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高麗大藏經板-諸經板), Printing woodblocks of the Tripitaka Koreana and miscellaneous Buddhist scriptures
국가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 大韓民國)
등재연도
2007년
소장 및 관리기관
해인사(海印寺)(경상남도 합천군에 소재함)
「고려대장경(高麗大藏經)」은 고려 왕조가 제작한 ‘삼장(三藏, Tripitaka, 산크리스트어로 ’3개의 광주리‘를 의미, 불경)’으로, 근대 서구 학계에 흔히 ‘Tripitaka Koreana’라고 알려져 있다. 총 81,258판의 목판에 새긴 「고려대장경」은 13세기 고려 왕조(918~1392)의 후원을 받아 만들었으며, 현재 대한민국 남동쪽에 있는 해인사(海印寺)라는 고찰에 보관되어 있다. 「고려대장경」은 이를 구성하는 목판의 판수 때문에 흔히 ‘팔만대장경’으로 불린다.
‘삼장’ 또는 한국어로 ‘대장경’은 불전(佛典), 즉 불교 경전 컬렉션을 뜻하며, 부처님의 가르침 자체를 그대로 실은 경장(經藏, Sutta-pitaka), 승단의 계율을 실은 율장(律藏, Vinaya-pitaka), 고승과 불교 학자들이 남긴 ‘경(經)’에 대한 주석과 논(論)을 실은 논장(論藏, Abhidhamma-pitaka)으로 구성된다. 불교가 중국을 거쳐 동아시아에 전해지고, 불경이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언어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역에서 교육 담론의 공용어로 사용되어 왔던) 한문(漢文)으로 번역되었을 때, 여러 국가에서 불경을 배포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목판에 담으려고 시도했다. 그중 하나인 「고려대장경」은 아시아 본토에서 현전하는 유일하고 완전한 경전이다.
「고려대장경」이 고려 왕조의 후원을 받아 목판에 삼장을 새겨 경판을 제작하고자 진행한 조판 사업이었던 반면, 별도로 해인사에서 직접 후원하여 제작한 제경판(諸經板)이 있다. 1098년~1958년에 조판된 총 5,987판의 목각 제경판이 해인사에 보관되어 있다. 이 제경판은 「대장경」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서 그중 일부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고려대장경」 목각 경판과 5,987판의 제경판은 당대 최고의 인쇄 및 간행 기술의 사례로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다. 각각의 판목은 체계적이고 세심한 준비 과정을 거쳤고, 각 판목에는 글씨가 통일된 서체로 하나하나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 제작된 후 7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흠결 없이 완전한 「고려대장경」 판본을 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수한 내구성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섬세한 편집과 수집 및 대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고려대장경」은 한역대장경(漢譯大藏經) 중 가장 정확한 판본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동아시아 불교 연구에 있어 표준이 되는 원전 비평 연구판으로, 그동안 널리 배포되고 시대를 넘어 이용되어 왔다. 「고려대장경」과 제경판은 지식을 생산하고 퍼뜨리는 ‘지식 체계’의 개요를 보여 준다. 「고려대장경」은 경(經)과 율(律), 논(論), 불교사를 망라한 불교 문헌의 집대성이며, 이 정보를 근간으로 하여 학문 연구의 독특한 체계가 수립되었다.
이 목판은 지식이 재생산되고 계속해서 확산되는 하나의 매체가 되었다. 해인사는 「고려대장경」 목판을 이용해 필요할 때마다 불경 연구와 교육을 위한 자료로 판본을 수차례 찍어 냈다. 그 결과, 해인사는 불교 교육과 함께 지식의 보존과 학문적 연구가 이루어지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식을 전승하는 중심지가 될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해인사는 한국의 삼보사찰(三寶寺刹) 중 하나인 법보(法寶) 사찰로 지정되어 있으며, 교법의 교육과 전승을 책임지는 불교의 학문적 연구 중심지로서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서 삼보사찰이라 함은 불보(佛寶), 법보(法寶), 승보(僧寶) 사찰을 가리킨다.
세계적 중요성·고유성·대체 불가능성
– 세계 유일의 현전 대장경판
– 목판 인쇄술의 진수
– 식자 및 활판술에서의 중요성
– 인쇄 기술의 통합된 발전
– 원전 비평 연구판으로서의 우수성
「고려대장경」은 역사를 통틀어 대장경의 우수한 표준 원전 비평 연구판으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당시 「고려대장경」의 판각에 앞서 내용을 책임졌던 수기대사(守其大師)는 고려의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과 「북송칙판대장경(北宋勅板大藏經)」, 「거란본대장경본(契丹本大藏經)」의 내용을 엄밀히 비교·대조했고, 오류를 정정하여 완벽하고 권위 있는 대장경판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 재생산성
다른 모든 목판 대장경의 경우 훼손되거나 소실되었지만 「고려대장경」만은 유일하게 오늘날까지도 훌륭하게 보존되었으며, 1237년~1248년에 제작된 후, 약 76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완벽하고 아름다운 인쇄를 할 수 있다. 다른 대장경판의 경우 그 일부분만이 유포되었지만, 「고려대장경」의 많은 판본은 완전한 형태로 아시아 전역에 퍼져 나가, 동아시아의 불자와 학자들에게 원전(原典) 역할을 했다.
– 정확성
– 희귀 판본 포함
전 세계 다른 어느 곳에도 없으며, 오로지 「고려대장경」 안에서만 현전하여 중요한 학문 연구의 대상이 된 판본이 다수 들어 있다. 조당집(祖堂集)과 같은 작품은 선종(禪宗) 연구에 있어 학계에 일대 변화를 불러일으킬 만큼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제경판 중에는 단 하나만 전해지거나 극히 희귀한 개별 문헌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시기별 불경의 내용을 묘사하는 삽화는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고려대장경」은 한문으로 번역된 대표적인 표준 대장경으로, 당시 동아시아 지역의 높은 문화적 수준을 증명한다. 모든 불경에는 단지 종교적인 가르침뿐만이 아니라 그 특정한 경전을 만들고 연구하고 믿은 사람들이 이해했던 내용까지 들어가 있다. 따라서 불경은 무수한 주제를 다룬 경문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과 인간관을 추론할 수 있는 훌륭한 연구 자료가 된다. 불교는 인도에서 유래한 종교이므로 불경에서 인도 문화의 흔적이나 당시 사람들의 관심거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불교가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과 동아시아로 전파됨에 따라 불경은 한역되는 과정에서 그것이 거쳐 온 각 지역의 문화 및 사상적 특징을 띠기 시작했다. 한문의 어구와 표현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남은 흔적, 문화적 취향에 좀 더 적합한 방식으로 교리와 가르침을 재해석한 것을 한역대장경(漢譯大藏經)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려대장경」에는 중국에서 구성된 경전이 포함되어 있어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문화권의 모습과 특징을 보여 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 고려 사회의 학문적 경향이나 사상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고려의 고학자나 고승이 엮은 불교 문헌도 포함되어 있다.
「고려대장경」은 그 우수성이 동아시아 전역에 이미 널리 알려졌으므로 당시 동아시아의 문화 수준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다른 여러 나라들에서도 대장경의 간행에 표준이 되는 기본이자 따라야 할 본보기가 되었다. 아울러 목판 판각의 기법과 기술뿐 아니라 종이와 먹 등의 제조 기술도 「고려대장경」의 내용과 함께 이웃 나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은 1388년~1539년 동안 총 83차례에 걸쳐 「고려대장경」의 판본과 목판을 요청했으며, 그 결과 당시 사본 43점이 일본에 전달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문화가 전파되면서 「고려대장경」은 동아시아의 문화 및 문명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놓을 수 있었다.
「고려대장경」은 단순한 문자 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생산하고 재생산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체계에 관한 유산이다.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고 보완해 넣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목판을 지속적으로 제작하는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고려대장경」 본문의 사본은 전 세계에 배포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디지털 「고려대장경」과 고려대장경 지식베이스의 형태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
「고려대장경」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며, 스스로 개선하고 발전하면서 중요한 전통을 근본적으로 지지하는, 살아 있는 ‘지식 체계’라 평가해야 할 것이다. 「고려대장경」은 표준 원전 비평 연구판으로서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그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에게 원천 자료로서의 역할을 한다. 불경 목판본은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문화 작품에서 지식의 원천 역할을 하며 필요에 따라 새로운 인쇄물의 형태로, 또는 사진, 디지털 텍스트의 형태로 간행되고 유통되고 있다.
불경이란 구송전승(口誦傳承)되었던 글귀라는 그 태생적인 특성상 본래부터 시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암기하기 쉽게 독특한 운율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인도와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언어에서 한역되는 과정을 통해 음운적 요소가 많이 사라지기는 했으나 불교 경전은 단순히 글자를 읽기 위한 글귀가 아니며, 때로는 제의의 설명문이고 기도이며, 삼매(三昧, 순수한 집중을 통해 마음이 고요해진 상태)에 이르도록 돕기 위한 찬가이다. 따라서 불경에서 필요한 운율적 고려는 한역대장경에서도 어느 정도 중요한 위치를 유지한다.
경전 1,514종 중 대다수는 ‘경(經)’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 주제와 장소, 시간, 청중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며, 모든 경은 ‘여시아문(如是我聞, 이렇게 내가 들었다)’이라는 글귀로 시작한다.
「고려대장경」에 첨부된 목록에 따르면, 그 함차(函次)는 천자문(千字文)의 순서를 따르고, 경전의 권수, 설명, 위치, 배경, 번역자의 이름, 나라 이름도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