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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예산제약(Soft Budget Constraint)

Jobs 9 2020. 10. 2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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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예산제약(Soft Budget Constraint)

개념: 현실의 모든 경제행위는 예산의 제약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처분 가능하도록 주어진 예산액이 지출 가능액의 경계를 설정해 준다. 지출이 예산을 초과하게 되면 차입 등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차입에 대해서는 상환의 의무를 지며,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 경제주체는 더 이상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예산제약이 엄격한 지출제약으로 작용하는 경우를 가리켜 경성적(hard)이라고 한다. 반면 예산제약이 경성성을 지니고 있지 않을 때 예산제약이 연성적(soft)이라고 한다. 즉 주어진 예산을 더 소진하더라도 외부로부터 예산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다면 애초의 예산제약은 제약으로서의 엄격성을 상실하게 된다. 예산제약이 경성성을 상실하게 되면 그로 인해 경제주체의 행동이 영향을 받게 된다.
Kornai는 ‘연성예산제약(soft budget constraints)'이라는 개념을 창안하여 동유럽 경제체제에 만성적인 물자 부족이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됨을 설명하였다. 현실 사회주의 기업들의 경우 예산제약 조건들이 ’사후‘에 협상을 통해 정부로부터 적자 부분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예산제약이 엄격한 제약으로 작용하지 못하며, 이를 기대하는 사회주의 기업 경영자들의 경영 행태는 그렇지 않을 경우에 비해 달라질 수 있다. 연성예산제약으로 인한 경제 행태의 변화와 그에 따른 현상을 Kornai는 연성예산제약 증후(soft budget constraints syndrome)라고 부르고 있다.
사회주의 경제에서의 전형적인 연성예산제약 증후는 기업들이 생산요소에 대해 수요를 늘리는 것이며 또 가격의 변화에 대해 둔감해지는 것이다. 생산요소 부족시 그 추가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정부기관이 언제나 부담해주는 경우 사회주의 기업은 연성예산제약을 가지게 된다. 그로 인해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만성적인 물자부족 현상과 투자 실패시 지원 기대에 따른 투자 위험의 감소로 인한 과도한 투자 성향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가격에 대한 사회주의 기업의 반응성과 가격의 신호 기능이 둔화된다. 연성예산제약 하에 놓여 있는 사회주의 국영기업은 일반적으로 생존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 않으며 혁신을 추진하려는 동기가 약해지고 지원주체인 상급 정부기관의 환심을 사기 위한 로비행위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이론모형: 최근에는 정부간관계에 관한 연구에도 연성예산제약의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즉 중앙정부는 분권화 하에서 지방정부의 지출과 차입에 대한 제한적인 통제권 밖에 갖지 못하지만 여전히 지방정부의 제반문제에 관하여 상당한 관심을 갖는다. 만약 지방정부가 자신이 재정적 곤란에 처하게 될 경우 중앙정부가 반드시 상당한 재정지원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그러한 확신은 지방정부로 하여금 재정운영상 전략적 행태(strategic behavior)를 유발시킨다. 이렇게 되면 재정운영에서 지방정부들의 기회주의적 행태(opportunistic behavior)가 예상되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전략적 행태에 말려들게 된다. 아무리 지방분권화가 진행되어도 지방정부는 한 국가의 사회후생을 결정하는 주요한 부분이어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재정곤란 상황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Vigneault는 이러한 연성예산제약의 개념을 지방정부에 적용한 대표적인 연구자이며, 그는 연성예산제약이 발생하는 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들고 있다. 우선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 추가적인 재원을 끌어낼 전략적인 행동유인을 가지고 있고, 다음으로 중앙정부 입장에서 지방정부가 재정곤란이나 재정위기에 직면하였을 때 긴급지원(bailout)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지방정부가 연성예산제약하에 있으면 그 지방정부는 자신이 공급하는 지방공공서비스의 비용을 전부 인식하지 못한다. 즉 지방공공서비스의 한계편익이 한계비용을 초과하게 되고, 그 결과 과잉지출을 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특히 분권화 하에서 지방정부는 자신과 자기 지역주민들의 이익을 보다 큰 범위의 국가이익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에 이러한 과잉지출의 유인은 더욱 강하다. 이러한 과잉지출이 누적되면 재정곤란과 재정위기 초래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은 궁극적으로 중앙정부의 예산균형을 해치게 된다.

평가와 전망: 지방재정을 결정짓는 주요한 의사결정자들은 시민, 관료, 정치인이며, 지방정부의 재정결정은 시민들의 효용극대화 행태, 관료들의 예산극대화 행태, 정치인들의 득표극대화 행태가 균형을 이룬 결과이다. 지방자치 부활 이전에는 지방공공서비스의 수요측면보다도 공급측면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였기 때문에 관료의 역할이 부각되었지만, 지방자치 부활 이후에는 공급측면보다도 수요측면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민이나 정치인의 역할이 부각된다.
지방자치 하에서 특정 지방정부의 시민은 중앙정부와 그 지방정부의 시민·납세자로서의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시민은 지역정치인(의회의원 및 단체장)을 선출하는 투표자이기 때문에 더 이상 관료가 공급하는 행정서비스의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적극적 표출자가 된다. 시민들은 가장 적은 부담으로 자신의 선호를 가장 잘 만족시켜주는 정치인들을 선택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행태를 잘 파악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시민들로부터의 득표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부담을 지우지 않거나 또는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에게 부담이 돌아가지만 지금 당장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방법을 동원하여 시민들의 선호를 충족시켜 주는 공공사업을 추진하려고 할 것이다.
연성예산제약하에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가 그 지방공공서비스비용의 일부를 떠맡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공공서비스공급으로부터 느끼는 한계편익이 그 공급에 필요한 한계비용을 초과한다. 이렇게 되면 한계편익과 한계비용의 차이는 그 지방정부주민이 아닌 전국의 다른 납세자가 부담하게 되어 재정누출이 초래되는데, 이것은 연성예산제약으로 야기되는 공유자원문제(common-pool)의 핵심이다.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재정자율성은 상당히 제약되어 있지만, 지방자치부활이후 그리고 분권화를 추진하면서 세출의 자율성은 세입의 자율성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증대되었다. 세입의 자율성은 높은데 세출의 자율성이 낮은 경우 지방정부는 주어진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재정운용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동기를 상실하지만, 그 반대로 세입의 자율성은 낮은데 세출의 자율성이 높은 경우 지방정부는 재정을 지나치게 팽창하려는 동기를 갖는다.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분권화를 추진하면서 국가 전체적 입장에서의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재정분석이나 재정공시제도와 같은 중앙정부수준에서의 간접적인 통제방식은 물론이고 지방재정에 관한 중앙정부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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