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한 삼형제 … 세 종류 지방, 제대로 알고 먹는 법
1. 포화 지방
적게 먹을수록 좋아 … 하루 22g이내
지방 '3형제'중 첫째인 포화 지방은 '구악'이다. 동맥 경화 등 혈관 건강에 해로워서다.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 수치를 높인다.
실내 온도에서 딱딱하게 굳어 있는 '굳기름'이 바로 포화 지방의 실체다. 쇠기름(우지).돼지기름(돈지).닭 껍질.버터 등이 여기 속한다. 그렇다고 돼지기름이 100% 포화 지방으로만 구성돼 있다는 말은 아니다. 전체 지방 중 포화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불포화 지방 비율보다 훨씬 높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동물성 지방(생선 지방 제외)이 포화 지방이지만 예외도 있다. 일부 과자.라면.초콜릿.커피 메이트 등에 들어 있는 팜유.코코넛유는 식물성 기름이면서 포화 지방이다. 포화 지방의 비율이 돼지기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아서다.
포화 지방은 가능한 한 적게 먹는 것이 현명하다. 영양학계는 포화 지방의 섭취를 통해 얻는 열량이 하루 권장 열량(남성 2600㎉, 여성 2100㎉)의 10% 이하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양으로 치면 하루 22g 이하 섭취하라는 뜻이다. 현재 일부 가공식품의 라벨엔 지방과 포화 지방 함량이 함께 표시돼 있으므로 제품 구입 시 이를 참고하자.
2. 불포화 지방
혈관 보호 … 올리브유·생선에 많아
둘째인 불포화 지방은 '지방=불한당'이란 등식을 깨뜨렸다. 혈관 건강에 유익한 웰빙 지방으로 통한다. 전체 열량의 약 40%를 지방으로 섭취하는(한국은 약 20%) 등 엄청난 고지방식을 즐기는 지중해 인근 주민들이 산 증인이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일본 다음으로 길다. 심장병 발생률은 다른 서구인의 절반 이하다. 이들이 섭취한 전체 지방의 72%가 올리브유.생선 기름 등 불포화 지방이라는 게 그 비결이다.
불포화 지방의 혈관 보호 효과는 30여 년 전 그린랜드 거주 에스키모인을 조사한 덴마크의 의학자 다이아베르그 박사가 처음 밝혀냈다. 당시 연구팀은 에스키모인들이 야채.과일.곡류를 거의 먹지 않고 생선.물개 등 지방이 많이 든 식품을 주로 먹는데도 덴마크인과는 달리 혈관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 데 주목했다. 연구팀은 생선기름에 함유된 EPA 등 불포화 지방이 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불포화 지방은 상태가 액체여서 흔히 기름이라고 부른다. 참기름.들기름.콩기름.카놀라유.올리브유 등 식용유, 대구 간유 등 생선기름, 고등어.참치.정어리.꽁치 등 등푸른 생선이 불포화 지방이 풍부한 식품들이다.
불포화 지방은 다시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단일 불포화 지방(오메가-9 지방)과 인체합성이 불가능해 전량 음식을 통해 보충해야 하는 다중 불포화 지방(오메가-3와 오메가-6 지방)으로 분류된다.
영양학계는 '다중 불포화 지방 : 단일 불포화 지방 : 포화 지방'의 이상적 섭취 비율은 '1:1:1'이라고 강조한다. 불포화 지방을 포화지방의 두 배가량 섭취해야 한다는 의미다.
불포화 지방 '3총사'(오메가-3.오메가-6.오메가-9 지방) 가운데서 한국인에게 가장 결핍되기 쉬운 것은 오메가-3 지방이다. 오메가-3 지방의 일종인 DHA.EPA가 건강기능식품으로 롱런하고 있는 것은 이래서다. 또 영양학계가 오메가-6 지방과 오메가-3 지방의 섭취 비율이 4~10 대 1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오메가-3 지방은 정어리.고등어.꽁치.연어.삼치.청어 등 등푸른 생선과 콩기름.들깨기름 등에 풍부하다.
3. 트랜스 지방
혈관 질환 주범 … 안 먹는 게 상책
지방계의 '넘버 3'인 트랜스 지방은 요즘 한창 악명을 떨치고 있는 '문제아'다.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은 혈중 콜레스테롤에 관한 한 트랜스 지방의 해악이 포화 지방의 두 배라고 제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내년 12월부터 모든 식품에 트랜스 지방 함량을 의무표시하도록 했다.
트랜스 지방은 액체인 식물성 기름을 고체지방(경화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긴다. 쇼트닝과 마가린이 대표적이다. 불포화 지방의 일종이지만 포화 지방처럼 혈관 건강에 해롭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이로운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고혈압.동맥경화.심장병.뇌졸중 등 혈관질환을 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WHO).미국심장협회(AHA)는 트랜스 지방 섭취에 의한 열량이 하루 전체 섭취 열량의 1%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따라서 하루 섭취량은 2.2g 이하여야 한다. 그러나 한국식품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이미 과다(하루 평균 2.6g) 섭취하고 있다.
트랜스 지방은 유해성이 확인된 만큼 가급적 덜 먹는 것이 최선이다.
첫째, 식품 라벨에 표시된 트랜스 지방 함량을 꼼꼼히 살핀다. 1회 섭취 분량에 트랜스 지방이 0.5g 이상 든 식품은 기피 대상이다. 쇼트닝.마가린도 트랜스 지방 함량을 대폭 낮춘 제품이 이미 나와 있다.
튀김 요리를 할 때는 쇼트닝보다 콩기름 등 식물성 식용유를 사용하자. 토스트.볶음밥을 만들 때는 마가린을 줄이자. 원재료명에 쇼트닝.마가린.정제가공유지 등 경화유를 사용했다고 표시된 식품도 최대한 구매를 삼간다.
튀김용 식용유는 너무 오래, 여러 번 반복해 사용하지 않는다. 콩기름을 24시간 튀긴 결과 트랜스 지방량이 처음보다 5~10% 증가했다는 국내 조사 결과도 있다. 부드럽고(패스트리.케이크), 고소하며, 바삭바삭할수록(치킨) 트랜스 지방이 더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함께 기억한다.
셋 모두 고열량 … 과잉섭취는 금물
포화 지방.트랜스 지방은 물론이고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이라도 과잉 섭취는 금물이다. 특히 다이어트 중인 사람은 모든 지방의 섭취량을 적절하게 제한해야 한다. 1g당 9칼로리를 내는 것은 불포화 지방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웰빙 지방으로 통하는 오메가-3 지방도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과다 섭취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혈당을 올리고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어서다. 한때 동맥경화 예방 성분으로 서양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리놀산의 몰락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스테이크를 맘껏 먹어도 홍화유(리놀산 풍부)가 든 드레싱을 듬뿍 친 샐러드를 함께 섭취하면 안심"이라는 리놀산 신화는 그 후 급증한 비만.알레르기.혈전 환자로 인해 허무하게 무너졌다.
지방은 본인도 모르게 과잉 섭취할 수 있다. 버터.비계.식용유 등 눈에 보이는 지방도 있지만 파이 껍질 속의 쇼트닝.아보카도 기름 등 '숨어 있는' 지방도 적지 않아서다. 한국인의 눈에 보이는 지방과 눈에 띄지 않는 지방의 섭취 비율은 6 대 4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섭취를 줄이려면
1. 돼지고기는 끓는 물에 삶아 지방을 걷어낸다.
2. 닭고기,오리고기는 껍질을 벗겨낸다.
3. 튀김,볶음요리보다 찜,편육을 먹는다.
4. 탕 요리를 먹을 때는 국물보다 건더기 위주로
5. 참치통조림은 체에 밭쳐 기름을 뺀다
6. 생선은 쿠킹호일에 싸서 석쇠나 오는에 굽는다.
7. 튀김은 일단 종이에 건져 기름기를 제거한다.
8. 우유는 저지방우유를 골라 먹는다.
9. 샐러드 드레싱은 먹기 직전에 친다. 미리 치면 드레싱이 흡수되 열량이 높아지고 신선도가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