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밖의 추행’을 형사처벌하도록 한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
헌법재판소는 2016년 7월 28일 재판관 5 : 4의 의견으로,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그 밖의 추행을 형사처벌하도록 한 구 군형법 제92조의5 중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군형법 제92조의5 위헌소원).
이에 대하여 위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는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의 반대의견이 있다. (말미에 영문요지 별첨)
□ 사건개요
○ 청구인은 군복무 중이던 2011. 10. 초순경부터 같은 해 12. 13.까지 소속 부대 생활관 또는 해안초소 대기실에서 후임병인 피해자의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피해자의 성기를 만지는 등 총 13회에 걸쳐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2012. 2. 22.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 청구인은 항소하였고, 그 항소심 계속 중 형사처벌 근거조항인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2. 6. 15. 기각되자, 2012. 7. 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고,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의5 중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구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고,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의5(추행) 계간(鷄姦)이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결정주문
○ 구 군형법(2009. 11. 2. 법률 제9820호로 개정되고, 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2조의5 중 ‘그 밖의 추행’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이유의 요지
1.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 구 군형법 제92조의5는 예시적 입법형식을 취하는데 예시조항인 ‘계간’이 남성 사이의 항문성교를 의미하는 점, 동성 간에 폐쇄적으로 단체생활을 하는 군의 특성상 동성 사이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점, 심판대상조항의 주된 보호법익은 사회적 법익인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인 점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의 ‘그 밖의 추행’은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 한편 1962년 개정된 구 군형법은 모든 단계의 강제력 행사로 인한 추행을 단일조항인 제92조의 ‘기타 추행’으로 규제하여 처벌범위의 광범위성으로 인한 문제가 있었으나, 2009년 개정된 구 군형법은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죄(제92조의2)와 심신상실·항거불능을 이용한 준강제추행죄(제92조의3)를 별도의 조항으로 분리하여 규정함으로써 심판대상조항의 ‘그 밖의 추행’은 강제추행 및 준강제추행을 제외한 범위에서의 추행으로 제한되게 되었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말하는 ‘그 밖의 추행’이란 강제추행 및 준강제추행에 이르지 아니한 추행으로,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며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그 해당 여부는 법원의 통상적인 법률해석·적용의 문제에 불과하다.
○ 그렇다면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군인은 어떠한 행위가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고, 법집행기관이 심판대상조항을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할 염려도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2.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 헌법재판소는 헌재 2002. 6. 27. 2001헌바70 결정 및 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결정에서, “구 군형법 제92조의 ‘기타 추행’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의 확립을 입법목적으로 하는데,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며, 우리나라의 안보상황과 징병제도 하에서 단순한 행정상의 제재만으로는 동성 군인간의 추행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우므로, 위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라고 판단하였다.
○ 위 조항은 이후 심판대상조항으로 개정되면서 2년 이하의 징역으로 법정형이 상향되었으나, 여전히 다른 법률에 규정된 추행 관련 범죄와 비교하여 그 법정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구체적 사정에 따라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서 위 선례의 판단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군인의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3. 평등원칙 위반 여부
○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심판대상조항은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을 그 적용범위에 포함하지 않고 있으므로, 청구인의 주장과 달리 심판대상조항의 추행죄의 적용을 받는 ‘군인’과 형법 제298조의 강제추행죄의 적용을 받는 ‘일반 국민’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단지 동성 군인 사이에 성적 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며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만족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만을 처벌하는 규정이므로, 가사 그로 인하여 동성 군인이 이성 군인에 비하여 차별취급을 받게 된다 하여도 이는 앞서 살펴본 군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존을 위한 제한으로써 차별취급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
○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도 위반되지 아니한다.
□ 반대의견(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조용호)
○ 헌법 제12조 및 제13조에서 보장하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될 것을 요구한다. 형벌조항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가 어려울 뿐더러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죄형법정주의에 의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의 이념은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 형법과 성폭력처벌법은 강제력에 의하여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과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선량한 풍속을 침해하는 ‘음란한 행위’를 엄격히 구별하고 있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범죄구성요건을 ‘그 밖의 추행’이라고 규정하면서 강제성 수반 여부에 대해서는 불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강제성 없는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와 강제성이 가장 강한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을 동일한 형벌조항에서 동등하게 처벌하도록 하여 형벌체계상 용인될 수 없는 모순을 초래하고 있다. [강제성의 불명확성]
○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예시적 입법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예시적 입법의 경우 예시조항은 그 자체로 일반조항의 해석을 위한 판단지침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므로, 심판대상조항에서의 일반조항인 ‘그 밖의 추행’은 적어도 그 예시조항인 ‘계간’에 준하는 행위로 봄이 타당하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2008도2222)은 구 군형법 제92조의 ‘기타 추행’을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로 보아 음란의 정도가 계간보다 약하여도 무방하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이는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계간’이 그 기준이 될 수 없을뿐 아니라, 음란정도가 어느 정도에 이를 때 ‘그 밖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지에 관한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정도에 관하여 모호하게 규정함으로써 행위자로 하여금 법률에 의해 처벌받을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게 하고,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을 초래하게 되었다. [행위 정도의 불명확성]
○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객체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그 밖의 추행’이 남성간의 추행만을 대상으로 하는지, 아니면 여성간의 추행이나 이성간의 추행도 그 대상으로 하는지 모호하다. 군형법에 추행죄가 처음 규정된 1962년 당시에는 군대가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므로 ‘남성간의 추행’만을 규제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여지나, 심판대상조항이 시행될 당시인 2010년에는 여군의 숫자가 점점 증가하는 현실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여성간의 추행이나 이성간의 추행’도 금지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군인간의 추행만 처벌하는 것인지, 아니면 군인과 일반국민의 추행까지 처벌하는 것인지를 알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행위 객체의 불명확성]
○ 한편 군형법 제정 당시부터 군대에서의 추행을 형법이나 성폭력처벌법과 달리 규정하게 된 이유를 ‘군의 특성상 특히 병(兵)의 경우에는, 군영 내에서 동성간 집단숙박을 하고 엄격한 상명하복관계에 있어 상관의 지시를 사실상 거역하기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면,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 추행은 ‘동성 군인의 군영 내에서 이루어진 음란행위’로 한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행위의 시간·장소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설시된 보호법익마저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보니, ‘군영 외에서 이루어진 음란행위’ 등도 심판대상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게 되었다. [행위 시간·장소의 불명확성]
○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강제성 필요 여부, 행위의 정도·객체·시간·장소 등에 관하여 구체적 기준을 정하지 아니한 채, 범죄구성요건을 단순히 ‘계간이나 그 밖의 추행’이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용어만을 사용함으로써,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박탈하고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 법해석 가능성을 초래하였으므로, 결국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
□ 결정의 의의
○ 1962년에 제정된 구 군형법 제92조은 ‘계간 기타 추행’을 1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위 구 군형법 제92조 중 ‘기타 추행’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였고, 그 결과 제3기재판부는 헌재 2002. 6. 27. 2001헌바70 결정에서 재판관 6: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하였고, 제4기재판부는 헌재 2011. 3. 31. 2008헌가21 결정에서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바 있다.
○ 위 조항은 2009년에 구 군형법 제92조의5(심판대상조항)로 개정되면서 ‘계간이나 그 밖의 추행’을 2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사처벌하도록 변경되었고, 폭행·협박에 의한 강제추행과 심신상실·항거불능을 이용한 준강제추행은 별도의 조항(제92조의3, 제92조의4)으로 처벌되게 되었다.
이에 헌법재판소(제5기재판부)는 위와 같이 개정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여 오늘 합헌으로 결정하였다. 재판관 5인의 법정의견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 나아가 국가존립과 모든 자유의 전제조건인 ‘국가안보를 위한 전투력 보존’이라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하하고, 우리나라의 안보상황 및 징병제도를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나, 재판관 4인의 반대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됨을 지적하였다.
○ 참고로 이 사건은 선임병이 후임병을 추행한 사안으로 그 심판대상조항은 구 군형법 제92조의5 중 ‘그 밖의 추행’ 부분이므로, 사회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군대 내에서의 동성애(‘계간’, sodomy)에 대한 형사처벌의 위헌성 문제를 직접 다룬 사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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