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정광대다라니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가비라성(迦毗羅城)의 큰 절에서 한량없는 대비구 대중과 함께 계셨다. 또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보살마하살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제일체개장보살(除一切蓋障菩薩)⋅집금강주보살(執金剛主菩薩)⋅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문수사리보살(文殊舍利菩薩)⋅보현보살(普賢菩薩)⋅무진의보살(無盡意菩薩)⋅미륵보살(彌勒菩薩)로서 그들이 대표가 되었으며, 또 한량없는 천⋅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인비인(人非人)의 대중들이 공경하고 둘러 있는 가운데서 법(法)을 말씀하셨다.
그때 그 성에 외도에 귀의하여 불법을 믿지 않는 겁비라전다(劫比羅戰茶)라는 바라문(婆羅門)이 있었다. 어떤 관상쟁이가 겁비라전다 바라문에게 말하기를, “바라문이여, 당신은 7일 후에는 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오.”라고 하였다.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 놀라고 걱정되어 ‘누가 나를 구해 줄 것인가? 누구에게 의지하면 좋을까? 옳지! 사문 구담(瞿曇)은 온갖 지혜를 얻은 이라고 하니, 내가 이제 그에게 가리라. 그가 진실로 온갖 지혜를 얻은 이라면 반드시 내가 걱정하는 일을 말하리라.’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바라문은 곧 부처님 계신 데로 가서 대중이 모인 가운데 멀리 부처님을 뵈옵고 여쭈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석가여래께서는 3세(世)의 법을 모르시는 것이 없었기에 바라문의 마음을 아시고 자비한 음성으로 말씀하시기를, “대바라문이여, 그대는 이제부터 7일 후에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죽어서는 그 무서운 아비지옥(阿鼻地獄: 고통의 간격이 없는 지옥)에 들어갈 것이다. 아비지옥에서 나와서는 다시 16지옥에 들어갈 것이고, 거기서 나와서는 다시 전다라(旃陁羅)가 될 것이다. 전다라로 죽어서는 또 돼지가 되어서 더러운 데 살면서 똥을 먹을 것이다. 돼지 몸으로 오래 살면서 무한한 괴로움을 받다가, 그 뒤에는 사람으로 태어날 것이나 빈궁하고 미천하고 더럽고 고약한 냄새가 나고 얼굴이 누추하고 검둥이가 되어 조갈병이 들고 대풍창에 걸려서 사람들이 상대하기를 싫어할 것이다. 목구멍은 바늘 같아서 항상 굶주릴 것이며 남에게 얻어맞고 차이는 괴로움을 한없이 받을 것이다.”라고 하셨다.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 무섭고 근심이 되어 슬피 울면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아뢰기를,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을 구제하시는 어른이옵니다. 제가 지금 지성으로 참회하고 귀의하오니, 세존이시여, 저를 대지옥의 고통에서 건져 주옵소서.”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대바라문이여, 이 가비라성의 세 갈래 길에 오래된 불탑이 있고, 그 탑 속에는 여래의 사리가 있느니라. 지금 그 탑이 무너져 가고 있으니, 그대가 가서 탑을 중수하면서 상륜당(相輪橖)을 만들고 그 속에 다라니(陀羅尼)를 써서 넣고, 성대한 공양을 베풀고 법에 의지하여 일곱 번 신주(神呪)를 송하라. 그리하면 그대의 수명이 오래갈 것이며, 오랜 뒤에 목숨을 마치면 극락세계에 왕생하여 백천 겁(劫) 동안 복락을 받을 것이다. 그 뒤에는 다시 묘희(妙喜) 세계에 왕생하여 역시 백천 겁 동안 복락을 받고, 또 그 뒤에는 도솔천궁(兜率天宮)에 태어나서 백천 겁 동안 복락이 계속될 것이다. 태어나는 곳마다 지난 세상의 일을 분명히 알며, 모든 장애를 제멸하고 모든 죄업이 소멸되어서 온갖 지옥의 고통을 여의고 항상 부처님을 뵈옵고 부처님의 보호를 받을 것이다.
바라문이여, 어떤 비구나 비구니나 우바새나 우바이나 선남자⋅선여인으로서 단명하거나 병이 많은 이가 있거든 오래된 탑을 중수하거나 진흙으로 작은 탑을 만들고 법대로 다라니를 써 넣고 또 다라니로 단(壇)을 모으라. 그 복으로 단명한 사람은 목숨이 증장하고 병이 있는 이는 곧 쾌차할 것이며, 지옥이나 축생이나 아귀의 죄보를 영원히 여의게 되리라. 지옥이란 소리를 귀로 듣지도 않을 터인데 어찌 몸으로 지옥의 고통을 받게 되겠느냐.”라고 하였다. 바라문은 이 말을 듣고 크게 환희하며 곧 무너진 탑이 있는 데로 가서 가르침 대로 수리하려 하였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