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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일탈의 오류, 논점 이탈, 동문서답, 훈제 청어(Red Herring)

Jobs9 2024. 8. 1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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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점일탈의 오류, 論點逸脫의 誤謬

이 오류는 어떠한 결론을 확립하고자 제시한 논변이 실제로는 다른 결론으로 나아가고 있을 때 발생하는 오류이다. '동문서답'과도 비슷하다. '삼천포로 빠진다'와도 비슷한 면이 있다. 일면에서는 '주의 돌리기 오류'라고도 한다. 근래에 들어서는 개그 요소로써 사용될 경우 생각의 흐름대로 썼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논점 이탈
'논점 일탈'만이 맞고, '논점 이탈'은 그르다는 게 중론이었으나, 대한민국 교육부 산하에서 나온 별책19_고등학교 교양 교과 교육과정(제2015-74호)에는 '논점 일탈'이 아닌 '논점 이탈'로 등록되었다. '이탈'은 기찻길 따위의 어떠한 영역에서 벗어날 때 쓰는 말로, 띄어쓰기와 수사법을 지키면 '논점 이탈'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를 그르다고 우기면 과도교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논점일탈의 오류 예문
논리학에서는 논리를 펼 때 해서는 안 되는 오류 하나이다. 즉, 쓰잘데기 없는 말로 곁가지를 쳐나가다 스스로의 논증에 차질이 생기고, 결국은 논쟁이 흐지부지되는 것이다.


학생: 아주머니 옷이 아주 예쁘시네요.
아주머니: 옷 어디가 예쁜데?
학생: (잠시 생각하다가) 음... 맞다, 저번에 임대료 제가 드렸죠?


회사 생활은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스트레스는 나에게 담배를 피우게 한다. 담배는 몸에 좋지 않다. 그러므로 담배를 없애야 된다. 그런데 누가 나한테 담배를 피우게 했지? 담배 회사 사장? 아니면 담배를 만든 노동자들? 아니, 나에게 담배를 판 그 편의점 직원? 다 아니면 나한테 스트레스를 안겨준 회사 직원들? 에잇 몰라. 귀찮아!


환경론자들은 늘 핵에너지의 위험을 역설하고 있다. 불행히도 전기는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든간에 위험한 것이다. 매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고로 감전사하고 있다. 이런 사고의 대부분은 부주의로 말미암은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주의했으면 피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핵에너지의 위험을 설명하다가 뜬금없이 감전사고로 넘어갔다. 밑줄 친 부분을 "화력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 오염 물질 탓에 전세계에서 해마다 약 700만 명이 조기에 사망한다." 식으로 전개해야 이치에 좀 더 맞는다.


B: C는 표절 가수다. 이 노래를 들어봐라.
A: C의 그 노래가 표절이란 것은 옳은 주장이 아니다. 당신이 표절이라 주장하는 그 부분은 그 가수가 아니라 다른 작곡가가 작곡을 한 부분이다. 


'C는 표절 가수'라는 주장과 그 노래는 표절이 아니라는 주장을 뒤섞었다. 그 노래가 표절이 아니라는 주장 부분에는 다른 작곡가가 작곡한 부분이라는 것 역시 논점일탈에 해당되어 있다. 여기에 '표절 가수'라는 단어는 표절한 노래로 인기를 얻은 가수라는 의미도 될 수 있으므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로마인: 당신들은 하느님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도대체 그 하느님은 어디 있단 말이오?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준다면 나도 하느님을 믿겠소.
랍비: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서) 저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시오.
로마인: 바보 같은 소리 마시오! 어떻게 태양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단 말이오.
랍비: 당신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많은 것들 가운데 하나인 태양조차 똑바로 볼 수가 없다면, 어떻게 위대하신 하느님을 눈으로 볼 수가 있겠소.


탈무드에서 나오는 글.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하느님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달라는 물음에 태양도 제대로 못 보면서 하느님을 볼 수 있냐고 답하는 것이 논점일탈이다. 하느님이 어디에 있냐는 것과 하느님을 볼 수 있냐는 것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태양을 똑바로 볼 수 있는가와 하느님을 볼 수 있는가도 역시 상관이 없다.

 

 



훈제 청어(Red Herring)

 

이것은 훈제 청어를 18·19세기의 유럽에서 여우사냥용 사냥개를 훈련시킨 때 개의 후각을 단련시키는데 쓴 것에서 유래했다. 훈제 청어의 지독한 냄새로 사냥 훈련을 하던 개가 그 냄새를 맡고 나면 혼란을 일으켜 사냥감을 놓치기도 해서 생긴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것을 옥수수를 파종할 때 비료로 사용했는데, 그 동안에 개들이 함부로 땅을 파헤치지 못하도록 한 쪽 앞발을 묶어놓고 지냈다고 한다.

 

 '훈제 청어 기법'이라 하여, 논쟁에서 코너에 몰린 사람이 다른 데로 떡밥을 던져 자신을 몰아붙이던 사람의 논점을 흐리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이것을 논쟁에서 즉각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훌륭한 기술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적절한 예시. 쇼펜하우어의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에서 18번째 요령에 소개되었다. 물론 쇼펜하우어는 이 책을 이러한 방법을 사용해 논쟁에서 억지로 승리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려 썼으므로 실제로 사용하면 '난 정석대로 논쟁하면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다'는 말이 될 뿐이다. 즉 논리를 제대로 전개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승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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