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고전문학

주몽 신화, 일연

Jobs 9 2020. 4. 9. 21:12
반응형

고구려(高句麗)는 곧 졸본 부여(卒本扶餘)다. 혹 지금의 화주(和州)니 성주(成州)니 하는 것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졸본주는 요동(遼東)의 경계에 있다. 국사 고려 본기(本記)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시조 동명왕(東明王)은 성(姓)은 고씨(高氏)요, 이름은 주몽(朱蒙)이다. 이 보다 앞서, 북부여 왕 해부루(解夫婁)가 동부여로 피해 가고, 부루가 죽자 금와(金蛙)가 왕위를 이었다.

 그 때 한 여자를 태백산(太白山) 남쪽 우발수(優渤水)에서 만나 물으니,

 "나는 하백(河伯)의 딸로 이름은 유화(柳花)입니다. 동생들과 놀러 나왔다가 하느님의 아들인 해모수(解慕漱)를 만나 웅신산(熊神山) 밑 압록(鴨祿)가에서 같이 살았는데, 그는 가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부모가 중매 없이 남을 따라간 것을 책망하여 여기에 귀양 보낸 것입니다."

라고 하였다.

 금와(金蛙)가 이상히 여겨 유화를 집에 두었더니, 햇빛이 비쳐 몸을 피해도 좇아가며 비추었다. 이로 해서 잉태하여 알 하나를 낳았는데, 크기가 다섯 되 들이나 되었다. 왕이 버려서 개, 돼지에게 주어도 먹지 않으며, 길에 버리면 소나 말이 피해 가고, 들에 버리면 새와 짐승이 덮어 주었다. 왕이 깨뜨리려 해도 깨어지지 않으니 도로 어미에게 주었다. 어미가 알을 싸서 따뜻한 곳에 두니, 한 아이가 껍질을 깨고 나왔다. 기골이 영특하고 기이하여 7세에 벌써 보통 사람과 다르게 뛰어났다. 스스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쏘면 백발백중(百發百中)하였다. 속담에 활을 잘 쏘는 사람을 '주몽'이라 하기 때문에, 그 이름을 주몽이라 하였다.

 금와에게 아들 일곱이 있었는데, 주몽과 같이 놀면 그 재주가 늘 따라가지 못하였다. 맏아들 대소(帶素)가 왕에 말하되,

 "주몽은 사람의 소생이 아니니, 만약 일찍 없애지 않으면 후환이 있을까 두렵사옵니다."

라고 했다. 그러나 왕은 듣지 않고 말을 기르도록 하였다. 주몽은 좋은 말을 알아보아 조금씩 먹여 여위게 하고 나쁜 말은 잘 먹여 살찌게 했다. 왕은 살찐 것을 타고 여윈 것은 주몽에게 주었다. 주몽의 어미가 왕의 다른 아들들이 여러 장수와 함께 주몽을 장차 해치려 함을 알고,

"이 나라 사람들이 너를 해치려 하니, 너의 재주와 지략으로 어디로 간들 안 되겠느냐? 속히 일을 꾸며라."

라고 하였다.

 이에 주몽이 오이(烏伊)등 세 사람의 벗과 엄수(淹水)에 이르러 고하되,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요, 하백(河伯)의 손자다. 오늘 도망하고 있는데 뒤쫓는 자가 따라오니 어찌하리오?"

하니, 고기와 자라들이 다리를 놓아 주었다. 주몽이 건너자 다리는 사라지고 쫓아오는 군사들은 건너지 못하였다.

 졸본주에 이르러 도읍하였으나 미처 궁실을 짓지 못하여 비류수(沸流水) 가에 초막을 짓고 국호(國號)를 고구려(高句麗)라 하였다. 고씨(高氏)로 성을 삼았으니, 그 때 나이 12세였다.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의 신이한 탄생과 고구려의 건국 과정을 보여 주는 신화로, 후대 영웅 소설의 서사 구조에 영향을 끼쳤다.

* 갈래 : 건국 신화
* 성격 : 신화적, 서사적, 영웅적
* 제재 : 주몽의 탄생과 고구려의 건국 경위
* 주제 : 주몽의 일생과 고구려의 건국
* 특징 
① 난생(卵生) 화소와 천손 하강형(天孫下降型), 천부 지모형(天父地母型) 화소가 결합됨. 
② ‘탄생 - 기아 - 구출 - 시련 - 극복’ 의 영웅의 일대기 구조로 이루어짐.
* 의의 : 영웅 서사 문학의 기본적인 틀을 잘 갖추고 있어 후대 문학에 영향을 줌.
* 출전 : “삼국유사(三國遺事)”

 

어휘 풀이

* 시조(始祖) : 한 나라의 맨 처음이 되는 조상.
* 태기(胎氣) : 아이를 밴 기미.
* 되 : 곡식이나 액체 따위의 분량을 헤아리는 단위. ‘말’의 10분의 1.
* 범인(凡人) : 평범한 사람.
* 기병(騎兵) : 말을 타고 전투를 하는 군사.
* 궁실(宮室) : 궁전 안에 있는 방. 여기서는 궁을 의미함.
* 본성(本姓) : 성(姓)을 고치기 전에 본디 가졌던 성.

 

이해와 감상

‘주몽 신화’는 고구려의 건국 신화로, 고주몽의 혈통과 신이한 탄생 과정, 시련과 영웅적 투쟁을 통한 건국 경위를 이야기하고 있어 영웅 일대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신화는 창작하고 향유한 집단의 문화를 반영하는데, 이 신화에서도 당대인의 여러 가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천신(천제)과 수신(하백)에 대한 신성의식은 우리 민족이 고대부터 천신과 수신을 숭배했음을 보여 주고, 주몽이 활쏘기에 능했다는 점에서는 당시가 유목 사회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유화가 햇빛을 받고 잉태한 점에서 당대인들이 태양을 숭배하는 사상을 지녔음을 추측할 수 있다.
한편 대부분의 건국 신화에는 시조들이 건국 시 큰 시련을 겪지 않고 인물 간의 갈등도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는 데 비해, 이 신화에는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하기까지 여러 차례 시련을 겪고, 금와왕의 아들들과의 갈등도 뚜렷하게 드러나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작품 연구

'주몽 신화'의 영웅 일대기 구조

'알'에서 태어난 '주몽'의 신화적 상징성

방에 갇힌 유화의 몸을 햇빛이 쫓아가 마침내 잉태하여 알을 낳는데, 이는 주몽이 태양의 정기와 하늘의 기운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알'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이면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전제하므로 '알' 의 잉태는 새로운 세계를 잉태할 수 있는 존재임을 상징한다. 즉, 주몽이 알을 깨고 나온 것은 현실적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가 건설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한편 새나 짐승이 알을 보호하는 것은 주몽이 매우 신성한 존재임을 보여 준다.

물고기와 자라가 다리를 만들어 주는 것의 의미는?

물고기와 자라가 돕는 일은 일상적인 현상이 아닌 신의 도움을 의미한다. 이것은 신의 자손인 주몽이 신의 도움을 받고 있음을 의미하며, 주몽이 신성한 존재임을 부각하여 이야기에 신성성을 부여한다.

 

‘주몽’의 고귀한 혈통 - 고구려의 자부심

주몽의 아버지 해모수는 천신(태양신)의 아들이고 어머니 유화는 수신인 하백의 딸이므로, 주몽은 천신과 수신의 결합이라는 태생적 의의를 지닌다. 주몽이 이러한 두 혈통을 물려받았다는 것은 곧 주몽에 의해 천신을 믿는 집단과 수신을 믿는 집단이 결합되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고귀하고 신성한 혈통은 후대의 고구려인들에게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게 했을 것이다. 또한 주몽이 활쏘기와 말타기에 능했다는 것과, ‘물’이 농사를 지을 때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몽이 유목 민족과 농경 민족을 모두 아우르는 지도자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주몽 신화’와 ‘단군 신화’의 공통점과 차이점

 

함께 읽어보기

이규보, '동명왕편(東明王篇)'/주몽의 영웅적 일대기를 볼 수 있는 작품

동명왕(주몽)을 영웅으로 내세워 민족에 대한 강한 자긍심을 구현한 작품으로, '주몽 신화'와 제재와 창작 의도 면에서 유사하다.

 

 

 

잡스9급 PDF 교재

✽ 책 구매 없이 PDF 제공 가능
✽ adipoman@gmail.com 문의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