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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Lewis), 인과, 인과 관계, 비교적 유사성, 반사실문과 반사실적 의존, 사건들 사이의 인과적 의존, 선취

Jobs9 2022. 10. 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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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1973), 인과

루이스(Lewis)는 인과에 대한 흄의 두 가지 말로부터 논문을 시작한다: (i) “원인이란 어떤 다른 것이 따르는 것으로서, 전자와 유사한 것들에는 후자와 유사한 것들이 늘 따르는 것이다”; (ii) “어떤 것의 원인이란, 그것이 없었더라면 다음 것도 없었을 것이다.” (i)은 흄의 추종자들에 의해 규칙성 이론(Regularity Theory)으로 발전해왔다. 현대적인 규칙성 이론에 따르면, 거칠게 말해 원인이란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현실적 조건들의 최소적 집합(minimal set)의 임의의 원소이다: 그 조건들이, 주어진 법칙 하에서 결과의 존재에 대하여 합하여 충분하다(jointly sufficient). 쉽게 풀어 말하자면, 원인이란 반드시 혼자서 결과의 충분조건일 필요는 없지만 반드시 현실적으로 존재해야 하며, 여러 다른 요인들과 함께 특정 법칙에 따라 주어진 결과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루이스는 이러한 규칙성 분석이 원인과 다른 인과적 요소를 혼동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규칙성 이론이 제시하는 조건을 만족하는 것들 중에는 주어진 사건 e의 원인 외에도, e에 의해서만 야기될 수 있는 결과, e의 부수현상(epiphenomenon), e의 (실제 원인은 아닌) 선취된 잠재적 원인(preempted potential cause)도 포함된다. 루이스는 규칙성 이론가들이 이것들을 배제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전망은 어두워보인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그는 흄의 두 번째 말 (ii)에 착안하여 원인에 대한 반사실적 분석(counterfactual analysis)에 착수한다.  

반사실적 분석의 아이디어, 즉 원인이란 그것이 없었더라면 결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는 분명 직관적이다. 그러나 루이스 당시만 해도 여러 철학자들은 반사실문이 현실화되지 않은 가능성이라는 기괴한 형이상학적 항목을 포함하고, 불분명한 진리조건을 갖고 있으며, 현실적인 법칙을 위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사실문은 잘 이해되지 않는(ill-understood) 개념이라며 꺼려오고 있었다. 루이스는 이것이 거짓된 선입견(false preconception)이라며 반사실적 분석을 거부할 만한 좋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논문에서 루이스는 자신의 작업을 네 지점에서 국한시키려고 한다. 첫째로 그는 사건(event) 간 인과만을 다루고, 둘째로 인과적 일반화가 아닌 개별 사례에서의 인과만을 분석하겠다고 말한다. 더하여 셋째로, 그는 중요(principal) 원인 혹은 다른 인과적 요인들과는 구분되는 바로 그 원인(the cause)가 아니라, 넓은 의미의 비차별적인 인과적 요소(causal factor) 일반을 다루겠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논문에서 결정론 하에서의 인과에 논의를 제한한다. 이때 그가 말하는 결정론이란, 어떤 시점까지 똑같고 그 다음 시점부터 달라지면서도 법칙이 위반되지 않는 두 가능세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특수하게 이해된 것을 말한다. 그는 규칙성 이론과는 달리 반사실적 분석은 비결정론적 인과를 허용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여기서는 특별히 이를 다루지 않겠다고 말한다.  

비교적 유사성
가능 세계 간의 비교적인 전체적 유사성(comparative overall similarity)이란, 가능세계 간 다양한 측면의 유사성과 차이의 정도를 포괄적으로 상쇄시켜(balance off) 판단한, 한 가능세계 w1가 다른 가능세계 w2보다 주어진 가능세계 w에 더 가깝다(closer)는 관계를 말한다. 이 유사성은 정확한 값을 계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모호하며(vague), 인과에 대한 반사실적 분석은 가능세계 간 전체적 유사성 개념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또한 모호한 측면을 갖게 된다.  

루이스에 따르면 가능세계 간 비교적 유사성에 영향을 미치는 두 요소, 개별 사실(particular facts)에서의 유사성과 법칙에서의 유사성은 상호 교환(trade-off) 관계에 있다. 예컨대 내가 현실적으로는 저녁에 순대국을 먹었지만, 다른 세계 w1과 w2에서는 뼈해장국을 먹었다고 해 보자. 이때 w1이 내가 저녁으로 뼈해장국을 선택하기까지 개별 사실들에서 현실 세계와 차이가 없는 세계라면, 결정론이 참인 한 w1에서는 자연 법칙이 선택의 순간 위배되어야만 한다. 반면 w2에서 자연 법칙이 위배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내가 저녁으로 뼈해장국을 선택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 이전 시점의 개별 사실들이 조금이라도 현실 세계와 달라야 한다.  

여기서 루이스는 법칙의 위배가 개별 사실에서의 차이보다 세계 간 비교적 유사성을 더 크게 감소시키는 요인일 것이라는 일견적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우리 세계와 똑같은 법칙을 갖고 그 법칙이 위배되지 않는 세계라고 하더라도, 개별 사실들이 너무 다르다면 현실 세계와 가깝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루이스는 큰 시공간적 영역에 걸친 개별 사실들에서의 정확한 유사성(exact similarities)은 세계 간 유사성에 상당한 정도로 기여하며, 이런 점에서 작은 기적을 허용하고 개별 사실에서의 일치를 늘리는 것이 전체적 유사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루이스에 따르면 비교적 유사성은 적어도 다음 두 형식적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로 그것은 세계 간 약한 순서짓기(weak ordering) 관계여야 하며, 둘째로 현실 세계는 현실 세계에 가장 가까워야 한다. 그러나 루이스는 어떤 특성 A를 만족시키는 가능세계들(A-세계들) 중에서 현실 세계에 최근접한 세계(들)이 존재한다는 제약은 거부한다. 왜냐하면 A-세계들은 현실 세계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무한한 계열을 이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사실문과 반사실적 의존
반사실문 ‘A였더라면 C였을 것이다’는 ‘A□→C’로 나타내며, 진리조건은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A□→C는 참이다 iff (i) 가능한 A-세계가 없거나 (공허하게 참), (ii) C가 참인 어떤 A-세계가 C가 거짓인 모든 A-세계보다 더 가깝다. 이때 (ii) 조건은 최근접 A-세계가 존재하는 경우 (ii*) 모든 최근접 A-세계에서 C가 참이라는 조건으로 대치될 수 있다. 

위에서 확인할 수 있듯, 반사실문의 전건 A는 현실적으로 반드시 거짓일 필요는 없다. 만약 A가 현실 세계에서 참이라면, 현실 세계가 유일한 최근접 A-세계가 되므로, A□→C는 C가 현실적으로 참인 경우 바로 그 경우에 참이 된다. 이는 A, A□→C가 C를 함축하고, A, C가 A□→C를 함축한다는 것이 되며, 전자로부터 A□→C가 A⊃C를 함축한다는 사실도 따라나온다. 

루이스는 먼저 명제 군(family) 간의 반사실적 의존 관계를 정의하고, 그 다음 이를 토대로 사건 간 반사실적 의존, 사건 간 인과적 의존, 마지막으로 사건 간 인과관계를 차례로 정의한다. 먼저 명제 군 간의 반사실적 의존 관계를 살펴보자. 같은 개수의 가능한 명제들로 구성된 두 개의 명제 군 A1, A2, …, An과 C1, C2, …, Cn이 있다고 하자. 이때 A들은 서로 공가능하지(compossible) 않고, C들도 서로 공가능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A들과 C들은 각자 서로에 대해 양립불가능한 대안들이라고 하자. 이때 모든 i=1, 2, …, n에 대하여 Ai□→Ci가 참이라면, C들은 A들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한다(depend counterfactually). 예컨대 서로 다른 기압계 수치 R1, R2, …, Rm이 있고, 서로 다른 주변 기압 수치 P1, P2, …, Pm이 있다고 하자. 이때 각각의 주변 기압 수치 Pi에 대하여, Pi가 주변 기압이었더라면, Ri가 기압계에 표시되었을 것임이 참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기압계 수치 R들은 주변 기압 수치 P들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한다. 

사건들 사이의 인과적 의존
위에서 우리가 살펴보았듯, 사건 간의 반사실적 의존 관계는 사건 간의 인과적 의존(causal dependence)을 표현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하지만 루이스는 항상 그렇지는 않음을 인정한다. 예컨대 중력 법칙이 대안들 G1, G2, …, Gn을 갖고, 그에 따른 행성 운동 법칙의 대안들 M1, M2, …, Mn이 존재한다고 해 보자. 이때 M들은 G들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인과적 의존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루이스는 적어도 우리가 개별 사실들 사이의 반사실적 의존만을 고려한다면, 반사실적 의존과 인과적 의존의 외연이 달라지는 반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인과적 의존은 사건 간의 관계인 반면, 위에서 정의된 반사실적 의존 관계는 명제 군 간의 관계다. 하지만 루이스는 우리가 각각의 사건 e에 대하여 <e가 발생함>을 1:1 대응되는 명제로 둔다면, 우리는 사건 간 반사실적 의존 관계도 정의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먼저 사건 군 간의 인과적 의존을 정의해 보자. 같은 수의 가능한 사건들로 구성된 두 사건 군 c1, c2, …, cn과 e1, e2, …, en이 있다고 하자. 여기서 c들은 서로 비공가능적이고, e들은 서로 비공가능적이라는 점에서 서로에 대한 양립불가능한 대안들이다. 이때, e들은 c들에 인과적으로 의존한다 iff 명제 군 <ei가 발생한다>가 명제 군 <ci가 발생한다>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한다. 풀어서 말하자면, 모든 i=1, 2, …, n에 대하여 ‘ci가 발생하였더라면 ei가 발생하였을 것이다’가 참인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만 e들은 c들에 인과적으로 의존한다고 말해진다. 

한편, 개별 사건 간의 인과적 의존은 사건 군 간 인과적 의존을 토대로 정의된다. 두 개의 구별된 개별 가능적 사건 e와 c가 있다고 하자. 사건 e는 사건 c에 인과적으로 의존한다 iff 사건 군 <e가 발생한다>, <e가 발생하지 않는다>가 사건 군 <c가 발생한다>, <c가 발생하지 않는다>에 인과적으로 의존한다. 다시 말하면, (A) ‘c가 발생했더라면 e도 발생했을 것이다’와 (B) ‘c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e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가 둘 다 참인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 사건 e는 사건 c에 인과적으로 의존한다고 말해진다. 

루이스는 개별 사건 간 인과적 의존에서 두 가지 특별한 경우를 언급한다. 첫째로, c와 e가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은 경우, <c는 발생하지 않는다>와 <e는 발생하지 않는다> 둘 다 참이므로 반사실문의 특성에 따라 (B)는 자동적으로 참이 된다 (A, C가 A□→C를 함축함을 기억하라). 따라서, 이 경우에는 (A) ‘c가 발생했더라면 e도 발생했을 것이다’가 참인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 e가 c에 인과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둘째로, c와 e가 현실적으로 일어난 경우, 앞의 이유와 동일한 이유에 의해 (A)는 자동적으로 참이 된다. 그러므로 이 경우, (B) ‘c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e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가 참인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 e가 c에 인과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루이스는 이에 “어떤 것의 원인이란, 그것이 없었더라면 다음 것도 없었을 것이다”라는 흄의 두 번째 말은 인과 관계 자체보다는 현실적 사건 사이의 인과적 의존을 포착하는 것이었다고 진단한다. 

인과 관계
루이스 식 인과 관계의 분석은 인과 연쇄(causal chain)의 개념에, 인과 연쇄의 개념은 인과적 의존의 개념에 의존한다. 인과 연쇄란 현실적 사건들의 유한한 연쇄 c, d, e, …로서, 각각의 사건들이 순서대로 짝을 이루어 후자가 전자에 각각 인과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d는 c에 인과적으로 의존하고, e는 d에 인과적으로 의존하고, …의 관계가 성립하는 사건들의 유한한 연쇄를 인과 연쇄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루이스는 c가 e의 원인이라는 것은, c에서 e에 이르는 인과 연쇄가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루이스는 인과 관계(causation)와 인과적 의존을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현실적 사건 간 인과적 의존은 인과 관계를 함축하지만, 인과 관계가 반드시 인과적 의존을 함축하지는 않는다. 더하여 인과 관계는 반드시 이행적(transitive)이지만, 인과적 의존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 이유를 보기 위해서 현실적 사건 c, d, e가 인과 연쇄를 이룬다고 가정해 보자. 인과 관계의 정의에 의해 c는 d의 원인이고, e는 d의 원인이며, c는 또한 e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 경우, 인과 관계 즉 원인임 관계는 이행성을 만족한다. 한편, 인과 연쇄의 정의에 의해 d는 c에, e는 d에 인과적으로 의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로부터 e가 c에 인과적으로 의존한다는 점 즉 (현실적 사건이므로) ‘c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e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가 참이라는 점이 따라나오지는 않는다. 만약 이것이 거짓이라면, c는 e의 원인이지만, e는 c에 인과적으로 의존하지는 않는다. 이런 점에서, 인과적 의존 없는 인과 관계의 사례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반사실적 의존 대 법칙적 의존
법칙적 의존(nomic dependence)은 법칙(과 개별 사실들)에 의해 성립하는 명제 군 간의 특수한 관계이다. 명제 군 C1, C2, …, Cn과 A1, A2, …, An이 있다고 하자. 이때 C들은 A들에 법칙적으로 의존한다 iff 참인 법칙-명제들의 비공집합 L과 개별 사실들의 참인 명제 (공집합일 수 있는) 집합 F가 있어서, 모든 i=1, 2, …, n에 대해 L, F이 Ai⊃Ci을 함축한다. 풀어 말해서, 각각의 i에 대하여 Ai⊃Ci가 주어진 법칙들과 개별 사실들로부터 함축되는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 C들이 A들에 법칙적으로 의존한다고 말할 수 있다.

루이스는 법칙적 의존 관계가 성립하는 어떤 경우, 반사실적 의존 관계가 따라나오면서 법칙적 의존 관계가 반사실적 의존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반사실적 독립(counterfactual independence)의 개념을 정의해 보자. 명제 B가 명제 군 A1, A2, …, An에 대해 반사실적으로 독립적이라는 것은, 모든 i=1, 2, …, n에 대해 Ai□→B라는 것이다. 즉 여러 A들 중에서 무엇이 참이였든지 간에 B도 참이었을 것이다. 루이스는 (1) C들이 L, F 덕택에 A들에 법칙적으로 의존하고, (2) L, F는 A들에 대해 반사실적으로 독립적이라면, C들이 A들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이 따라나오며, C들과 A들 사이의 법칙적 의존이 이 둘 사이의 반사실적 의존을 설명해주는 셈이 된다고 말한다.

루이스는 법칙적 의존은 어떤 의미에서 가역적인(reversible) 반면, 반사실적 의존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C들이 L, F 덕택에 A들에 법칙적으로 의존한다면, 반대로 A들도 L, F 덕택에 AC1, AC2, …, ACn에 법칙적으로 의존한다는 사실이 따라나온다(이때 A=A1∨A2∨…∨An이며, ACi=A&Ci인 것으로 보임). 하지만 C들이 A들이 반사실적으로 의존한다고 해서 A들이 AC들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루이스의 그림 34.1에서 A1□→C1, A2□→C2, A3□→C3는 모두 참이므로 C들은 A들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하지만, AC1□→A1, AC2□→A2, AC3□→A3이 참인 것은 아니므로, A들이 AC들이 반사실적 의존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아니다.

루이스에 따르면 반사실적 의존의 이러한 비가역성은 상식적인 현상이다. 예를 들어 기압계 수치가 주변 기압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하는 사례를 떠올려 보자. 우리는 역으로 주변 기압이 기압계 수치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기압계 수치가 현실적인 수치와 다른 세계들 중에서 현실 세계와 더 가까운 세계들은 주변 일대의 기압이 다른 세계가 아니라, 기압계가 혼자 오작동하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바로 뒤에서 루이스는 인과에 대한 규칙성 이론이 어째서 호소력을 가졌는지를 자신의 반사실적 분석이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규칙성 이론에다가 두 가지 조건을 덧붙이면 사건 e가 사건 c에 의해 야기되었다는 귀결까지 따라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e가 c에 인과적으로 의존함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필자가 따라가기 다소 어려웠으므로 생략하겠음.) 

결과와 부수현상
이제 남은 절에서 루이스는 규칙성 이론이 진정한 원인과 구별하지 못한 세 가지 요인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첫째는 결과의 문제다. c가 e를 야기하고, e는 c를 야기하지 않는다고 해 보자 (즉 인과 관계가 고리를 이루지 않는다). 주어진 법칙과 현실적 상황들에 따르면, c는 e를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e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c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사실문 즉 ~E□→~C이 참으로 보인다. 게다가 c와 e는 현실적 사건이므로, 자동적으로 E□→C도 참이다. 따라서, 루이스의 분석에 따르면 원인인 c가 결과인 e에 반대로 인과적으로 의존한다는 귀결이 도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문제는 부수현상의 문제다. c가 e와 f를 야기하고, e는 f의 부수현상일 뿐 f를 야기하지는 않는다고 해 보자. 더하여 주어진 법칙과 현실적 상황들에 따르면, c는 e를 야기할 수밖에 없었고, f는 c에 의해서만 야기될 수 있었다고 해 보자. 전자로부터 부수현상인 e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c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임(~E□→~C)이 따라나오는 것 같고, 후자로부터 c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f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임(~C□→~F)이 따라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이로부터 e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f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임(~E□→~F)이 따라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루이스의 논문에서 명백하지는 않지만, 그는 반사실문에 대해 일종의 전건 긍정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반사실문 논리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이 부분은 잠정적으로 남겨 둔다.). 이때 e와 f는 현실적 사건이므로, 루이스의 분석에 따르면 f는 그것의 부수현상인 e에 인과적으로 의존한다는 잘못된 결과가 도출된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즉각적인 방법은 원인이 반드시 그 결과보다 시간적으로 선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추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루이스는 이러한 해결책을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거부한다. 첫째로, 이 방안은 결과의 문제는 해결할지라도, 부수현상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부수현상 f는 c의 결과 e보다 더 선행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이 노선은 역행 인과(backward causation)와 동시적 인과(simultaneous causation)이라는 적법한 물리적 가설을 선험적으로 배제한다. 셋째로, 이는 시간의 방향을 인과의 주된 방향으로서 정의하는 이론들을 사소하게 만든다. 

루이스 자신이 취하는 해결책은 보다 내적으로, 두 문제를 일으킨 반사실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주어진 법칙과 현실적 상황들에 따라서 c가 e를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서, e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c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사실문 ~E□→~C가 참임이 따라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루이스에 따르면 현실적인 법칙들이 그대로 지켜진다고 해서 반드시 현실 세계와 보다 가까운 세계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결정론이 참이라는 가정 하에, 법칙을 그대로 고정하면서도 어떤 개별 사건을 변화시킨 세계는 그 앞의 모든 시점의 개별 사건들을 다 변화시킨 세계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e가 일어나지 않는 세계 중에서 현실 세계와 보다 유사한 세계는, c까지 일어나지 않는 세계가 아니라 c는 일어나되 e가 야기되지 않는 세계이다. 따라서 결과의 문제와 부수현상의 문제에서 문제시된 인과적 의존관계는 루이스의 분석에서 도출되지 않는다. 

선취
이제 마지막으로 선취의 문제를 살펴보자. 두 사건 c1과 c2가 발생했고, 현실적으로 c1이 e를 야기했지만, c1이 없었더라면 c2가 e를 야기했을 것이라고 해 보자. 즉 c2는 e의 가능한 대안 원인이지만, 현실적으로는 c1에 의해 선취된 원인이다. 그렇다면 루이스의 반사실적 분석은 진정한 원인 c1을 선취된 원인 c2와 구별해줄 수 있는가? 

루이스는 이 두 사건의 차이를 인과적 의존 관계가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사건 e는 c1과 c2 모두에 인과적으로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c1이 발생하지 않았더라고 하더라도 e는 c2에 의해 발생했을 것이고(~C1□→E), 반대로 c2가 발생하지 않았더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e는 c1에 의해 야기되었을 것이다(~C2□→E). 하지만 루이스는 c1과 c2 두 사건은 인과관계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c1과 e 사이에는 어떤 매개적 사건 d가 있어서, d는 c1에, e는 d에 인과적으로 의존하고, 따라서 c1으로부터 e로 이어지는 인과 연쇄가 존재하는 반면, c2와 e 사이에는 그런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가능한 반대는 e가 d에 인과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d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c1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지만(~D□→~C1), 이제 c2가 e를 야기함으로써 여전히 e는 발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D□→E). 하지만 이에 대해 루이스는 반사실문 ~D□→~C1이 거짓이라고 대응한다. 왜냐하면 앞에서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d가 발생하지 않는 가능세계 중에서 현실 세계와 더 유사한 세계는 c1도 없는 세계가 아니라 c1이 발생하되 d를 야기하지 않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d가 발생하지 않는 세계에서, c1은 e를 야기하는 데 실패했겠으나, 여전히 c2를 방해함으로써 c2이 e를 야기하지 못하도록 했을 것이다. 따라서, d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e 역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D□→~E), 이로부터 (e와 d는 현실적이므로) e는 d에 인과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이 따라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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