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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 최치원, 7언 절구 한시, 압운(만,간,산)

Jobs 9 2020. 6. 1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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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

 

狂奔疊石吼重巒(광분첩석후중만)
人語難分咫尺間(인어난분지척간)
常恐是非聲到耳(상공시비성도이)
故敎流水盡籠山(고교류수진롱산)

 


狂(광) : 미치다 奔(분) : 달리다 疊(첩) : 겹쳐지다 吼(후) : 울다
重(중) : 겹치다 巒(만) : 산 難(난) : 어렵다 分(분) : 구별하다
咫(지) : 짧은 거리 尺(척) : 길이 間(간) : 사이 常(상) : 항상
恐(공) : 두려워하다 是(시) : 옳다 非(비) : 아니다 聲(성) : 소리
故(고) : 짐짓 敎(교) : 하여금 盡(진) : 맡기다, 다하다 籠(롱) : 싸다

 

 

최치원이 신라 말기의 난세에 절망하여 전국 각지를 유랑하다가 가야산 해인사에 은거할 때 지은 7언 절구의 한시이다. 세상을 멀리하고 산중에 은둔하고 싶은 심경을 노래했다.

* 갈래 : 한시, 7언 절구
* 성격 : 서정적, 상징적
* 제재 : 물소리
* 주제 : 세상과 단절하고 산속에 은거하고 싶은 마음
* 특징 : ① 물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시상을 전개함. ② 대조를 통해 주제를 형상화함.
* 연대 : 통일 신라 말기(9세기)
* 출전 : “동문선” 권 19

 

시어 풀이

* 疊石(첩석) : 첩첩이 쌓인 바위.
* 重巒(중만) : 겹겹이 들어선 산봉우리.
* 人語(인어) : 사람들의 말소리.
* 是非聲(시비성) :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말다툼 소리.
* 故(고) : 짐짓, 일부러.
* 流水(류수) : 흐르는 물.

 

짜임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통일 신라 말기의 문장가 최치원이 지은 7언 절구의 한시이다. 가야산의 독서당에서 지었다는 의미를 지닌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은 신라 말기의 혼란한 시대 상황 속에서 육두품 지식인으로서 한계를 경험한 작가가 가야산 해인사에 은거하면서 지은 것이다.
화자는 거센 물소리로 인해 가까운 곳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는 깊은 산속에 은거하고 있다. 이곳에서 혹시 세상의 시비하는 소리가 들릴까 걱정하며 물로 온 산을 둘러 버렸다고 표현하였다. 세상의 시비하는 소리와 물소리를 대조하여, 물소리로 세속의 소리를 차단함으로써 세상과 격리되어 자연에 은둔하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상으로부터 단절되고 싶어 하는 마음의 밑바탕에는 신라 말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지식인으로서의 고뇌와 좌절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최치원)의 작품 연구실

‘물’의 함축적 의미

물은 여러 가지 원형적 이미지를 지닌 소재이다. 만물의 생명을 키운다는 점에서 ‘생명’ 또는 ‘모성(母性)’을 뜻하기도 하며, 사람은 물속에 들어가서 살 수 없다는 점에서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쪽과 저쪽으로 두 세계를 나누는 ‘단절’을 의미하기도 하며, 대상을 깨끗하게 씻어 주는 존재라는 점에서 ‘재생’과 ‘정화’의 이미지를 지니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물은 먼저 화자와 속세 사이를 가로막는 단절을 의미한다. 또한 화자가 은거하고 있는 자연 공간을 의미하며, 세상의 시비하는 소리를 막아 화자의 내면적 갈등을 해소해 주는 존재로 볼 수도 있다.

시어의 실질적 의미

이 작품에서 ‘인어(人語)’란 단순히 사람들의 말소리를 뜻하는 것이 아닌, 사람 사이의 분쟁과 시비, 어지러움 등을 가리킨다. ‘공(恐)’은 그러한 사람들의 시비 소리가 들려올까 두려워하는 화자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롱(籠)’은 둘러싼다는 뜻으로 흐르는 물이 산을 감싸므로 얼핏 보면 물이 주체인 것 같지만, 사실은 흐르는 물에게 산을 감싸라고 하는 주체는 화자가 된다. 물소리를 이용하여 세상과 단절하고 싶은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자연물의 주관적 해석

이 작품에서는 본래 물이 산 주위를 흐르고 있는 것을 화자 자신이 물로 산을 둘렀다고 표현하여 자연물을 주관적으로 변용(變容; 용모가 바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송순의 시조 ‘십 년을 경영하여~’에서는 화자가 달, 바람에게도 초가삼간의 방 한 칸씩을 내어 주고, 강과 산은 들일 방이 없어 집 주위에 병풍처럼 둘러 두고 보겠다는 표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황진이의 시조 ‘동지ㅅ달 기나긴 밤을~’에서도 ‘밤’이라는 추상적 시간을 ‘허리’라는 구체적인 사물로 변형시켜 화자의 소망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재치 있는 발상은 시적 화자의 주체적인 의지를 드러내는 효과를 지닌다.

대조법을 활용한 효과

이 작품의 1구와 4구에서는 자연의 물소리를, 2구와 3구에서는 세상 사람들의 시비하는 소리를 제시하여 자연 속의 삶과 세상 속의 삶을 서로 대조시키고 있다. 이는 시비하는 소리가 난무하는 혼란스러운 세태에서 벗어나 자연에 은둔하고자 하는 화자의 의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작가 소개 - 최치원(崔致遠, 857 ~ ?)

통일 신라 말기의 학자, 문장가. 자는 고운(孤雲). 12세에 당나라에 유학하여 빈공과에 급제하였다. 황소(黃巢)의 난이 일어나자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지어 이름을 높였다. 후에 신라에 돌아왔으나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가야산에 은거한 후 종적을 감추었다. 저서에는 “계원필경”, “사륙집” 등이 있으며, 주요 작품에는 ‘제가야산독서당’, ‘추야우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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