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행정학/행정학 용어

발전행정론(Development Administration)

Jobs 9 2020. 10. 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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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행정론은 제3세계의 국가발전사업과 그 수단인 행정체제의 발전지향성 및 능력향상기법을 증진시키기 위해, 1960년대에 만들어진 선진국의 제3세계 수출용 학문이다. 대두 당시의 발전행정 개념을 좀더 구체적으로 정의해 보면, 먼저 와이드너(E. Weidner)는 발전행정을 “국가의 정치경제사회적 목표달성을 위해 정부조직을 이끌어가는 과정”으로, 또 간트(G. Gant)는 “사회경제적 발전을 촉진활성화하기 위해 국가발전계획을 편성하고 공공기관을 조직관리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행정에 대한 가장 보편적 개념은 리그스(F. Riggs)의 것이다. 그에 따르면 발전행정은 국가발전사업의 책정,추진 및 관리(administration of development)와 이를 주도해 갈 행정의 발전(development of administration)을 의미한다. 여기서 전자는 발전목표의 수행에, 후자는 그 수단인 행정체제의 능력향상에 각각 논의의 초점을 두고 있다. 한국 발전행정 연구의 창시자인 이한빈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발전사업정책(교육 및 농지개혁, 인프라건설, 산업증진, 가족계획, 지역사회개발)의 형성,관리와, 행정개혁(조직개편, 예산,인사 개혁, 행정기술 개발, 절차개선) 및 이를 주도할 기관형성의 관점에서 발전행정을 규정한 바 있다.

 

발전행정론의 대두배경과 지적 전개 및 퇴조원인의 평가
세계의 발전을 돕기 위한 미국 학자들의 수출용 학문이었던 발전행정 연구의 주요 동기는, 첫째는 미-소 간 이데올로기 전쟁터였던 당시의 국제정치적 상황에 걸맞은 군사,외교적 동기로서 제3세계 신생국들의 사회주의화, 공산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고, 둘째는 경제적 동기로서 제3세계 신생국들의 천연자원 확보 및 시장잠재력의 흡수에 있었다. 서구는 특히 신생국 행정부들의 발전주체로서의 행정역량 증대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가발전에서 행정의 독립변수적 기능 수행에 도움이 되는 발전지식과 행정발전 기법을 발전행정론이라는 학문으로 묶어 제3세계 국가에 수출했던 것이다.  
발전행정론의 이론적 토대는 서구 근대화론이었다. 당시 구미의 발전이론가들은 ‘국가발전=근대화 모형’에 집착해 왔다. 그들은 수세기에 걸쳐 정치,경제,사회,문화면에서 이루어진 서구의 가치,제도,자본,기술을 신생국들이 수용,축적하면, 이들 나라도 전통적 고립에서 벗어나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정치참여적이며 다원적인 사회체제로 옮겨가리라 가정했다. 이는 일종의 모방전략(imitative strategy)으로서,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의 역사적 발전체험을 그들의 발전과정에 그대로 복사할 것을 주문했다.
개발연대(development decades) 동안 많은 신생국들이 이러한 관 주도적 경제성장 위주의 발전행정적 틀 아래서 자국의 발전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모든 신생국들이 서구가 제시한 발전의 유일경로(uni-dimensional path)를 멀리까지 따라갈 가능성은 처음부터 희박했다.
서구 근대화론이 강조하는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 가설에 대한 경험적 증거는 한 나라의 경쟁력과 GNP가 자동으로 적하(滴下)되지 않고, 비록 그 나라의 경제지표는 상승하지만 실제 사회경제적 상황은 악화되거나 정태적으로 남아있을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욱이 세계경제체제 하에서의 부등가 교환(不等價交換)이라는 발전-저발전의 구조적 연계 때문에, 서구의 중심부 국가가 발전할수록 제3세계의 주변부국가에선 저발전(under development)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빈부격차를 용인하는 국내 매판자본과 독재정권의 연합세력화는 정치적 정당성을 상실한 권위주의정권의 물리적 공권력을 앞세우는 결과를 초래해, 주변부국가들의 정치사회적 안정도 크게 훼손시켰다. 
결국 제3세계의 대부분 국가들의 경제성장 속도가 늦고, 많은 개발도상국의 저발전(低發展)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서구 근대화론은 붕괴된다. 그 대신 제3세계가 서구에 경제적으로 종속되기 쉽다는 점과, 세계경제체제의 중심부-주변부 간의 구조적 불평등을 체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남미를 중심으로 종속이론(dependency theory)이 한때 대두했다. 
상기한 제3세계의 침울한 발전실제(development practice)와 더불어, 국가발전에 대한 다양한 이론의 부재 및 학문적 어용논란,  1980년대 이후 국가역할의 축소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패러다임 등장이 1970년대 후반 이후 범세계적인 발전행정 연구의 퇴조를 더욱 촉발시켰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압축성장에 따른 국가발전연구 필요성의 급격한 쇠퇴, 군사 권위주의정권이 발전행정을 정권유지 도구로 악용함으로써 발생한 행정학이란 학문에 대한 사회적 식상함, 미국 학문의 무비판적 모방에 대한 성찰과 학문적 토착화 노력이 관주도적 발전행정 연구에 회의감을 갖게 한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자본세계화 시대에서 발전행정 논의의 재구성 필요성과 향후의 연구전망
개발연대 하의 제3세계 행정학을 지배했던 발전행정론이 그 논의기반인 서구 근대화론의 이론적 한계와 국가주도적 산업화 전략의 숱한 역기능에 직면하면서, 행정학자들은 발전행정적 틀에 입각한 국가발전논의를 한동안 애써 중단해 왔다. 더욱이 신자유주의 공공개혁과 최소국가론의 수사(修辭)학적 강세는 관 주도적 발전행정 논의를 더욱 부식시켰다. 그러나 오늘의 무한경쟁과 자본 세계화의 흐름은 이른바 신종속(new dependency)이란 개념 아래 우리로 하여금 사회경제적 불평등, 국가간 빈부격차, 타율적 구조조정, 외채, 실업문제, 환경파괴 등 새로운 차원에서의 범지구적 문제(global problems) 설정에 직면하게 하며, 국가발전에 대한 새로운 연구시각의 필요성과 함께,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각국 정부들이 세계화의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발전전략 논의를 재론하게 한다.

지구촌 시대의 자본 세계화가 아무리 국민국가 영역을 침식해도, 국민국가는 세계화의 역기능을 치유하고 세계화의 흐름을 자국에 유리하게 유도,관리하기 위해, 한 나라의 발전과정에서 여전히 중요한 관리적 세계화(managed globalization)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신자유주의 시장화와 궤를 같이하는 현 자본 세계화는 역설적으로 발전행정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과 실천적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세계화로 인해 국가간 상호의존성이 커져 일국의 정책이 이해관계국과 국제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각국의 발전정책이 어떻게 형성,집행되는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가경쟁이 심화되면서 행정능력을 국가경쟁력의 주요소로 보고 자국의 행정을 유능하고 효율화하기 위한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타국 행정체제를 발전좌표로 벤치마킹한 연구도 등장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발전과정에서 국가의 일정역할을 인정하는 발전행정의 기본틀은 유지하면서도 1960-70년대식의 단선(單線) 근대화론적 발전행정과는 질적으로 다른, 즉 관주도적 경제성장 위주의 기존 발전행정론의 폐해를 극복하면서 자본세계화의 부정적 흐름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내용과 발전방법으로 무장된 새로운 발전행정, 즉 발전행정의 재구성(the restructuring of Development Administration) 논의가 다시 시작될 필요가 있다.
발전행정의 재구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하나의 중요한 계기는 새로운 이론의 등장이다. 초기에는 서구 근대화론을 원용해 주로 신생 후진국들의 발전문제에만 접근했으나, 최근엔 신제도주의, 거버넌스 이론을 활용해 후진국은 물론 신흥공업국 및 서구 선진국들의 과(過)발전, 재(再)발전 문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특히 거버넌스 이론은 기존의 공-사 이분법을 초월해 발전행정 연구의 새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발전전략 및 행정개혁 등 하위 연구분야들의 전문화도 신속히 이루어지고 있어 학문적 재구성의 전망을 밝게 해준다.
그렇다면 발전행정론의 재구성에 유용한 향후 연구방향의 시각은 무엇인가?
  

(1) 거시적, 국제적, 발전윤리학적 차원의 연구지향: 기존의 발전행정론이 단일국가의 관 주도적 경제성장에 논의의 초점을 맞췄다면, 향후 발전행정론은 강대국들의 정치적 이해와 초국적기업의 자본횡포에 맞서 그 폐해를 고치기 위한 초국민적 국가의 건설, 윤리적,인간적 세계화, 세계 시민사회의 형성과 같은 거시적, 국제적, 발전윤리(developmental ethics)적 문제들도 심층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2) 비교-발전행정의 통합적 연구를 통한 다양한 발전경험 비교와 발전전략 벤치마킹: 불확실성을 요체로 하는 현대행정을 토대로 이론과 처방이라는 2가지 연구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선, 방법론적으로 발전행정론과 비교행정론의 ‘통합적 접근’이 긴요하다. 세계화라는 새 환경 하에서 우리 역시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현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므로, 국가발전을 위한 벤치마킹 포인트를 해외에서 효과적으로 찾아낼 필요가 있는데, 세계 각국 발전경로의 정밀한 비교에 의거한 발전경험의 범세계적 공유는 우리에게 그 좋은 답을 줄 수 있다. 발전경로의 다양성은 비교를 통한 선택을 의미하고 슬기로운 경로 선택은 효과적 발전에의 열쇠이다. 
(3) 한국적 발전이론의 구축과 고유의 발전경험 수출: 서구 발전이론 따라가기 연구풍토는 한국 행정현상에 대한 부분적 설명력밖에 보장하지 못한다. 서구 발전이론의 트렌드적 수용에서 벗어나, 한국의 발전현상을 설명하려는 주체적 연구시각과 이에 터한 고유의 발전이론 개발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라는 지역가치와 유교라는 지역문화에 대한 학문적 재조명 위에서, 우리 고유의 국가발전 경험 및 정보화 경험, 산업인력 양성 경험 등을 이론화해 우리와 유사한 발전경로를 밟는 개발도상국들에게 하나의 발전좌표로서 안내해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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