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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100마일 = 161㎞ 투수, 채프먼, 임창용

Jobs 9 2020. 10. 10.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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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마일 채프먼

구속 100마일.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약 161㎞다.

마일을 주로 사용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100마일을 '세자릿수 구속(Three digit velocity)'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한다. 미터법을 쓰는 동양권에서는 160km. 컨트롤은 투수 코치와 동료로부터 익힌다지만 스피드와 어깨는 타고나는 것이다.

노력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천부의' 재능을 놓고 모두가 경외하고 닮고 싶어하는 이유다. 100마일이든, 160km이든, 지구인이 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이 꿈의 숫자는 지금까지 어떤 선수들이 도달해 왔을까. 스포츠W가 100마일 클럽의 세계로 들어가 봤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가장 빠른 공은 놀란 라이언이 1974년 기록했던 162㎞(100.9마일)다. 스피드건 숫자로는 라이언보다 빠른 공을 던진 투수들이 수두룩하지만 기네스북은 21세기 기록을 공인하지 않는다. 스피드건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2000년 이후 '스피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배경에는 스피드건의 '장난'이 개입됐다는 시각이 있다. 특히 미국이 그렇다.

스피드건은 제조사에 따라 측정값이 조금씩 다르다. 제조사에 따라, 제조연도에 따라 최대 10㎞까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정설이다. 라이언이 기록한 100마일과 요즘 투수들이 찍는 100마일은 실제로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저그스(JUGS)의 마법?

메이저리그 대부분의 구단은 저그스라는 스피드건을 주로 사용한다. 저그스는 다른 제품보다 스피드 측정값이 높다. 앤디 페티트·마이크 무시나 등 거물 투수들은 "스피드건 숫자는 거짓"이라고 '양심선언'을 하기도 했다. 저그스에 찍힌 구속을 말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미국 제품인 스토커, 일본은 자국 제품인 미즈노 스피드건을 쓴다. 이들은 저그스 스피드건보다 평균 3~5㎞· 정도 적게 측정된다.

대부분의 전력분석원들은 "저그스보다는 스토커나 미즈노의 측정값을 믿는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한기주(KIA)가 인천구장에서 최고 구속 160㎞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인천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저그스를 쓰고 있어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80·90년대 스피드건은 현재 저그스는 물론, 스토커 제품보다 인색한 숫자를 찍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허삼영 삼성 전력분석팀 과장은 "2000년대 초부터 150㎞가 쉽게 찍히는데 이건 90년대 기록과는 다르다. 90년대 스피드건은 현재보다 3~4㎞ 낮게 측정됐다"고 설명했다. 20세기에 기록된 구속과 21세기 저그스 측정값은 최대 10km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스피드는 허상이다?

진실공방 속에서 메이저리그는 저그스 스피드건을 애용하고 있다. 선수와 관중의 흥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10여 년간 '스피드 인플레이션'을 방관한 셈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시속 100마일에 육박하는 광속구가 번쩍이고, 타자가 이를 받아 친다. 한국과 일본 야구는 빅리그에 대한 환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2006·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온 환상을 깼다. 메이저리거가 주축이 된 팀들이 한국과 일본에 연전연패했다.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WBC 1라운드에서 윤석민(KIA), 정현욱(삼성),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다루빗슈(니혼햄) 등의 구속은 150㎞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일주일 후 미국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는 155㎞에 육박하는 파이어볼을 뿜어냈다. 스피드건 숫자의 허상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메이저리그의 100마일 도전사

놀란 라이언이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에서 뛰었던 1974년. 사상 처음으로 시속 100.9마일을 기록했다. 2년 뒤엔 J. R 리차드(휴스턴)가 역대 두 번째로 '꿈의 100마일'을 돌파했다.


이후 15년 이상 '100마일 클럽' 가입자가 없다가 92년 롭 디블(신시내티)과 93년 호세 메사(클리블랜드)가 나란히 101마일을 기록했다. 97년 롭 넨(샌프란시스코)은 102마일을 기록, 역대 5번째로 '100마일 클럽'에 들었다.

21세기. 스피드 시대를 맞아 강속구 투수들이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이제 100마일을 던진다고 대단한 뉴스가 되는 게 아니다. 조엘 주마야(디트로이트)는 2006년 10월 10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102마일을 던졌다.

이 기록만 보면 주마야는 지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만 21세에 세계 최고 광속구를 뿜어냈던 주마야는 평균 98마일 안팎의 구속을 던질 수 있다. 문제는 끊임 없이 부상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관점을 달리해 최고 구위를 갖춘 현역 투수를 꼽는다면 여전히 랜디 존슨(샌프란시스코)이 빠지지 않는다. 올해 46세인 존슨은 전성기 같은 구위를 뽐내지는 못하지만 마흔 살을 넘기고도 100마일 안팎의 공을 던진 사우스포였다.

개인 최고 구속은 애리조나 시절이었던 2004년 102마일이다. 88년 몬트리올에 입단한 그는 20년 넘도록 한결같은 강속구를 뿜어내며 통산 299승을 거둬들였다.

라이언부터 주마야까지. 파이어볼러들의 계보는 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강속구 투수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현재 100마일 클럽 가입자는 무려 40명이다. <그래픽 참조> 박찬호가 LA 다저스 시절 스프링캠프에서 161km를 던진 기록이 있지만, 공인 받지는 못했다.

놀란 라이언 이전 시대에는 시속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가 없었을까. 과거의 증언들과 자료들은 '예'라고 답한다. 물론 스피드건은 없었던 시대다.

스피드를 측정하기 위한 노력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위대한 투수로 꼽히는 월터 존슨. 일부 야구인들은 존슨이 사이드암으로 100마일 이상의 직구를 던졌다고 하지만 측정 결과는 없다.

그러나 스피드건이 없던 당시에도 존슨의 구속을 측정한 예가 있다. 1914년 오토바이를 이용한 스피드 측정이 이뤄진 것이다. 당시 월터 존슨은 99.7마일(약 160.4km), 또다른 강속구 투수 밥 펠러는 98.6마일(약 158.7km)을 기록했다.

1917년에는 브리지포트 팔 연구소가 속도 측정에 나섰다. 실험 방법은 2피트 거리의 사각형에 공을 통과하게 던진 뒤 사진을 찍어 측정하는 것. 월터 존슨은 이 실험에서 시속 147km를 기록했다. 자료로 인정하기엔 두 기록의 편차가 너무 크다.

샌디 쿠펙스의 라이징 패스트볼

좌완 파이어볼러의 대표인 샌디 쿠펙스. 쿠펙스는 라이언(9.55개)에 이어 9이닝당 삼진 2위(9.28개)에 올라있다. 그의 레퍼토리는 불같은 강속구와 커브였다.

쿠펙스의 직구는 이른바 '라이징 패스트볼'로 타자 앞에서 약 15~20cm 정도 떠오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쿠펙스와 라이언을 모두 지켜본 야구인 중에는 쿠펙스의 직구는 라이언보다 더 빠른 공을 던졌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공은 빠른데 컨트롤이 안 돼

1957년부터 1965년까지 뛴 좌완 스티브 델코우스키는 또다른 전설의 주인공이다. 델코우스키 역시 강속구로 유명했는데 일설에 따르면 그는 110마일을 던졌을 거라고 한다.

그는 9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995이닝을 던지는 동안 1396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대신 1354개의 볼넷을 줬다. 공이 엄청나게 빨랐지만 제구력이 형편없어 빅리그엔 올라가지 못했다.

타자들은 "솔직히 공에 맞아 죽을까 두렵다"는 말도 했다.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 역시 "지금까지 본 공 가운데 가장 빠르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시력이 나빠 안경을 썼다는데 그것이 아마 제구력이 안 좋은 이유였을 거라는 얘기도 있다.
스피드 측정 오류에 대한 변명은 뻔하다. 스피드건 각도와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측정치가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에 제조사별 편차도 있다. 따라서 똑같은 공을 측정하더라도 최대 10km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허삼영 삼성 전력분석팀 과장은 "같은 제조사의 스피드건을 양 손에 넣고 측정해도 2개 중 1개는 다른 값이 나온다. 그 차이는 2~3㎞ 정도"라고 전했다. 날아오는 공을 향해 초음파를 쏘고 되돌아온 주파수를 측정하는 스피드건의 원리로 볼 때 이 정도 오차는 피할 방법이 없다.

여기에 스피드건의 위치에 따라 더 큰 차이가 결정된다. 투·포수로부터 멀어지고 높아질수록 스피드가 낮게 나오고, 정확성이 떨어진다.

전광판에 표출되는 스피드가 구단 전력분석원이 기록한 스피드보다 높은 것이 보통이다. 백스톱 바로 뒤에 위치한 스피드건이 전광판에 나오는 구속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구단 전력분석원은 보통 본부석에 앉아 있다. 투수와의 거리가 멀고, 높이도 높아 이들이 측정한 스피드는 전광판보다 2~3㎞ 정도 낮게 찍힌다.

같은 스피드건을 쓰더라도 구속이 지속적으로 잘 나오는 곳이 있다. 일본에서는 야쿠르트 홈구장인 진구구장이 그렇다. 진구구장은 홈플레이트와 백스톱까지의 거리가 10m도 되지 않는다. 바로 뒤에 구장 스피드건이 있고, 전력분석원들도 가깝게 자리하고 있어 스피드가 잘 나오는 편이다.

반면 포수 뒷 공간이 넓고 스피드건이 높게 위치한 구장은 스피드 측정에 인색하다. 일본 도쿄돔, 한국 잠실구장이 대표적인 곳이다.

박종화 KIA 전력분석팀 과장은 "주심의 오른쪽 어깨 뒤, 그러니까 왼손 타자가 있다면 바로 뒤에서 스피드를 잴 때 가장 정확하고 일정한 측정값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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