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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 Bagdad Cafe, 퍼시 아들론, 주제가, Calling You

Jobs 9 2025. 4. 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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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카페

Bagdad Cafe

 

1987년 독일(당시 서독), 미국 합작 영화. 감독은 독일 국적의 퍼시 아들론. 독일에서 제목은 "Out of Rosenheim".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려낸 영화로 페미니즘 영화로도 명작이지만 영화 자체로도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시애틀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당시 18금으로 개봉되었는데 특별히 성적이나 폭력적으로 자극적인 내용은 없고 다만 주인공 야스민이 그림 모델을 하는 장면 등에서 가슴 등이 노출되는 누드가 등장하기 때문인 듯하다.

 

 

줄거리

 

바그다드 카페. 뭔가 있어 보이는 이름과 달리 미국 사막 찻길 사이에 자리 잡은 초라한 가게이다. 그냥 장거리 트럭 운전수들이 잠깐 들러 쉬면서 커피나 토스트같은 음식으로 요기나 하고 가는 곳. 가게 일을 맡는 흑인 여성 브렌다(CCH 파운더 분)는 무능한 잉여인 남편이나 골칫거리인 아이들이 싫고 가게 일도 건성으로 하면서 세상에 대한 미련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가게 근처에 사는 이웃들도 마찬가지. 따돌림당하면서 살다가 가게에서 막일을 도우면서 푼돈을 받아 사는 원주민 남성 카후엔가, 캠핑카에 머물면서 그림을 그리는 중후년 무명 화가 콕스(잭 팰런스 분) 그리고 지나가는 손님에게 타투를 해 주는 여성 데비... 이웃들도 힘없고 세상을 그냥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

 

그러던 어느 날, 이 근처를 지나던 독일 국적의 여성 야스민(마리안느 제게브레히트 분)이 남편과 된통 싸우고 하차하여 트렁크만 하나 끌고서 정처 없이 길을 걷다가 이곳에 머문다. 홀로 온 여성 손님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뭐 그냥 커피나 토스트나 적당히 먹고 가겠지 하던 브렌다였으나 야스민은 지저분한 가게를 보고서 브렌다가 가게를 잠시 비우자 스스로 나서서 가게를 치우고 바깥까지 말끔하게 정리한다. 나중에 들어온 브렌다는 버럭거리면서 왜 멋대로 손대느냐고 화내지만 야스민은 웃으면서 대한다. 카페에 사는 이웃들에게 다정하게 대하고 힘든 일을 도우면서 야스민은 카페에 머무는데 처음에는 야스민을 무척 짜증내던 브렌다는 어느새 정들고.... 이웃들이나 브렌다의 아이들도 야스민과 사이가 좋아진다. 그리고 브렌다도 미소를 찾고 가게는 깨끗하게 새 모습을 보이며 지나가던 손님들에게 호평받고 사람들이 정겹게 모이는 명소가 되지만...

 

 

평가

 

남성이 감독한, 두 여성을 다룬 이야기를 잘 표현한 영화.

90년대 중순부터 페미니즘 영화적 비평이라고 알리며 홍보하던 여성 영화 평론가 유지나의 촌평.

 

그야말로 사고뭉치인 남편으로 인해 마음고생하고 몸고생하는 두 여성끼리 만나 서로 정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그것과 더불어 등장인물이 쭉쭉빵빵 미녀, 꽃미남 그런 것은 정말 없다. 여주인공인 중년 여성 브렌다나 뚱뚱한 중년 여성 야스민을 비롯하여 주역인 등장인물들은 나이가 들거나 힘없고 초라하고 내 일상에서 많이 보는 듯한 사람들이다.



그것과 더불어 주제가로 쓰인, 제베타 스틸이 부른 「Calling You」.이 영화의 분위기가 잘 표현된 명곡이다. 재회하여 서로 정겹게 포옹하던 배경 음악과 엔딩 타이틀 곡으로 씌었다.

 

이 영화를 감독한 퍼시 아들론이 1991년에 감독한 영화 「연어 알」(원제 Salmonberries는 북미에서 나는 딸기의 일종으로서 연어알은 오역이다.)도 바그다드 카페처럼은 아니지만, 소문을 타면서 은근히 알려진 수작이다. 바그다드 카페가 더운 사막이 배경이라면 「연어 알」은 추운 극지를 배경으로 이번에도 두 여성의 이야기를 잘 표현한다.



배역

 

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 - 야스민

CCH 파운더 - 브렌다

잭 팰런스 - 루디 콕스

크리스틴 카우프먼 - 데비

모니카 칼하운 - 필리스

조지 아길라 - 카후엔가

G. 스모키 캠벨 - 살

한스 스태드바우어 - 야스민의 남편

아페산아 아페사나쾃 - 셔리프 아니

대런 플랙 - 살라모

조지 아귈라 - 카후엔가

마크 다네리 - 트럭커 마크

레이 영 - 트럭커 레이

게리 리 데이비스 - 트럭커 게리



 

국내 흥행

 

국내에서는 1993년 7월 17일에 극장 개봉했지만 극장에서는 별로 성공하지 못했고 비디오 같은 제 2차 매체에서 소문을 타고서 알려졌으며 2008년에 KBS에서 더빙 방영했다. 성우진은 다음과 같다. 브렌다는 이연희, 야스민은 전숙경, 화가인 루디는 한상덕, 그밖에 브렌다의 남편는 김준, 데비는 이진화, 브렌다의 아들 살라모는 유동균, 보안관는 손선근, 브렌다의 딸 주유랑, 에릭는 김래환, 야스민의 남편는 성창수, 직원인 카후엔가는 이재웅. 우리말 연출는 하인성 PD.

 

그리고 2016년에 23년 만에 재개봉되었다. 17분 정도 추가된 감독판에 화질도 보정되었으며 본래 5월 개봉 예정였으나 연기된 뒤 7월 14일에 재개봉했다. 전국 관객은 19,767명.

 

 

슬램덩크 1권 초반에 강백호가 50번째 고백이 거절당해 농구부라는 말에 분노할 때 같은 반 학생이 어제 영화를 감상했는데 「바그다드 카페」였어~라고 하자 바스켓 카페?로 듣고 그렇게 말한 학생에게 박치기했다.

 

또한 원피스 알라바스타 편에서 미스 더블 핑거(폴라)가 운영하는 '스파이더즈 카페'는 바로 이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작가가 SBS에서 직접 밝혔다.







영화<바그다드 카페>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던 주제곡 '콜링 유 Calling You'는 한 번 듣고도 절대 잊히지 않을 만큼 독특하고도 강렬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색채 또한 인상적이었다. 수채화를 옮겨놓은 듯한 색감. 특히, 새파란 하늘빛이 뇌리에 강렬히 각인됐었다. 두 여주인공의 강인함과 그들의 우정이라는 줄거리 또한 내가 영화에 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페미니즘 영화들은 줄곧 나를 유혹해왔다. 그렇다고 <바그다드 카페>가 투박하거나 억척스러운 면만 지닌 건 아니다. '예상 외의' 로맨스도 갖추고 있다. 트레일러에 사는 늙고 초라한 남자 '루디 콕스'는, 그림에 대한 열정이 남아있는 로맨티스트인 동시에 그곳을 찾은 야스민과 사랑에 빠진다. 심지어 '독특한 프러포즈'도 감행한다.



<바그다드 카페>의 주된 소재는 '여성의 우정과 성공'이다. 남편과 렌트카 여행을 하던 중 싸움을 하게 된 야스민은 홧김에 황량한 사막 한복판에 내린다. 무더운 날씨에 모직 옷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는 뚱보아줌마 야스민. 그녀는, 길 한복판에 있는 바그다드 카페의 문을 연다. 가스와 오일을 팔며 모텔을 겸하고 있는 그곳에서의 투숙을 결정하는 야스민. 카페 여주인 브렌다는, 빈둥거리기 일쑤인 남편과 말 안 듣는 아들 딸 때문에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다. 그런 그녀가 타인에게 관대하길 바라는 건 과욕이다. 손님인 야스민에게도 브렌다는 불친절하다. 카페를 찾는 온갖 방랑자들의 삶 또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사막 위의 사람들처럼 축~ 처져있기 일쑤다. 그렇게 삐걱대던 카페는, 야스민이 투숙한 이래로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카페와 모텔을 말끔히 청소하는가 하면, 마술을 익혀 손님들을 상대로 마술 서비스를 한다. 이후, 거짓말처럼 손님들로 북적이기 시작하는 카페는 활기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영화는, 죽어있는 모든 것들에 생기를 부여한다. 가족관계와 경제적 빈곤을 앓고 있던 브렌다, 경제적으로는 큰 문제 없어 보이지만, 자식이 없고 남편까지 떠나버린 관계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던 야스민. 죽어있는 카페와 그곳을 찾는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은 결핍을 안은 '약자'였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의 고통을 어루만지고 소통해나가면서 '성공'을 맛본다. 전혀 다른 모습의 두 여성이 만나 기적을 이룬 셈이다. 물론, 영화는 '현실성'을 부여하면서 그들의 성공을 오래 지속시키거나 가속화시키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관광비자가 만료된 데다 취업비자 없이 일을 하던 야스민은 고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바그다드 카페의 성공은 반짝 빛나던 일시적인 현상으로 기억될 뿐이다. 결국, 바그다드 카페는 이전의 남루한 상태로 돌아가고 말지만, 두 여성의 관계와 그들이 빚어낸 성공은 확실히 멋있다.

 

 

'바그다드 카페'의 성공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황량한 사막 위에 활짝 핀 꽃'이라고. 비록, 모래바람이 휩쓸고 간 듯한 성공이지만 그 바람이 전하는 향기는 관객들의 마음 속 깊이 머물고 있을 것이다. 두 아줌마의 '뜨거운' 포옹은 가히 눈물겹다. 삶에 지쳐 힘들 때, 그 누구도 내 주변에 남아있지 않다고 여겨질 때 이 영화를 꺼내보면 어떨까. 지금의 환경이 처량하다 할지라도, 빛을 비춰주는 조력자가 언제든 당신의 눈 앞에 기적처럼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힘을 믿어보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갖출 것. 마냥 우울하기만 한 인생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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