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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許生傳), 박지원

Jobs 9 2022. 5. 3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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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전(許生傳), 박지원

 

발단 : 인물이 등장하고, 배경이 제시되며, 실생활을 등한시하는 가난한 선비 허생과 작가의 허구적 대리인인 허생의 아내가 제기한 문제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가 제시된다

허생은 묵적골(墨積洞)에 살았다. 곧장 남산(南山) 밑에 닿으면, 우물 위에 오래 된 은행나무가 서 있고, 은행나무를 향하여 사립문이 열렸는데, 두어 칸 초가는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인물의 처지, 사건 전개의 가능성 암시) 그러나 허생은 글읽기만 좋아하고(실생활을 등한시함), 그의 처가 남의 바느질품(삯바느질)을 팔아서 입에 풀칠을 했다.<호구지책(糊口之策)>
- 글 읽는 허생(인물과 배경 제시, 가난한 선비의 생활)

 하루는 그 처가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과거(科擧)를 보지 않으니<입신양명(立身揚名) - 아내가 생각한 글읽기의 목표), 글을 읽어 무엇합니까?"(공리공론 비판 - 실용주의 정신)

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독서<도(道) 깨우침>를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장인바치 일[실용정신]이라도 못 하시나요?"

"장인바치 일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속뜻은 무능)"

"그럼 장사[실용정신]는 못 하시나요?"

"장사는 밑천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글을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장인바치 일도 못 한다, 장사도 못 한다면, 도둑질이라도 못 하시나요?"[사건의 실마리 제공, 유교적 질서의 붕괴를 암시, 당시의 실사구시 정신을 반영, 글쓴이의 허구적 대리인으로 주제를 암시하는 말로 선비의 무능에 대한 신랄한 비판]
- 질책하는 아내(쓸모 없는 글읽기를 비난함. 실용적인 공, 상을 권유)

허생은 읽던 책을 덮어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글읽기로 십 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칠 년인걸……."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 집을 나서는 허생(글읽기를 포기함)

 

어구 풀이

묵적골〔墨積洞〕:  서울의 남산 밑에 있던 동네의 이름

사립문 : 잡목의 가지로 엮어 만든 문. 싸리문. 시비(柴扉). 시문(柴門) 참고로 사립( 笠) : 도롱이와 삿갓

칸 :  집의 간살의 수효를 세는 말 참고 칸: 공간의 구획이나 넓이를 세는 단위  간(間):'칸'과 유사한 의미로 관습적인 표현에만 남아 있음. 예) 초가삼간

품 :  어떤 일에 드는 힘 또는 수고

풀칠 : 근근히 먹고 삼. 연명(延命)

장인바치 : 물품으로 만드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공인(工人). '바치'는 접미사로 이런 부류의 사람을 낮추어 부르는 말 예) 갖바치

 

구절 풀이

허생은 묵적골〔墨積洞〕에 살았다. :  중심의 인물이 등장하고 공간적 배경이 제시되었다. 묵적골은 남산 아래에 위치한 마을로, 주로 남인(南人) 계통의 몰락한 선비들이 살고 있었던 공간 배경을 통하여, 인물의 신분과 처지를 암시하고 있다.

 

"그럼 장인바치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  사(士)·농(農)·공(工)·상(商)의 위계(位階) 중 사(士)만 절대 우위에 두었던 조선 시대에, 공·상을 사(士)와 동일하게 생각하는 부분으로, 작가의 실학 사상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밤낮으로 글을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

선비의 무능(無能)을 신란하게 비판한 부분이다. 실학 사상을 고취하고자하는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다.

 

"도둑질이라고 못하시나요?" :

허생에 대한 아내의 비난이 극도에 이른 부분이다. 실생활의 어려움이 윤리적 가치관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전개 1: 중심내용 변씨에게 만 냥을 빌린 허생이 장사를 함

줄거리 : 허생이 배짱 좋게 서울 제일의 부자 변씨를 찾아 돈 만냥을 꾸고자 청하니, 변씨가 허생을 시험하고자 대범하게 성명을 묻지도 않고 선뜻 빌려준다. 허생은 매점 매석을 통하여 큰 돈을 벌어 들인다.

 

전개1정리 : 몰락한 선비와 대범한 부자를 대비시켜 중상주의를 주장하는 주제 의식, 즉 상업 발전을 통해 국가 발전을 이룩하려는 이용후생의 관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우리 나라 경제 구조의 취약성과 양반을 풍자하고 있다. 대화, 행동, 외양 묘사등 간접적 방법에 의해 인물이 제시되고 있다. 초라한 형색에 비해 비범성을 갖는 허생은 현실 속에서 고뇌하고 있는 작가의 자화상이라고 볼 수 있다.

허생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운종가(雲從街)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서울 성중에서 제일 부자요?"

변씨(卞氏)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허생이 곧 변씨의 집을 찾아갔다. 허생은 변씨를 대하여

길게 읍(揖)하고(예의를 갖추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만 냥(兩)을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변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만 냥을 내주었다. 허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허생의 이인다운 태도, 비범한 인물임을 암시]. 변씨 집의 자제와 손들이 허생을 보니 거지였다. 실띠의 술이 빠져 너덜너덜하고, 갖신의 뒷굽이 자빠졌으며, 『쭈그러진 갓에 허름한 도포를 걸치고,<폐포파립(弊抱破笠)>코에서 맑은 콧물이 흘렀다.』(『』:몰락한 선비의 사실적 외양 묘사) 허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변씨를 찾아가 돈을 빌리는 허생(서울  제일의 부자 변씨로부터 만냥을 빌림, 몰락한 선비의 초라한 모습으로 그려진 허생)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만 냥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변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빚을 반드시 갚는다)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교언영색)에 나타나고, 말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물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뒷날의 허생과의 관계 암시) 안 주면 모르되, 이왕 만 냥을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하겠느냐?"』(『』:변씨의 대상(大商)다운 인품이 제시됨(간접 제시). 변씨의 대화를 통해 허생의 비범한 인물됨이 제시되고, 변씨가 허생을 믿는 이유가 나타남)
-대범한 변씨(배짱 좋은 허생을 시험하려는 대범한 변씨)

허생은 만 냥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안성(安城)(상품의 집산지로서 상업의 중심지)으로 내려갔다. 안성은 경기도, 충청도 사람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삼남(三南)(충청, 경상, 전라)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대추 밤 감 배며, 석류 귤 유자 등속의 과일을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허생이 과일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잔치나 제사<사대부의 허례허식(대유)>를 못 지낼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허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 과일을 팔았던 상인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가게 되었다. 허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만 냥으로 온갖 과일의 값을 좌우했으니, 우리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칼, 호미, 포목 따위를 가지고 제주도(濟州島)에 건너가서 말총(망건의 재료)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지 못할 것이다."

허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망건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장사하는 허생(안성과 제주에서의 매점 매석, 과일->잔치와 제사, 말총->양반의 복색

 

 

비판적 지식인인 ‘허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당대 집권층인 사대부의 무능과 허위의식을 비판하고 올바른 현실 인식과 사회 개혁을 촉구하고 있는 한문 소설이다.

* 갈래 : 한문 소설, 풍자 소설
* 성격 : 풍자적, 비판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① 시간 - 조선 효종 때(17세기 중반)
② 공간 - 국내(서울, 안성, 제주, 변산 등)와 국외(장기도, 빈 섬 등)
* 제재 : 허생의 이인적(異人的) 삶
* 주제 
① 지배층인 사대부의 무능과 허위의식 비판
② 지배층의 각성 촉구
* 특징 
①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당대 사회의 모순을 풍자함.
② ‘빈 섬’을 통해 이상향의 구체적 모습을 제시함.
③ ‘허생’이라는 영웅적 인물의 행적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함.
* 의의 : 당시 사회의 모순을 비판 · 풍자하고 근대의식을 고취한 실학 문학의 대표작임.
* 출전 : “열하일기(熱河日記)” 중 ‘옥갑야화(玉匣夜話)’

허생전(許生傳)(박지원)의 어휘 풀이

* 말총 : 말의 갈기나 꼬리의 털.
* 망건(網巾) : 상투를 튼 사람이 머리카락을 걷어 올려 흘러내리지 않도록 머리에 두르는 그물처럼 생긴 물건.
* 삼고초려(三顧草廬) : 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해 참을성 있게 노력함. 중국 삼국 시대에, 촉한의 유비가 난양(南陽)에 은거하고 있던 제갈량의 초옥으로 세 번이나 찾아갔다는 데서 유래함.
* 훈척(勳戚) : 나라를 위해 드러나게 세운 공로가 있는 임금의 친척.
* 권귀(權貴) : 지위가 높고 권세가 있음.
* 변발(辮髮) : 몽골인이나 만주인의 풍습으로, 남자의 머리를 뒷부분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깎아 뒤로 길게 땋아 늘임. 또는 그런 머리.
* 호복(胡服) : 만주인의 옷.
* 상인(喪人) : 부모나 조부모가 세상을 떠나서 거상 중에 있는 사람.

 

전체 줄거리

남산 밑 묵적골(墨積洞)에 살며 책 읽기만 즐겨하던 가난한 선비인 허생은, 어느 날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아내의 질책을 듣고 장안의 부자인 변씨를 찾아가 만 냥을 빌린 후 과일과 말총을 매점 매석하여 큰돈을 번다. 이후 도적의 소굴로 찾아가 도적들을 설득한 뒤, 이들을 이끌고 미리 보아 둔빈 섬으로 들어가 농사를 지으며 살도록 한다. 
이곳에서 농사와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허생은 자신의 이상국 건설 시험을 마친 뒤 섬에서 나와 나라 안의 빈민을 구제한다. 변씨의 이야기를 들은 이완 대장이 허생의 사람됨을 알고 찾아와 인재를 구할 방법을 묻는다. 이에 허생은 시사 삼책을 제시하지만, 이완 대장은 모두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허생은 지배층의 허례허식을 비판하면서 이완을 내쫓는다. 다음 날 허생은 자취를 감춘다.

 

인물 소개

* 허생 : 비범한 풍모를 지닌 가난한 선비로 지배층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용후생의 실학사상을 실천하는 인물이다.
* 허생의 처 : 실용적 사고를 지닌 인물로 경제적 능력을 중시한다. 허생으로 하여금 상행위로 나서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 변씨 : 허생의 인물됨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지닌 인물로 이완 대장과 허생의 매개자 역할을 한다.
* 이완 : 무능한 지배 계층을 대변하는 인물로, 과거의 인습에 얽매여 새로운 변화를 거부한다. 작가의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이해와 감상

‘허생전’은 ‘허생’이라는 영웅적 면모를 지닌 인물을 통해 당대 사회의 경제적 · 사회적 제도의 취약점과 모순, 지배 계층인 사대부의 무능과 허위의식을 풍자한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허생의 행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허생은 매점매석을 통해 많은 돈을 버는데, 이러한 상행위를 통해 작가는 그 당시의 취약한 경제 구조뿐만 아니라 허례허식에 치우친 양반들을 풍자하고 있다. 두 번째는 허생이 군도를 이끌고 빈 섬으로 들어가는 행위이다. 이를 통해 지배층의 무능으로 말미암아 양민이 도둑이 될 수밖에 없는 사회 현실을 비판하면서, 빈민을 구제하기 위한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완 대장과 만나 대화하는 것이다. 허생은 이완에게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위한 인재 등용, 치욕을 씻기 위한 명나라 후예와의 결탁, 유학과 무역이라는 시사 삼책을 제시하지만, 양반 지배 계층을 대변하는 이완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의미 없는 북벌론만을 내세우는 무능한 양반 계층을 비판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은 ‘허생’이라는 작가의 대리인을 내세워 현실 인식과 그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 연구

‘허생’의 행위에 따른 작가의 현실 인식

 

허생의 상(商)행위에 담긴 의미

허생은 변 부자에게서 빌린 만 냥으로 과일과 말총을 사는데, ‘과일’은 주로 제사를 지낼 때 쓰고 ‘말총’은 양반들이 머리를 싸맬 때 사용하는 양반의 전유물이다. 허생이 과일과 말총을 매점매석함으로써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양반들이 제사 같은 예도나 의관을 중요시하여 그런 물품값이 열 배로 뛰어올라도 그 값을 주고 사 갔기 때문이다. 허생의 이러한 상행위는 비록 비정상적인 것이지만, 허생의 말대로 겨우 만 냥으로 나라 안의 과일과 망건 값을 좌우했다는 것은 당시 경제 구조의 취약성과 양반들의 겉치레에 치중하는 허례허식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완 대장’을 등장시킨 이유

이완은 임금의 신임을 받는 신하로, 집권층의 태도와 관점을 대변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만큼 집권층의 입장을 고려해야 했으므로 허생이 제시한 시사 삼책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작가는 이완이라는 인물을 설정해 명분만 앞세우는 당시 집권층의 무능과 북벌론의 허구를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한편 이완은 역사적인 실존 인물로, 실존 인물을 작품에 끌어와 작품의 현실성을 높이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허생’이 사라진 이유

당대 현실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허생은 현실을 개혁하고자 이완 대장에게 세 가지 계책을 제안한다. 그러나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이완 대장이 제안을 거절하자 허생은 이튿날 종적을 감춘다. 이는 당시의 상황에서는 허생의 주장이 현실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운 급진적인 것이었음을 암시한다. 한편, 일반적인 고전 소설과는 다른 중심인물의 잠적이라는 미완의 결말 구조는 암시와 여운을 주어 허생의 이인(異人)다운 풍모를 강조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허생전’에 반영된 당대 현실

① 정치 : 이완 대장과 같은 집권층에서 허구적인 북벌론을 내세우며 친명배청 정책을 펼침.
② 경제 
*만 냥으로 과일과 말총을 매점매석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 구조가 취약함.
*상업을 천시하고 교통 여건이 갖추어지지 못하여 경제가 발전하지 못함.
③ 사회 · 문화 
*양반들은 아무리 비싸도 제사에 쓰이는 과일과 의관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망건을 사는 등 허례허식에 얽매여 있음.
*나라에 군도가 들끓고 백성들의 삶이 피폐함.
*인재 등용이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않음.

‘허생전’에서 ‘허생’과 ‘이완’의 갈등 양상

허생은 실리적 측면에서 당시 집권층이 주장하던 북벌론을 실천하기 위한 시사 삼책을 제안하나 이완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해 허생의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 허생과 이완 사이의 갈등은 작가가 집권층이 주장하는 북벌론이 결국 겉으로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전시 체제의 긴장감을 조성해 정권을 유지하려는 불순한 의도와 관련이 있음을 간파하여 형상화한 소설적 장치로 볼 수 있다.

 

‘허생전’에 드러난 허생의 삶에 대한 평가

① 긍정적 평가 
*군도를 이끌고 빈 섬에 들어가 이상국 건설을 시도함.
→ 자신의 이상을 실천해 성과를 얻는 동시에 어려운 처지의 백성들을 구제함.
*이완에게 시사 삼책을 제시함.
→ 당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함.
② 부정적 평가 
*변씨에게 자신을 장사치로 보느냐고 역정을 냄.
→ 사농공상의 전통적인 계급 의식을 지닌 것으로 보아 양반이라는 계급적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함.
*시사 삼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라짐.
→ 해결책을 실행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음.

‘허생전’과 ‘홍길동전’ 비교

'홍길동'과 '허생'은 사회 제도를 비판하고 이러한 제도에 대해 반항적인 인식을 지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하지만 홍길동은 무(武)를 행사하는 영웅으로서 사회 제도 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고, 허생은 문(文)을 숭상하는 선비로서 경제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들 모두 주어진 현실적 상황을 거부하고 새로운 질서를 희망하고 있으며, 그들이 지향한 이상향은 유교적 질서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는 각 작품의 작가인 허균과 박지원이 사대부의 의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소설의 결말 구조와 관련해서는 '홍길동전'보다 '허생전'이 독자에게 주는 감동의 여운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박지원의 사상이 당대 현실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만큼 급진적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연암 박지원의 사상적 배경

연암의 사상은 실학 중에서도 북학파(北學派)에 속한다. 연암은 그와 교우하던 홍대용, 이덕무, 박제가 등과 함께 북학파로 불리운 이용후생 학파(利用厚生學派)의 대표적 인물이다. 명분을 내세우는 유학의 이론에 반기를 들고 낙후된 조선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벽돌의 사용, 수레의 통용, 적극적 통상 등을 제시하여 부국강병을 이루고 백성의 궁핍한 삶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그의 북학 사상은 ‘허생전’에도 잘 드러나 있는데, 집권층의 현실성 없는 북벌론을 비판하며 진정한 북벌은 뚜렷한 주체 의식으로 청나라의 선진 문물과 제도를 도입하여 이루어져야 함을 역설하는 내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작가 소개 - 박지원(朴趾源, 1737 ~ 1805)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소설가로 호는 연암이다. 박제가 · 홍대용 등과 함께 북학파의 영수로서 청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일 것을 주장했고, 문학을 통해 양반 계층의 공리공론(空理空論)을 배격하는 한편, 독창적인 사실적 문체와 비판적인 문학을 확립했다. 저서에 “열하일기(熱河日記)”, “연암집(燕巖集)”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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