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세린
Vaseline
유니레버 산하의 석유젤리를 기반으로 하여 핸드크림, 립밤, 바디로션, 보습젤리 등을 만들어 내는 화장품 브랜드다. 브랜드가 아닌 성분에 대해 말할 때는 '바셀린'이라고 하기도 한다.
바세린(Vaseline) 이름의 유래는, 물이라는 뜻인 독일어인 '바써' 또는 '바쎄르'로 발음하는 'Wasser'와, 기름이라는 뜻인 그리스어인 '엘라이온' 또는 '엘레온'으로 발음하는 'elaion'이다.
성분
바세린(Vaseline / petroleum jelly)은 석유에서 여러 기름들을 증류하고 남은 잔여물을 탈색, 정제하여 만든 백색 또는 황색의 젤리 형태의 혼합물로, 석유젤리(petroleum jelly)라고도 부른다. 유니레버코리아가 유통하는 기본적인 바세린은 이 페트롤라툼 100%로 표기되어 있다. 단일한 물질이 아니라 혼합물이며 주로 여러 가지의 파라핀류로 구성되어 있다.
페트롤라툼
예로부터 인류는 돼지기름, 곰기름, 고래기름 등의 다양한 동물성 기름을 상처에 바르는 연고 및 피부 보습용으로 사용했다. 특별한 성분이 있다기 보단 물자가 귀하던 시절에 어쩔 수 없이 쓰던 게 대부분이다. 연고(軟膏)라는 단어 자체가 한자로 연한 기름(고약)이라는 뜻이다. 고약 또한 기름 고 자를 쓰며 곱게 펴바를 수 있는 기름은 '연고', 불이나 몸에 닿았을 때 녹는 기름은 '경고(硬膏)'라고 불렀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로버트 체스브로(Robert A. Chesebrough, 1837~1933)라는 화학자가 유전 시설에서 노동자들이 파이프에 낀 정체불명의 찌꺼기 같은 것을 연고처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이를 분리, 정제하여 '바세린 젤리'라는 약품으로 만들어 1872년에 상용화하였다.
체스브로는 체스브로 제조공업(Chesebrough Manufacturing Company)을 설립하여 바세린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하였고, 생산된 자신의 발명품을 마차에 싣고 미국 전국을 돌면서 바세린을 팔았다. 이 때 당시 여느 의약품이 그랬듯이 여러가지 외상에 다 통하는 반쯤 만병통치약처럼 선전했지만 늘 그렇듯 생소했던 이 물건의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바세린의 약효를 굳게 믿고 있던 체스브로는 자기 몸에 일부러 상처와 작은 화상을 내어 바세린을 바르는 것을 시연하면서 팔았으며, 심지어 수시로 바세린을 먹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런 기행을 하면서도 로버트 체스브로는 바세린 상용화로부터 무려 61년 후인 96세까지 장수하며 바세린의 무독성을 온몸으로 입증했다. 사람들이 그에게 장수와 건강의 비결을 물을 때마다 "하루 한 번, 바세린 한 숟갈"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200살도 살 사람이 매일 바세린을 먹어서 96살밖에 못 살았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바세린은 소화나 흡수가 전혀 불가능한 기름이라 먹더라도 체내에서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으며, 먹어도 그냥 별일 없이 대변으로 배출된다. 플라시보 효과였다면 말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일부러 먹지는 말자. 바세린은 음식이 아니고 소화도 안되는 기름 덩어리라 많이 먹으면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니 먹으면 안 된다. 실제로 먹은 후에 화장실에서 볼일 다 보고 변기를 쳐다보면 웬 갈색 기름이 둥둥 떠 다니는 걸 볼 수 있다.
어쨌든 그의 판촉 노력이 결실을 맺어서인지 점차 바세린의 보급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의 말년엔 유럽에까지 공장이 세워질 정도로 대중화되었다.
한편 체스브로 사후, 체스브로 제조공업 경영진들은 그저 의약품으로서만 널리 알려진 바세린의 이미지를 타파하여, 보습 효과가 좋다는 점을 강조한 '화장품'으로서 홍보전략을 내세워 화장품 사업에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오늘날로 치면 기능성 화장품이라고 볼 수 있다. 1987년엔 체스브로 제조공업이 유니레버에 매각되면서 바세린은 유니레버의 제품이 되었고, 현재는 유니레버의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로 계속 팔린다. 유니레버의 정체성 근간인 럭스, Lifebuoy 비누 브랜드와 다르게 바세린은 인수된 브랜드이다보니 바세린 제품에 A Unilever brand라는 미묘한 문구가 붙어있다.
또한 마스카라도 바세린 덕분에 생겨났다. 석탄가루에 바세린을 발라 여동생의 속눈썹을 멋지게 해준 것을 계기로, 톰 라일 윌리엄스가 메이블린을 창업하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일제강점기에 처음 들어왔으며 후술하듯이 일본의 영향을 받아 '와세린', '와세링' 등으로 불렀고, 1980년대 초중반까지도 MADE IN KOREA 일부 제품에도 일본어로 읽는 것처럼 와세린이라 표기했다. 1985년에 애경을 통해 들어왔다가 1992년에 유니레버와의 관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법적분쟁이 일어났는데 바세린을 보통명사라고 보고 애경도 유니레버와의 협업 없이 바세린 상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도 애경은 바세린 고체비누와 바세린 바디워시 등을 발매하고 있다. 두 회사 제품의 로고 구성도 비슷하게 생겼고 제품군도 비슷하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애경 바세린 로고 대신에 '바세린' 외 유니레버의 나머지 상표는 애경이 사용할 수 없고, 상표 등록 자체도 키프리스 상표 조회를 해보면 "애경 바세린"이라는 이름으로 등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유니레버와 애경 외에도 '바셀린' 이름으로 제품을 만드는 회사도 더러 있는 것으로 볼 때, 2023년 5월 기준 거의 상표의 보통명사화가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에서는 '화장품'으로서의 인식보다는 '연고'에 가까운 인식이었다가, 201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TV 광고 등도 시도하며 립테라피 등의 화장품스러운 제품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화장품이라는 인식도 살아나는 편이다.
특징
3년간의 사용기한이 있지만 성분이 탄화수소 덩어리인 만큼 열이나 빛 등으로 분해되지 않는 한 변성되기 어려우므로 보관만 잘 하면 사용기한은 무기한에 가깝다. 하지만 개봉 후 사용한 바세린은 수분이나 이물질 등의 오염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너무 오래되었다면 교체하고 신체 도포 외적인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바세린은 값도 저렴하며 여러모로 효능도 좋고 활용도도 다양한 편인지라 가성비가 매우 높은 제품이다. 그러나 새 옷 냄새 등의 석유, 고무, 아스팔트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이나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에겐 좀 꺼려질 수 있다. 바세린의 원료가 석유이다 보니 약간의 아스팔트 냄새가 나는 걸 피할 수가 없다. 그래서 바세린 바르고 나서 냄새를 빼려고 손을 씻는 사람도 있다고. 그래도 냄새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 아닌 이상 좀 기분나쁜 냄새네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석유 덩어리인 만큼 유분이 장난이 아니라 바세린을 바른 손을 자체 보습효과가 강한 비누로 씻을 경우 제대로 안 씻어내면 손에 뻑뻑한 기름기가 종종 남는다. 바세린을 씻어내는 데는 오히려 보습효과가 없는 싸구려 비누로 씻어야 효과가 좋다.
바세린 제품
바세린 젤리
바세린하면 바로 떠오르는 제품이다. 백색 바세린 제품도 있는데 정제도가 더 높아서 피부자극이 적다. 백색 바세린은 유니레버사 바세린이 아니라 다른 제약회사 등에서 생산한다.
젤리의 제형이 촛농을 연상시킬 정도로 꾸덕하고 무겁다. 그만큼 피부에 바르면 지속력이 차원이 다르다. 보습로션이 아니라 보습약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바세린 젤리는 피부용 의약품이나 화장품의 기초 재료로 많이 사용된다. 인체에 무해하고 점성이 강한 바세린에 이런저런 성분들을 적당히 섞어서 사용한다.
보습
바세린은 보습효과를 기초로 하여 피부 관리에 탁월한 효능을 자랑한다. 약건성의 피부에는 로션과 함께 바세린을 적당히 섞어 발라주면 보습효과가 좋다. 사실 수분이 빠져나가는 효과를 막는 데에는 바세린만한 게 없다. 다만 시중의 다른 화장품에는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수분을 보충해주거나 다른 성분들(ex: 미백, 노화방지 등)이 들어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바세린은 그 자체로 훌륭한 립밤이다. 사실 립밤 제품들도 바세린을 기초 재료로 하여 향료나 다른 성분을 추가한 것일 뿐이다. 피부과에서는 입술이 심하게 트거나 건조한 환자들에게 상용 립밤이 아니라 오히려 바세린을 자주 바르라고 알려주는 경우가 있다. 병원에서도 입원한 환자들이 겨울철에 입술이 마르면서 트기 시작하면 입술에 바세린을 면봉이나 거즈로 발라주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세린은 수분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지, 바세린 그 자체로 수분이 되지는 못한다. 따라서 수분 보충을 해준 다음, 입술에 바세린을 바르는 것이 좋다.
입술 수분이 빠져 나가지 않게 하는 데 효과가 크지만 번들거림, 미끌거림이 매우 심하며 크기가 커 휴대가 불편하기 때문에 외출 시 선뜻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는 휴대용으로 작은 크기의 바세린도 파는데 포장에 Lip care, 입술 트는 데 쓰라고 적어 놓았다. 약간의 분홍빛과 장미향이 나는 제품도 있다. 립밤보다 보습력이 좋기는 하나 손에 묻혀가며 쓰기 불편하고, 보습력이 좋은 이유가 액상이라 얇게 펴바르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으므로 고형 립밤쪽이 더 편하긴 하다. 특히 립밤 특유의 텁텁한 느낌을 싫어한다면 바세린은 좀 더 그런 경향이 심하다.
물론 가성비를 따지자면 큰 걸 사는 게 훨씬 나으니 공병 등에 덜어가며 쓰는 방법도 있다. 한번 바세린을 립밤 용으로 써보기 시작하면 다른 상용 제품에는 눈이 안 갈 정도로 효과가 좋다. 상기한 대로 제조사도 바세린의 이런 보습 능력을 내세워서 화장품으로도 광고할 정도고 평소 피부가 민감하거나 트러블이 심한 사람도 다른 첨가 성분이 거의 없는 바세린은 대부분 마음 놓고 안전하게 쓸 수 있다. 바세린이 효과가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건 충분히 바르지 않았기 때문이거나, 단순 건조가 원인이 아닐 수 있으므로 피부과에 가 보자.
립스틱과 바세린을 공병에 담아 함께 헤어 드라이어로 녹여주면 컬러 립밤이 된다. 들어간 립스틱 양에 비해 발색력은 좋지 않지만 평소에 자연스러운 혈색을 유지하기에 좋다. 구글에 'How to make Vaseline lip balm'을 검색해보자.
코막힘 등 때문에 보습효과를 노리고 면봉을 이용해 콧속 점막에 바르는 경우가 있는데 해봤자 아무 효과 없다. 1994년에 어느 환자가 폐에 바세린이 들어가서 폐렴에 걸렸기 때문에 콧속에는 바르지 말자고 연구 결과가 나왔었는데 말 그대로 환자 한 명만 그랬다. 심지어 이후에 사람을 더 많이 모아서 실험을 했는데 짧은 기간만 잠깐 바르는 것은 큰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니까 일부러 바세린을 코로 들이마시지 않는 이상 그렇게 많이 들어가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 알아서 각자 조심하도록 하자. 2015년 대한민국 메르스 유행 시 메르스로부터 내몸 지키는 꿀팁이라며 콧속에 바세린을 바르라는 유언비어가 퍼져 나갔다. 대신 코피가 났을 때 지혈과 재발 방지를 위해 코에 바세린을 바르는 건 큰 효과가 있다.
바세린을 바르는 것만으로도 아토피성 피부염이 예방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글 기사. 바세린에 아토피를 일으키는 유전자의 발현을 막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바르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된다는 연구 결과이다. 다만 연구 초기 단계이고 공식적으로 쓰이는 방법이 아니므로 섣불리 시도하거나 바세린을 이용한 민간요법이 나돌아다니면 경계하자. 다만 바세린 자체는 위에 소개된 보습효과 때문에 대부분의 피부질환에 어느 정도 도움은 된다.
화장 전 눈가에 바르면 눈 화장이 지워지지 않게 오래 유지할 수 있고 건조함을 막는 등의 효과가 있어 눈에서 물이 많이 나오는 사람들에게 좋다면서 틱톡 등지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눈 주위에 자극을 주고 눈물샘 등을 막아 비립종, 다래끼 등이 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애초에 눈에서 물이 많이 나오는 사람들은 안구건조증으로 의심된다.
2020년대 들어 틱톡 등 SNS에 바세린을 얼굴에 듬뿍 바르는 바세린 슬러깅이 유행했는데 얼굴에 바른다면 피부에 유막을 만들어 모공을 막아 여드름, 비립종 등의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다.
외상 치료
여러 피부 외상의 치료에 효과가 있긴 하다. 상처의 습도를 유지하며 외부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것인데, 바세린은 이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빨간약으로 알려진 포비돈 요오드로 소독을 하고 말린 뒤에 바세린을 바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세린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바세린은 열과 습기를 가두기 때문에 박테리아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여 감염 위험을 잠재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분을 가두기 때문에 딱지 형성을 지연시킴으로써 자연 치유 과정을 늦출 수 있다. 웬만하면 외상에는 바세린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병원에 가면 의사가 발라주는 것 같은 바세린은 실제로는 바세린이 아니라 바세린 성분에 다른 의약성분도 포함되어 있는 엄연한 의약품이다.
그 외에 습진에도 도움이 된다. 습진 자체가 광범위한 피부 질환을 일컫는 말인데 바세린을 환부에 바르면 자극 차단, 감염 예방, 보습으로 피부 재생력 증가 등의 피부 질환 치료의 기본을 바세린이 다 한다. 그외에 당질 코르티코이드(일명 코르티코스테로이드)라는 약까지 같이 쓰면 대부분의 습진은 낫는다. 다만 이후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약을 끊자마자 재발할 확률이 매우 높다.
신발과 양말이 젖어도 바꿔 신기 어려운 현장 일을 하는 사람의 경우, 미리 바세린을 발에다 발라두면 습진 예방에 좋다. 그리고 스키장 등 춥고 발이 젖기 쉬운 곳에서도 바세린을 발에 발라두면 동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다만 상처에 바세린을 바르려고 한다면 반드시 먼저 상처를 소독하고 발라줘야 한다. 상처를 소독 없이 습하게 하는 것은 세균보고 번식하라고 판 깔아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처럼 의료인프라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그럴 일은 적지만 소독이 어렵다면 깨끗한 물로 겉에만 씻어내고 바세린을 바른 다음 항생제를 먹는 방법도 있다. 과거 부상병들의 높은 사망률은 이렇게 비위생적인 상처 관리로 인해 발생한 감염 때문이다.
대표적인 피부 외상 치료 연고인 마데카솔이나 후시딘이나 둘다 글리세린 성분을 바탕으로 보습력을 유지하여 피부회복을 치유하는 것이 약리작용의 제일 중요한 핵심이지 마데카솔의 centella asiatica나 후시딘의 fusidic acid은 단지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므로 석유젤리로 보습력을 높인 바세린 또한 피부 외상약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쓰려면 바세린 자체가 멸균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앞서 말했다시피 바세린의 차단 효과 때문에 외부 세균이 들어오지 못함과 동시에 수분 등 내부 구성요소가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기에 신체 중 건조한 부위에 바르면 강력한 보습효과를 나타낸다. 건조한 겨울철에 피부 갈라짐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특히 좋다. 얼굴 및 입술이나 손등, 발뒤꿈치, 아킬레스건 등 건조해서 갈라진 곳에 그야말로 특효약. 겨울철에 입술, 손등이 갈라지다 못해 피가 나는 사람조차도 바세린을 며칠 바르고 자면 부드러운 피부로 돌아간다. 가격 대비 성능을 생각하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헤르페스 같은 게 났을 때도 계속 발라주면 금방 낫는다. 그야말로 석유의 힘. 손끝에 거스러미가 많이 생기는 경우에도 바세린이 효과가 있다.
제1차 세계 대전 때는 참호족을 예방하기 위해 쓰기도 했다. 물이 찬 참호에 며칠이고 발을 담그고 있어야 하는데, 수시로 양말을 갈아신고 발을 말리거나 바세린을 바르면 참호족을 막을 수 있었다.
종합하면 바세린을 피부 외상 부위에 바르면 지혈, 습윤, 오염방지 등의 효과가 있으나, 항생 기능은 없다. 즉 소독 후 도포, 바세린에 항생물질이 섞여 있는 상태로 도포, 바세린 사용 후 항생제 투여 등으로 2차감염을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
화상
화상에는 바세린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바세린이 절연체 역할을 해 화상을 입은 조직을 열에 가두어 오히려 부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화상이 더 심해지고 치유가 지연되며, 그렇지 않아도 감염 위험이 큰 열린 상처를 만드는 화상 부위에 박테리아 성장에 유리한 습한 환경을 조성에 감염 위험을 증가 시킨다. 바세린이 가둔 수분은 딱지 형성을 지연 시켜 자연 치유를 늦춘다. 때문에, 화상에는 바세린이 아니라 알로에젤이나 하이드로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2도 이상의 심한 화상에는 바르지 않는 것이 좋으며, 이때는 무조건 병원부터 가야 한다. 상술한 것처럼 화상 부위를 식히지 않고 바세린이나 연고를 바르면,바세린이나 연고가 열기를 가둬 상처에 더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일단 병원을 가는 게 좋다.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다보면 드레싱 때 갈색 바세린같은 걸 발라주는 걸 경험할 수 있는데, 이것은 소독약인 베타딘(많은 사람들이 아는 포비돈 요오드) 성분에 바세린을 첨가한 베타딘 젤로 단순한 바세린이 아니다.
때문에 심한 화상을 입은 경우에는 시원한 물로 20분 이상 충분히 열기를 빼는 응급조치 정도 외에는 바세린을 포함해 어떠한 연고도 함부로 바르지 않은 상태로 병원에 직행해야 한다. 혼자 하는 소독행위도 비전문가인 이상 결국 어설픈 조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금물이다.
윤활유
바세린은 원래 피부에 바르는 용도로 쓰는 물건이지만, 매우 안정적이고 점도가 높은 기름 성분이라는 점 때문에 기름칠이 필요한 철물이나 가죽 제품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도검 같은 철물 관리 분야에서 베이비 오일과 함께 나란히 애용된다. 베이비 오일도 사실 99% 광물유+1%의 첨가물이라 철물이 녹슬지 않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베이비 오일은 점성이 덜해 비교적 빨리 마르므로 단기 관리용으로 쓰고, 바세린은 점성이 높아 잘 마르지 않으므로 장기 관리용으로 쓴다. 과거 냉병기 시절엔 동물기름을 사용하였는데, 산패하기 쉬워 냄새가 고약해진 생선기름등을 사용하기도 했다.
피벗 같은 접히는 부분의 윤활용으로도 효과적이다.
스뎅말고 무쇠칼 녹방지용으로도 좋다. 애초에 립스틱의 베이스 물질이기도 하기 때문에 요리전에 잘 닦는다면 해로울 것도 없다. 물론 음식의 맛을 해치기 때문에 무쇠칼에는 최소한의 양만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 외에도 어지간한 기계류나 금속의 윤활유 및 방청 용도로 바세린을 활용할 수 있다. 기계덕후라면 윤활유나 구리스 대용품으로 바세린을 사용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성분은 기본적으로 같기 때문에 하다못해 가정에서 쓰는 가위 같은 것들도 바세린을 얇게 발라놓았다가 마른 헝겊으로 가볍게 닦아내면 녹이 스는 일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분쇄기 등 식품 가공에 사용되는 기계 장치의 가동부 윤활용으로 쓰일 경우 다른 말로 식용 그리스라고 부른다. 바세린은 먹더라도 딱히 몸에 해가 되지는 않기 때문.
사실 사람 몸에 바르는 용도로 제조된 바세린 쪽이 기계에다 쓰는 윤활유나 구리스보다 훨씬 정제도도 높고 단가도 비싸다. 실제로 공업용 윤활유나 구리스는 기본적으로 몇kg씩 팔지만 바세린은 100g 정도면 한참 쓴다. 특히 사용기한이 지난 바세린의 경우에는 어차피 버려야 하는데 이런 용도로 쓸 경우 유용하게 재활용할 수 있다. 가정에서 공업용 윤활유나 구리스를 kg 단위로 사면 평생 써도 다 못 쓰기 때문에 가끔씩 소량만 필요한 상황에선 쉽게 구할 수 있는 바세린이 이들보다 단가는 훨씬 비싸지만 간편하게 쓸 수 있기에 대용품으로 추천되는 것이다.
싯포스트, 각종 나사선 등에는 구리스 대용으로 발라 쓰는 건 상관없다. 물론 전문적인 기계에 사용되는 윤활유가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기계에 적합한 용도의 윤활유 제품을 쓰는 것이 가장 좋다.
가볍게 취미나 집 근처 이동용으로 자전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자전거가 빗물에 맞았거나 했을 때 자주 뿌리지도 않을 윤활유를 직접 사기보다는 바세린을 바르는 게 간편하고 부담도 적다면서 체인오일 대용으로 쓰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러면 안된다. 왜냐하면 바세린은 점도가 매우 높아서 땅위에 있는 흙이나 먼지 등을 흡착하기 때문이다. 체인에 이물질이 달라붙어 떡이져 버리고 온갖 이물질들이 체인의 핀과 롤러 사이로 침투해서 체인수명을 더 빨리 갉아먹는다. 그냥 체인 전용오일을 사자.
포르쉐 매뉴얼에서는 공식적으로 바세린 사용을 권장한다.
성관계를 할 때 윤활 용도로 쓰기도 하지만 이는 권장되지 않는다. 그 엄청난 꾸덕꾸덕함으로 인해 사후제거가 녹록지 않다. 보습용이나 상처 보호용으로는 씻기기 어려울수록 좋지만 간편한 뒤처리가 중요한 러브젤의 용도로는 좀 불편하다. 단순 물로는 죽어도 안 지워지는데다 점도가 높다보니 좀 답답한 느낌이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체액과 특성이 비슷하고 비교적 물로 잘 씻기는 수용성 윤활제가 더 선호된다. 무엇보다 바세린과 콘돔은 궁합이 정말정말 좋지 않다. 바세린이 유기용제로 작용해 콘돔을 녹일 수 있다.
터치형 리듬 게임을 플레이 할 때 윤활제로 사용하기도 좋다. 미량을 휴지에 묻혀서 단말기 스크린에 코팅하듯 발라주면 탁월한 윤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발라진 바세린에 의해 빛이 난반사되어 약간의 시야방해가 있는 편. 강한 무극성을 띄기에 어지간히 땀 나는 정도로는 바세린 코팅이 벗겨지지도 않아 지속 기간 또한 긴 편. Arcaea, Lanota 처럼 스크린 문지르기의 비중이 매우 큰 리듬 게임의 경우 준 필수 취급 받을 만큼 효과가 좋다. 일렉기타 치는데도 효과가 좋다
스포츠
스포츠에선 부정행위의 대표적인 사례로 쓰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야구에서 투수의 부정투구 도구로 이용하는 것. 스핏볼의 일종이다. 짤방의 게일로드 페리의 경우 현역시절 바세린을 발라서 부정투구를 했다는 의혹이 워낙 악명이 높아서 은퇴 후에 바세린 광고모델까지 했다.
한국에서도 송진우가 KBS 스포츠 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했을 당시에 현역시절 글러브에 바세린을 발라 관리를 했고, 경기에서 그 글러브를 끼고 투구했다고 뜬금없이 자백하는 바람에 시끄러워진 적이 있으며 송셀린, 바전드라는 부정적인 별명이 생기기도 하였다. 글러브에 바세린이 묻었으니 야구공에도 묻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선수의 육체적 회복력을 올리지만 스킬을 올린다고는 볼 수 없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는 달리 투수의 구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만큼 야구의 경기력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약물인 셈.
격투기에선 경기 시작전 선수들 얼굴 다치지 말라고 소량을 바르긴 하지만 이걸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추성훈의 대 사쿠라바 카즈시전 실격 역시 바세린 성분이 든 크림을 금지된 부위에 발라서 그런 것. 지용성 도포제라 미끄럽기 때문에 금지된 것이었다. 또한 경기 중 안면 피부가 찢어지면 지혈과 일시적 봉합을 위해 상처를 닫고 그 위에 바세린을 바른다.
마라톤 선수들은 겨드랑이, 가랑이처럼 계속 마찰이 있는 부분에 피부보호를 위해 바른다. 바르지 않으면 피부가 지속적 마찰에 의해 피가 날 정도로 까진다.
핀수영에서는 발가락이나 발등피부 까짐을 예방하기 위해 바른다.
독일의 축구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는 2024년 한 경기에서 장갑의 그립력을 키우기 위해 바르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안드레 오나나 역시 경기 중에도 바르는 등 상당히 애용한다.
군대
군대 갈 때 특히 훈련병 때에는 무조건 하나 챙겨가는 게 좋다. 훈련병 때에는 "사제(私製)"라고 부르는 외부물건을 대부분 막는 경우가 많지만 바세린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입대할 때 부대 앞에서 많이 판다. 다만 여기서 파는 것은 시중가보다 비싸서 문제.
혹시나 다 쓸걸 예상해서 사재기마냥 여러개 살 필요도 없고 100g짜리 한 통이면 자기 뿐만 아니라 동기에게 나눠줘도 훈련소 기간에 충분히 쓰고도 남는다. 아니, 사실 이 물건이 엄청나게 끈끈해서 어지간한 악건성 피부에 매일 온몸에 바르는 거 아니면 단기간에 다 쓰는 것도 힘들다. 단순히 입술이나 국소 부위만 발라주는 정도로만 사용하면 매일 발라도 전역 때까지도 다 못쓸 수도 있다. 훈련기간이 긴 해병대도 동기들에게 퍼다줘도 남는다. 어차피 다 써도 PX 등지에서 바세린은 무조건 파니까 나중에 또 사도 된다.
이렇게 가져온 바세린의 쓸곳은 정말 무궁무진해서, 단순히 로션, 스킨 대용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부상 치료, 총기수입, 정비, 부대정비, 청소, 전투화 광내기, 피부보호 등등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곳에서 바세린이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다.
특히 바세린이 가장 많이 쓰일 때는 바로 혹한기 시즌으로, 강추위와 건조한 환경에 노출되어서 다 터버린 피부보호에 정말 유용하게 사용된다. 추워서 피부가 다 트는 걸 방지하기 위해 미리 얼굴이나 손에 바세린을 좀 발라주면 확실히 피부가 덜 트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혹한기 훈련이나 혹한기 시즌에 큰 훈련이 걸린다면 거의 필수로 가져가게 된다.
이외에도 군인들이 달고 사는 습진, 무좀, 물집 방지에도 효과가 뛰어나서 생활관에 1명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선술했듯이 무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부터 각국의 군대들이 참호족을 방지하기 위해 발에다 바르고 다녔다.
기타 용도
생각보다 많은 용도로 쓰임을 알 수 있다. 석유의 발견과 더불어 인류에게 주어진 선물 중 하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끈적끈적한 기름이기에 틈새에 바르면 틈새 형태대로 퍼지는 것을 이용하여 실험실 등에서 유리 기구의 뚜껑 틈새 등에 바세린을 발라 밀봉하는 데도 널리 쓰인다. 하지만 현재에는 가능한 한 사용의 편의성 등을 고려하여 바세린 대신 랩돌이/랩순이들의 구원자인 파라필름을 사용한다.
바세린으로 고체 향수를 만들 수도 있다. 또한 바세린을 바른 부위에 향수를 뿌리면 향이 오래 지속된다.
절연체이기 때문에 LN2(액체 질소)를 사용하는 오버클러킹에서 CPU 소켓 주변 전원부와 램 슬롯, I/O 등을 보호할 때 사용한다.
고급 천연 가죽 제품 관리용 코팅제나 세척제로도 적합하다. 가죽은 결국 동물의 피부이니 당연한 것이다.
가연성이기 때문에 서바이벌에서는 불쏘시개로 사용한다. 마른 나뭇가지나 낙엽에 적당히 바세린을 치덕하게 바르고 불을 당기면 불이 활활 잘 탄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석유에서 나온 것이다. 신문지를 가늘게 찢어 바세린을 적당히 발라 둥글게 구겨 뭉쳐 써도 매우 유용하다. 마끈에 바세린을 가볍게 코팅하듯 묻혀서 절여두면 불을 붙였을때 천천히 타들어가는 심지로 활용할 수 있으며, 서바이벌 상황에서 불을 오래 켜놓기 어려운 가스라이터 대신 조명을 확보하거나 나뭇가지 더미에 오랫동안 질러서 불을 붙이는 용도로 쓰기 좋다.
뷰러의 속눈썹 찝는 부분에 바세린을 묻혀주고 컬링을 넣으면 컬링력이 평소보다 더 나아진다.
눈가 메이크업 리무버로 쓰기도 한다.
면봉으로 눈썹칼에 바세린을 발라주면 눈썹을 제모할 때 피부와 면도날과의 마찰이 줄어서 좀 더 안전하고 깔끔하게 제모할 수 있다.
바세린을 손등에 덜고 더러워진 브러쉬를 앞 뒤로 닦아준 다음, 티슈로 바세린을 없애주면 브러쉬모를 더 정돈해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차량이나 각종 금속기계용 미봉책으로 구리스로도 쓸 수 있다. 바세린이 석유 부산물 중 하나라 미끌거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아무리 그래도 바세린은 구리스가 아니기 때문에 구리스 없을때 딱 한번만, 그것도 잠깐 쓰고 나중에 구리스 사와서 바르기 전에 다 분해해서 닦아내고 구리스 칠하는 형태로만 쓰는게 안전하다.
립밤
'바세린 립 테라피'라는 명칭으로 기존 젤리 형태, 겔 형태, 스틱 형태 등으로 판매한다.
기존의 바세린 젤리 용기를 그대로 초소형으로 줄여놓은 듯 한 귀여운 디자인의 젤리 밤이 인지도 있는 편이나, 립밤 시장에는 카멕스, 챕스틱, 니베아 등의 강자들이 이미 버티고 있고 바세린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적인 이미지가 있어 시장 점유율은 매우 낮은 편.
한국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올리브영에서 오리지널, 알로에 베라, 로지 립스 향을 구매할 수 있고, 다이소에서도 코코아 버터 향을 판매 중이다. 종종 동네 약국에서도 일반 바세린과 함께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민트 향도 있었던 걸로 보이나 단종된 것으로 보인다.
냄새를 가리기 위해서인지, 립밤을 만들 땐 보통 바세린에 향료 등의 몇 가지 첨가물을 섞어 만든다. 그래서 바세린을 원료로 한 립밤의 경우 원료 특유의 석유 냄새 대신 좀 더 맡기 좋은 냄새가 난다.
바디로션
젤리다음으로 유명한 제품이다.
어원
바세린은 석유젤리의 상표명으로서 원래는 고유명사였지만 일반명사화한 단어다. 물을 뜻하는 Wasser(바서)에 올리브 오일을 뜻하는 그리스어 단어 Elaion(엘라이온)을 합한 합성어다. 대한민국에서는 석유젤리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석유젤리류면 다 바세린이라고 퉁쳐서 부르는 등 상표의 보통명사화가 되었지만, 석유젤리뿐만 아니라 석유젤리를 기반으로한 핸드크림, 바디로션, 립밤 등 다양한 제품들이 나온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Vaseline'이란 명칭 자체를 유니레버의 고유 상표로 보기 때문에 타 회사의 제품들은 그냥 석유젤리(petroleum jelly)라고만 적거나 자체적인 상품명을 따로 지어서 사용한다. 표제어인 '바셀린'이란 표기는 국립국어원이 정한 외래어 표기법에 근거한 것이지만, 유니레버코리아에서 사용하는 공식상표명은 셀에서 ㄹ이 빠진 '바세린'이고 본토발음은 '배설린[ˈvæsəliːn]'에 가깝다.
일본어 카타카나로 표기할 때는 'ワセリン'(waserin)이라 표기한다. 제2차 세계 대전 이전 일본에서는 언어와 상관없이 서양권에서 들어온 외래어의 /v/ 음운을 반모음 /w/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잦았다. 단 유니레버재팬에서는 ヴァセリン으로 표기하고, 유니레버 브랜드로 취급한다. バセリン이라는 표기는 잘 쓰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역시 일제강점기에 처음 들어온 물건이니만큼 일본의 영향을 받아 '와세린', '와세링' 등으로 불렀고, 1980년대 초중반까지도 MADE IN KOREA 일부 제품에도 일본어로 읽는 것처럼 와세린이라 표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