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도리 져 귓도리 에엿부다 져 귓도리
어인 귓도리 지는 달 새는 밤의 긴 소릐 쟈른 소릐 절절(節節)이 슬픈 소릐 제 혼자 우러 녜어 사창(紗窓) 여왼 잠을 살드리도 깨오는고야.
두어라, 제 비록 미물(微物)이나 무인동방(無人洞房)에 내 뜻 알 리는 저뿐인가 하노라.
【어휘 풀이】
<귓도리> : 귀뚜라미. 실솔(蟋蟀).
<에엿부다> : 가련하다. 가엾다.
<쟈른 소릐> : 짧은 소리. ‘쟈르다’는 ‘짧다’의 옛말.
<우러 녜어> : 울어 가면서. 울면서. 울고 또 울면서. ‘녜다’는 조동사.
<사창(紗窓)> : 비단망사로 바른 창문. 비단 포장을 친 창. 여기서는 규방(閨房)의 뜻.
<여왼 잠> : 잘 들지 않은 잠. 설든 잠.
<살드리도> : 잘도. 알뜰살뜰하게. 고맙게도. 이 말은 ‘얄밉게도’란 뜻을 반어적(反語的)으로 표현한 말.
<깨오는 고야> : 깨우는구나. ‘고야’는 감탄형 어미.
<무인동방(無人洞房)> : 사람이 없는 침방(寢房). 여기서는 임이 안 계신 탓으로 홀로 지키는 호젓한 방.
<알 리는> : 알아 줄 사람은. 알아 줄 것은.
【전문풀이】
귀뚜라미, 저 귀뚜라미, 불쌍하다 저 귀뚜라미.
어찌 된 귀뚜라미인가? 지는 달 새는 밤에 긴 소리ㅡ 짧은 소리, 마디마디 슬픈 소리로 저 혼자 울면서 사창에서 얼핏 든 잠을 알뜰하게도 다 깨워 버리는구나.
두어라, 제 비록 보잘것없는 벌레이기는 하지만, 임이 안 계시는 빈 방에서 홀로 밤을 지새는 나의 뜻을 알아주는 것은 오직 저 귀뚜라미뿐인가 하노라.
【개관】
▶작자 : 작자 미상
▶연대 : 조선 후기
▶갈래 : 사설시조(辭說時調) 장형시조(長型時調), 연모가(戀母歌).
▶성격 : 애상적
▶표현 : 의인법, 반어법, 반복법, 감정이입
▶제재 : 귀뚜라미
▶주제 :
- 임에 대한 그리움.
- 가을 밤 임을 그리는 외로운 여심(女心).
- 임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출전 : <청구영언>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
【구성】
▶초장 : 가엾은 귀뚜라미
▶중장 : 귀뚜라미가 잠을 깨움
▶종장 : 귀뚜라미가 내 뜻을 알아 줌.
【감상】
가을철 한밤을 꼬박 울어 새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지은이도 잠들지 못하고 있다.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애태우는 그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오직 귀뚜라미뿐이라는 말로 보아, 그 섬세한 심경이 기녀(妓女)의 작품임에 틀림없다. (이상보 : <명시조감상>)
추야장(秋夜長)에 상사(相思)의 일념으로 잠 못 들어 하는 여인이, 깊은 밤중에 창 밖에서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더욱 고독을 느끼는 심정을 나타낸 것이다. 작자는 독수공방(獨守空房)의 쓸쓸함을 알아주는 것은 귀뚜라미뿐이라고 하여 외로운 심정을 한층 더 부각시켜 놓았다. 여기에서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어쩌면 고독한 여인의 울음소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작자는 귀뚜라미에 의탁하여 자신의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평민층에 의해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이 사설시조는 임과 이별한 여인의 외로움을 귀뚜라미에 의탁해서 노래하고 있다. 긴소리, 짧은소리로 절절이 슬프게 우는 귀뚜라미 소리에 대한 청각적 심상의 활용을 통해, 깊은 밤 독수공방하며 짙은 외로움을 느끼는 화자의 심정을 애절하게 환기시키고 있다.
아울러 ''라는 감정 이입에 의한 반어적 표현을 통해, 임을 향한 그리움으로 잠 못 들고 전전 반측(輾轉反側)하는 화자의 심정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사랑하는 임과 이별한 여인의 외로움이 가슴 저미게 스며있는 이 노래는 사설시조에서는 드물게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노래이다. 임을 향한 애절한 그리움의 심경을 귀뚜라미에 의탁하여 읊은 이 작품은 감정이입의 수법을 사용하여 동병상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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