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김진경 새벽이 가까이 오고 있다거나 그런 상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네. 오히려 우리 앞에 펼쳐진 끝없는 사막을 묵묵히 가리키겠네. 섣부른 위로의 말은 하지 않겠네. 오히려 옛 문명의 폐허처럼 모래 구릉의 여기저기에 앙상히 남은 짐승의 유골을 보여 주겠네. 때때로 만나는 오아시스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사막 건너의 푸른 들판을 이야기하진 않으리. 자네가 절망의 마지막 벼랑에서 스스로 등에 거대한 육봉을 만들어 일어설 때까지 일어서 건조한 털을 부비며 뜨거운 햇빛 한가운데로 나설 때까지 묵묵히 자네가 절망하는 사막을 가리키겠네. 낙타는 사막을 떠나지 않는다네. 사막이 푸른 벌판으로 바뀔 때까지는 거대한 육봉 안에 푸른 벌판을 감추고 건조한 표정으로 사막을 걷는다네. 사막 건너의 들판을 성급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