류는 야자유 마가린이 대부분인 가공 버터일 가능성이 높다. 일단 식품 분류가 '버터'인가 '가공 버터'인가 체크해 본 다음 성분 표시를 보는 게 좋다. 불신(?)의 아이콘인 라인 캐릭터 문이 있음에도 생각보다 유익한 정보 글 참고.
가공 버터는 팜유 같은 다른 기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영양 성분 표시에서 식물성 유지가 든 것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먹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다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2010년대 후반 이후의 마가린과 쇼트닝 제품의 경우 트랜스프리(트랜스지방 0%)로 표기해도 좋을 만큼 트랜스지방의 함량을 크게 낮춘 경우가 많고, 버터가 오히려 인위적인 공법을 사용하지 않는 한 트랜스지방의 함량이 더 높다. 따라서 요즘에는 마가린이나 쇼트닝 제품의 트랜스지방보다 가공식품이고 유지방 외에 다른 성분이나, 식물성 기름들을 굳히기 위한 경화제, 유화제 등의 성분을 문제로 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영양 성분 상 동물성 기름이 식물성 기름에 비해 흡수력이 우세하므로, 인체에 필요한 필수지방산의 함량이 높아서 버터가 선호된다. 단순히 풍미 차이로 선호도 차이가 나지는 않는 것.
유럽과 미국에서도 가공 버터는 흔하게 찾아 볼 수 있는데 한국과 다르게 상품에 큼지막하게 쓰여있다. 애초에 가공 버터가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유는 가격도 이유겠지만 냉장 보관 시 굳어버리는 버터와 다르게 저온에서도 굳지 않는 지방이 들어간 가공 버터는 냉장고에서 갓 꺼내도 빵에 바르기 쉽다. 이 때문에 서구에서 가공 버터는 포장도 그렇고 이름도 그렇고 빵에 바르기 쉬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영양 및 건강
성분은 지방이 80% 이상에 수분은 18% 이하, 단백질도 약간 들어 있다. 우유에서 지방만 모아놓은 것이라 당연히 열량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버터 1숟갈(10~15g)의 열량은 약 100kcal으로, 단 3숟갈(40g 가량)만으로 밥 한공기에 맞먹는 열량을 내며, 100g당으론 720~750kcal라는 열량을 자랑한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지방은 소위 말하는 '탄단지'에 속하는 필수 영양소인데다가 사실 칼로리가 높지만 그 이상으로 포만감이 높으며, 인슐린을 자극하지 않아 포만감 호르몬 그렐린을 억제하고 절식 호르몬 렙틴을 촉진한다. 또한 포화지방이 몸에 나쁘다고 주장하는 측은 대부분 탄수화물 식을 정면에 내세우기에, 탄수화물과 포화지방을 비교한다면 당뇨환자 등 인슐린 저항성에 문제가 생긴 사람에겐 단연 포화지방이 우세할 것이다.
대부분의 성분이 지방이라서 질량 대 열량비가 가장 뛰어난 식품 중 하나이다. 극한의 추위를 버티며 썰매로 이동하는 극지방 탐험가들은 하루 6천 칼로리 정도를 먹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휴대용 식량으로 버터는 초콜릿과 함께 필수 요소다. 풀사이즈 버터 한 덩어리(대충 어른 한 뼘 길이의 직육면체)를 하루에 하나씩 먹으며 나머지 열량은 초콜릿, 흑설탕 등 고열량 식품과 필수 비타민으로 채우는 경우도 있다. 다만 버터로는 포만감 이외의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기 때문에, 장기적인 식단으로는 다른 영양소를 함께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버터는 수분 함량이 적기 때문에 영하 수십 도의 강추위에도 차갑고 단단하게 굳을 뿐, 얼린 페트병마냥 크게 팽창하지는 않기 때문에 포장이 찢어지거나 하는 일도 없다. 버터는 냉동 시 굉장히 오래 보관할 수 있는데, 냉동 보관 시 무염 버터는 반년, 가염 버터는 일년 정도는 괜찮다. 냉동하지 않아도 상당히 오래 보관할 수 있지만, 상온에서 공기 중에 방치할 경우 지방산이 산화 변성되어 시큼한 맛이 나게 된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버터를 버리지 않고 피부에 발랐다. 발이나 손의 피부가 튼 곳에 보습용으로 바르기도 하고, 미용을 위해 얼굴에 바르기도 했다. 상해서 시큼한 버터는 당연히 몸에는 해로우므로 먹지 말도록 하자. 가염 버터의 경우 염분 때문에 세균 증식이 어려워 상온에서도 상당히 오래 보관할 수 있다.
하버드 대학교 공공보건대학원에서는 포화지방 과다를 문제로 버터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엔 포화지방이 인슐린을 자극하지 않아 오히려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지만, 버터 속에 포함된 트랜스 지방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2000년대 초에는 동물성 지방에 대한 선호가 낮았지만, 트랜스 지방이 건강에 끼치는 해악이 공개되면서 자연스레 마가린과 쇼트닝 등 가공 유지의 선호가 많이 줄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가공 유지는 공법의 변화로 트랜스 지방을 0g이라고 표기해도 좋을 정도로 그 함량이 크게 줄어든 데 반해, 반추동물의 위장에서 자연스럽게 트랜스 지방이 형성되는 버터의 경우 서울우유 무염버터는 트랜스 지방이 100g당 2g가량 포함되어 있고, 2010년대 후반부터 베이킹 업계에서 애용하고 있는 뉴질랜드 앵커버터의 경우는 3.9g에 달한다. 실제 버터의 영양성분표를 보면 트랜스 지방이 2~5%정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에서의 하루 트랜스지방 섭취 기준이 2g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하루에 버터 100g 이상 먹지 않으면 괜찮은 양이다. 물론 버터를 100g씩 퍼먹는 사람은 없겠지만, 앙버터 같이 버터가 많이 들어있는 음식으로 알게 모르게 많이 먹게 될 수 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버터 시장이 매우 큰 서양에서도 한 사람이 한번에 식단에서 먹는 생버터의 양은 크지 않다. 버터 좋아하기로 유명한 프랑스인이 한국 빵집에서 파는 잠봉뵈르에 들어간 버터의 양을 보고는 깜짝 놀랄 정도라고 하니, 당연히 포션버터 정도를 먹는다 생각하지 큼지막한 버터덩이를 썰어서 느끼하게 먹는 음식이 아니다.
SBS에서 2010년 10월경에 방영한 '옥수수의 습격'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옥수수 대신 풀을 먹여 키운 소의 우유로 만든 버터를 먹었더니 체중이 크게 줄었다는 사례가 소개되었다. 아마 옥수수에 포함된 탄수화물과 오메가6의 섭취를 줄이고 오메가3 함량이 높은 동물성 기름의 섭취를 늘린 저탄고지 식단을 소개하는 취지의 방송에 가까울 것이다. 실제로 2010년대 후반부터는 탄수화물과 오메가6이 비만의 주 원인으로 꾸준히 지적되어왔다.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실온에서 물러지면 고유의 베타 결정형 구조가 파괴되어 풍미가 떨어지고, 한번 이렇게 되면 돌이킬 수 없다. 한편, 냉장보관하더라도 유지류 특성상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면 산패되며 심할 경우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소분하여 냉동실에 보관하고, 사용할 덩이만 냉장실에 옮기는 것이다. 이때 밀폐용기에 넣어두어야 버터가 냉장고의 잡내를 흡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버터는 갓 만든 순간이 가장 맛있고 그 뒤로는 시간 단위로 맛이 떨어진다. 물론 현대 가정에서 개인이 신선한 버터를 맛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맛의 달인에서는 완벽한 메뉴 측이 만든 지 30분도 안 된 버터를 이용해서 최고의 메뉴 측을 꺾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다.
활용
식용
다른 종류의 식용유가 가성비가 좋음에도 비싼 버터를 의도적으로 조리에 사용하는 이유는 주로 가열했을 때의 풍미와 약간 식었을 때의 고형 기름 특유의 바삭해지는 식감 때문이다. 전자는 대체할 방법이 없지만, 후자는 팜유경화유를 사용하면 비슷한 느낌이 난다. 음식에 넣으면 부드럽고 고소한 풍미가 올라와 각종 스프레드나 소스, 요리, 제과제빵 등에 다양하게 쓰인다.
수프나 각종 소스에는 녹인 버터에 밀가루를 볶은 루가 필수다. 양식 요리사들이 설거지 끝나고 제일 먼저 배우는 게 루 만들기와 수프 만들기이다.
조리용 기름으로 음식에 버터의 풍미가 베이기 때문에 유럽/아메리카/중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에서 자주 쓴다. 특히 프랑스 요리에는 이탈리아 요리에서 올리브유를 쓰는 빈도를 넘어서 녹인 버터에 반쯤 튀기듯이 굽는 레시피가 무척 많다. 버터를 섞은 반죽을 버터를 녹인 팬에 구워서 버터를 얹어 먹는 식이다.
정재형은 자신이 진행하는 모 케이블 TV 요리 프로그램에서 "프랑스 요리를 할 때는 뭔가 좀 부족하다 싶으면 버터를 두세 조각 넣으면 해결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폴레옹 3세가 서민들을 위한 버터 대체제로 마가린을 개발하도록 지원한 것도 그만큼 프랑스 요리에 버터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유럽/아메리카/중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요리에 있어 버터의 위치가 한국 요리의 마늘과 같은 위상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위에서 말했듯이 한식에서 뭔가 부족한 느낌이면 마늘을 좀 더 추가하면 대부분 해결되는 것처럼 유럽/아메리카/중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요리는 버터를 좀 더 추가하면 대부분 요리가 살아난다.
스테이크에도 사용된다. 소고기는 돼지고기에 비해 지방이 적으므로 퍽퍽한 느낌을 주기 쉬운데, 이때 쇠기름의 풍미를 살리면서 퍽퍽함을 줄이기 위해 같은 소에서 유래한 지방인 버터를 얹는다. 특히 스테이크의 내부를 익힐 때 버터를 녹이고 고기 위에 끼얹는 베이스팅으로 향을 입히고 속을 익힌다. 팬스테이크의 경우 버터에 마늘과 파슬리를 볶아 풍미를 첨가하기도 한다.
일반 버터는 발연점이 낮기 때문에 스테이크나 생선요리를 비롯해서 계란프라이 같은 팬프라잉에 사용하며, 고온 조리가 필요한 튀김(딥프라잉)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기 버터는 발연점이 일반 식용유보다 높아 튀김에 쓸 수 있다. 가끔씩 생으로 씹어먹어도 맛있다면서 생버터를 조금씩 베어먹는 괴인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심지어 카니발 같은 곳에서 먹거리를 파는 곳에는 버터 튀김이란 물건도 있다. 링크
커리에도 우유와 섞은 액상 형태로 들어가기도 하는데 이것이 위에서 자주 언급되던 '기(Ghee)'이다. 커리의 주재료로 들어가는 향신료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사용한다. 치킨 티카 마살라나 무르그 마크니 역시 버터가 필수로 들어간다. 커리나 볶음요리에 사용할 경우, 버터에 포함된 불순물 때문에 잘 타니 주의하자. 대신 60도 정도로 중탕하면서 불순물을 다 건져낸 정제 버터를 사용하면 안 탄다. 맛과 가격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허니브레드라는, 꿀에 적신 빵 위에 버터를 올린 요리가 있으며, 의외로 꿀의 향과 궁합이 좋다. 빵에 꿀과 버터를 섞어서 스프레드로 발라먹어도 맛있다. 특히 프레첼 같은 것. 괜히 허니버터 시리즈가 유명해진게 아니다. 꿀과 버터에 포함된 미묘하게 다른 산미가 서로의 달고 고소한 맛과 잘 어우러진다.
한국에서 파는 대부분의 간식빵은 반죽할 때 버터나 버터 대용품을 넣는다. 이렇게 버터를 넣고 반죽하는 빵 중에 대량판매되는 제품들 십중팔구는 마가린, 더 싼 것은 쇼트닝을 넣어 반죽한 빵이니 주의하자. 이런 유지류는 빵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제빵계의 3종 신기 중 하나다. 프랑스에서 크루아상의 경우 초승달처럼 휘어진 형태는 마가린, 휘지 않은 직선 형태는 버터를 사용해 만든 것으로 구분한다. 계란과 설탕이 부재료로 들어간 것은 간식빵으로, 영미권에서 주로 먹는 식사빵은 유럽에서는 보통 한국과 일본의 밥처럼 주식용으로 쓰는데 시간이 지나면 엄청나게 딱딱해진다. 바게트가 대표적인 예.
케이크나 쿠키, 비스킷 같은 제과류에도 많이 들어간다. 파이를 만들 때에는 차가운 버터를 얇은 책받침 비슷한 스크래퍼란 도구로 잘게 썰면서 밀가루와 섞는데, 이때 손이 닿으면 체온에 의해 버터가 녹아서 완성품의 바삭함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손이 안 닿게 하는 게 포인트다. 이렇게 반죽해야 공간이 많이 생겨 파이의 바삭한 맛과 푹신한 질감을 살릴 수 있다.
페이스트리의 경우 버터나 버터 대용품을 밀가루 반죽으로 싸 얇게 펴서 접고 다시 펴고 접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하는 식으로 반죽해서 만든다. 이렇게 하면 밀가루와 버터로 이루어진 여러 장의 겹이 생기는데, 이 겹이 바삭바삭한 페스츄리의 포인트다. 당연히 사람이 하다가는 어지간한 숙련자가 아닌 이상 지쳐 못하고 파이 기계의 힘을 빌려 쉽게 만든다.
제빵에서는 글루텐 형성이 잘되어야 쫄깃하고 맛있는 빵이 나오지만 제과에서는 글루텐 형성이 적어야 보슬보슬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나오는데 지용성인 버터가 수분을 차단해 글루텐 형성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 역할을 당근이나 사과에 많이 들어있는 펙틴이라는 물질이 대신할 수 있기 때문에 제과 레시피 중에서는 칼로리를 줄이기 위해 당근을 대신 넣는 레시피도 있다. 하지만 버터를 적게 넣으면 풍미가 떨어져서 둘을 섞는 경우가 많다.
의외로 간장과 궁합이 좋다. 유럽인/아메리카인/중동인/남아시아인/중앙아시아인들은 버터간장 소스를 흰살 생선 요리나 파스타에 사용하며,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버터간장 소스로 볶음밥을 만들거나 뜨거운 밥에 비벼 먹는다. 퓨전 쿠킹의 일종인 셈.
버터는 피부에 묻은 페인트를 지우는 데에도 사용된다. 버터와 비슷한 마가린도 페인트 희석 용도로 사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 과거에는 질 낮은 버터를 페인트 희석에 자주 사용하곤 했다. 단, 묻은 즉시 지우는 게 효과적이며, 피부에 묻고 시간이 흘러서 페인트가 굳고 나면 버터를 가열하여 녹인 다음에 페인트가 묻은 부위에다가 버터를 두껍게 발라둔 상태에서 10~15분간 두어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유성 에나멜 도료를 사용하여 공작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버터를 시너 대용으로 쓰기도 하는데, 일단 상온에서는 고체인만큼 쓰기 까다롭긴 하지만 그래도 인체에는 확실히 무해하다.
버터가 들어간 음식
방탄커피
의외로 커피에도 넣어 마시기도 하는데, 총알도 막아낼 만큼 강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Bullet Proof Coffee’)는 뜻에서 '방탄 커피' 로 불리고 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옛날 다방에서 어르신들이 주문해 먹었다는 날계란 띄운 커피나 쌍화차에서 날계란을 버터로 바꾼 것을 상상하면 된다.
빵: 여러 종류의 빵에 많은 양의 버터가 들어간다. 크루아상이 대표적이지만 먹었을 때 고소하고 감칠 맛이 나는 빵은 전부 버터가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다.
버터 비빔밥
버터 쿠키
버터스카치
앙버터
일본어로 팥소를 뜻하는 あん(앙) 과 버터의 조합으로, 버터 덩어리와 팥을 빵 속에 넣어 먹는게 인기를 끌었다.
케이크
커리
상술한 기(Ghee)를 넣고 그 위에 채소와 향신료를 넣는다.
쿠키
파스타: 알프레도 소스 같은 화이트 소스의 기본 재료가 버터이므로, 소스가 하얀 파스타에는 대량의 버터가 포함되어 있다.
허니버터칩
식용 외
프랑스를 포함한 남유럽의 지중해 문명에서는 올리브유를 식용으로 쓰고 버터는 식용 외 용도로 썼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버터를 화장품으로 사용했는데, 지중해 지방의 여름철에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 로션처럼 발랐다.
고대 로마인들은 의료용으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