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記憶 | Memory
뇌에 받아들인 인상, 경험 등 정보를 간직한 것, 또는 간직하다가 도로 떠올려내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인생 그 자체, 관점에 따라서는 '나'라는 존재를 규정하는 정체성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인간의 기억
뇌가 있는 동물만 하는 건 아니고, 극히 일부긴 하지만 황색망사점균(블롭)도 하며, 전자 기기도 하고, 배터리도 하고, 금속도 한다. 가끔 잊어버리기도 하고, 만들어내거나 싶기도 하며, 잊고 있다가도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때로는 기억을 기록해두기도 한다. 안 좋은 기억이 머릿속을 맴돌기라도 한다라면 기억하는 주체에게 괴로움을 주기도 한다. 간혹 가다 강제로 기억을 초기화하게 될 수도 있다.
인간의 기억은 무한하지 않으므로 중요하지 않은 일은 잊어버리기 쉽지만, 자연 사물과 기계, 그리고 다른 사람은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덕분에 문자 따위로 기록을 남기고, 기계를 일하게 하며, 다른 이들과 협력할 수 있는 것이다. 컴퓨터와 달리 사람의 기억은 주소화 되어 있지 않다. 사람의 기억은 다른 쪽에서 연상을 시켜주면 그것에 연결된 기억이 떠오르는 방식이다. 그래서 여러 기억이 중복되어 저장될 수 있다. 그리고 똑같은 기간이 지나도 나이나 흥미에 따라 순간기억과 장기기억의 차이 수준으로 극단적으로 차이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시 완전하지 않은 것이 인간의 기억이기에 자신의 기억이 과연 사실일까 하는 두려움으로 수많은 픽션에서 환상적 요소로 '조작된 기억', '사라진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비단 픽션이 아니라 실제로도 기억 조작 사례가 실존하고 있다. 사례로 2002년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 심리학과의 스티븐 린지(Stephen Lindsay) 교수는 과거에 열기구를 탄 경험이 없는 사람 20명을 모집하여 기억 조작에 대한 실험을 했다.
수면 내시경을 받아 본 사람이라면 기억의 상실을 경험해 봤다고 할 수 있다. 내시경을 받기 전 프로포폴을 투여하면 뇌의 GABA 수용체가 자극되어 중추신경계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데, 수면 내시경 도중에 의사나 간호사가 '입을 벌려라', '돌아 누워라' 하고 지시를 내리면 환자는 이를 알아듣기도 하고 묻는 질문에 대답도 할 수 있다. 즉, 수면 내시경은 사실 수면 상태가 아니라 의식이 미약해진 상태로 내시경을 받는 것. 그러나 당사자의 시점에서는 내시경 검사 도중의 기억은 하나도 나지 않는데, 이는 약물의 작용 때문에 검사 당시의 기억이 정상적으로 저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주사기가 꽂히더니 어느 새 모든 게 다 끝나 있고 안정실에 누워 있는 자신만이 보이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가장 오래된 기억에 대해 말이 많은데, 사람마다 모두 다른데, 어떤 사람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할 때, 심지어 영아기 때 기억도 난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초등학교 때, 심지어 중학교 때부터 기억이 나는 경우가 있다. 기본적으로 아주 짧거나 어렴풋한 기억들은 3~4세 정도의 기억이고 본격적으로 여러 가지가 기억나는 것은 5~7세 무렵 부터이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들은 나이가 30대 이후가 되면 나이가 높아질수록 조금씩 기억력들이 감퇴한다.
특히 학교에 다니기 전 유치원 시절의 흑역사(누군가에게 당했거나 꾸중을 들었던 일, 무섭거나 못 볼 걸 잘못 봐버린 일, 불의의 사고를 겪은 일) 등등의 일은 더더욱 쉽게 안 잊어진다고 한다. 유치원 시절이면 매우 어렸을 때라 멀게 느껴질 수도 있고 희미한 시기라 누군가에게 당했거나 사고를 겪었다면 기억이 잊지 않을 수 있다. 굳이 유치원 시절이 아니라 초중고, 성인 때 안 좋은 일이나 잘못한 일로 트라우마가 남는다면 안 잊어질 수도 있고, 본인은 그걸 부끄럽게 여겨서 알면서도 일부러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잊으려고 할 수도 있다.
또한 사람의 기억이 부정확해서 1~2년정도 오차가 있을 수 있고, 비슷한 일들이, 시간차가 꽤 있어도 같은 날 일어난 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뀐 것은 1996년에 전국 동시에 바뀌었지만 1~2년간의 왜곡으로 인해 사람들에게는 1994~1998년 사이로 오차가 생기며 지역마다 다르다는 언급이 크다.
또한 기억이 많아지다 보면 이전 기억들은 잊혀지기도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 생각할 때 문득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이는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다. 사람은 망각을 느끼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영원히 잊지 못하는 완전기억능력이라는 특이 케이스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기억력이 너무 없으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 등도 있으니 기억력이 너무 없는 것도 좋지 않다.
분류
단기 기억
단기 기억(short-term memory)은 감각 기억(sensory memory)과 작업 기억(working memory)으로 나눌 수 있다.
감각 기억
감각 기억(sensory memory)은 감각 기관에 잠시동안 정보가 저장되는 것으로 시각에 남은 잔상같은 것이 이에 해당한다. 컴퓨터로 치면 RAM과 같은 주기억장치와 유사하다. 감각기억은 그 용량 자체는 많은 것으로 추정되나 극히 짧은 시간만 저장된다. 이러한 감각 정보는 작업 기억으로 이전되어서 인지과정에 사용된다.
작업 기억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란 감각 기억을 직접 처리하는 과정으로, '뇌의 메모장'이나 '마음의 칠판'으로 비유할 수 있다.
모델
앨런 배들리(Alan Baddeley)는 워킹메모리를 "언어 이해, 학습, 추론의 인지적 활동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거나 조작하는 시스템"이라 파악했으며, 다양한 인지 활동을 필요로 하는 과제의 요구에 대처할 수 있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작업기억이 중앙 집행기(중앙 실행계)와 음운 루프(음운 고리) 및 시공간 잡기장(시공간 스케치패드)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됐다는 모델을 제창했으며, 이때 각각의 작업 기억 요소는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음이 이중과제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이후 배들리는 2000년에 작업기억의 요소들을 종합해서 일화적인 표상을 제시하는 일화적 완충기(episodic buffer)를 추가한 모델을 제시한다.
용량
작업 기억은 정보 보관 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반복적인 암기를 통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또한 본디 7±2 단위(마법의 수(Magic number))만을 저장한다고 알려진 용량을 요령을 통해 늘릴 수 있다. 7±2 = 1 청크로 묶어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즉 숫자나 단어를 묶음으로 암기하거나 개인정보나 노래 등 의미를 가진 지식 단위로 암기할 경우 한 단위에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증가한다.
한편 숫자만으로 이러한 작업을 한정했을 때에 한자 문화권 사람은 다른 문화권 사람보다 더 많은 숫자를 기억할 수 있다. 숫자 하나가 여러 음절로 이루어질 수 있는 다른 문화권과 달리 숫자 하나를 한 음절의 한자 하나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국인, 한국인은 수학을 더 잘한다'라는 선입견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의 많은 연구들에서는 매직넘버의 숫자가 7보다 훨씬 작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작업 기억 용량 향상에 관한 논란이 있는 n-back검사를 비롯해 전문가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연구에서도 인간이 한 번에 조작하는 청크의 개수는 3~5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처리 과정
작업 기억에서 반복적으로 입력 및 처리된 정보들은 장기 기억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동시에 장기 기억의 정보는 다시 작업 기억에서 처리된다. 정보 회상은 이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오기억이나 잘못된 회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즉 작업 기억과 장기 기억간의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이 제대로 된 기억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장기기억은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이고, 작업기억은 일일 한도가 낮게 설정된 체크카드라 보면 될 듯
장기 기억
장기 기억(long-term memory)은 흔히 생각하는 기억의 모습으로 컴퓨터의 HDD, SSD 등 보조저장장치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단기기억이 지속되면 해마에서 해당 신호를 반복하여 뉴런에서 시냅스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저장한다.
장기 기억은 보통 저장용량이나 저장기한에 대해서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거의 무한하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무한은 평생 정보를 저장해도 충분하다는 의미지 시냅스 네트워크가 존재해야 하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단어 그대로 무한하지는 않다. 저장된 기억의 경우에는 기억이 인출되는 경로가 소실되거나 다른 정보에 묻혀서 인식할 수 없게 된다는 식으로 망각에 대해서 설명한다.
장기 기억은 명시적 기억(explicit memory)과 암묵적 기억(implicit memory)으로 나눈다. 명시적 기억에는 일화 기억(episodic memory)과 의미 기억(semantic memory)이 있다. 암묵적 기억에는 절차 기억(procedural memory)과 정서 기억(emotional memory)이 있다.
명시적 기억
명시적 기억(explicit memory) / 외현 기억 / 서술 기억(declarative memory): 우리가 떠올려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기억
의미 기억(semantic memory): 일반적인 지식에 해당. 단어의 사전적 정의나 어떠한 일이 지니는 의미 등에 관한 것. 우리가 공부를 하는 목적이 되는 기억.
일화 기억(episodic memory): 경험했던 사건의 기억. 내가 언제 무엇을 했고 누구와 있었고 무엇을 먹었었다 같은 기억
암묵적 기억
암묵적 기억(implicit memory) / 내현 기억 / 비서술적 기억: 우리가 의식적으로 떠올려지지 않는 기억. 자연스럽게 나오는 언어능력 등의 우리가 흔히 몸으로 익혔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기억
절차 기억(procedural memory): 자전거 타는 방법 등을 말한다. 자전거 탈 때 균형을 잡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 속도로 달리고 허리로 어떻게 균형을 잡으며 핸들은 몇도로 꺾고 풀고 각 근육은 얼마만큼 조이고 풀어야 하는지 설명 불가, "이렇게 하면 돼" 혹은 "그냥 이런 거야"라는 한마디로 때울 수밖에 없는 지식. 그림 어떻게 하면 잘 그려??? 할 때 그것. 주로 소뇌에 정보가 저장된 경우다. 몸이 기억한다는 그것. 결국 뇌가 기억하는 것이다.
정서 기억(emotional memory): 장기 기억에서 외현 기억, 암묵 기억 외에 정서 기억(emotional memory)가 있다는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장기 기억이 기억을 꺼내는 행위에서 많이 생성된다는 보고가 있다. 쉽게 예를 들면, 배운 지 얼마 안 돼 좀처럼 생각이 나지 않던 것을 떠올리려고 애쓰다가 결국 "아! 맞다. 그거!" 하고 그 정보를 떠올리는 데 성공하고 나면 그 뒤로는 애쓰지 않아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걸 특히 제대로 경험하는 때가 시험을 친 뒤이다. 아마 한 번쯤 시험을 칠 때 헷갈리고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던 것을 나중에 직접 교재를 뒤적여 답을 확인했을 때 '아, 이거...! 아, 맞다, 이거였지...' 하는 반응을 보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러고 나면 신기하게도 상당히 오랜 기간 그때 확인한 지식이 꼭 머리에 남는다. 이건 미엘린의 역할과도 관련이 있다. 자세한 것은 항목 참조.
기억력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해 두는 능력이다.
기억력에 관한 질병은 치매, 단기 기억 상실증, 건망증 등이 있다.
장애인이나 일부 사람들에게는 포토그래픽 메모리라 하여 비정상적으로 기억력이 좋아지며, 자신이 보는 모든 것을 이미지로 하여금 전부 기억해내는 능력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현재까지 실제성은 검증되지 않았다. 비슷한 개념으로는 기억술이 있긴 하나, 위 능력과는 선천성 여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금붕어의 기억력이 3초라는 소문이 있는데, 이는 거짓이다. 사실 금붕어는 최소 12일부터 3개월 이상을 기억할 수 있다.
기억력이 나쁘다면 덜렁이 소리를 듣기도 한다. 기억력 테스트도 있다. 기억력은 유전일 수도 있지만 노력하면 더 늘어난다는 설도 있다.
사실 인간의 기억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부정확하다. 왜곡된 기억이 아버지를 성범죄자로 몰게 된 사건도 있고, 왜곡된 기억을 대중들이 공유하면서 음모론으로 발전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