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지(愁城誌) 임제 이 때 격현 사림이 와서 아뢴다. “요즈음 흉해에 파도가 일어 태화산이 바닷속으로 옮겨오는데 바라보니 그 산 속에 사람들이 보일 듯 말 듯 천 명인지 만 명인지 셀 수도 없사오니 이러한 변괴는 너무도 이상한 일입니다." 천군이 정히 의아해하고 있을 즈음에 멀리서 두어 사람이 읊조리며 걸어오는 것이었다. 바라보는 사이에 점점 가까워지는데 사람이 둘이다. 앞서 걸어오는 사람은 안색이 초췌하고 형용이 비쩍 말랐는데 절운관을 쓰고 긴 칼을 차고 연잎으로 만든 옷을 입고 초란(椒蘭: 향기가 좋은 식물 이름)의 패물을 착용했으며 눈썹에는 나라를 근심하는 시름이 모였고 눈에는 임금을 생각하는 눈물이 괴었으니 이 사람이야말로 회왕의 운명에 통곡하고 상관 대부(上官大夫)에게 원한이 맺혔던 그이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