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한국사/한국사 사전

부들러, 유길준, 한반도 중립화

Jobs 9 2020. 9. 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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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준(兪吉濬, 1856~1914)이 「중립론」을 집필한 것은 1885년(고종 22년) 말이다. 그는 미국 유학 중 갑신정변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소환 명령을 받고 귀국하자마자 유폐되었다. 그의 「중립론」은 이 시기에 집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는 갑신정변 이후 1885년 3월 영국의 거문도 점령, 청일 간의 톈진 조약 체결과 그에 따른 공동 철병, 5월 제1차 조러 밀약 사건 폭로 등 조선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팽팽한 긴장 속에 전개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10월 위안스카이(袁世凱, 1859~1916)가 조선에 부임했고, 조선에 대한 속방화 정책을 심화할 목적으로 조선의 안전을 청국에 의지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조선으로서는 독자적인 주권 수호를 도모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만 할 시기였다.

이에 유길준은 영국의 거문도 사건, 러시아의 남하 정책, 미국의 입장, 중국의 보장, 일본의 침략 의도 등을 종합해 강대국들의 보장 아래 조선을 중립 지대화 하자는 「중립론」을 집필한 것이다. 유길준의 ‘한반도 중립론’은 조선에 대한 러시아와 일본, 특히 러시아의 침략을 예상하고, 이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능력과 미국의 관여도가 가지는 한계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구상한 것이었다.

조선 중립화론은 이미 갑신정변 직후부터 당시 외교협판으로 있던 묄렌도르프(Möllendorf, Paul George von, 1848~1901)의 청⋅일⋅러 3국의 보장에 의한 벨기에식 조선 중립화와 조선 주재 독일부 영사 부들러(Hermann Budler)의 스위스식 영세 중립국 안이 구상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조선 중립화론은 다른 열강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독일의 동아시아 정책의 산물이었다. 부들러가 자신의 의견을 외아문 독판 김윤식(金允植, 1835~1922)에게 공식 전달했으나 김윤식은 그 원본을 반환하면서, “청이 이유 없이 군대를 증원하거나 새로운 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며 일본도 평화 정책을 추구하므로 중립화론은 필요 없다. ”며 이 제안 자체를 거부하여 조선의 중립화론에 대한 인식은 진전되지 못하였다.

유길준의 「중립론」은 청⋅일과 구미 열강의 경쟁 속에서 어느 한 나라에도 의존하지 않는 가운데 벨기에식에 불가리아식 조건을 가미한 국제적 보장을 전제로 한 중립 구상이었다. 그는 청의 조선에 대한 정치적 지배라는 현실 속에서 중립론을 제기하며, 아주 현실주의적인 입장에서 이에 접근하였다. 요컨대 조선이 러시아나 일본의 침략으로 희생될 경우 청국에게도 엄청난 위기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청국의 군사적 능력과 미국의 대조선 개입 가능성 등을 입각해, 청국이 조선의 중립화를 지지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청국의 조선 속방화 정책은 동아시아에서 분란만 일으킬 뿐이며, 조선으로서도 중립국이 되어야만 안전과 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게다가 그는 시기적으로 적기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유길준의 「중립론」은 대외적으로 발표되지 못했고, 조선 정부도 그의 이런 구상을 수용하지 않았다. 조선 정부는 러시아⋅미국 등의 나라에 조선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킴으로써 국제 사회에서 독립국으로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게다가 이듬해 제2차 조러 밀약 사건을 계기로 위안스카이(袁世凱)가 「조선대국론(朝鮮大局論)」을 집필하면서 조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나라는 청국뿐이라는 것을 환기하고 조선 정부의 러시아 접근 시도에 완전히 쐐기를 박았다. 조선 중립화를 청국이 주동해 추진해야 한다는 유길준의 구상은 청국의 조선 속방화 정책 아래에서는 수용될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유길준의 조선 중립화론은 실현되지 못하였다. 조선은 이를 추진하지 않았고, 청국의 간섭이 강화된 상태에서 각국은 이런 흐름에 동의하며 중립화론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립화론은 1897년 대한제국 등장 이후 고종을 중심으로 재차 추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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