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9월 11일부터 10월 30일까지 일제가 일부 건물을 훼손하거나 수축하여 경복궁에서 전국의 물품을 수집·전시한 대대적인 박람회.
일제는 한국을 강제로 병합한 이후, 한국인에게 군사력과 경찰력으로 철저한 물리적 통제를 가하였다.
그들은 또 한편으로는 지배의 합법성을 창조하고 유지하기 위해 문화와 역사를 교묘하게 왜곡하거나 조작하면서 한국민의 상대적 열등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작업을 병행하였다.
또한 1910년대에 무단통치를 실시하면서 일제는 동시에 동화주의를 표방하였다. 그들은 총독정치가 조선인민의 복리를 증진하는 데 기여한다고 강변하면서 병합으로 한국민은 큰 혜택을 입고 있다고 선전하였다.
일제는 병합의 정당성을 합리화하고 이른바 조선의 진보와 발전을 한국민에게 전시하려는 의도에서, 시정(施政) 5년을 기념한다는 명분으로 조선물산공진회를 개최하여 전국의 농민들까지 강제동원하며 관람하게 하였다.
내용
이 박람회에 출품된 품목들은 한국에서 생산된 물품 뿐만 아니라 일본의 생산품으로서 한국민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품목과 외국의 수입품 중에서 판로 확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품목들이 추가로 전시되었다.
동시에 박람회에는 산업, 교육, 위생, 토목, 교통, 경제 등에 관한 시설 및 통계를 망라한다는 전시원칙이 정해졌다.
전시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농업부(農業部)에는 오곡(五穀), 연초, 인삼, 대마(大麻), 과실, 채소, 양잠, 가축, 비료, 농구, 농작법 및 성적 등이 포함되어 있다. 척식부(拓植部)는 이민 모집, 배치, 보호, 감독 방법 및 성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임업부(林業部)는 종자, 묘목, 목탄, 과실, 수액, 임산물 제조방법 및 성적, 조림, 삼림보호 방법 및 성적, 벌목, 운재(運材), 제재(製材), 저재(貯材)의 방법 및 성적, 임업용 기구·기계로 구분되었다. 광업부(鑛業部)는 광물 및 광산물, 석재(石材) 및 토석지질(土石地質)의 표본, 광업의 방법 및 성적이 주요내용을 이루고 있다.
수산부(水産部)에는 수산물 제조법, 채취법, 어로 방법 및 장치, 어선과 기타 설비, 어구 원료 및 제작기구, 양어지(養漁地) 설비, 양식법, 수산물 제조, 번식보호 방법 및 성적 등이 전시되었다.
공업부(工業部)에는 구분 항목이 가장 세분화되어 있다. 여기에는 직물류에 관한 사항, 자기류, 광물의 세공법, 종이류, 가죽제품, 인쇄 및 사진, 주정(酒精), 과자류에 이르기까지 세분화되어 전시되었다. 교육부(敎育部)에는 학교 분포, 교사의 설비, 교과서 및 교수용구, 교수훈련의 방법 및 성적, 교육에 관한 조사통계 등이 전시되었다.
토목(土木) 및 건축부(建築部)에는 철로의 개설과 수축 계획 및 성적, 항만 수축 계획 및 성적, 수도·하수의 계획 및 성적, 철도시설의 계획 및 성적, 수륙운송(水陸運送) 방법 및 성적, 교통 및 항로표식에 관한 시설 및 성적에 관한 내용들이 전시되었다.
경제부(經濟部)에는 은행, 금융조합, 회사, 조합, 시장 등의 경영 방법 및 성적, 토지조사 계획 및 성적, 화폐, 도량형기 및 보급 성적, 각종 산업의 생산액 및 자본액, 무역, 재정 및 금융, 물가, 금리 등에 관한 것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생(衛生) 및 자혜구제부(慈惠救濟部)에는 의료기관의 분포, 병원 설비 및 의료용구, 소독소, 전염병 예방에 관한 시설 및 성적, 공중위생에 관한 시설 및 성적, 위생에 관한 조사와 통계, 자혜구제사업의 방법 및 성적 등에 관한 내용이 전시되었다.
경무(警務) 및 사옥부(司獄部)에는 경무에 관한 시설 및 성적, 민적(民籍), 감옥의 경리 및 성적품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술 및 고고자료부(考古資料部)에는 미술품과 고고자료 등이 전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제는 병합 후에 한국의 산업상황이 얼마나 많이 개선되고 진보되었는가를 적극적으로 선전하고자 하였다. 한편, 일제는 박람회 개최와 동시에 중류계층들을 중심으로 한 각종 대회를 개최하여 그들에게 병합의 정당성을 주지시키고자 하였다.
일제는 박람회 시기에 요리업자대회, 전신도직대회(全神道職大會), 금물상대회(金物商大會), 신문기자대회, 광업연합간화회(鑛業聯合懇話會), 적십자사 및 애국부인회총회, 철도국조혼제(鐵道局弔魂祭) 및 표창식, 주조업자대회, 이입주상대회(移入酒商大會), 운수업자대회, 평양적애총회(平壤赤愛總會), 수산간화회(水産懇話會), 의학대회, 약학대회, 조선상업회의소연합회, 조선농회총회, 의생대회(醫生大會) 등을 동시에 유치하였다.
의의와 평가
일제는 병합 후의 조선의 진보를 전시하고 과시함으로써 이른바 일선융화를 강조하고 일선동화를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수단으로서 조선물산공진회를 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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