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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의 종류, 기제 忌祭, 차례 茶禮, 묘제 墓祭, 제사의 진행

Jobs 9 2025. 6. 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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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의 종류

 

제사의 진행

 

제사의 진행순서와 예법은 가문과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인 전통제례의 진행 절차는 다음과 같다.

 

1. 영신(迎神)

먼저 고인의 영혼이 들어오게끔 대문을 열어 놓는다. 아파트에 거주할 경우 현관문을 연다. 제상의 뒤쪽(북쪽)에 병풍을 치고 제상 위에 제수 음식을 진설한다. 지방을 써 붙이거나 고인의 영정 사진을 올려 제사의 준비를 마친다. 예전에는, 출주(出主)라 하여 사당에서 신주(神主)를 모셔 내오는 의식이 있었다.

 

2. 분향강신(焚香降神)

고인 영혼의 강림을 청하는 의식이다. 제주(祭主)가 신위 앞으로 나아가 고인의 앞에 꿇어앉아 향로에 향을 피운다. 제주를 보좌하는 집사(執事)가 제상에서 잔을 들어 제주에게 건네주고 잔에 술을 조금 따른다. 제주는 두 손으로 잔을 들고 향불 위에서 3번 돌린 다음, 모사 그릇에 조금씩 3번 붓는다. 빈 잔을 집사에게 다시 건너 주고 일어나서 고인의 신위에 두 번 절한다. 집사는 빈 잔을 제자리에 놓는다. 향을 피우는 것은 하늘에 계신 신에게, 모사에 술을 따르는 것은 토지신에게 제사의 시작을 알리기 위함이다.

 

3. 참신(參神)

고인의 영혼이 왔다고 치고 고인에게 인사하는 절차로서 제주를 포함한 참사자(參祀者)들 모두 다 신위를 향하여 2번 절한다. 예전에 여성들은 4번 했지만 요즘은 2번으로 하는 집들이 많다. 신주를 모시고 올리는 제사일 때는 참신을 먼저 하고 지방을 모셨을 경우에는 강신을 먼저 한다. 미리 제찬을 진설하지 않고 참신 뒤에 진찬(進饌)이라 하여 제찬을 올리기도 한다. 진찬 때는 주인이 육(肉,고기) 어(魚,생선) 갱(羹,국)을 올리고 주부가 면(麵,국수) 편(餠,떡) 메(飯,밥)를 올린다.

 

4. 초헌(初獻)

제주가 첫번째 술잔을 올리는 의식이다. 제주가 신위 앞으로 나아가 꿇어 앉아 분향한다. 집사가 술잔을 내려 제주에게 주고 술을 가득 붓는다. 제주는 오른손으로 잔을 들어 향불 위에 세 번 돌리고 모사 그릇에 조금씩 세 번 부은 다음 두 손으로 받들어 집사에게 준다. 집사는 잔을 받아서 메 그릇과 갱 그릇 사이의 앞쪽에 놓고 제물 위에 젓가락을 놓는다. 제주는 두 번 절한다. 잔은 합설(合設,고인의 내외분을 함께 모시는 것)인 경우 고위(考位,남자) 앞에 먼저 올리고 비위(여자) 앞에 올린다. 집안에 따라서는 술을 올린 뒤 메 그릇의 뚜껑을 연다.

 

5. 독축(讀祝)

축문 읽는 것을 독축이라 한다. 초헌이 끝나고 참사자가 모두 꿇어 앉으면 축문을 읽는 사람은 천천히 정중하게 염불하듯이 엄숙하게 읽는다. 축문은 보통 제주가 읽지만, 집사가 읽어도 무방하다. 독축이 끝나면 참사자들 모두 일어나서 재배하는데 그것이 초헌의 끝이다. 과거에는 독축한 후에 곡(장례식 때 조문하거나 입관식, 영결식, 장지 안장 때 고인의 명복을 빌려고 내는 울음소리)을 했으나, 현재는 독축을 생략하는 집들이 많으며, 주로 묘제 지낼 때 쓴다.

 

6. 아헌(亞獻)

2번째 잔을 올리는 의식이다. 주부(제주의 아내)가 올리는 것이 관례이나 주부가 올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제주의 다음 가는 근친 남자가 초헌 때와 같은 순서에 따라 올리기도 한다. 이때 모사에는 술을 따르지 않는다. 주부를 포함한 여자는 4번 절한다.

 

7. 종헌(終獻)

3번째 술잔을 올리는 의식이다. 아헌자 다음 가는 근친자가 올리는 게 원칙이나 참가자 중 고인과의 정분을 고려하여 잔을 올리게 하기도 한다. 아헌 때와 같은 방법으로 한다. 잔은 7부쯤 부어서 올린다.

 

8. 첨작(添酌)

종헌이 끝나고 조금 있다가 제주가 고인의 신위 앞으로 나아가 꿇어 앉으면 집사는 술 주전자를 들어 신위 앞의 술잔에 세 번 첨작하여 술잔을 가득 채운다. 집안에 따라서는 집사로부터 새로운 술잔에 술을 조금 따르게 한 다음 집사는 다시 이것을 받아, 신위 앞의 술잔에 3번으로 나누어 첨작하는 경우도 있다.

 

9. 삽시정저(揷匙正箸)

메 그릇의 뚜껑을 열고 숟가락을 밥 위의 중앙에 꽂는 의식이다. 이때 수저 바닥(안쪽)이 동쪽으로 가게 한다. 젓가락은 시접 위에 손잡이가 왼쪽을 보게 놓는다. 제주는 2번, 주부는 4번 절한다.

 

10. 합문(闔門)

고인의 영혼이 식사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의식이다. 참사자가 모두 잠시 밖으로 나가고 문을 닫고 몇 분 동안 조용히 기다린다. 대청마루에 제상을 차렸으면 뜰 아래로 내려가 읍(揖,상견례 때 하는 절)한 자세로 잠시 기다린다. 혹은 제자리에 모두 엎드려서 있다가 일어선다. 요즘은 1분간 엎드려 있거나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11. 계문(啓門)

계문이란 문을 여는 것을 말한다. 축관(祝官)이 3번 헛기침을 한 후 방문을 열어 들어가면 참사자가 모두 뒤따라 들어간다. 이 절차도 축문처럼 생략하는 집안들이 많다.

 

12. 헌다(獻茶)

헌다란 차를 올린다는 뜻이다. 갱(국그릇)을 내리고 숭늉을 올려 숟가락으로 메를 3번 떠서 숭늉에 말고 수저를 숭늉 그릇에 놓는다. 이때 참사자 모두 읍한 자세로 잠시 동안 꿇어 앉아 있다가 제주의 기침소리를 따라 고개를 든다.

 

13. 철시복반(撤匙復飯)

숭늉그릇에 놓인 수저를 거두고 메 그릇의 뚜껑을 덮는 것을 말한다.

 

14. 사신(辭神)

고인의 영혼을 전송하는 절차로서 참사자가 신위 앞에 2번 절한 뒤 지방과 축문을 향로 위에서 불사른다. 지방은 축관이 모셔 내온다. 신주는 사당으로 모신다. 이로써 고인의 제사를 올리는 절차는 모두 끝난다.

 

15. 철상(撤床)

제상위의 모든 음식을 물리는데 뒤에서부터 차례대로 한다. 철상하면서 제수 음식을 조금씩 잘라서 밖에 묻어 두는 풍습도 있는 집안들도 꽤 있는데, 제사를 모신 고인이 그 위의 집안 선조들과 배우자의 선조들을 모시고 와서 같이 잡수시라고 바치는 것이다.

 

16. 음복(飮福)

참사자들이 한 자리에 앉아 손질한 제사 음식을 나누어 먹는데 이를 음복이라고 한다. 음복을 끝내기 전에는 제복을 벗거나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 유교의 영향이 강한 집안에서는 남녀 따로 식사하기도 한다.

 

 

 

사시제 四時祭

 

봄 제사를 사祠라 하고, 여름 제사를 약礿이라 하고, 가을 제사를 상嘗이라 하고, 겨울 제사를 증烝이라 한다. 자주하면 더러워지고 더러워지면 공경하지 않는다. 성글면 게으르고 게으르면 잊는다.

 

공양전

 

철을 따라 1년에 4번 드리는 제사로서, 매 중월(2월,5월,8월,11월) 상순(上旬)의 정일(丁日)이나 해일(亥日)을 가리어 지낸다. 보통 날짜는 전달 하순에 정한다. 제사 전 3일 동안 재계(齋戒)한다.

 

재계는 제사와 같이 성스러운 대상을 가까이할 때 부정한 기운으로 인해 탈이 생길 것을 두려워하여 불결한 것을 멀리하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정화의식이다. 재계에는 불결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멀리하는 소극적인 행위와 일상적인 것을 멈추고 제사에만 전념하는 적극적인 행동이 함께 있다.

 

제사 하루 전날에는 정침을 깨끗이 청소하고 신주 모실 자리를 마련한다. 방 한가운데에 향탁(香卓)을 놓고 그 위에 향로 향합 촛대를 놓는다. 주부는 제기를 갖추어 손질하고 제찬을 정결하게 마련한다.

 

밤새도록 촛불을 밝혀 두고 다음날(제삿날) 날이 밝으면 아침 일찍 일어나 제주 이하 모든 참사자는 제복을 입고 사당으로 나아가 분향한 뒤 신주를 정침으로 내 모신다. 제사를 지내는 순서는 참신, 강신이 끝나면 초헌, 아헌, 종헌에 이어 유식, 합문, 계문을 한 뒤 수주를 한다. 사신 하고 나서 납주(納主)하면 상을 물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제사의 종류

 

 

차례 茶禮

설날, 한식, 단오, 추석 네 명절에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중국에는 없는 조선 고유의 제사. 정제가 아니므로 시제보다 가볍게 지내는 것이 예가 되었다.

 

 

시조제 始祖祭, 선조제 先祖祭, 녜제 禰祭

 

시조제

동지에 시조에게 제사지낸다.

나머지는 시제의 의식과 같다.

선조제

입춘에 선조5에게 제사지낸다.

나머지는 시제의 의식과 같다.

녜제

계추에 어버이에게 제사지낸다.

나머지는 시제의 의식과 같다.

 

주자는 시조제와 선조제를 분수에 넘친다면서 폐하였으나 예외적으로 녜제만을 남겨두었는데, 조선 유학자들은 주자의 생일이 계추이므로 생일상을 겸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디스추측한다.

 

 

기제 忌祭

기일에 고인께 제사를 지낸다. 일반적인 제사의 의미가 이것이다.

 

 

묘제 墓祭

위의 제사들은 모두 집의 사당에서 지내고, 묘제는 한자 뜻 그대로 직접 조상들의 선산을 찾아가서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경상도에서는 '묘사'라고도 부른다. 집에서 지내는 제사랑 방식이 거의 비슷하지만, 야외에서 축문을 읽고 지낸다는 게 차이점이다.

 

1. 3월 상순에 날을 가린다.

2. 하루 전에 목욕을 한다.

3. 제수 음식을 갖춘다.

4. 낡이 밝으면 물 뿌리고 쓴다.

5. 자리를 펴고 음식을 진설한다.

6. 참신, 강신, 초헌

7. 아헌, 종헌

8. 사신, 철상

9. 그대로 후토에 제사 지내는데 자리를 깔고 제찬을 진설한다.

10. 강신, 참신, 삼헌

11. 사신하고 철상하고 물러난다.

 

 

 

절충안

 

보다시피 저걸 다 하면 1년 내내 제사가 있게 된다. 특히 사시제 넷과 차례 넷, 그리고 묘제 둘이 계절별로 겹쳐버리는바, 조선의 유학자들도 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다. 율곡은 한식과 추석에는 사당에서 FM대로 하고, 설날과 단오에는 묘에 가서 간소하게 제사지내는 절충안을 건의하고 꽤 많은 이들이 이를 따랐다.





차례와 기제사의 차이

 

음력 매달 초하룻날과 보름날, 명절날, 조상 생일 등에 간단히 지내는 제사를 차례라고 한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특별한 명절(설날, 추석)에 한해서 제사가 아니라 차례라고 부른다는 것. 즉, 차례는 제사에 포함되는 개념이며, 제사의 특별한 케이스가 차례이다. 그러니 설날이나 추석에 지나는 제사도 '제사'라고 불러도 무방하며 딱히 틀리거나 한 것은 아니다. 반대로 모든 제사를 차례라 부르진 않으며, 그렇게 부르는 것은 틀린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제사라고 하면 기제사를 가리키는데, 기제사란 죽은 사람의 기일에 그 사람만을 위해 지내는 제사를 의미한다. 기제사든 차례든 보통 제주 위로 돌아가신 4대 조상까지 지내는 건 마찬가지지만, 명절 등에 지내는 차례는 4대 조상까지 연달아 대접하는 제사를 의미하므로, 기제사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차례는 삼국사기 제사지의 내용이나 중국의 차가 전해지고 재배한 역사를 감안하면 명절 제례로 신라시대부터 지낸 것으로 추정되고, 이름 그대로 원래는 차를 올리는 다례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불교가 국교이던 삼국시대, 남북국시대, 고려시대와 차라는 부분을 고려하면, 세시풍습 + 계절제와 불교식 성향이 더해져서 탄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숭유억불 정책을 시행한 조선시대가 되면서 불교식 세시풍습을 그대로 둘 수가 없었기 때문에 세시 풍습도 유교식으로 변화해간다. 실제로 조선시대 예법의 기본 취급 받는 주자가례 중 참례와 천신례는 세시의 제사를 다루고 있는데, 이때 초일에는 술과 차를, 그리고 보름에는 차만을 올렸다. 그러나 술 대신 차를 올리는 것이 아무리 봐도 불교 냄새가 강하다는 생각도 있었고, 중국과 달리 조선에서 차는 엄청난 고급 사치품이었기 때문에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은 "아무래도 중국에서는 차를 올리지만, 조선은 술이죠"라면서 차례상에서 차를 빼고 술로 일원화했다.

 

이후 명절에 지내는 제사의 다른 이름이 된 것은 조선 후기 성리학적 성향이 강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음복

 

제사를 지낸 뒤에 제사에 쓰인 제주(祭酒)와 제물을 나눠서 먹는 것. 집안에 따라 제상에 올린 나물과 밥을 함께 비벼서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제물이 평소 먹던 음식보다 맛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음식이 식고 난 뒤에 먹기 때문이다. 특히 고기나 생선류는 한번 조리되고 나서 식으면 수조육류 특유의 냄새가 나고, 다시 데우면 오히려 냄새가 심해진다. 양념이 안 되다 보니, 양념이 들어갔을 때보다 냄새가 심하다. 음식에 간은 하지만 양념을 하지 않는 이유는, 양념의 매운 맛이나 향이 영혼을 쫓아낸다는 믿음 때문이다. 무당들도 귀신을 쫓아내는 의식을 행할 때 마늘이나 고춧가루를 사용한다. 물론 무당 이야기 나온 것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근거 따위는 전혀 없다. 실제로 강한 양념을 하지 않는 것은, 양념을 강하게 하는 것이 상스러운 것으로 취급받았기 때문이거나, 혹은 강한 양념 자체가 제사 풍습이 확립된 다음에 들어왔기 때문. 그 향신료로 귀신을 쫓을 수 있느냐 마느냐는 모든 종교의 바탕인 신과 귀신의 실존을 증명할 수 없는 이상 믿음의 문제니 넘어갈 일이다. 

 

거기다가 남아서 냉장고에 넣어 두면 냉장고의 냄새까지 밴다(...). 밀폐용기나 지퍼백에 넣어두는 것이 낫다. 과거 이런 용기나 생활방식이 없던 시절에는 대부분의 집이 비닐봉지에 대충 담아놓았고, 이렇게 보관하다 보니 누군가 먹다 버린 것 같은 느낌이나 음식에 상한 냄새가 난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팁을 적자면, 수제 냉동식품처럼 취급하면 된다. 이삼일 안에 먹을 것은 냉장실에 보관하고, 그 후에 먹을 것은 전을 한입거리로 잘라 비닐백에 골고루 소분해 넣어 꽁꽁 얼리면 된다. 집에서 만들었는데 양을 줄여도 전이 남아 골치라면, 손님이 돌아간 다음, 한 번에 소분 냉동해도 된다.

 

1) 바닥에 신문지를 넓게 깔고, 전바구니와 도마를 놓고, 도마 주변에 롤백 비닐봉지 10~30개를 주머니처럼 입을 벌여 놓는다.

2) 전바구니에서 전을 종류별로 적당한 갯수씩 주머니에 나눠 담는다. 큰 전이면 한입거리로 잘라 나눈다.

3) 롤백 한 봉지에 들어갈 분량은 한 번에 먹을 양. 되도록 프라이팬 하나로 데울 양을 넘지 않는다. 한 봉지에 전 여러 종류가 골고루 들어가도록 한다.

4) 김치냉장고에 꽁꽁 얼린다.

 

먹기 전날 냉장고 냉장실에서 해동한다. 이게 가장 좋다. 급하면 꺼내 전자레인지에 1차 해동하거나, 여유가 좀 있다면 프라이팬에 기름을 조금 두르고 데워 식사나 도시락 반찬으로 사용한다. 즉석냉동식품과 다를 게 없다. 나물류와 탕국은 가능한 재료를 섞어 육개장을 만드는 것도 방법.

 

그리고, 음복 때에는 제사에 쓰인 술인 제주를 제사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들이 한 잔씩 하는 경우가 많다. 제사용 주류는 곡물로 담근 맑은 양조주인 한국식 청주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으로, 축문의 맨 마지막 구절인 謹以淸酌庶羞恭伸奠獻尙饗17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사를 지내는 집안, 특히 봉제사접빈객을 의무로 삼는 양반가에서는 모두 청주를 담갔고, 이런 각 가문의 가양주들은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전통주가 되었다. 2023년 1월 현재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술 중에서는 예담, 화랑이 전통적, 혹은 전통에 가까운 방식으로 양조한 한국식 청주에 해당한다. 증류주인 소주는 잘 사용되지 않는데, 한국 전통 소주는 1~3회 단식증류로 도수가 40~60도 정도인 증류식 소주라서 술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면 마시기 힘들기 때문. 현대에 접어들면서는 예법을 엄격히 따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주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가정이 많고, 따라서 고인이 평소 즐기던 탁주나 희석식 소주를 사용하는 경우는 꽤 흔하게 않게 볼 수 있으며, 간혹 맥주나 화이트 와인18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조상 대대로 술을 마시지 않는 집안에서는 술 대신 사이다나 맹물을 올리기도 한다. 그래도 곡물로 빚은 맑은 양조주, 즉 청주를 사용하려는 경향은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제사용 주류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주정으로 양을 불린 일본식 청주인 백화수복이다.

 

한국의 "민짜"들이 공개적으로(…) 술맛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인데, 이런 데 엄격한 집안에서는 이럴 때도 아이들에게 술을 못 마시게 하지만, 어른들이 보는 앞에서 음주함으로써 주도를 배우는 기회로 활용하는 집안도 많다. 처음 술버릇이 평생의 술버릇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지대하다는 걸 고려하면, '순한 술'로 가문의 어르신들 앞에서 미성년 자녀가 적당히 긴장타면서 "주도"를 훈육하는 게 상당히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부분 당연히 민짜들끼리 모여서 그냥 마시거나 대학에 입학해서 몇살 차이나지 않는 선배들과 값싸고 에탄올만 많은 싸구려 술을 들이붓거나 하면서 술을 잘못 접하게 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명절에 차례나 성묘를 하고 제주로 음복을 하고는 음주운전을 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명절날 큰 묘지 주변에선 낮시간에도 음주단속을 하기도 한다. 아무리 소량이라도 술은 술인 만큼 운전할 사람은 제주를 마시지 말자. 단속 이전에 안전 문제다. 조상님들 제사 지내러 왔다가 오히려 다음 제사부터 조상님들과 다같이 제삿밥 먹을 수도 있다.

 

현대 이전에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에는 명절, 잔치와 함께 음식을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기회가 음복이기도 하였다. 아래 내용의 '헛제삿밥'의 기원으로 이를 꼽기도 한다.

 

영혼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의식이다 보니 어른들이 "남의 집 젯밥은 먹으면 안 된다."고 충고하는 경우가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남의 집 젯밥을 먹음은 곧 남의 집 귀신과 한솥밥을 먹은 셈이기 때문이다. 자기 조상도 아니고, 남의 조상 귀신과 한솥밥을 먹는다니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비슷한 이유로 무당들도 제사를 지낸 음식에는 귀신이 붙어 먹으면 부정을 탄다고 하여 일절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본토와 문화가 다른 제주도 토박이 가문들은 예외로 지인의 집 제사에 참석하거나 하는 경우도 허용된다.19 또한 음식이 몹시 귀하던 시절의 전후 세대, 기성세대들은 여간 가난한 게 아니다보니 귀신이 먹던 거라도 안 먹으면 당장 자기부터가 귀신이 될 판국이라 어린 시절 음복을 얻어먹기 위해 보자기를 들고 줄 서 있었다.

 

 

가문별, 지역별 특색

 

제주도에서는 제사를 식게라고 부른다. 균분상속의 전통이 남아있어 시집간 딸과 사위도 제사에 참석한다.20 자녀가 생기면 자녀도 동행하므로 외손자가 제사에 참석하는 게 유별난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친구를 제사에 초대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제주도 사람이 제사에 초대한다면 혈족만큼 친밀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된다.

제주도에서만 상에 올리는 음식들이 있다. 빵, 빙떡이 대표적이다. 갱도 생선국24으로 올린다(주로 생선 미역국). 제주도인 특성상 어적도 빠지지 않고 올린다. 적갈 재료는 주로 상어, 오징어, 옥돔이 대표적이다. 명절 때 차례상에 만두를 올리지 않는 것도 특징. 술 대신 음료를 쓰기도 하는데, 주로 과일주스가 사용되고 청량음료는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으나, 사용된다 하더라도 환타 등 과일이 들어간 청량음료가 사용된다.# 다만 이건 저 집안의 다소 특이한 사례로 보이고, 일반적으로는 청량음료 특성상 살아 있는 사람들의 건강에도 좋지 않은 걸 감히 조상에게 올리기에는 껄끄럽다는 인식 때문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경상도도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다른 지방에서 보기 힘든 돔배기(상어를 간고등어처럼 소금에 절여 직사각형 모양으로 만든 것)가 제사에 올라온다. 조기도 올린다. 제사 음식 중에서도 비중을 상당히 높게 치는 편. 집안에 따라서는 문어나 오징어를 데친 숙회를 올린다. 어떤 집은 고등어도 올리기도 한다. 통닭과 수육(주로 삼겹살을 올린다. 동파육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간장 양념도 해서 올리기도 한다.)도 올리는 곳도 있다.

서울과 경기도는 빈대떡, 통북어를 올린다.

안동에는 헛제삿밥이라는 음식이 있다. 안동의 제삿밥이 맛있기로 유명하자 그곳에 부임한 미식가 관리가 이를 원하였는데, 아랫 사람이 실제 제사에 쓰인 음식은 아니고 같은 재료로 똑같이 만들어 대접하자 관리가 이를 먹고서는 "향이 나지 않으니 진짜 젯밥이 아니구나(헛제삿밥)"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 헛제삿밥에도 돔배기 조각이 들어가기도 한다.

신숙주의 본관인 고령 신씨의 일부 집안에서는 제사상에 숙주나물을 올리지 않는다.

일반적인 제수와 달리 종묘제례나 사직제례에 쓰이는 제수에는 익히지 않은 날것과 양념하지 않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 종종 산신제나 일부 종중에서도 볼 수 있는데, 산신제에서 이렇게 올리는 것은 유교의 영향이다. 산신제에는 고기를 잘 쓰지 않으나, 이는 현재 대부분의 산신각이 절 안에 있는 것도 있고, 남자 산신에게만 고기를 올리는 곳도 있다. 강원도 영월군의 태백산 산신제에서는 쇠고기를 쓰는데, 이는 영월 청령포에서 세조에게 사사당한 단종을 태백산 신으로 존대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조선 후기 이후 제사의 주체는 일반적으로 남자, 특히 장남이 지내는 것으로 인식되나, 현대에는 평등 의식으로 인해 형제들이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지내거나 함께 제사를 지내는 경우도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이발의 가문인 광산 이씨 문중에서는 칼로 고기나 무를 썰 때 '정철정철정철…'이라고 외운다고 한다. 이발의 가문은 정여립의 난 때 정철의 주도로 철저하게 숙청당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정철에 대한 원한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율곡 이이의 제사상엔 소고기가 올라가지 않는다. 이이가 생전에 "소를 사람들이 부려먹으니 소고기를 먹을 수 없다"는 견해를 지녔기 때문이다.

명재 윤증의 직계인 파평 윤씨 노종파 종가의 제사상은 엄청나게 검소한데26, 이는 "제사상에 손이 많이 가는 전과류나 기름이 들어가는 전을 올리지 말라."는 유훈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남부 해안 지방에는 명절 차례를 당일날 아침에 지내지 않고, 이전인 전날 저녁이나 밤(자정 직후)에 지내는 곳이 있다.

경상남도 서부 내륙 지방에서는 소고기 산적 대신 돼지 수육을 쓰며, 닭고기 산적 대신 삶은 달걀이 쓰이기도 한다.

 

 

금기 음식

 

유교의 가르침에는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는데 귀신 운운하는 내용이니 근거가 없는 이야기로, 민간이나 도교에서 내려오는 풍습이 와전돼서 터부화 된 것이다. 최근에는 그냥 조상이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 위주로 제사상을 꾸리는 게 대세이다.

복숭아 - 귀신을 쫓아낼 때 사용하는 과일이기 때문에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복숭아 나무로 만든 목검이나 제기로 귀신을 쫓는 중국 무속으로부터 유례된 풍습일 것 같지만, 사실 그런 건 아니고 중국에서 복숭아는 장수의 상징이기도 한데, 이미 죽은 사람에게 장수의 과일을 올리는 건 고인을 욕보이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 다만 현대 중국에서는 완전 금기 수준까지는 아닌지 생전에 복숭아를 좋아했던 고인의 제사에는 가끔 올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춧가루, 마늘 등의 양념/향신료 - 고춧가루, 마늘의 냄새가 귀신을 쫓는다고 하여 제사 음식에는 간만 해두지 양념을 하지 않으며, 소금조차 넣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밥상에 자주 보이는 배추김치가 제사상에 올라가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다만 오늘날에는 치면 눈에 확 띠는 고춧가루는 사용하지 않지만 실고추는 사용하는 집도 있고, 후추, 생강, 마늘처럼 색이 없는 것은 얼마든지 쓰는 집이 많다. 요즘은 또 케바케라서 고춧가루 잔뜩 풀어넣은 찌개를 올리는 집안도 있다.

팥이 들어간 음식들 - 귀신을 쫓아내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치' 자가 들어간 음식들 - '痴(어리석을 치)', '恥(부끄러울 치)' 와 같은 음이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치 자가 들어간 생선을 올리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이 생선들은 격이 떨어지고 고인과 휘하 선조들을 욕되게 하는 인식 때문에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용어

 

제사 음식을 쉽게 차리기 위한 다양한 단어들이 존재하지만 주자가례, 국조오례의 등과 같은 유교 서적에는 나오지 않는 근거 없는 단어들이고, 1980~1990년대 언론들이 몇몇 가문들의 상차림을 인용하여 상은 이런 식으로 차려야 한다며 만들어 전파된 단어들이며, 그냥 차리고 싶은대로 차려도 유교 예법에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제사 지내는 집안의 어른들은 이 단어들에 익숙해져서 이 형식을 지키지 않으면 혼을 내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그래도 전형적인 상차림에 없는 메뉴가 점점 늘어나면서, 눈에 확 띄는 몇 가지만 괜찮으면 아무래도 좋다 정도가 되어가고 있다.

 

동쪽이니 서쪽이니 하는 말이 있지만 신위를 북쪽으로 치고 하기에 동쪽은 신위를 마주보고 오른쪽을, 서쪽은 왼쪽을 말한다.

어동육서(魚東肉西): 물고기는 동쪽에 고기는 서쪽에 놓는다.

두동미서(頭東尾西): 물고기의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으로 가게 놓는다. 즉 생선의 배가 신위를 바라보게 놓는다. 망자 쪽에서 생각해 보면 이쪽이 먹기 편하기 때문.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그런데 과일이 꼭 붉고 흰 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과일줄에 약과나 산자 등 다른 디저트류도 올라가기 때문에 애매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보통 진한 색은 동쪽, 옅은 색은 서쪽에 둔다.

조율이시(棗栗梨枾):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 순서로 놓는다. 다만 대추, 밤, 감, 배 순으로 놓는 조율시이(棗栗枾梨)도 혼용되고 있으며 이는 집안마다 다르다. 고로 남의 제사상에 감놔라 대추놔라 하지 말자. 홍동백서를 쓰는 집안에서는 조율이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에 말했듯 제사 예법이라는 게 집집마다 다 달라서 함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조율이시를 쓰고 나머지를 홍동백서로 쓸 수도 있고. 제일 동쪽에 대추와 밤을 놓고 홍동백서를 따른 후 마지막에 배와 감을 놓을 수도 있다.

좌포우혜(左脯右醯): 포는 왼쪽에 식혜는 오른쪽에 놓는다.

반서갱동(飯西羹東): 반(밥)은 서쪽에, 갱(국)은 동쪽에 차린다.

생동숙서(生東熟西): 날것은 동쪽에, 익힌 것은 서쪽에 차린다.

건좌습우(乾左濕右): 건한 음식은 왼쪽에 습한 음식은 오른쪽에 놓는다.

적전중앙(炙奠中央): 적과 전은 중앙에 위치한다.

접동잔서(接東盞西): 접시는 동쪽에 잔은 서쪽에 놓는다.

남좌여우(男左女右): 남자는 제사상의 왼쪽에서 여자는 오른쪽에서 절을 한다.28 손을 가지런히 할 때 어느 손이 올라와 하느냐는 말이나, 잔을 돌릴때 어느 방향으로 회전시켜야 하느냐는 말만큼이나, 남녀의 절하는 자세와 자리 구별은 의미없어지고 있다.

 

제사상을 놓는 법을 쉽게 기억하려면, 신주를 중심으로 첫 열에 밥, 2번째에 메인요리 (적), 3번째 열에 탕, 4번째 열에 반찬, 마지막 열에 디저트라고 생각하면 쉽다. 우리가 평소 밥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제사 지내는 쪽에서는 이걸 거꾸로 보니 (첫열에 디저트) 외우기가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사상 놓는 법이 아니다. 고인이 좋아하던 것으로 차릴 수도 있고 후손들, 특히 어린이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어린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려도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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