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국가
敏感國家 / Sensitive Country
미국 에너지부에서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를 지정할 때 사용하는 용어.
정식 명칭은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 SCL)이다.
미국 에너지부(DOE)에서는 국가 안보나 핵확산 우려, 테러 지원 등의 이유로 민감국가 목록을 작성하고 있으며 에너지부 산하의 미국 정보방첩국(OICI)과 미국 국가핵안보국(NNSA) 등이 리스트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록에 포함된 국가들은 미국과 원자력,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의 협력이 제한된다.
민감국가 목록에 포함된 국가로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시리아 등이 있다. 여기서 1) 중국과 러시아는 '위험국가', 2) 북한과 이란은 '테러지원국'이라는 별도 명칭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대부분 미국과 적대 관계인 국가들이지만, 3) 비동맹 신흥국가인 인도, 심지어는 미국의 실질적 동맹국인 이스라엘, 대만도 '기타' 항목으로, 가장 낮은 단계의 민감국가에 포함되어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총 25개국이 지정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후술할 이유로 한국까지 신규 포함되면 26개국으로 늘어난다.
한국 지정 논란
2025년 1월 초에 미국 에너지부가 산하기관에 4월 15일부터 한국을 가장 낮은 단계(즉, 이스라엘이나 대만과 동급)인 '기타' 민감국가로 지정하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감국가 지정 주체는 임기 막바지였던 조 바이든 행정부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을 확인하는 발표에서 "에너지부는 광범위한 SCL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한국과의 양자 간 과학·기술 협력에 새로운 제한은 없다”며 “에너지부는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증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답하며 “목록에 포함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정국 가운데는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방지, 비확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들도 포함돼 있다”라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협력 시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록 포함 국가 출신 연구자가 에너지부 관련 시설 또는 산하 연구기관에 방문하거나 이들 기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려면 부처의 엄격한 사전 인증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미국이 '사전, 내부 검토'라는 명분으로, 원자력 등의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 기회를 축소, 제한할 수 있도록 할 소지가 충분한 것이다.
이후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 조치를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추진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한국과의 무역 및 방위비 협상에서 민감국가 지정 문제를 한미외교의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민감국가 명단에 올랐다가 1994년 7월에 해제된 적이 있다.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이 확인되자, 원인이 핵무장론 때문이라는 보도가 잇따랐고###, 야권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측은 "핵무장론을 방치 내지 부추긴 결과"라며 성토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년 안에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느니, 핵무장을 해야 한다느니 같은 이런 허장성세, 현실성 없는 핵무장론”이라 맹비난 하며, “(핵무장론은) 불가능한 얘기, 선동적 허장성세였을 뿐”이고 “국제적 경제 제재를 받아 북한과 같은 삶을 각오해야 비로소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3월 17일 오후 핵무장론이나 탄핵같은 한국 국내 정책과는 상관없고, 미국내 연구소 보안 문제가 원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때를 같이 해서 아이다호 연구소에서 도급업체 직원이 수출금지 원자로 소프트웨어를 한국으로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례가 기사화되었는데, 이를 비롯해서 한국의 지속적인 미국 원자력 기술 절도 시도가 보다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보수 성향의 언론들도 핵무장이나 탄핵 정국을 비롯한 국내 정치/정책 논란보다는, 원자력 관련 기술을 둘러싼 한미 양국간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무게를 두려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美 민감국가 지정, 두달간 몰랐던 정부
미국이 지난 1월 초 과학기술 협력에 제한을 가하는 ‘민감국가 리스트(Sensitive Country ListㆍSCL)’에 동맹국인 한국을 포함한 사실을 공식 확인해 정치ㆍ외교ㆍ경제ㆍ과학기술 등 여러 영역별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한ㆍ미 간 에너지ㆍ과학 협력은 물론 양국 동맹 관계에도 부정적 리스크가 커졌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이 사실을 두 달 가까이 까맣게 몰랐다가 최근에야 경위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보 수집 및 대응 체계에 큰 구멍을 드러냈다.
미국 에너지부는 14일(현지시간) 한국의 민감국가 포함 여부에 대한 중앙일보 질의에 “전임 (조 바이든) 정부는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국가 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등 우려가 있는 국가를 민감국가로 지정하는데 ▶테러 지원 국가(북한ㆍ이란ㆍ시리아 등) ▶위험 국가(중국ㆍ러시아 등) ▶기타 지정 국가 등으로 분류한다.
원자력 등 첨단분야 협력에 제약
에너지부 산하 정보 기구인 정보방첩국(OICI)이 관리하는 민감국가 리스트에 오르면 에너지부와 산하 17개 국립연구소 정보나 연구 등 접근에 제약이 따른다. 원자력ㆍ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에서 한ㆍ미 간 과학기술 이전 및 협력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에너지부는 “리스트에 올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 관계라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미국인이나 에너지부 직원의 해당 국가 방문ㆍ거래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해당 국가 국민의 에너지부 방문도 금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방문과 협력이 필요할 경우 사전에 내부 검토를 거친다”고 했다.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들에는 ‘방문 6주 전 사전 승인’이 필요한 민감국가에 한국이 포함된 사실이 공지됐다고 한다. 사전 검토 및 사후 보고 등 장치를 두어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교류와 협력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과학기술계 인사들 사이에선 첨단 분야 주요 연구에서 한국이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고 경우에 따라 한국이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원자로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있다.
지정 사유 놓고 해석 분분
구체적 지정 사유는 에너지부가 공개하지 않아 몇 가지 추측이 나올 뿐이다. 일각에서는 12ㆍ3 비상계엄 이후 한 달이 지난 시점이란 측면에서 한국의 정정(政情) 불안이 이유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에너지ㆍ환경ㆍ원자력 문제를 관장하는 에너지부가 외국의 내부 정치 상황을 평가하고 요주의 국가 대상에 올리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나온다.
그보다는 한국 내 점증하는 독자 핵무장 논의와 관련 있을 거란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핵 비확산 주무 부처인 에너지부가 관장하는 민감국가 리스트에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비롯해 인도ㆍ파키스탄 등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분류되는 나라들이 올라 있다는 점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월 자체 핵 보유 가능성을 언급하자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한ㆍ미 동맹의 핵심은 비핵화”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한 적이 있다.
한국 핵무장론이 영향 미쳤을 가능성
그럼에도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독자적 핵무장론이 더 확산하는 흐름을 보이자 바이든 행정부가 물러나기 직전 민감국가 지정이라는 제동 장치를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중앙일보 서면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는 한국이 독자적 핵무기 프로그램을 가능하게 하는 조치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한국의 핵무기 능력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싶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달 동안 손 놓고 뒤늦게 경위파악 분주
외교부는 한국이 다시 민감국가에 지정된 데 대해 “정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미 정부 관계 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한ㆍ미 간 에너지, 과학기술 협력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적극 교섭해 나가겠다”고 했다. 문제는 두 달 가까이 관련 정보를 파악하지 못해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최근 비공식 경로를 통해 알게 됐다. 경위 등 여러 가지를 지금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중대 사안을 놓고 동맹 관계인 미국과 한국 정부 간에 사전 협의도, 공식 소통도 없었다는 얘기다. 주미대사관을 비롯한 외교 당국은 그간 뭘 하고 있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오는 4월 15일 민감국가 지정이 공식 발효되기 전에 물밑 협의를 통해 최대한 시정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시정’은 ‘지정 해제’를 뜻한다. 하지만 이미 상당 기간 검토 끝에 취한 조치여서 되돌리기에는 적잖은 시간과 외교적 비용이 들 가능성이 크다.
한ㆍ미 간 동맹 질서에도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는 “이번 조치로 한ㆍ미 동맹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전문가들이 이번 조치를 바로잡기를 바란다”고 중앙일보에 말했다. 여러 모로 뼈아픈 얘기들이다. 지금부터라도 정부 당국은 비상한 각오로 외교 역량을 풀가동해 지정 해제를 이끌어내야 한다.
미, 한국 ‘민감국가’ 지정 공식 확인
미국이 원자력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협력이 제한될 수 있는 ‘민감국가’ 명단에 동맹국인 한국을 추가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정치·외교, 기술 협력 등에서 상당한 후폭풍이 우려된다.
미국 에너지부는 14일(현지시각) 연합뉴스의 확인 요청에 “에너지부는 광범위한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전 정부(바이든 행정부)가 2025년 1월 초 한국을 에스씨엘 내 최하위 범주인 ‘기타 지정 국가’(Other Designated Country)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에는 정보방첩국이라는 정보기구가 별도로 있는데 정부 내 17개 정보기관, 국가핵안보청(NNSA)과 협업해 민감국가를 지정하고 관리한다. 민감국가는 단계에 따라 ‘기타 지정국가’ ‘위험국가(중국·러시아 등)’ ‘테러지원 국가’(북한, 시리아, 이란 등)로 구분된다. 민감국가 명단은 정식으로 공개되지는 않고 매년 수정되는데,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왜? 한국 핵무장론이 도화선
미국 에너지부는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어떤 이유로 한국을 리스트에 추가했는지는 이번에도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핵무장론에 대한 미국의 경계감이 이유라고 지적한다. 2023년 1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이후 미국 정부에서는 한국 핵무장론을 계속 주시해왔다. 게다가 2024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한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할 것’이라며 보수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핵무장론, 핵자강론 목소리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이와 함께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바이든 행정부는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핵무장 여론을 고조시키고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에너지부 산하 정보기구의 판단,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실망감과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지금 국제적으로 한국은 핵확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지목되고 있고, 그런 상황을 고려해 에너지부 산하 정보기구를 비롯한 여러 기구들이 핵확산 우려 때문에 한국을 리스트에 추가했을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미국 행정부와 다른 점이 있더라도 핵확산을 허용할 것이라는 한국 일부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가 지정 조치를 취했다면 그것은 한국의 핵무기 능력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자력 분야 전문가인 이춘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도 “이번에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는 한국에서 확산되는 핵무장론에 대한 미국 당국의 경고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핵무장론을 정조준했다기보다는 한국 원전 수출을 둘러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식으로도 설명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에너지부의 정보기구의 결정에 기업의 이해관계가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되돌릴 수 있나, 기술 협력에 어떤 영향 미칠까?
일정대로 오는 4월15일부터 한국을 ‘민감국가’로 추가한 명단이 시행되면 한미간 원자력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협력에 제한이 생기고, 한미 동맹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이번 답변에서 “목록에 포함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정국 가운데는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방지, 비확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기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들도 포함돼 있다”며 한국의 우려를 달래려 했다. 하지만 에너지부 규정에 따르면 민감국가 연구자들은 에너지부 소속 연구소 등 시설이나 프로그램, 정보에 접근하려면 특별 승인을 받아야 하고 “방문과 협력은 사전에 내부 검토를 거친다”고 되어 있다. 내부 검토를 거쳐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한국과 미국의 과학기술 협력이 제한되고 위축될 수밖에 없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명단은 미국이 ‘한국의 핵확산 우려가 있다’는 분류를 한 것이기 때문에 약한 단계의 제약이 시작된 것도 심각한 문제다. 동맹을 명단에 넣었다는 것 자체가 한국에는 큰 여파를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위 의원은 “미국 당국자들에 확인해 보니, 이 민감국가 명단은 미국 정보당국이 수개월 동안 검토해서 취한 조치이고 되돌리기 어렵다고 한다”며 “에너지부가 ‘낮은 단계이고 문제가 크지 않다’고 강조하면서도 이에 대한 협의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 명단에서 한국을 빼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의원은 1년에 미국 에너지부 산하에 방문하는 한국 과학자가 2천~3천명 정도인데, 4월15일 이후에는 일일히 사전에 서류를 제출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게 되고, 승인이 거부될 수 있으며, 최첨단 기술이나 민감 기술에 대해서는 접근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미 명단은 연구 현장에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미국 국립연구소의 한 연구자는 “4월15일에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명단이 효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현재 확정된 상태이고, 국립연구소들 외에 협업하는 대학 연구자들에게도 이미 공유되었다”며 “여름에 한국을 방문해야 할 연구자의 방문 절차가 까다로워져서 그에 따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뒤늦게 파악, 한미동맹 영향은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명단이 다음달 15일부터 그대로 시행되면 한미간 원자력·첨단기술 협력에 제약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한미동맹의 신뢰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등급에서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에너지부 ‘민감국가’ 명단에 테러지원국이자 불법 핵무기 개발 국가인 북한과 한국이 유사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핵보유국)로 반복적으로 지칭하는 가운데, 미국이 한국과의 원자력 협력을 제약하는 모습이 연출될 경우 안보적 차원에서도 북한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정부가 두 달 가까이 관련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1월 초 바이든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했는데도 정부는 최근까지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답변에서 최근에 비공식 경로로 관련 동향을 알게 됐으며 미국 측에 문제를 제기한 뒤 에너지부가 내부에서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소통이 없었고, 정부도 자체적으로 이런 동향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 장관이 국회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지 않은 어떤 요인 때문에 생기는 일회성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말했는데, 상황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정부가 4월15일까지 명단을 되돌릴 수 있다고 강조해온 만큼 그 말에 책임을 지고, 외교 역량을 발휘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