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지능적 정부
감성지능적 정부의 필요성 :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공공관리론을 바탕으로 참여정부가 대대적인 정부혁신을 시도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행정이 그에 비례하여 혁신적으로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정부가 이성을 바탕으로 한 내용적 합리성과 절차적 합리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정책수요자의 입장을 공감하는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부가 일을 안했다기보다 국민의 기대와 다른 일을 할 경우에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Nye, 2001).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정부혁신이라고 외치면서 국민의 감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문제이므로 정부혁신이 성공하려면 국민의 감성을 고려하고 국민의 만족감을 높여주는 감성 있는 행정을 해야 한다고 한다(2005.7.3자 한겨레 신문). 행정학 분야에서도 이성이 아닌 감성의 상대적 중요성을 중시했던 시도는 Mayo의 호오손 실험을 출발점으로 한 인간관계론이나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초합리성을 강조한 Dror의 질적 연구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Simon(1976)이 제약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에 대해 논의한 이후 감성보다는 정책의 내용적・절차적 합리성을 제고하는데 절대적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전통적인 의사결정 이론에서도 감정이나 감성은 간과되어 왔는데, 이는 의사결정이 이성적 또는 인지적 합리성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기 때문이다(김서용・김근식, 2007). 과학적 관리론이나 행태주의적 전통에서도 합리성을 강조한 것은 물론, 최근의 신공공관리적 관점에서도 민간 경영기법을 행정에 도입하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합리성 극대화에 우선순위를 두어 왔다. 이는 정부가 이성적 주체로 기능해야지 감성적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이성이 논리성이나 합리성, 객관성, 효율성을 의미하는 반면, 감성은 비논리성, 비합리성, 주관성, 비효율성을 의미하는 상반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감성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단순히 감성적이 된다는 것과는 다른 또 하나의 이성적 활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정부가 감성을 활용하려면 오히려 고도로 이성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책수요자인 국민의 요구에 제대로 공감하고 그들의 감성적 만족을 높이려면 정부정책에도 감성지능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사이버민주주의와 e-거버넌스가 구현되면서 네트워크화하고 있는 현대 행정에서는 과거와 같은 일방적 정책결정과 집행 방식(Decide-Announce-Defence)은 정책대상자의 순응을 확보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원전과 같은 NIMBY 시설 입지의 경우 지역주민의 입장을 이해하고 동의와 순응을 사전에 확보하지 않을 경우 극심한 갈등을 초래하기 쉽다. 문제는 일반인이나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인지적이 아니라 정서적 내지 감정적 느낌에 좌우되기 쉽다는 것이다. 김서용・김근식(2008: 375)에 의하면 최근에 원자력과 같은 위험관련 연구에 있어서 기존의 인지적 접근에서 벗어나 정서(emotion), 감정(affect), 느낌(feeling) 등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원자력에 대한 일반인 또는 지역주민들의 반응이 이성적이기보다 감정적이기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갈등상황을 해소하려면 정부가 주민들의 감정과 정서를 감정이입적으로 공감하고 그에 맞는 처방적 대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정부가 감정적이 되서는 안 되며, 감성통제를 통한 감성관리라는 일종의 以夷制夷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감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만족을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감성을 활용해야 하므로, 고객의 감성을 조작하거나 환상을 유발하기도 하는 민간부문의 감성관리와는 차원을 달리해야 한다.
감성지능적 정부의 개념 : 정부가 감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연구는 대부분 정치학이나 사회학적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예로 Westen(2007)은 미국인들이 민주당의 입장에 동조하면서도 투표에서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유가 공화당이 유권자의 감성에 더 호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Stearns(1997)는 감성적 규범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노동운동이나 투표참여율의 감소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Burkitt(2005)은 이라크전에 관련된 시민운동과 정부의 대응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면서, 감성의 정치적 힘은 비이성(irrationality)이 아니라 ‘관계적 논리(relational logic)’에서 나오며, 권력관계에 있어서 감성에 대한 고려 없이는 국민을 통치하는 정부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한편 박흥식(2005)은 감성공학적 차원에서 지방정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감성이미지와 평가이미지 요인과 그들 간의 관계를 분석하여 지방정부가 이미지 통합작업을 하는데 필요한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감성공학(Sensibility Ergonomics 또는 User Interface)은 물리적 편리성을 추구하던 Hi-tech에서 정서적 충족을 추구하는 Human-tech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인간의 감성을 정량・정성적으로 측정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평가하여 이를 제품이나 환경의 설계에 적극 응용함으로써 보다 편리・안전・안락하고 인간의 삶을 쾌적하게 하는 공학적 접근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핵심적 요소(ABC)로서 Amenity, Beauty, Culture를 들고 있다(김대식, 2006).
행정관리적 패러다임 차원에서 감성과 정부를 연결하여 ‘감성정부’를 개념화한 사례는 국내외적으로 이대희(2005, 2006, 2007)의 연구가 거의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이대희(2007)에 따르면 감성정부(Emotional government)란 감성화를 지향하는 정부를 의미하는데, 국민들의 감성을 고려하고 감성적 지성을 갖춘 관료가 존재하며 정책과 관리는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부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감성화’란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부정적 감성을 줄이고 이로운 긍정적 감성을 촉진하는 것을 말한다. 감성정부를 개념화함에 있어 감성에 대한 이미지가 예측불가능하고 변화무쌍한 부정적적 상태를 떠올리기 쉬우므로 지나치게 이성정부와 대비되는 것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한다. 그러나 감성정부의 또 다른 요소로 문화적 감각에 충실하고 발전된 문화를 지향하는 것을 추가한 점은 감성을 문화적 측면에서 바라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윤석(2008)은 감성의 부정적 측면이 드러나기 쉬운 ‘감성정부’ 또는 정부에 의한 감성조작(manipulation)이라는 부정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감성관리적 정부’ 대신‘감성지능적 정부’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영문표기에 있어서도 감정적 정부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쉬운 ‘Emotional Government’대신 ‘Emotionally-Intelligent Government' 또는 'Sensible Government'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우윤석(2008)은 미학적 이론을 감성지능적 개념화에 활용하면서 세 가지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감성지능적 정부는 정책대상 집단의 입장과 수요를 관료의 입장이나 법률 해석적 차원이 아닌 그들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비관심이 아닌 무관심적 차원의 관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관심성의 핵심은 거리두기라고 할 수 있으며, 행정학적 입장에서는 정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특정이익이나 지대(rent)에 관심을 갖지 않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대상 그 자체에 주목하고 반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경기도 화성시가 시행하고 있는 24시간 동사무소 운영의 경우 민원서류 발급을 위해 동사무소를 찾는 직장인들의 수요를 수요자의 입장에서 파악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국민이 직접 상대하는 일선관료의 경우 훌륭한 학벌이나 예리한 이성보다 민원인의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들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는 감성지능을 갖춘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둘째, 감성지능적 정부는 예술가와 같은 천재적 직관과 창조성을 함양해야 한다. 신공공관리론에서 촉발된 정부혁신의 성공에 필요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공직자들이 기존과 다른 창의적 직관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혁신(innovation)은 ‘새롭고 독창적인 것으로 조직의 변화를 촉진’한다는 의미(Abramson & Littman, 2002)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관과 창의력은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 없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타인의 직관과 창의력도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직관과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공적 영역이 아닌 민간영역에 대해서는 그들의 직관과 창의력을 존중하고 후원자의 입장에만 머물러야 한다. 직관과 창의력은 천재가 타고날 수도 있지만 후천적인 몰입과 노력을 통해 성취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는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의 학습화를 주창한 Senge(1990)에 따르면 학습조직 구축을 위해서는 개인의 통찰력 제고(personal mastery), 사고체계의 변화(mental models), 공통비전의 구축(shared vision), 소규모 조직학습의 활성화(team learning)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한다. 감성지능적 정부에서는 관료들의 직관과 창의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조직의 학습을 강화하고 민간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개혁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감성지능적 정부는 정책을 집행한 후에 외형적인 변화나 단순한 수치적 결과에만 주목하지 말고 부작용을 포함한 다양한 효과를 해석해 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선적 해석이 아닌 순환적 해석, 양적 해석이 아닌 질적 해석, 기존의 논리에 얽매인 인습적 해석이 아닌 새로운 감성적 해석, 계량적 만족이 아닌 주관적 만족에 대한 해석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시혜적 지원이 필요한 복지 분야의 경우 투입 대비 산출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공공관리적 접근이 타당한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Fox & Kim(2004)은 저소득층 중에서도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위해 추가로 제공되는 복지서비스(PD Waiver) 제공의 효과를 분석하면서, 서비스 제공 이후 대상자들이 병원에 더 자주 가고 구급차 이용과 재택검진도 더 많이 함에 따라 당초보다 예산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에 효율성 면에서는 성과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욕창 발병율과 응급실 이용률이 줄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단기적인 비용은 증가했고 병원이용률도 줄지 않았지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욕창이나 응급실 이용률 감소와 같은 인과적 측면을 중시함으로써 또 다른 질적 판단의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성지능적 정부에서는 부분이 아닌 전체(gestalt), 숨겨진 질서(fractal)와 같은 순환적 해석, 단기적 효율성 보다 대상자의 만족과 장기적인 효과를 중시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따라서 감성지능적 정부는 정책대상자와 외떨어진 존재가 아닌 감정이입적으로 동질화된 상태에서 평가대상자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감성지능이 높은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의 만족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Kernbach & Schutte, 2005).
공무원 두문자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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