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Humanities/언어, 문자, 글쓰기 Writing

구세대가 좌파 학생운동 세대 싫어하는 이유

Jobs9 2022. 9. 26. 16:30
반응형

구세대가 좌파 학생운동 세대 싫어하는 이유

 

68운동의 특징은 바로 운동의 주축이 대학생이라는 점이다. 과거 대부분의 혁명(운동)은 부르주아지 혹은 노동자와 같이 특정 (경제) 계층이 중심이었다. 반면, 68혁명은 초창기에는 대학생을 주축으로 하여 점차 다른 계층으로 확산되었다. 프랑스의 5월 혁명이 분수령이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구좌파의 대표 계층인 노동자가 가담했기 때문이다. 이후 구좌파+신좌파 연합은 이탈리아로 이어진다.   

이것은 시대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과 미국은 경제적으로 부흥하기 시작하였는데, 전쟁 동안 이를 악물고 소위 '하면 된다'는 악바리 근성으로 살아온 기성세대와는 달리 풍족한 소비 생활과 문화 생활을 누릴 수 있었던 당시 젊은이, 특히 대학생들은 먹고 사는 문제 뿐 아니라 사회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이 대학생들은 전체적으로 좌파이지만, 스스로를 '신좌파'로 여기며 이전의 좌익/공산 계열을 '구좌파'로 구획짓고 비판 대상으로 삼는다. 무자비하고 권위주의적인 권력을 혐오하기에 대학생들은 저항의 움직임으로 곳곳에 자유대학을 세우면서 모두가 선생이고 학생이고자 하였다. 

 

기술, 경제가 급발전하면서 사회 구조가 급격하게 변한 것에 비해, 문화가 이를 따라오지 못한, 일종의 세대간 문화 지체가 원인이다. 빠른 기술, 경제 발전의 부작용으로 항상 언급되는 부분. 100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걸려 산업화된 서구권에서조차도 세대갈등이 발생하는데, 한국은 산업화, 민주화를 대략 50년도 안 돼서 해냈기에 그 부작용으로 극심한 세대갈등을 겪게 되었다.  

프랑스의 예를 들어보자면, 50년 전인 1960년대의 프랑스는 비록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를 겪고 복구 작업이 한창 끝나갈 즈음이었지만 이미 수 세기 전부터 명실공히 선진국이었고, 68운동의 발현으로 현재까지도 내려오는 기본적인 "서구적" 가치관을 전 국민이 공유하게 되었다. 실제로 2018년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유권자의 70%가 68운동이 프랑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할 정도이다.  

대한민국은 1950년대 당시 근 40년 간의 일제강점기와 광복 5년 후 발발한 3년간의 6.25 전쟁으로 국토가 쑥대밭이 된 전세계 최빈국중 하나였고, 사람들은 말 그대로 하루 먹고살기도 바빴다. 남존여비나 유교적 질서와 같은 전통적인 사회관은 짙게 남아있었으며, 국가는 경제 발전에 총력을 다 해야 했기에 노동자 권리나 복지, 윤리 등 개개인의 권익을 생각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30년쯤 후인 1990년대에 태어난 2020년 기준 청년세대의 유년시절 한국은 경제대국에 진입하였고, 한강의 기적이라고도 불리는 이러한 급격한 경제성장에 맞춰 기존 사회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던 남녀차별, 복지 시스템, 노동자 권익, 소수자 차별 등 여러 신시대적 문제와 자유주의, 진보주의적 사상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