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부정, 그리고 지우고 싶은 기억에 대한 왜곡, 동시에 지워지지 않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인 프레드와 정비공 피트, 그리고 미스터리맨은 모두 동일 인물이다. 또한 알리스라는 인물 역시 프레드의 상상이 만들어낸 인물이라는 점에서 프레드 자신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프레드는 아내인 르네의 부정을 알고, 그녀와 딕 로렌, 그리고 딕의 부하인 남자를 모두 죽인다. 그런데 프레드는 이러한 자신의 살인의 기억을 왜곡하거나 부정한다. 자신이 아내인 르네를 죽였음에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의도적으로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그의 집에 배달되는 테이프를 누가 보냈는지 모르는 것은 스스로가 자신의 기억을 부정하려는 행동이다.)
그리고 그 비디오테이프 속에는 자신의 살인 행각이 찍혀있다. 그 비디오테이프는 그의 기억 깊숙한 곳에 찍혀있는 기억의 단편이다. 비록 그가 자신의 아내 살인의 기억을 지우려 노력하지만 기억의 어느 곳에서는 잊히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는 스스로의 기억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비디오(프레드 자신의 기억)는 프레드에게 말한다. 프레드 네가 죽인 거라고…
그는 두 번째로 딕 로렌의 부하를 죽인다. 그 역시 아내와 부정을 저질렀다는 암시가 나온다. 그런데 그는 알리스에게 말한다. "We killed him." 이때 알리스는 프레드를 보며 확고하게 말한다. "You killed him." 여기서 알리스는 프레드가 만들어낸 자신의 욕망의 대상이다. 다시 말해 알리스 역시 프레드의 머릿속에서 창조된 프레드의 일부다. 이번에도 프레드는 자신이 살인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프레드의 관념의 일부인 알리스가 프레드에게 말한다. 이는 프레드의 기억 속 일부가 프레드에게 말하는 것이다. 프레드, 네가 죽인 거라고...
세 번째로 프레드는 딕 로렌을 살인한다. 이때 총을 쏜 것은 미스터리맨이다. 이 역시 프레드가 자신의 살인 행위를 부정하는 행동이다. 미스테리맨이 딕을 총으로 쏜 후 프레드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이고, 프레드는 그 총을 자신의 허리춤에 찬다. 그리고 미스터리맨은 사라진다. 프레드는 자신의 살인 행위를 왜곡하려 들지만 이번에도 자신의 관념 속 일부(미스터리맨)는 자신에게 속삭인다. 프레드, 네가 죽인 거라고..
영화 후반부에 프레드는 자기 집 인터폰에 대고 속삭인다." 딕 로렌은 죽었다." 그리고 영화 전반부에 집 안에서는 프레드 자신이 이 소리를 듣고 있다. 이 장면 역시 동일한 이야기다. 프레드 자신은 기억을 지우려 하지만 자신의 머릿속 깊은 곳에서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는 것이다. 프레드, 네가 죽인 거라고...
이처럼 지우고 싶은 기억과 지워지지 않는 기억에 괴로워하는 프레드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이 영화는 난해하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기억만이 왜곡된 게 아니라 시간과 공간 역시 왜곡되어 있고, 동시의 그의 욕망 또한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일지도 모른다. " 난해 ", " 이해불가"
우리 중에 스스로를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간 자체가 원래 난해하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런데 그 누구도 쉽게 답하지 못한다. "모르겠다."가 답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주인공처럼 스스로를 알지 못한 채, 혹은 스스로를 잊으려 몸부림치는 자기부정 속에서 고통스러운 인생이라는 고속도로 위를 미친 듯이 달려가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