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럼
신체의 특정 부위(겨드랑이, 발바닥 등)를 타인이 자극할 때 느껴지는 압각, 또는 간지럽히는 행위. 간지럼을 느끼게 되면 몸을 움찔거리고 웃음을 터뜨리는 생리적 반응이 일어난다.
간지럼을 타는 정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발광을 하며 자지러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간지럼을 거의 안 타서 신기함+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간지럼을 잘 타는 부위에도 차이가 있어서 간지럼을 안 타는 사람들도 특정 부위에 한해서는 간지럼을 타는 경우도 있다.
간지럼을 심하게 타는 사람들은 손끝을 세워 간지럽히려는 시늉만 해도 기겁을 하며 웃음을 터뜨리기 일쑤이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불안함 때문에 그러는 거겠지만 태우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대의 반응도 쏠쏠한 재미일 뿐.
간지럼을 타면 웃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웃는 게 아니라 놀라거나 정색하면서 싫어하거나 괴로워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우는 사람도 있다. 간지럽히는 타인이 누구냐에 따라서 반응이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간지럽히는 부위와 방식은 똑같은데, 자신이 친밀하다고 느끼는 상대에 의해 간지럼을 당할 때에는 꺄르르 웃는 반응이 나오지만,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한테는 웃음이 아니라 오히려 정색하면서 싫어하는 반응이 나오게 된다.
간지럼이라는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생물은 인간, 설치류, 영장류 등의 포유류들 중 일부로 매우 극소수이다.
생리학적 관점에서의 간지럼
간지럼이 정확히 어떤 신경과학적인 기제로 인해 발생하는 반응인지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간지럼을 우리 몸의 방어 기제로 해석하기도 한다. 겨드랑이, 배꼽 등 취약한 부위를 방어하기 위해 취해진 생존전략이라는 가설이다. 미세한 자극에 반응하는 간지럼은 벌레 따위를 감지하고 제거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간지럼에 의해 유발되는 웃음은 여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부정적인 자극에 어째서 긍정적인 반응이 따르냐는 것. 이에 대해 간지럼을 사회적 상호작용의 일부로 보는 견해가 있다. 간지럼은 부모-자녀, 친구 관계 등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나는데 이것이 기존 관게에 신뢰와 친밀을 더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술했듯 인간이 간지럼을 타는 부위는 겨드랑이 등으로, 개인차가 존재하나 정형화된 편이다. 간지럼은 보통 다음 부위에서 일어나기 쉽다.아래 모두 공통사항이지만 손발을 어딘가에 구속하거나 안대를 씌우거나 간지럽힐 부위에 오일이나 로션을 바르면 간지럼의 효과는 증가한다.
겨드랑이: 인간이 간지럼을 가장 심하게 느끼는 부위. 겨드랑이를 간지럽힐 경우, 손발을 구속시킬때 양팔을 들어올려서 11자나 X자로 구속시키는 것이 좋은데, 이러면 겨드랑이가 완전히 노출되어 간지럼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또한, 겨드랑이를 간지럽힐 떄, 돌기장갑을 낀채 겨드랑이를 문지르거나 브러쉬 계열의 물건으로 쓸 경우에도, 효과는 극대화된다.
발바닥: 인간이 간지럼을 심하게 느끼는 부위. 발바닥을 간지럽힐 경우, 빗이나 손으로 긁어주면 효과는 극대화된다.
배꼽: 인간이 간지럼을 심하게 느끼는 부위. 배꼽을 간지럽힐 경우, 전동칫솔을 작동시켜 배꼽에 집어넣거나 면봉 같은 걸로 살살 긁어주면 간지럼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옆구리
사타구니: 친밀도가 어지간히 높지 않은 한 간지럽히기 곤란한 부위이나, 의외로 간지럼을 잘 타는 부위 중 하나이다.
목
성적 페티시즘
간지럼도 페티시가 될 수 있는데, 이미 서구권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성적 페티시 및 BDSM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간지럼을 잘 타는 여성에게 성적인 환상을 갖는 경우가 많다. 간지럼을 잘 타는 여성은 대체로 오르가슴을 잘 느끼거나 성욕이 강한 편이기 때문.
많은 BDSM 행위가 상대의 몸에 상처를 입히는 데 비해, 간지럼은 몸에 상처입힐 일이 없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소프트한 SM으로 분류된다. 주로 여성2이 속옷 차림이나 비키니 등 노출도가 높은 옷을 입은 후 몸부림을 치거나 대처를 하지 못하도록 양 팔다리를 침대나 특수한 간지럼 전용 구속의자에 묶어 무방비 상태로 만든후에 태우는 게 일반적이고, 그렇게 묶인 사람의 겨드랑이가 드러나게 양팔을 들어올려 양팔을 11자나 X자로 묶은 후 겨드랑이에 오일이나 로션을 바르고 마구 간지럽히는 경우 발에 오일이나 로션을 바른 후 손가락이나 빗으로 마구 긁어주는 경우가 흔하다.
다만 사람마다 간지럼을 타는 정도가 다르므로 간지럼 영상에서 간지럼을 당하는 사람마다 반응이 다른데, 그만 해달라고 연신 외치며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간지럼을 태워도 미지근한 웃음만 내는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엔 한 중반쯤 부터 애처롭게 울면서 그만 해달라 애원 해보지만 얄짤 없이 계속 당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그만해달라고 아무리 간절하게 애원해도, 간지럼을 태우는 당사자가 직접 끝을 내기 전까진 전혀 듣지 않고 그저 웃는 얼굴로 계속 간지럼을 태우는게 일반적이다
일본에서도 이미 페티쉬의 한 분야로 자리잡아 여자를 속옷만 입혀 묶어놓고 간지럼을 태우기만 하는 비디오가 성인 비디오 가게에서 팔리고 있다.
간지럼 페티쉬는 2D 쪽에서도 자주 다뤄진다. DeviantArt나 픽시브 등지에서 찾아보면 (주로) 여캐가 손발을 구속당한 채로 간지럽혀져서 웃는 모습을 담아낸 일러스트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MMD로도 만들어지기도 하며,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간지럼 영상도 간간히 찾아볼 수 있다.3
애니메이션에서도 간지럼 장면이 간간이 나와서 시청자들에게 간지럼 페티쉬에 눈을 뜨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지몬 프론티어의 고은비가 배꼽을 깃털로 간지럽혀져 고문당하는 서비스신이 나왔다.4 페어리 테일에서도 루시 하트필리아의 겨드랑이와 배를 간지럽히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그밖에도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 시리즈 등등에서도 간지럼 장면이 나와서 간지럼 페티쉬러들을 환호하게 했다.
창작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페티쉬 때문일 수도 있지만, 수위를 지나치게 높이지 않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악당이 주인공이나 히로인을 괴롭히거나 심문하기 위해 구타나 강도 높은 폭행, 성적 행위를 저지른다면 작품 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간지럼은 수위도 조절하면서 괴롭히거나 심문을 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에서 '간지럽다'라고 하면 '가렵다'라는 뜻으로 상당히 많이 혼동되지만 서로 완전히 다르다. 쉽게 말해 긁고 싶은 느낌을 유발하는 불편한 감각이 드는 것(예를 들어 모기에 물린 자리)이 가려움이다. 또한 신경과 질환인 간질 역시 간지럼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간지럽히다’는 본래 ‘간질이다’의 비표준어였으나 2011년 8월 국립국어원에서 ‘간질이다’와 동일한 뜻으로 널리 쓰이는 것으로 판단하여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간지럽히는 모습을 빗댄 고유한 의태어로 '간질간질'이라는 단어가 있다.
간지럼이 잠시 이뤄지면 일종의 장난이 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이뤄질 경우 고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팔다리를 묶인 채 양팔은 11자나 X자로 구속되어 겨드랑이가 완전히 드러난채 누가 겨드랑이를 간지럽힌다고 생각해 보아라. 일반적으로는 당연히 간지러워서 몸을 움츠리며 피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반응이지만 겨드랑이가 완전히 드러난채 묶여 있기 때문에 그런 것조차 하지 못한 채, 누군가가 계속 강제로 간지럽힌다면 얼굴은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괴로워하게 된다. 여기에다가 안대를 씌워 어디를 간지럽힐지 모르게 만들고 겨드랑이에 로션이나 오일을 바르고 간지럽히면...
실제로 간지럼은 고문의 한 종류로 활용된 역사도 있다. 고대 로마 시대에는 간지럼 고문도 있었다. 사람을 묶어두고 발바닥에 굵은 소금을 발라서 소금을 좋아하는 염소가 사람 발바닥을 까끌까끌한 혀로 핥게 하는 방법이었다.
간지럼, 그 묘한 자극의 진실
간지럼의 반응은 외부자극에 대한 방어행동?
사람들은 친근함의 표시로 또는 장난삼아 친구나 연인 등을 종종 간지럽힌다. 간지럼 뒤에 나오는 반응은 온몸을 비틀며 웃는 것. 하지만 모든 사람들의 반응이 같지는 않다. 어떤 사람들은 표정을 찡그리며 짜증을 내기도 하고 간지럼을 전혀 타는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간지럼은 왜 타는 것이며 이때 웃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피부엔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있다. 이를 손, 바람, 깃털 등 어떤 것으로든 자극을 하게 되면 그에 따라 적합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헌데 피부를 자극하는 일들에서 모두 웃음이 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바람이 불어와 옆구리를 스친다거나 벌레가 발바닥 위를 기어간다고 해서 웃지는 않는다. 더욱 신기한 것은 자신이 직접 몸을 간질이면 웃음이 나거나 몸을 비틀만큼 간지럽지는 않다는 것이다. 다만 타인에 의해 간질여질 때, 참을 수 없는 웃음과 반응이 나오게 된다.
간지럼에 의한 반응은 인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
친밀함의 표시라고만 여겼던 간지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면 의심스러운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에 간지럼에 대한 의문과 연구는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다.
간지럼의 반응 원인을 설명하는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하는 반응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단순한 인체의 자극에 따른 반사적인 반응이라는 의견이다.
간지럼의 반응으로 사람들은 대부분 웃게 되지만 그것이 즐거워서만은 아니다. 사실은 간지럼을 당할 때, 즐겁고 행복하다는 느낌보다는 고통스럽다는 느낌을 더 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웃기도 하지만 고통스러운 표정도 함께 짓는다. 몸을 비틀며 간질이는 사람을 떼어내 행위를 멈추려 하는 동작을 취하게 된다.
다만 친밀한 사람이 행하는 스킨십의 일종이기에 그로부터 느껴지는 흥분감과 즐거움이 더해지는 것. 만약 모르는 사람이거나 평소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간지럼을 태운다면 웃음보다는 멈추라는 표현과 불쾌함을 드러낼 것이다.
한 가지 예로 간지럼은 고대 로마에서 고문을 하는 방법으로도 사용됐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친밀한 사람이 행했을 때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과 스킨십에서 오는 묘한 쾌감에 웃음 짓는 것. 이에 간지럼을 인간의 상호작용에서 온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간지럼이 단순히 자극에 의한 반응이라는 의견이 빛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에겐 간지럼을 타지 않거나 그 효과가 매우 미미한 현상 때문이다.
외부 자극에 대한 신체의 방어행동으로 웃음 유발
그렇다면 간지럼을 당했을 때 웃음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간지럼이라는 자극에 의해 신체를 보호하려는 방어반응으로 웃음이 나온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본지에 실렸던 기사 중 웃음이 나는 이유에 대한 것이 있다(행복을 가져다주는 웃음의 비밀). 웃음의 이유도 정확한 메커니즘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가장 신빙성 있는 견해는 존재한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수많은 정보 중 황당함을 유발하는 역설적이거나 예상치 못한 정보에서 나타나는 괴리감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정보로부터 혼란에 빠진 인체를 보호하기 위해 근육들의 경련과 수축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허파가 세찬 바람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 이것이 웃음이라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간지럼을 설명할 수 있다. 간지럼에서 보이는 웃음도 마찬가지로 신체가 보이는 하나의 방어기제라는 것. 앞서 말했지만 간지럼 그 자체는 전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계속되면 고통을 줄 수 있는 행위다. 고통스럽지는 않지만 충분히 신체의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 만한 자극이 피부를 통해 전해진다면 이런 외부 자극으로 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반응의 하나로 웃음이 나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고문이 된다면 웃음은 나오지 않는다. 물론 반응은 비슷하다. 세찬 호흡을 계속해서 내뱉게 되며 이것이 지속되면 호흡곤란으로 사망에까지 이를수 있다. 즉, 웃는 표정과 웃음소리는 친근함의 표현으로 상대방에게 전하는 하나의 의사소통인 셈이다.
스스로 간지럼 태우면 웃기지 않는 이유
스스로 간지럼을 태우면 그 효과가 미미하거나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손은 내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기에 다음 행동이 어떨지 언제 멈출 것인지 자신은 정확히 알고 있다. 이에 신경세포가 유독 많은 부위의 경우는 약간의 근육 경련쯤의 반응이 일어날 뿐, 대부분의 부위는 간지럼을 느끼지 못하거나 크게 웃는 경우도 없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간지럼을 당하는 부위로부터 오는 자극뿐만 아니라 자신의 손이 피부에 닿는 감각과 팔의 움직임 등의 자극도 함께 뇌로 전해져 오기 때문에 타인이 간지럼을 태우는 데 비해 자극의 정도가 더욱 감소한다는 것이다. 어딘가가 아파서 주사를 맞게 됐을 때, 주사바늘이 들어가는 순간만큼은 바늘의 통증 때문에 정작 아팠던 부위의 통증이 무뎌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적당한 간지럼은 즐거움, 하지만 과하면 고통
이처럼 간지럼에 의한 반응인 웃음과 신체적 움직임들은 일종의 방어행동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면 간지럼은 인체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물론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웃음에 대한 글에서도 밝혔듯이 웃음 자체도 역설적인 정보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그로부터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엔도르핀 분비가 촉진돼 기분을 좋게 하고 삶에 활력을 찾아준다.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처럼, 억지로 웃는 웃음에도 90%의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해를 주지 않으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작은 스트레스가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간지럼으로 유발되는 웃음 또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웃음과는 다르게 간지럼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선 충분히 친밀한 대상에게 행했을 때 그 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친밀한 사이더라도 너무 오랜 시간을 간지럼 태우면 안된다. 간지럼을 고문으로 사용했었다는 역사적 정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엄청난 고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간지럼은 그 자극 자체가 즐거움을 준다기보다 친밀한 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킨십에 의한 묘한 흥분감과 웃음으로 인한 엔도르핀 증가에서 쾌감을 얻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간지럼’,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한 행동입니다. 만지는 건데 웃음이 나고, 웃음이 나다가도 조금 지나면 아프고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누가, 어떤 상황에서 간질이냐에 따라 웃음이 날지 화가 날지 다릅니다. 도대체 간지럼의 정체는 뭘까요.
서로 몸 여기저기를 손으로 간질이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곤 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촉감이라는 자극만으로 사람이 웃는다는 사실 말입니다. 단순히 살살 만지기 때문에 웃는 걸까요. 그렇다면 왜 바람이 옆구리를 지나갈 때나, 벌레가 팔위를 기어가고 있을 땐 웃음이 나지 않는 걸까요. 손으로 간질이는 것보다 훨씬 가벼운 자극인 말이죠. 사실 간지럼(tickling)은 아주 오래된 미스터리입니다.
근질근질~ ‘가려움’
일단 간지럼을 두 개로 나눠보겠습니다. 제가 나눈 건 아니고 미국 심리학의 개척자인 그랜빌 홀이 1897년에 ‘생리의학 사전’이라는 책을 통해 분류했습니다. 하나는 ‘외부자극에 의한 가려움(Knismesis)’입니다. 벌레가 팔 위를 누비는 상황을 생각하시면 됩니다(벌써 근질근질 하시죠?). 굉장히 성가신 가려움이죠. 몸 전체의 피부에서 나타나는데 특징은 아주 약한 움직임으로 발생된다는 겁니다. 이것이 느껴지면 ‘벅벅’ 긁거나 문지르고 싶어지죠.
가려움은 연구가 많이 진행됐습니다. 아토피피부염, 두드러기, 피부 건선 등 관련된 피부질환이 많고, 하나같이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죠. 과거엔 가려움증이 통각의 일종이라고 여겨졌습니다. 통각의 세기가 약하면 가려움이 발생한다고 생각해 왔죠. 하지만 최근 다른 견해가 나왔습니다.
촉감에는 촉각, 통각, 압각, 냉각, 진동 등 여러 감각이 있고 종류마다 감지하는 말초신경의 구조가 각각 다른데요. 통각을 제외한 대부분은 기계적 자극 수용체(mechanoreceptor)라는 구조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에 반해 통각을 느끼는 통점은 아무것도 씌워 있지 않은 자유신경말단(free nerve ending)이죠.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자유신경말단이 다시 가려움 신경과 통각 신경으로 구분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오우택 서울대 약대 교수는 “통각의 말초신경과 가려움 말초신경이 형태는 유사하지만 세포막의 구성성분이 다르다”며 “통각이 약하다고 해서 가려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가려움을 느끼는 회로가 따로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키득키득~ ‘간지럼’
두 종류의 간지럼 중 다른 하나가 바로 오늘 주목할 ‘웃음이 나는 간지럼(Gargalesis)’입니다. 이것은 신체의 특정 부위에서 잘 일어나며, 가려움보단 더 강한 촉감에 의해 생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간지럼도 가려움과 마찬가지로 이전에는 통각으로 여겨졌습니다. 스웨덴 신경생리학자 잉베 조테르만은 1939년에 솜털로 고양이를 살살 간질이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고양이의 통각과 관련된 신경들이 반응했고, 이를 본 조테르만은 간지럼이 통각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뒤의 연구들도 간지럼은 통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했죠. 그런데 1990년, 이와 반대되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신경질환국립병원의 피터 나탄 교수가 척수손상으로 통증을 못 느끼는 환자들이 간지럼을 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입니다. 간지럼을 통각으로만 느끼는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간지럼의 원인은 다시 혼란에 빠지게 됐습니다. 현재는 촉각과 통각의 혼합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데요, 나흥식 고려대 의대 교수는 “그 외에도 압각과 진동과도 관련이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감각들과의 연관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왜 간지럼을 타게 됐을까? 간지럼의 조건은?
왜 간지럼을 타게 됐을까
왜 가려움을 느끼는지는 설명하기 쉽습니다. 가벼운 자극이라도 문지르거나 긁는 반응을 해야 곤충이나 기생충 같이 몸에 해로운 것을 1차적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간지럼은 다릅니다. 딱히 간지럼을 타지 않는다고 해서 살아가는 데 크게 불편한 점은 없어 보입니다. 진화적으로 간지럼을 갖게 된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요. 먼저 서로 간에 친밀해지는 작용을 한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가벼운 스킨십을 통해서 부모자식 사이에, 형제 간에 유대감을 증진시킨다는 것이죠. 그런데 왜 하필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친밀감을 증대시키는지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로 등장하는 것이 방어 능력을 학습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쉽게 간지럼을 타는 신체부위는 사람의 약점이기도 합니다. 목, 겨드랑이, 옆구리, 생식기 등은 인간의 취약점이기도 하죠. 어릴 때부터 부모가 아이의 취약점을 가볍게 건드리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취약부위를 알고, 방어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엮어서 설명하면 조금 자연스러워집니다. 김성호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까운 사이에서 간지럼을 태우면서 서로 유대감을 끈끈하게 하는 동시에, 자식들한테 어디가 취약한 부분이니 방어하라는 것을 학습시키는 것”으로 간지럼의 진화를 설명했습니다.
웃겨서 웃는 게 아니야
가려움과 간지럼은 원인이 되는 자극의 세기가 다릅니다. 예상 외로 웃음이 나는 간지럼을 일으키는 자극의 세기가 더 강하죠.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무엇보다 ‘웃음’의 여부입니다. 가려움을 느낄 때는 손으로 긁고 말지만, 간지럼은 긁지 않고 몸을 움츠리며 웃게 됩니다.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간지럼인데 도대체 왜 웃는 것일까요.
아직까지 확립된 정론은 없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이를 알아내기 위한 고민은 시작됐습니다. 찰스 다윈과 독일의 생리학자 에드워드 헤커는 19세기 말에 나름대로의 추측을 했습니다. 일명 ‘다윈-헤커 가설’입니다. 이 둘은 간지럼이 유머와 비슷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경련과 함께 근육수축이 일어나며 사람의 기분을 유쾌하게 하는 등 둘 사이엔 유사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죠.
뇌도 다윈-헤커 가설에 동의할까요? 최근 뇌 영상기술로 간지럼에 대해 알아보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독일 튀빙겐대의 한 연구팀은 2013년, 과연 유머와 간지럼이 뇌에서 똑같이 반응을 유도하는지 알아보고자 30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습니다. 그 결과 간지럼과 유머에 의한 웃음에서 뇌의 같은 부위가 반응했습니다. ‘중심후방 판개(Rolandic Operculum)’라는 부위로, 얼굴의 움직임과 음성, 그리고 감정적 반응과 관련된 곳이죠. 하지만 간지럼에 의한 웃음은 유머에 의한 웃음과는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시상하부(hypothalamus)에도 반응이 나타난 것입니다.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와 관련된 부위로 체온을 조절하고 배고픔이나 피로 등과 관련해 호르몬 분비를 조절합니다. 특히 긴박한 상황에서 몸을 긴장상태로 만드는 ‘투쟁-도피(fight or flight)’ 반응과 연관된 부위이죠.
웃음이 나는 간지럼은 촉감이 전부일까요. 지금 실험을 하나 해보죠. 자신의 손으로 자신이 가장 간지럼탈만한 부위를 간질여보세요. 겨드랑이 아래나 발바닥 등 어디든 좋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간지럼
단순히 촉감이 있다는 느낌은 들었을 테지만 웃음은 나지 않았을 겁니다. 똑같이 간질이는 자극인데 왜 내가 할 땐 웃음이 나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간질이는 것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를, 얼마나 세게, 얼마나 오랫동안 간질일지를 다 안다는 것이죠. 남이 날 간질일 땐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습니다. 예측할 수가 없죠. 사실 이것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추측했을 정도로 아주 오래된 정설입니다.
오늘날에는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사라-제인 블레이크모어 교수는 1998년에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남이 간질일 때와 스스로 간질일 때의 뇌 반응을 비교해봤습니다. 여기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 곳은 소뇌(cerebellum)였습니다. 소뇌는 어떤 감각의 결과를 예측하는 역할을 하는데, 내가 나를 간질일 때는 이미 다 알고 있어 예측이 필요 없기 때문에 소뇌의 반응도 적습니다. 내가 나를 만질 때 일일이 간지럼을 탄다면 정말 피곤하지 않을까요.
남이라고 전부 간지럼을 타는 것은 또 아닙니다. 블레이크모어 교수는 로봇으로 간질이는 실험도 했는데 이때 실험 참가자는 간지럼을 타지 않았습니다. 눈으로 본 로봇의 움직임은 예측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움찔했을지 몰라도 사람과 같이 계속해서 세기나 위치가 바뀌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로봇도 만약 예상범위를 벗어나도록 속도나 범위를 계속 변화시키면 그땐 간지럼을 탔습니다.
뿐만 아니라 나를 간질이는 대상이 나와 친밀함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때의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서도 간지럼은 웃음이 될 수도 있고, 짜증이 될 수도 있고, 공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간지럼을 당하는 사람이 주체와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죠. 나흥식 교수는 “그래서 간지럼을 ‘정서적 감각(emotional sensation)’이라고도 부른다”고 말합니다.
인공지능이 간지럼 배운다!
간지럼은 단순한 촉감도, 귀찮은 행동 중 하나도 아닙니다. 이를 연구하는 것 또한 한낱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그치는 것은 아니죠. 최근 들어 심리학과 신경과학 분야에서 간지럼을 비롯해 사람의 행동에 대한 연구가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로봇입니다. 김성호 교수는 “간지럼은 운동과 지각의 통합과정을 밝혀 낼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공을 목표지점에 던질 때 감각으로 거리를 가늠하고 그만큼을 던집니다. 만약 공이 목표지점보다 멀리 갔다면 다시 던질 때 힘을 약하게 수정해 던지죠.
이 같은 ‘예측’과 ‘행동’, 그리고 ‘피드백’은 사람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그런데 간지럼은 예외적인 사례입니다. 아무리 예측하려 해도 예측이 벗어나기 때문에 간지럼이 나타나고, 피드백과정을 거쳐도 또다시 예측을 벗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예측 불가능성’에 대한 대처를 우리는 간지럼에서 배울 수 있고 인공지능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단순히 기존의 컴퓨터공학만으로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며 “행동은 환경과 상호작용해서 끊임없이 운동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유기체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