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선거와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
1792년 제정된 연방법에 따라 4년 주기로 실시되는 미국 대선은 11월 첫 번째 월요일 하루 뒤인 화요일로 선거일이 정해져 있다.
선거권을 가진 국민이 대통령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주(state)별로 선거인단을 통해 실시하는 간접선거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즉, 국민이 대통령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먼저 선거인단을 뽑고,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 대선에서는 단순히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가장 많이 얻었다고 해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승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이란 무엇일까.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인단은 말 그대로 대통령을 뽑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각 주의 선거인단 수는 해당 지역의 하원의원과 상원의원 수를 합한 것으로 각 주의 인구 비례에 따라 할당돼 있다.
선거인단 선출은 해당 주에서 한 표라도 더 얻는 후보가 그 주의 표를 모두 가져가는 이른바 '승자독식 방식(Winner-Take-All)'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어떤 주의 선거인단 수가 10명이라면 전체 득표에서 한 표라도 더 받은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10표 모두를 싹쓸이하는 식이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2개 주를 제외한 48개 주가 이같은 '승자독식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네브래스카주와 메인주는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나눈다.
이런 방식을 통해 후보들은 전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선거에서 승리한다.
이들 선거인단은 기본적으로 해당 주 유권자들의 선택을 따르기 때문에 이들이 누구를 찍을지는 이미 결정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는 전체 득표수가 적었음에도 선거인단 수가 더 많아 승리한 후보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득표율은 앞섰으나 선거인단 수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선거인단 제도를 유지하는 이유
그렇다면 미국은 왜 이런 선거인단 제도를 유지하는 걸까.
간단히 말하면 미국 헌법에 선거인단 제도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꾸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헌법 개정은 쉽지 않다.
앞서 설명한 대로 승자독식 방식 때문에 매번 사장되는 표가 많다 보니 미국 내에서도 선거인단 제도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선거인단 제도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대통령 후보들이 주(state) 크기에 상관 없이 여러 주를 고르게 챙기게 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후보들이 특정 지역에만 신경을 쓰는 경우 선거인단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국적인 선거 운동을 통해 모든 지역 유권자들을 고루 챙기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특정한 정당에 대한 지지가 이미 확실한 지역에는 후보들이 관심을 덜 두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보다 많은 선거인단 확보를 위해서는 지지세가 확실한 곳보다는 경합주에 주력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정치는 선거인단 제도를 통해 양당 체제가 더욱 공고히 되고 있어, 거대 양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를 바꾸려고 할 가능성도 낮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
민주당과 공화당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미국은 보통 양당제 국가로 평가된다. 미국의 공화당(Republican Party)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연방 정부의 권한은 줄이고 개별 주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공화당은 주로 백인, 남성, 보수 성향, 기독교층의 지지를 받아왔다.
공화당을 상징하는 색은 빨간색이다.
미국의 민주당(Democratic Party)은 공화당과는 달리 연방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지향한다. 정부의 간섭을 통해 복지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입장이다. 사회적, 경제적 평등을 옹호하며 노조의 권리 보호와 국가적 차원의 의료 보험 제도, 친이민 제도 등도 강조한다.
1930년대 초반, 미국 경제 대공황 당시 민주당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시행한 뉴딜 정책이 대표적이다.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은 국가가 적극 나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구조를 개혁하며 경제를 회복시켰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가치를 지닌 정당으로, 노동자와 이민자, 흑인 등 소수계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은 파란색이다.
색깔 외에도 양당을 상징하는 동물이 있는데 공화당은 '코끼리', 민주당은 '당나귀'로 알려져있다.
코끼리가 공화당의 상징이 된 건 1870년대 미국의 한 만평가가 내놓은 그림에서 유래했다. 당시 만평에는 몸집만 큰 코끼리가 사자 가죽을 쓴 당나귀를 피하려다 구덩이에 빠지는 모습이 실렸는데 이후 공화당을 코끼리로 빗댄 만평이 잇따라 나오며 공화당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당초 만평이 의도한 것과 달리 공화당은 코끼리가 '강하고 위엄있는 동물'이라고 강조한다.
당나귀가 민주당의 상징이 된 건 앤드루 잭슨이 민주당 후보로 나온 1828년 대선이 계기가 됐다.
당시 공화당은 남부 시골 출신의 잭슨의 인기에 대항하기 위해 그를 '바보, 멍청이'라는 뜻의 '잭애스(Jackass)'라고 불렀다. 여기에는 '수컷 당나귀'라는 뜻도 있는데, 이에 잭슨은 오히려 당나귀가 근면한 동물이라며 맞받아쳤고 이후 대선에서 결국 승리를 거뒀다.
'당나귀는 어리석다'는 공화당의 비난에도 민주당은 당나귀가 '영리하고 용기 있는 동물'이라고 주장한다.
최대 관심사, '경합주(swing state)'
미국 대선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는 곳 중의 하나는 바로 경합주이다. 경합주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로 불리는데 특정 정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 못한 지역을 의미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미국 대부분의 주는 선거인단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경합주의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경합주는 미 대선 역사에서 최소 한 차례 이상 지지 정당이 바뀐 주를 가리키거나 전체 득표율 격차가 5% 미만인 주를 말하기도 한다.
선거 때마다 지지 후보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갈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후보자 입장에서는 이들 지역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위스콘신, 펜실베니아, 플로리다 등의 경합주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아슬아슬한 차이로 이기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특히, 펜실베니아와 위스콘신, 미시건 등 5개 주는 낙후된 공업지대라고 해서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으로 불린다. 백인 노동자 계층이 많은 이들 지역은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지였으며,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의 사람들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자유무역 정책이 미국 제조업을 쇠퇴시켰다고 주장하며 이들 지역의 근로자들에게 지지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