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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철학, 칸트 3대 비판,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Jobs 9 2021. 5. 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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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사상 체계는 흔히 크게 삼분된다:
인식론: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윤리학: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종교철학: "나는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

이 중 첫째 질문인 제1 비판은 『순수 이성 비판』, 둘째 및 셋째 질문의 일부는 제2 비판인 『실천 이성 비판』에서 다루어진다. [3] [4] 괄호 내의 저서는 대표 저서일 뿐이며 제1 비판은 『형이상학 서설』, 제2 비판은 『윤리형이상학 정초』, 『윤리형이상학』,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 같은 저서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 세 질문을 알게 된다면, 최종적으로 우리는 "인간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 밖에 정치철학 혹은 역사철학적 입장을 다룬 저서로는 『영구 평화론』, 『속설에 대하여』등이 있다.

 

 

칸트 이전의 모든 서양 철학은 칸트의 철학으로 흘러 들어왔고 또 그 이후 모든 철학은 모두 칸트로부터 흘러 나왔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최초의 전업 프로 철학자인 칸트는 그만큼 서양 철학사의 신기원을 이룬 대철학자였다. 사실 그의 유명한 3대 비판서는 철학사적 가치와 함께 그 난이성으로도 유명하다. 1781년 57세 때 순수이성비판이란 역작을 쓴 다음 그 자신조차도 이 책은 참 드라이하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자인했다. 그럼 그가 6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완성한 3대 비판서의 주요 내용과 그 의미에 대해 간략히 정리를 해보기로 한다.

 

먼저 '순수이성 비판'은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다. 이 책에서 칸트는 형이하학으로서의 과학적 탐구로 알 수 있는 우리의 인식이나 지식의 현실적 한계성을 밝힌다. 칸트에 큰 영향을 주었던 흄의 지식 분류법에 의하면, 그 대상 자체를 감각을 통해 인지하는 경험적 지식과 논리학이나 수학처럼 개념들의 관계만을 밝힌 선험적 지식이 있다. 그런데 칸트는 경험적 지식은 '종합판단'으로, 선험적 지식은 다시 '분석판단'과 '선험적 종합판단'으로 나누어 분류했다. 분석판단이란 '총각은 남자이다'라는 명제처럼 전제(주어의 개념)가 결론(술어의 개념)을 필연적으로 함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학의 7+5=12 같은 판단은 수와 덧셈의 개념적 요소외에 그 셈에 있어서 직관적 요소도 동원된다는 측면에서 분석판단이 아닌 선험적 종합판단에 넣는다.

 

그런데 여기서 선험적(a priori)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 지식이 인간의 후천적, 외연적 경험에 의존하지 않는 경우이다. 우리가 대상을 인식하는 능력인 감성과 지성(오성)에는 선천적 형식이라는 것이 있다. 우선 감성에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타고난 직관 능력이란 것이 있다. 그리고 오성의 선천적 형식 즉 '범주'라는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상을 능동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범주란 분량, 성질, 관계, 양상 등 네 가지 영역에서 각 세 개씩 총 12개의 인식 틀이 있다는 것. 이런 능력들은 경험을 통해 생겨나는 후험적 판단력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특히 개념들의 추론과 더불어 논리학, 수학을 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선험적, 초험적(초월론적; transzendental) 능력 덕분이라고 본다.   

 

결국 칸트는 관념론이라는 독일 철학을 크게 집대성 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식은 의식의 직관과 사유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는데, 수동적 직관 능력이 곧 감성이며, 비교, 종합 등의 사유 능력이 곧 지성이다. 그런데 칸트는 여기에 추리 능력까지 포함시켜 능동적인 '이성'의 능력을 부각시켰다. 관념론이란 우리의 의식에 의하여 인식됨으로써 대상은 비로소 존재한다는 관점의 철학이다. 한편, 인식되지 않는 물체 그 자체(물자체; Das Ding an sich)는 존재의 의미를 부여할 수 없으며 이를 초월적(transzendent)이라고 본다. 결국 존재자 일반은 우리의 의식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인데, 칸트는 자신의 이러한 존재론과 인식론을 일종의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라고 자평했다.  

 

그 다음 '실천이성 비판'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책이다. 일종의 형이상학으로서의 가치론, 윤리학을 제시하며 당위성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순수 이성이나 오성만으로는 논리적, 경험적 분석을 통해 형이하학적 과학 진리는 밝혀낼 수 있겠지만 우리가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합리적인 결론을 끌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도덕률은 내면의 궁극적 행복을 위한 필수적 요소인데 이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영혼의 관념이 요청된다고 보았다.

 

칸트의 윤리학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그는 의무 윤리학을 정립시켰다. 도덕의 결과보다는 순수한 동기만이 그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즉, 누구에게 선행을 베풀었더라도 그 사람이 불쌍해서 도왔다거나, 나중 내게 도움이 된다는 계산적인 의도에서 도왔다면 이는 도덕적으로 행동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내가 저 사람을 돕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기 때문에 계율적, 의무적 동기에서 선행을 베풀어야만 그 결과와 상관없이 진정 도덕적 행위를 한 것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그의 윤리학은 형식주의적 접근을 한다. 양심, 계율 그 자체를 중시하며 무조건적으로 정언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조건이나 목적을 위해 선행을 베푸는 것은 가언 명령에 따르는 것이며 이는 도덕이 아니라고 본다. 선의의 거짓말도 해서는 안된다. 거짓말은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는 것이다. 전통 윤리(덕목)으로부터 법칙, 규칙에 근거한 근대 의무주의를 이룩한 셈인데, 이는 인간을 수단화하지 않고 목적화 하며 보편화를 추구하는 반면 의무사항, 금지사항 위주의 제한성을 가지는 문제점도 있다.

 

그 다음 '판단력이성 비판'은 '무엇을 희망해도 좋은가?'에 대한 책이다. 이는 그의 형이하학적인 순수 이성론과 형이상학적인 실천 이성론사이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큰 갭을 메꾸어보려는 의도에서 쓰여진 책이다. 즉, 과학적 접근법이 가능하지만 한계를 가진 감성계와 객관화가 어려운 초감성계 사이의 매개 원리에 관한 담론으로 볼 수가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미학과 목적론을 합쳐서 합목적성을 밝히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토피아의 세계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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