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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알코올 분해 능력, 진화, 알코올 분해 효소, 알코올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 enzyme), ADH4

Jobs 9 2024. 4. 2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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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알코올 분해 능력, 진화, 알코올 분해 효소, 알코올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 enzyme), ADH4

 

1000만년 전에 주당의 역사 시작
생태계 변화로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온 영장류들
발효 낙과 먹어도 무탈한 알코올 분해 효소 생겨

 

 

인간은 언제부터 이렇게 술과 친해졌을까? 일에서 벗어나는 주말만 되면 술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알코올중독 때문일까, 타고난 유전자의 발로일까? 

이런 의문을 해소해줄 수 있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 플로리다주 산타페 칼리지의 매튜 캐리건 교수(생물학) 연구팀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12월1일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인간의 알코올(에틸알코올) 분해 능력은 1000만년 전 인간-고릴라-침팬지 공통조상이 되는 영장류의 유전자 돌연변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능력은 인체 내의 알코올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 enzyme) ‘ADH4’에서 나오는 것이다. 혀와 식도, 혀에 분포하는 ADH4는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첫 단계를 실행하는 효소다. 모든 영장류 동물의 몸에는 이 ADH4가 있다. 하지만 이 효소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알코올 대사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예컨대 여우원숭이나 개코원숭이는 이 효소를 갖고 있지만 인간보다 알코올 대사 능력이 떨어진다.  

 

기후변화로 밀림이 초원으로 바뀌어 먹을 것 줄어

캐리건 교수팀은 화석화한 동식물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고유전학 기법을 활용해 알코올 분해 능력을 갖춘 ADH4의 기원을 찾아나섰다. 이들은 영장류 17종을 포함한 포유류 28종에서 7천만년에 걸친 영장류 역사 각 시기별로 ADH4 효소 단백질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5000만년 전 영장류의 ADH4는 적은 양의 알코올을 매우 천천히 분해하는 데 그쳤다. 그러다 1000만년 전 인간의 조상이 되는 영장류에서 채취한 ADH4에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알코올 대사 능력이 40배나 좋아진 것이다. 1200만~1300만년 전 이들과 분리된 오랑우탄에서는 이런 변이 ADH4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천만년 전의 갑작스런 변화는 1600만년 전 신생대 마이오세(중신세) 중기에 일어난 기후변화에서부터 잉태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이 시기는 지구가 냉각되면서 인류의 기원지인 동아프리카지역의 밀림 생태계가 초원 생태계로 바뀌던 시기이다. 무성했던 밀림이 사라지면서 나무 위에 살던 영장류들은 먹을 것을 찾아 땅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먹을 것이 줄어들자 전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낙과에도 손을 대게 됐다.

하지만 낙과를 먹으면 위통이 오고 구토를 하는 등 곧잘 탈이 났다. 땅에 떨어진 과일들이 각종 박테리아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당을 알코올로 바꿔주는 발효균들도 있어서, 이 균들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과일 속에는 알코올이 쌓여갔다. 그러던 중 약 1000만년 전 발효된 낙과를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돌연변이 효소가 생겨났고. 이 돌연변이를 가진 영장류가 점차 자연의 선택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캐리건 교수는 “ADH4의 새로운 돌연변이가 없는 영장류들은 발효된 과일을 먹고 쉽게 탈이 나거나 취해버림으로써 자신의 영토를 지키고 먹이를 찾는 데 지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 돌연변이가 있는 영장류는 더 많은 식량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생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생존경쟁 끝에 생겨난 ‘진화의 산물’로

 

알코올 분해 능력의 기원에 대해서는 그동안 두 가지 가설이 제기됐다. 첫째는 약 9000년전 인류가 음식을 발효시켜 먹기 시작하면서 생겼다는 가설이다. 이 시기에 농사를 지을 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잉여식량이 생겼는데, 잉여식량 저장 과정에서 발효식품을 섭취하게 되면서 알코올 분해 능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따를 경우, 오늘날 알코올중독은 인간 게놈이 변화된 환경에 아직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갖지 못해서 생겨나는 질병이 된다. 

 

또 다른 가설은 영장류가 8천만년전부터 과일을 먹기 시작하면서 알코올을 섭취하기 시작했다는 가설이다. 이 때는 영장류가 등장해 분화하기 시작하는 시기이자, 속씨식물이 처음으로 먹음직스런 과일을 생산하기 시작한 시기에 해당한다. 과일을 맺는다는 것은 발효를 통해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이스트(효모)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가설에선 나무에 달린 상태에서 조금씩 발효된 과일 속의 알코올을 나무 위에 사는 영장류들이 소량씩 섭취하게 된다. 이 가설을 따르면, 현대 인류의 알코올 선호는 이후 쓸모없어졌다가 인류의 발효 기술 습득 이후 되살아나 도수 높은 술로 방향을 튼 ‘진화의 유물’이 된다.

캐리건 교수팀의 연구는 요즘 각광받는 고유전학을 빌어 좀 더 과학적인 기법으로 인간의 알코올 분해 능력의 기원을 9천년 전도, 8천만년 전도 아닌 1000만년 전으로 조정한 것이다. 그의 연구 결과로, 알코올 분해 능력은 오랜 기간에 걸친 생존경쟁 끝에 생겨난 ‘진화의 산물’로 격상됐다.

 

알코올 섭취하면 뇌가 쾌락을 얻도록 진화

뉴멕시코주립대의 브렌다 베네피트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우리는 왜 어떤 영장류는 땅에서 살고, 다른 영장류는 그렇지 않은지 궁금증을 품어 왔다. 그런데 이번 연구로 땅에 떨어져 발효가 된 과일을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침팬지 같은 영장류가 땅에서 살게 됐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캐리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알코올 섭취가 뇌의 쾌락 경로와 연결되도록 진화한 이유도 설명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 알코올 섭취는 당시 인류 조상의 주요 식량원 확보와 깊이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캐리건 교수는 “당시 알코올에 대한 탐닉은 식품에 대한 탐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알코올과 당이 들어 있는 과일이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인간의 뇌는 이런 것들을 발견하면 과잉섭취하도록 프로그램됐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틈만 나면 술을 찾는 사람들은 아마도 1천만년 전 영장류들이 먹을 것을 찾아 땅을 헤매던 그 때,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데 유리한 ADH4 돌연변이를 상대적으로 많이 갖고 있던 영장류 그룹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식량원이 다양하고 풍부해진 오늘날에도 알코올 분해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생존 경쟁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달라진 생존 경쟁 환경에서, 뇌의 쾌락 코드와 연결돼버린 인간의 알코올 분해 능력은 앞으로 또 어떤 진화 과정을 밟아갈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술은 진화가 빚은 인간의 벗

 

동물도 술맛 알지만 節制 못하는 것은 인간뿐
야자 수액 와인 즐기는 침팬지, 飮酒가 진화의 산물이란 증거
잘 익은 과일 속 맛들인 알코올… 1000만년 전 분해 효소 발달
인간과 달리 자연서 만취 안 해… 돼지도 취해 서열 깨지면 禁酒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도 술 탓일지 모른다. 최근 과학자들이 침팬지도 사람처럼 술을 즐겨 마신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실험실이 아닌 야생에서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가 술을 즐기는 모습을 장기간 관찰한 것은 처음이다. 왜 영장류는 술을 좋아할까. 술을 마시고 실수하는 것도 진화의 결과일까. 

서아프리카 기니 사람들은 야자나무에 상처를 내고 흘러나오는 수액을 플라스틱 통에 받는다. 아침과 늦은 오후 두 차례 플라스틱 통을 수거하는데 그 사이 수액에서 발효가 일어나 알코올 함량이 3.1~6.9% 정도가 된다. 맥주 정도의 알코올 함량이다. 지난주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대 연구진은 1995년부터 17년 동안 기니의 한 마을에서 침팬지들이 플라스틱 통에 나뭇잎을 넣어 야자수 술을 꺼내 마시는 모습을 51번 관찰했다고 발표했다. 침팬지는 나뭇잎을 씹어 수액이 잘 스며들도록 하는 영리함을 보였다. 

술 마시는 침팬지는 이른바 '취한 원숭이 가설(Drunken Monkey Hypothesis)'의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UC버클리의 로버트 더들리 교수는 2004년 한 학회에서 "인간의 음주 습관은 오래 전 인간과 원숭이의 공통 조상에서부터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취한 원숭이(The Drunken Monkey)'라는 책도 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오래전 나무에서 내려온 인간의 조상에게 과일은 최상의 영양 공급원이었다. 과일은 잘 익었을 때 먹어야지 그러지 않으면 배탈이 나기 십상이다. 잘 익은 과일은 효모의 발효가 일어나 소량의 알코올이 들어 있기 마련이다. 그때부터 알코올을 찾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 조건이 됐다. 잘 익은 과일의 알코올에 취한 원숭이가 술 마시는 인간으로 진화했다는 말이다. 

지난 1월 미국 산타페대 매튜 캐리건 박사 연구진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더들리 교수의 주장을 입증한 유전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28종의 포유류를 대상으로 '알코올 분해 효소(ADH4)'의 돌연변이를 조사했다. 같은 효소라도 진화 과정에서 조금씩 돌연변이가 생긴다. 그리고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속도는 일정하다. 현재 동물들의 돌연변이 정도와 이 동물들의 진화 과정을 연결하면 알코올 분해 효소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 수 있다. 분석 결과, 1000만년 전 인간의 먼 조상에게서 갑자기 알코올 분해 능력이 생겨났다. 오늘날 알코올 분해 능력이 없는 오랑우탄의 조상은 이때 인간의 조상과 갈라졌다. 연구진은 알코올 분해 효소가 등장한 것은 지구 기온이 떨어지면서 인간의 조상이 나무에서 내려온 시기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바로 잘 익은 과일을 찾던 때이다. 

우리나라나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인들은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진다. 흔히 알코올 분해 효소가 부족해서라고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알코올 분해 능력은 동아시아인이 백인을 능가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알코올이 1차로 분해되면 아세트알데하이드란 독성(毒性) 물질이 나온다. 남보다 알코올을 잘 분해하면 그만큼 아세트알데하이드도 많이 나온다. 동아시아인은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효소(ALDH)'의 능력이 떨어진다.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축적되면 염증 반응처럼 히스타민이란 물질이 분비돼 면역세포를 불러 모은다. 이 과정에서 혈관이 확장돼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가려워진다.  

그렇다면 왜 동아시아인들의 알코올 분해 능력이 남다른 것일까. 2010년 중국 과학자들은 중국 내 38개 민족 2275명의 알코올 분해 효소를 분석했다. 남들보다 월등히 알코올을 잘 분해하는 돌연변이 효소는 중국 남동부 사람들에게 흔하고, 북부와 서부로 갈수록 그 수가 줄었다. 이런 돌연변이는 지금부터 7000~1만년 전에 등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시기는 중국 남동부에서 벼농사가 시작된 8000~1만2000년 전과 겹친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벼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술을 빚게 됐고, 남다른 알코올 분해 능력도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술은 진화가 빚은 인간의 벗인 셈이다. 그렇다고 술을 마시고 정신을 놓는 것까지 용서되지는 않는다. 영국 설포드대의 로버트 존 영 교수는 "술을 즐기는 동물들은 스스로 선(線)을 지킨다"고 말했다. 이는 1970년대 돼지 실험에서 잘 드러났다. 과학자들은 돼지들에게 하루에 세 번 술을 먹였다. 돼지무리에서는 서열에 따라 먹이를 먹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술은 모든 걸 뒤집었다. 만취한 서열 3위 돼지가 서열 1위 돼지 자리로 가서 먹이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서열 1위부터 차례대로 술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술을 계속 먹는 돼지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는 서열 꼴찌뿐이었다. 야자수 수액으로 만든 술을 즐기던 침팬지 중에서도 선을 넘은 침팬지는 단 한 마리였다고 한다. 남들이 다 잘 때 이 침팬지만 이 나무 저 나무를 헤매고 다녔다. 결국 술에 취해 이성을 잃으면 짐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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