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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Homo Deus, 유발 하라리

Jobs 9 2023. 7. 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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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Homo Deus, 유발 하라리

 

인류는 어디로 갈 것인가.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의 후속작. 역사의 시간 동안 인류의 가장 큰 과제이던 굶주림, 질병 그리고 전쟁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무엇인가? 지구를 평정하고 신이 된 인간은 어떤 운명을 만들 것인가? 인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갈 것인가? 10만 년간 지속되어 온 호모 사피엔스의 믿음을 한순간에 뒤엎은 역사 탐구서이다. 

‘호모 데우스 Homo Deus’의 ‘호모 Homo’는 ‘사람 속을 뜻하는 학명’이며, ‘데우스 Deus’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신 god’이라는 뜻이다. 즉,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된 인간’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요 키워드를 간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라고 하겠다.  

신에게는 불멸과 창조의 능력이 있다. 이카로스의 날개를 단 인류는 태양을 향해 신의 영역으로 한 발 더 내딛고 싶어 한다. 유발 하라리는 우리가 지난 시기 인류를 괴롭히던 ‘기아, 역병, 전쟁’을 보기 좋게 진압하고, 이제껏 신의 영역이라 여겨지던 ‘불멸, 행복, 신성’의 영역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한다. 그 속도는 너무 빠르고, 그 물결은 거세서 개인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그래서 무엇을 인간이라고 할 것인지, 어디까지 타협하고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 종의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갈림길에 섰다.  



인공지능은 우리의 인지능력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작년에 알파고는 바둑에서 어떤 인간도 생각해내지 못했던 전략을 이용해 이세돌 9단을 꺾었다. 머지않아 컴퓨터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질병을 진단하는 것은 물론,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일까지도 인간보다 더 잘 해낼 것이다. 컴퓨터가 직업시장에서 인간을 밀어내고 거대한 규모의 ‘쓸모없는 계급’을 만들어낼 때 복지국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구글과 페이스북이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우리의 정치적 선호를 우리 자신보다 더 잘 알게 되면 민주주의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한편 생명공학은 인간의 수명을 대폭 연장하고 인간의 몸과 마음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 발전의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돌아갈까, 아니면 우리는 전례 없는 생물학적 빈부격차를 목도하게 될까? 성능이 향상된 초인간과 평범한 인간 사이의 격차는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격차보다 더 클 것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북한이 기술적으로 성큼 도약해, 예컨대 모든 차량이 자율주행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되는 것이다. 중앙집권화된 저개발 독재국가에는 이점이 있다. 남한에서 인간의 운전을 전면 금지하고 완전한 자율주행 교통체계로 전환하려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 보라. 남한 사람들이 소유한 자가용 자동차가 수백만 대에 이르는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유와 재산을 잃는 것에 반대할 것이다. 택시 기사, 버스 운전사, 트럭 운전사, 심지어 교통경찰들도 반대할 것이다. 그들 모두 직업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파업과 시위도 잇따를 것이다. 또한 법적? 철학적 난제들도 이 계획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만약 자율주행 차량이 사고를 일으키면 누구를 고소해야 할까? 또 자율주행 차량이 기능 오작동으로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 무고한 다섯 명의 보행자를 그대로 치어 죽이는 것과 핸들을 꺾어 차에 탄 승객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라. 이 차량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남한 같은 자유시장 민주주의에서 이런 난제들에 일일이 대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 북한은 어떨까. 그곳은 차량이 많지 않고, 택시 기사들이 시위를 벌일 수 없고, 트럭 운전사들이 파업할 수 없으며, 모든 법적? 철학적 난제들이 어느 날 오후 펜 놀림 한 번으로 해결될 수 있는 곳이다. 딱 한 명만 설득하면, 그 나라는 하루아침에 완전한 자동교통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류는 지금 전례 없는 기술의 힘에 접근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앞으로 올 몇십 년 동안 우리는 유전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을 이용해 천국 또는 지옥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현명한 선택이 가져올 혜택은 어마어마한 반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의 대가는 인류 자체의 소멸이 될 것이다. 현명한 선택을 하느냐 마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Homo(인간) + Deus(신)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의 글이다. 2017년 출판되어,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은 책 중 하나이기 때문에 새삼스레 리뷰를 하게 되었다.  전작인 '사피엔스'가 인간의 본성과 종교를 연계하여, 역사에 대해 다뤘다면, 호모데우스에서는 '기술'에 초점을 맞춰서 앞으로 일어날 '미래'에 대한 견해들이 많다. 즉, '신이 된 인간들'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다소 심오한 주제를 다룰 것 같은 이 책은 신기술을 장착한 인류가 맞닥뜨릴 이슈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미 많은 책들이 '기술 트렌드'를 다루고 있지만, 이런 서적들이 기술과 이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기술과 종교', '기술과 정치'같은 다소 동떨어져 보일 수 있는 분야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엔지니어로서도 관심 있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고, 철학적인 주제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던 책이었다. 리뷰를 하기 위해 다시 한번 읽으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들을 나름대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 인류의 새로운 의제

'뭔가를 이루었을 때, 인간이 보이는 가장 흔한 반응은 만족이 아니라, 더 갈구하는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다. 

 첫 장에서는 중세시대를 포함해 과거 몇 천년보다 현재의 식량상황, 의학 수준이 월등히 발전했음을 강조한다. 또한 과거에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전염병도 의학의 발전으로 대부분 넘어설 수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단 하나, '어떤 무자비한 이념을 위해 인류 스스로 그런 병을 창조하는 경우'만을 조심하면 된다고 말한다. (2021년 현재, 코로나 상황 또한 잘 넘어설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전쟁 또한 과거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든 현재, 인류는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가치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하며, 이것이 호모데우스가 되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구글을 포함한 실리콘밸리의 많은 기업이 이미 죽음을 극복하는 연구를 시작했으며, 조금씩 기대수명이 연장되어 갈 것이다.

 인간의 몸을 이해하여, 죽음을 극복하게 되었을 때, '행복'을 이루는 방법 또한 달라질 것이라 얘기한다. 동물은 성공을 이뤄, 생존과 번식의 기회를 높일 때, 각성 및 흥분을 얻게 되는데, 죽음을 극복하게 되었을 때, 이런 동기가 희석될 것이고, 행복을 이루는 방법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국가 및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생화학적 기제를 죄악시하는 현재와는 다르게, 행복을 설계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연구할 것이라는 다소 과격한 주장도 있다. 이런 연구들을 통해 인류는 자신의 고통과 쾌락을 조절할 수 있는 영역에도 들어설 것이고, 사이보그와 같은 생체공학적인 연구도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며, 생명을 설계하고, 환경을 통제하는 능력, 이 능력을 가진 존재를 우리는 '신'이라고 불러왔다. 저자는 이렇게 '신성(divinity)'를 획득하게 되었을 때,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신이 탄생한다는 말을 한다. 그러면, 이런 힘을 갖게 되었을 때,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저자는 기술이 너무 어려워서, 브레이크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인류의 욕심으로 브레이크를 밟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기술이 완성된 이후에는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으니, 차근차근 합의하에 기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말이다.

 

-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

 이번 장에서는 인류는 이미 다른 종족의 관점에서는 지구라는 행성의 신이 되었다고 얘기한다. 종교에서도 얘기하는 것처럼, 인간은 다른 동물들을 지배하고 있으며, 생명공학을 통해 동,식물의 생식마저 통제하고 있다. 그러면, 인간은 어떤 이유로 동물을 통제할 수 있는 걸까? 힘의 논리로 이를 설명할 수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이 더 우월하고  인간만이 영혼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즉, 의식과 생각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힘을 주는데, 이런 추상적인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성립하는 것인지에 대한 실험 및 가설들이 담겨있지만, 너무 다양한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스킵한다. 결국, '영혼', '주관적인 경험' 등 다양한 가설들이 있지만, 정답은 없다. 똑똑한 게 영혼이라고 하면, 가끔 TV에 나오는 몹시 영리한 말이나 침팬지는 왜 인간을 짐수레에 매지 않는 걸까? 저자가 나름대로 내린 '사피엔스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만이 '상호주관적인 의미망을 엮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비현실적인 상상을 하고 이를 구현할 시도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인문학적인 견해이며, 이를 생명공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정리한다. 

 

- 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

 이번 장은 이데올로기와 종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인본주의와 연결되어 상당히 많은 역사내용들이 있고, 과학과 종교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점도 흥미롭지만, 대부분의 내용들이 역사적인 흐름으로 전개되어 있다. 이 내용들 중에 리뷰할 중요한 포인트 한 두 가지를 찾는 것은 힘들어서, 이 부분은 살짝 스킵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장에서 느낀 점을 약간 정리하자면, 유발 하라리가 종교를 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는 점이 많이 느껴지는 장이기도 했다. 사피엔스를 읽을 때도 생각했지만, 이스라엘 출생치 고는 상당히 무신론에 가깝다. 주요 포인트는 급격하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따라가기에는 이데올로기, 종교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이는 인본주의의 근간을 흔들 것이다. 

 

-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마지막 장의 주요 키워드는 '자유의지'라고 생각한다. 자유의지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쉽게 말하면, '내가 하고 싶어서!'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보편적인 생각으로는, 내가 보수당에 투표할지, 진보당에 투표할지를 자유의지로 선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자유의지가 아니다'라는 점이 이번 장의 포인트다. 자유의지에 대한 여러 실험을 소개하며, 자신의 선택이 다른 통제변수로 조작될 수 있음을 말한다. 저자는 '내 진정한 욕망과 외부의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다는 생각은 또 하나의 자유주의 신화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라는 존재는 무엇이고, 누가 선택을 내리는 걸까? 결국 우리는 다소 복잡한 '알고리즘'인 걸까? IBM의 왓슨, 딥마인드의 알파고에 이르기까지 특정 영역에서 인간을 넘어서는 알고리즘은 이미 많이 소개되고 있다. 그러면 의식을 가진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예술적인 내용들은 인간 고유의 영역일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대도 지나가고,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GAN) 알고리즘의 등장과 함께, 음악과 미술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도 뛰어난 힘을 보여주고 있다. 데이터가 더 모일수록,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능가할 것이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런 데이터에 대한 주도권을 AI에게 넘겨주고 있다고 한다. 주의하지 않으면, 이런 권한 이동으로 인해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등장할 수도 있고, 업그레이드된 소규모 특권집단에 의해 지배될 수도 있다. 상당히 디스토피아적인 견해들이 많지만, 유발 하라리가 소개하는 '호모데우스'가 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충분히 주의하지 않는다면, 직면할 미래라는 생각도 들었다. 즉, 브레이크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면, 애초에 여러 가능성을 두드려보고 가자는 의미로 읽힌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사람들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무기를 갖게 되었다. 식량을 걱정하던 시기를 지나,식량의 규모와 생식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 원인 모를 풍토병을 극복하기 위해 하늘에만 부르짖던 시기를 지나, 인간의 구조를 해석하고 더 나아가 인간을 창조하는 단계까지 들어선다. 행복해지기 위해 몸부림치던 시기를 지나, 미래에는 행복 자체를 설계하고, 내가 무엇을 원하고 싶게 만들지, 자신을 설계하는 영역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가 쌓임에 따라 기술 발전의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인문학적인 공감대는 저자가 말한 대로 너무 느리게 발전하고 있다. 기술에 대한 이해나 파급력을 짐작하지 못한 채로, 무작정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절대 반대의 입장이지만, 이런 기술이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언제나 기술적인 한계를 뛰어넘으며 발전해왔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또 다른 필요에 의해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환영해야 할 일이고 지향해야 할 바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떤 기술을 개발할 때는,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어떤 필요에 의해 사용될지, 부작용은 무엇 일지를 항상 고민할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차 모르고 또 만족 그 자체를 모르는 무책임한 신 보다 더 위험한 게 있을까? 
(Is there anything more dangerous than dissatisfied and irresponsible gods who don't know what they w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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