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떠나가는 배, 박용철, 수미상관, 의도적 띄어쓰기 [현대시]

Jobs 9 2020. 6. 1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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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배

박용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잭이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 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간다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서정적, 낭만적, 의지적
* 제재 : 이별
* 주제 : 떠나는 이의 비애
* 특징 
① 수미 상관의 구조를 취하고 있음.
② ‘-거냐’의 의문형 어미와 ‘-련다’와 같은 종결 어미를 통해 의지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음.
③ 띄어쓰기를 통해 호흡을 조절하고 있음.
* 출전 : “시문학”(1930)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일제 강점기의 현실에서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사람의 비애를 담고 있는 시이다. ‘나 두 야’에서는 이렇게 고향을 떠나는 사람이 자신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며, 3연에서는 떠남이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한 것이라는 정보를 알려 주는데, 이는 시대 상황과 아주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당시 일제 강점기 하에서는 경제적 수탈과 민족 문화 말살 정책에 못 이겨 고향을 뜨거나 아예 해외로 도피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1, 4연에서 드러나는 떠남에 대한 의지와는 별개로, 2연에서는 고향에 대한 미련이 매우 많이 드러나 있으며, 3연에서는 떠나기는 하지만 갈 곳도 명료하지 않다는 슬픔이 나타난다. 특히 ‘나 두 야’와 같이 띄어쓰기를 통해 호흡을 느리게 표현한 것은 고향을 떠나기 싫어하는 화자의 심리 상태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품 연구

의도적인 띄어쓰기

이 시의 ‘나 두 야’는 본디 붙여서 써야 하는 한 단어이다. 그러나 시인은 이를 각각 띄어서 쓰고 있는데, 이는 시인의 의도가 포함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시어를 띄어 쓰게 되면 우선 ‘낯설게 하기’의 효과로 독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그 시어에 더 큰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지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또한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낭독하게 되어 시어에 담겨 있는 떠남에 대한 망설임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그리고 본래 시를 읽어 나가는 속도에 변화를 주어 상황을 강조하는 효과를 줄 수도 있는데, 이와 같이 낭독 속도에 변화를 주는 방법은 박목월의 ‘청노루’ 등에도 사용되어 독자들에게 여운을 주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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