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거사전(白雲居士傳) 이규보 백운거사(白雲居士)는 선생(先生)이 자호(自號)한 것이다. 그 이름을 숨기고, 그 호(號)를 드러낸 것이니, 그 자호(自號)한 이유의 뜻은 선생(先生)의 백우어록(白雲語錄)에 구체적으로 실려 있다. 집안의 쌀독이 자주 비고, 불에 익혀 먹는 음식도 잇지 못하였으나, 거사(居士)는 스스로 이연(怡然)하였다. 성품은 방광(放曠)하고 검속됨이 없으니, 육합(六合)을 협소하다 여기고, 천지(天地)를 비좁다고 여겼다. 일찍이 술을 마시며 스스로 혼미해졌으니, 사람들 중에 초대하는 자가 있으면, 흔연(欣然)히 곧 찾아가서는 금새 취하여 되돌아오니, 아마도 옛날 도연명(陶淵明)의 무리일 것이다. 거문고를 타고, 술을 마시며 이로써 스스로 회포를 풀어냈다. 이는 사실 그대로를 적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