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석상(石像)의 노래, 김관식 [현대시]

Jobs 9 2022. 2. 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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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상(石像)의 노래

김관식

 

노을이 지는 언덕 위에서 그대 가신 먼 곳 머언 나라를 뚫어지도록 바라다보면 해가 저물어 밤은 깊은데 하염없어라 출렁거리는 물결 소리만 귀에 적시어 눈썹 기슭에 번지는 불꽃 피눈물 들어 어룽진 동정 그리운 사연 아뢰려 하여 벙어리 가슴 쥐어뜯어도 혓바늘일래 말을 잃었다 땅을 구르며 몸부림치며 궁그르다가 다시 일어나 열리지 않는 말문이련가 하늘 우러러 돌이 되었다. 

 

 

개관

- 제재 : 석상 → 한없는 그리움의 갈망
- 관련 작품 : 백제 가요 <정읍사>, 신라의 부전가요 <치술령곡>, 김소월의 <초혼>
- 화자 : 사별하여 더 이상 소통할 수 없는 임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
- 주제 : 사별한 임에 대한 애틋하고 간절한 그리움

- 성격 : 애상적, 서정적
- 표현 : 산문적 율격 망부석 설화 모티프 차용 구두점을 생략해 거침없이 읽게 함으로써 한없는 그리움의 정서를 극대화함. 그리움의 점층적 심화(그대 가신 먼 곳을 뚫어지도록 바라봄 → 피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쥐어뜯다 말을 잃음 → 땅을 구르고 몸부림치며 궁그르다가 돌이 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그대 가신 먼 곳 머언 나라 → 임의 죽음을 암시
    * 노을이 지는 언덕 위에서 ~ 해가 저물어 밤은 깊은데 → 시간의 경과에 따른 그리움의 심화를 표현함.
    * 출렁거리는 물결 소리만 귀에 적시어 → 공감각적 이미지
    * 눈썹 기슭 → 눈가
    * 불꽃 피눈물 → 한의 상징적 표현
    * 어룽진 → 얼룩진
    * 동정 → 한복의 저고리 깃 위에 덧대어 꾸미는 하얀 헝겊 오리
    * 출렁거리는 물결 소리만 ~ 말을 잃었다 → 임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모습
    * 땅을 구르며 몸부림치며 궁그르다가 → 극한적 절망감의 표현
    * 돌 → 슬픔과 한의 응결체로서, 망부석 설화 모티프임.
    * 땅을 구르며 ~ 돌이 되었다. → 극한적 절망 때문에 돌이 됨.

시상의 흐름(짜임)
- 노을이 ~ 하염없어라. : 먼 곳으로 떠난 임에 대한 그리움
- 출렁거리는 ~ 말을 잃었다. : 임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모습
- 땅을 ~ 돌이 되었다. : 극한적 절망 때문에 돌이 됨.

 

이해와 감상
김관식은 한문과 동양의 고전에 능통하여 동양인의 서정 세계를 동양적 감성으로 구상화함으로써 특이한 시풍을 개척한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세련된 시어와 밝은 동양적 경지로 승화하려는 높은 정신의 추구를 엿볼 수 있으며, 서양 외래 사조를 배격하고 동양적 예지의 심오한 세계로 몰입하여 그 경지를 생동감 있게 표현하였다. 세속적 생활 방식을 무시한 기행(奇行)으로 유명했던 그는 결국 가난과 질병으로 36세에 요절하고 말았다. 
이 시는 그러한 그의 시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석상을 소재로 하여 한없는 그리움의 갈망을 표현하고 있다. 너무나 사무치는 그리움 때문에 돌이 되었다는 이 시의 내용은 백제가요 <정읍사>나 신라시대에 박제상의 아내가 남편을 그리워하다가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望夫石) 설화와 접맥되어 있다. 또한,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라는 김소월의 <초혼>에서도 그와 유사한 상황이 그려져 있다. 
이 시는 행이나 연 구분은 물론, 구두점까지도 철저히 배제시킨 산문시이다. 이러한 형식상 특성은 독자에게 거침없이 작품을 읽게 함으로써 그리움으로 인해 돌이 되었다는 작품의 내용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해 주는 효과가 있다. 세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이 시에서 첫 문장은 노을이 질 때부터 밤이 깊을 때까지 임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심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대 가신 곳 머언 나라'는 임이 화자 곁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의 세계로 떠났음을 알게 해 준다. 둘째 문장은 임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출렁이는 물결 소리는 화자가 어느 바닷가에 서 있음을, '동정'은 화자가 여성임을 알게 해 준다. 셋째 문장은 극한적 절망 때문에 화자가 돌이 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임에 대한 하염없는 그리움과 눈썹 가장자리에 번지는 피눈물, 피눈물에 얼룩진 동정, 그리움을 전할 길 없는 답답한 마음, 맺힌 한으로 돋아난 혓바늘 등으로 말을 잃은 화자는 결국 '땅을 구르며 몸부림치며 궁그르'는 절망의 극한 속에서 말문이 열리는 대신 하늘을 우러러 돌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그 '돌'은 임에 대한 화자의 사무친 그리움의 돌이며 슬픔과 한이 응결된 돌이다. 
그리움이 사무친 나머지 사람이 돌이 되었다는 전설은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설화는 먼 옛적 신라의 박제상과 그 아내의 이야기에서부터 나오는데, 그러고 보면 사무친 그리움과 돌의 차갑고 굳은 성질 사이에는 어떤 연상적 관계가 있는 듯하다. 김소월의 <초혼>에도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라는 구절에서 나타난 바 있다. 위의 작품 또한 석상(石像)을 한없는 그리움이 쌓여 한(恨)으로 맺힌 덩어리로 노래한다. 
작품의 시간은 노을이 지는 저녁 무렵에서부터 밤까지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시간은 전체의 분위기를 전개해 가는 데 필요한 것일 뿐 한 사람의 그리움이 사무쳐서 마침내 돌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 긴 시간 동안 그(작중 화자)는 '그대 가신 곳 머언 나라'를 뚫어지도록 바라본다. 이 '머언 나라'는 어디일까? 그곳은 어쩌면 '죽음의 나라' 혹은 돌아올 가망이 없는 먼 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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