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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유니버스, 최순화, 1943년, 80세, 모델, 간병인, 시니어 모델

Jobs9 2024. 10. 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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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도전한 최순화 씨(80)의 이야기가 화제다.

28일(현지시간) CNN은 ‘나이는 숫자일 뿐임을 증명하는 80세 미스 유니버스 코리아 출전자를 만나보세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 씨의 삶을 조명했다. 

최 씨는 지난 22일 미스 유니버스 코리아의 서류 심사와 예선을 통과해 본선 참가자로 뽑혔다. 미스 유니버스는 출전자 연령을 18~28세로 제한해 오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일자 올해부터 나이 제한을 없앴다. 또 임산부와 기혼자, 결혼한 적 있던 여성에게도 참가 자격을 부여했다. 

최 씨는 CN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80세 여성이 어떻게 저렇게 건강할 수 있지’, ‘어떻게 저 몸매를 유지했지’, ‘식단은 어떻게 되지’와 같은 질문이 나올 수 있도록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겉으로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편안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요즘 사람들은 너무 부정적이다. 긍정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43년에 태어난 최 씨는 아버지가 사 온 잡지 속 화려한 옷을 입은 모델들을 보고 모델을 꿈꿨다. 그러나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기에 18세의 나이에 방직 공장에 취직했다. 이후 최 씨는 결혼해 한 사람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았다. 노년이 된 최 씨는 지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해 간병인 일을 시작했다. 간병인으로 일하면서 만난 환자 중 한 명이 “키도 크시고 모델 하시면 너무 잘 어울리시겠다”며 시니어 모델을 권유했다. 

최 씨는 처음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모델이 꿈이었기에 과감히 도전했다고 한다. 그는 모델 학원에 다녔고 학원 강사의 소속사에 들어갔다. 결국 2018년 서울 패션위크 런웨이에 74세의 나이로 데뷔했다. 이후 패션 잡지와 맥주 광고에도 등장했다. 

최 씨는 “노인 모델에 대한 태도와 기회가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요즘 노인 모델이 많다”며 “그중 실제로 모델 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일부에 불과할진 몰라도, 10년 전 아무도 노인 모델을 찾지 않았던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미스 유니버스 코리아 본선 대회는 30일 서울 강남구 CG 아트홀에서 열린다. 여기서 최 씨가 최종 후보로 선발된다면 오는 11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최고령 출전자로 나가게 된다. 현재 확정된 출전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몰타의 베아트리스 은조야(40)다. 

최 씨는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해외 무대에 서는 것을 꿈꿔왔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며 “가족도 나를 자랑스러워한다”고 전했다.


 

 


80세 여성이 미스유니버스코리아에 참가한다. 나이 제한을 없앤 이 대회에 지원해 서류 심사는 물론 예선을 통과한 32명의 본선 참가자 중 한 명으로 뽑힌 것이다.  

미스유니버스는 1952년부터 개최되고 있는데 지난해까지 '18∼28세까지'라는 나이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연령 제한을 폐지하며 미모뿐만이 아닌 지성과 교양, 품격, 사회적 역할까지 전반적으로 고려하는 대회로 탈바꿈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미스 텍사스 USA'에 참가한 마리사 테이요(71)는 역대 최고령 경연자로 눈길을 끈 바 있다.  

미스유니버스코리아도 올해부터 나이 제한은 물론 키와 몸무게 제한을 없앴다. 덕분에 1943년생부터 2005년생까지 폭넓은 지원자가 신청했다. 그리고, 1943년생 최순화 씨가 최고령 지원자에서 최고령 본선 참가자가 되었다. 



미스유니버스코리아 본선에 진출한 1943년생 최순화 씨

미스유니버스코리아 본선 참가자로 뽑힌 거 축하드립니다. 80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용기를 내기 힘드셨을 텐데요 최순화 씨는 젊었을 때 어떤 분이셨나요?

꿈 많은 소녀였지요. 초등학생 시절인 1950년대 중반 마산에 살 때 할머니께서 저를 극장에 데리고 다니셨어요. 외국영화는 물론 연극과 국극 공연을 참 많이도 봤지요. 할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국극 배우 흉내를 내기도 했는데 손님들과 종업원들이 참 좋아했어요. 아마도 무대를 즐기는 끼가 그때에도 있었나 봐요. 그리고 아버지는 언니들에게 '여원' 같은 잡지를 자주 사주셨어요. 저는 언니들 어깨너머로 본 잡지에 나온 예쁜 옷을 입은 모델들이 참 부러웠고요. 그때부터였을 거예요. 나도 저렇게 예쁜 옷을 입은 모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 게요. 

하지만 어릴 적 꿈을 뒤로 하고 한국의 많은 여인이 그랬듯 아내로, 어머니로 살아오셨어요. 그러다 간병인으로 일했다죠?

아들과 딸이 대학에 입학한 1990년대 중반 무렵부터였어요. 아이들 학비에 도움 될까 해서 간병인이 되었고, 아이들 결혼 무렵까지 일했어요. 그러다 이런저런 일로 경제적 어려움이 생겨서 다시 간병인으로 나섰고요. 그런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결국은 제 꿈을 다시 일깨운 계기가 되었어요. 

시니어모델을 말씀하시는 거죠? 왠지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관련 업계에서는 꽤 알려지고 활발히 활동하는 모델이시더라고요. 그런데 간병인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거죠?  

제가 다시 간병인으로 일하며 만난 환자분이 있어요. 당시 어느 교회 전도사였고 지금은 목사님이 되신 여자분이죠. 그분이 어느 날 제게 모델을 하면 근사할 거 같다고 하는 거예요. 지켜보니 그렇다면서요. 그때 머리에서 종소리가 들리고 멀리서 빛이 비쳐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릴 적에 모델이 되고 싶다고 한 꿈을 불현듯 떠올리게 된 거죠. 저는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키가 컸어요. 지금은 168cm 정도지만 젊었을 때는 170cm가 넘었었죠. 그리고 체형 또한 평생 날씬했어요. 그래도 일흔이 넘은 나이에 모델이라니, 언감생심이라고 생각했죠.  

나이가 많으셔서 넘지 못할 장벽이라고 생각하셨군요. 그러다 시니어모델은 어떻게 되신 건가요? 

그때가 2014년이었어요. 시니어모델 학원 광고를 접한 게. 그 무렵부터 시니어모델이 조금씩 알려졌는데 고민 끝에 등록했지요. 그런데 제가 학원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거예요. 저는 70대인데 거의 60대 정도였거든요. 그래도 열심히 했지요. 워킹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를 지켜본 어느 선생님이 제 가능성을 높이 보셨어요. 결국엔 그분 도움으로 본격적으로 시니어모델로 활동하게 되었지요.   

◇ 시니어모델의 롤모델에서 미스유니버스코리아 최고령 참가자로 

2010년대 중반 시니어모델이 세상에 알려졌다. 시니어모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기엔 패션쇼와 광고 등에서 멋진 노인으로 등장한 김칠두 씨와 최순화 씨라는 걸출한 시니어모델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최순화 씨는 "근현대사에서 여러 고난을 극복해온 한국 여인의 강인함과 인내심을 보여주는 내면과 외면을 함께 가졌다"는 평을 얻는다고.  

결국 어릴 적 꿈인 모델이 되시며 주변에 많은 영향을 끼치신 거 같아요. 그 변화를 체감하시나요?

2016년인가 DDP에서 열린 패션쇼 무대에 섰어요.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어떻게 모델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의 눈길을 걷어버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어요. 사실 제가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처음에는 주변에 하지 않았었거든요.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워낙 많았어야 말이죠. 하지만 제가 모델을 시작하고 세상에 시니어모델이라는 게 알려지자 관련 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어요. 제가 처음 배울 때만 해도 두어 개 정도밖에 없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주변의 응원도 쏟아졌고 저를 롤모델로 하는 지망생들도 많아졌지요. 

시니어모델을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이 된 거군요. 그런데 최순화 씨에게도 롤모델이 있다면서요?

있지요. 이탈리아계 미국 여성 모델인 '카르멘 델로피체(Carmen Dell'Orefice)'가 바로 그분이에요. 1931년생인데 15세부터 90세가 넘을 때까지 현역 모델로 활동한 분이지요. 2012년 보그 표지 모델이 되며 이 잡지 사상 최고령 표지 모델에 오르기도 했고요. 저도 그분처럼 계속 활력을 유지하며 오래도록 모델로 활동하고 싶어요. 

외국 매체에서도 최순화 씨를 소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시다가 미스유니버스코리아에 나가게 되셨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사실 저는 외국에 진출하고 싶었어요. 미국 사진작가가 와서 저를 촬영하기도 했고 외국 매체에도 제 활동 모습이 전해지기도 했었죠. 그러다 주변에서 미스유니버스코리아가 나이 제한을 없앴다며 출전해 보라고 권했어요. 혹시 외국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면서요. 저는 고민을 하는 한편 친한 시니어모델들과 정보를 나누었어요. 함께 신청하자 권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결국 저만 신청서를 냈고 이렇게 본선까지 진출하게 되었네요.  

다시 한번 더 축하드려요. 본선 준비하느라고 바쁘실 텐데요. 이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나요?

즐겁기만 한걸요. 어린 참가자들과도 친하게 지내요. 저처럼 늙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는데 나보다는 나은 삶을 살라고 조언해주곤 하죠. 암튼 젊은 친구들과 함께 호흡하니 저 또한 젊어지는 느낌입니다. 출전하지 않았다면 평생 후회할 뻔했어요. 좋은 경험과 추억으로 생각하려고요. 그래도 대회니까 좋은 성과 얻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작은 상이라도 받으면 더 좋겠지만요.   

마지막으로, 대회에 임하는 목표 혹은 마음 자세가 있다면요?

한국 여성 노인들의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 일에 제가 작은 보탬이라도 된다면 좋겠어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최순화 씨는 시니어모델 계의 롤모델이다. (모델: 최순화. 인스타그램: @soonhwa01사진작가, 의상코디, 크리에이티브: 프랜칠리 피궈로아. 인스타그램: @franchely_photographer 프로듀서: 양선묵. 인스타그램: @dane_quesadilla)
뉴스포스트와 인터뷰한 날 최순화 씨에게는 외신 인터뷰도 잡혀 있었다. 이렇듯 그녀의 미스유니버스코리아 도전 소식은 각종 외신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로이터(Reuters), 유로뉴스(Euronews), 중국중앙TV(CCTV) 등에서 최순화 씨의 소식을 뉴스로 내보냈다. 그리고 구글에서 검색하면 그녀의 도전을 소개하는 외국어 게시물들이 많은데 해외에서 화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미스유니버스코리아 2024'가 오는 9월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건설회관 CG 아트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순화 씨 등 32명의 본선 진출자들이 올 11월 멕시코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에 나갈 한국 대표를 가리기 위해 나섰다. 

출처 : 뉴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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