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과학 Natural Science/지구 Earth sciences

가이아 가설, Gaia hypothesis, Gaia theory, 지구는 세포조직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

Jobs9 2024. 5. 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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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ia hypothesis / Gaia theory

제임스 러브록의 가설. 이름의 유래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가이아.

간단히 요약하면 지구는 세포조직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설이다. 또는 지구는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에 의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상태가 항상성을 가지므로 지구와 지구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을 하나의 생명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로 설명하기도 한다. 창작물에서 사용될 때는 주로 지구 자체가 일종의 생각과 자의식을 가진 존재라거나, 영혼을 가진 존재라는 설정으로 자주 등장한다. 

지구상의 생명체를 하나의 세포로 보고, 지구 자체를 생물로 보면 이해가 쉽다. 즉, 세포-생명체 관계를 지구 단위로 확대한 이론. 이 이론을 좀 더 발전 시키면 지구에 있는 모든 개체가 다른 개체를 위해 각자 제 몫을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즉 식물들은 지구에 있는 다른 생물들을 위해 산소를 생성하고, 미생물들은 황을 섭취해서 영양분으로 만들고, 동물들은 식물들을 먹어서 순환을 돕고. 이런 식이다. 

제임스 러브록은 가이아를 거대한 나무에 비유했다. 큰 나무의 줄기에서 실제로 살아있는 세포로 이루어진 부분은 나무 표면 가까이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나무 안쪽은 이미 죽은 세포로 되어 있다. 그러나 설령 나무의 대부분이 죽어있는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나무 자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것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 마찬가지로 지구 전체를 놓고 보면 무생물로 이루어진 부분이 생물로 이루어진 부분보다 압도적으로 많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구 전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간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지구 자연환경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존재는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질병에 해당하고, 지구상에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특정 개체군은 암세포로 간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개체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로부터 많은 환경운동가들, 저술가, 그리고 창작가들은 "인류문명은 암세포적 질병이다" 라는 컨셉을 도출해 냈다.  

특히 여러 가지 지구 종말론 가운데 가이아 이론을 채택하여 인류 문명의 붕괴는 지구 차원의 자정작용 이라는 것을 주로 하는 것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지구 온난화 관련으로, 인간의 비정상적 번성으로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 자연히 인간이 살기 어렵게 되면서 개체수가 줄어들고 지구가 깨끗해진다는 논리이다. 더 나아가서는 지구라는 생명체에 본능이나 심지어 지적 의사에 의한 능동적 방어기제를 부여하여, 병적 요소인 인류를 제거하기 위한 살인 바이러스 출현이나 인류를 멸종시키고 대체하기 위한 신인류가 등장하는 등의 클리셰도 존재한다. 심지어는 인간의 활동에 대한 천벌적인 경고로, 토호쿠 대지진등 각종 대재해를 지구가 의도적으로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2012년 지구종말설에서도 빠지지 않는 떡밥.   

하지만 정작 주류 생물학계에서는 아직 이 가설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지나친 확대해석에 대한 비판도 존재하고 있다. 가이아 이론에 대한 반박의 근거로는 인류 이전 시대에도 여러 번에 걸친 생물대멸종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가장 극심한 멸종사태였던 페름기 대멸종의 경우 시베리아 트랩의 용암 분출로 인한 지구 내부적인 원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 시기의 대멸종은 인류나 산업문명에 의한 자연파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지진, 대륙이동, 빙하기, 화산폭발을 비롯한 수많은 지질현상들 또한 인류와는 아무 관계 없이 수십억년 간 일어났는데 이러한 지질 현상들은 생명체들의 생존과 번성에 유리하지 않은 현상이며, 장기적으로 지구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볼만한 근거도 없다. 또한 지금까지 천문학적 연구에 의하면 금성, 화성을 비롯한 우주의 많은 천체 행성들에서 생명체의 존재는 극히 드문 현상이며, 대부분의 행성은 생명 탄생과 거주에 극도로 불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즉, 대다수의 생물학자, 지질학자들은 지구 역사에서 생명체의 탄생, 생태계의 형성과 생물계 균형의 형성은 아슬아슬한 우연의 산물로, 가이아 이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행성이 항상성을 띠면서 생태계 유지에 유리한 자정작용을 일으키거나 생물계의 안정성을 유지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구 자체의 지질현상에 의해서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음을 과거 대멸종들을 통해 지구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지구라는 행성은 생물이 있거나 말거나 스스로 존속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구 전체의 질량 중 생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0.01%도 되지 않는다. 지질 시대 항목에서도 볼 수 있지만 지구는 향후 수억년 후에는 생물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구에서 생명이 존속한 역사가 약 38억년 쯤 되었다고 한다면 지구에서 생물이 존속 가능한 남은 시간은 그냥 끝물이라고 밖에 볼 수 없고 가이아 이론과 같은 큰 스케일에서 시간을 바라보면 지금 인류 때문에 지구 생태계가 붕괴하던 몇 억년 뒤에 태양 때문에 필연적으로 파멸하건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나와버린다. 지구 생태계의 생애주기라는 관점에서 보면 생태계는 이미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점에 노년기로 접어든지 한참 되었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무슨 이유로던 생태계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지구는 생명이 탄생하고 사라진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을 천천히 부풀어오르는 태양 주위를 공전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학적으로 본다면 아래에 언급하듯이 이 이론은 사회유기체설과 유사한데, 사회유기체설을 확대해석할 경우 자칫 전체주의/파시즘으로 변질할 수 있듯이 이 가이아 이론 역시 일종의 에코파시즘으로 변질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에 미친 영향과는 달리 조용하게 연구하고 있는 편.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개념은 지나치게 동양적이고 종교적이기 때문에 실제 연구에 써먹을 곳이 없다. 가이아 이론 따위 전혀 몰라도 지구과학자, 생물학자, 생태학자들은 아무 문제없기도 하고. 그래서 주류 연구자보다는 세세한 것을 공부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반인과 아마추어 운동가, 문학가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은유로서 더 인기있는 개념이다.  

엄밀히 말해서 가이아 이론의 주장은, "이 세계(영어로 world는 천체, 곧 지구를 뜻하기도 한다)는 모두가 같이 사는 세상이니까 서로 양보하고 협력해서 조화롭게 살아가야 합니다"하는 이야기에 지나지 않고, 애니미즘이나 범신론의 하나로도 볼 수 있다. 20세기 초중반 전세계적인 공해와 세계전쟁, 자원고갈, 인구폭발, 로마클럽 보고서 등으로 슬슬 경각심을 갖던 시대에 나와서 "이대로 가면 우리 다 죽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며 주의를 환기했고, 인간 위주의 생각을 생태계와 지구권 전체로 확대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개념이 나오는 데 일조한 점은 있다. 

여러 개체가 모여 있는 곳에서 서로 간의 분업과 협동이 발생하고, 그 결과로 개체의 집합이 거대한 유기 생명체처럼 동작한다는 가설로서는 사회유기체설과 유사한 측면도 있다. 실제로 가이아 이론을 매우 넓은 의미로 해석할 경우, 지구상의 인간이 구축한 사회도 그 생명활동의 일환으로 보아 사회유기체적 현상까지도 포함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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