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고전문학

서포만필(西浦漫筆), 김만중(金萬重)

Jobs 9 2021. 4. 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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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김만중(金萬重)

 

 송강(松江)의 관동별곡(關東別曲), 전후사미인가(前後思美人歌)는 우리나라의 이소(離騷)이나, 그것은 문자(文字)로써는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오직 악인(樂人)들이 구전(口傳)하여 서로 이어받아 전해지고 혹은 한글로 써서 전해질뿐이다. 어떤 사람이 칠언시로써 관동별곡을 번역하였지만, 아름답게 될 수가 없었다. 혹은 택당(澤堂)이 소시(少時)에 지은 작품이라고 하지만, 옳지 않다.

 구마라습(鳩摩羅什)이 말하기를, “천축인(天竺人)의 풍속은 가장 문채(文彩)를 숭상하여 그들의 찬불사(讚佛詞)는 극히 아름답다. 이제 이를 중국어로 번역하면 단지 그 뜻만 알 수 있지, 그 말씨는 알 수 없다.” 하였다. 이치가 정녕 그럴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입으로 표현된 것이 말이요, 말의 가락이 있는 것이 시가문부(詩歌文賦)이다. 사방의 말이 비록 같지는 않더라도 진실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각각 그 말에 따라서 가락을 맞춘다면, 다같이 천지를 감동시키고 귀신을 통할 수가 있는 것은 유독 중국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시문은 자기 말을 버려 두고 다른 나라 말을 배워서 표현한 것이니, 설사 아주 비슷하다 하더라도 이는 단지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이다. 여염집 골목길에서 나무꾼이나 물긷는 아낙네들이 에야디야 하며 서로 주고받는 노래가 비록 저속하다 하여도 그 진가(眞假)를 따진다면, 정녕 학사(學士) 대부(大夫)들의 이른바 시부(詩賦)라고 하는 것과 같은 입장에서 논할 수는 없다.


 하물며 이 삼별곡(三別曲)은 천기(天機)의 자발(自發)함이 있고, 이속(夷俗)의 비리(鄙俚)함도 없으니, 자고로 좌해(左海)의 진문장(眞文章)은 이 세 편뿐이다. 그러나 세 편을 가지고 논한다면, 후미인곡이 가장 높고 관동별곡과 전미인곡은 그래도 한자어를 빌려서 수식을 했다.

<서포만필(西浦漫筆)>

 

핵심정리
* 갈래: 교술 장르(대상을 객관적으로 묘사, 설명하여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르), 수필, 문학 비평
* 성격: 작품 비평(실제 비평)
* 표현: 비유법, 인용법
    - 인도의 불교 시가가 한문으로 번역되었으나 표현의 묘미를 얻지 못했다는 예화를 인용함
    - 앵무새의 말 흉내를 비유로 사용하여, 우리말의 사용을 주장함
* 주제: 진정한 국문 문학의 제고(提高)
 
해설 1
 조선 숙종 때의 문신이었던 김만중이 송강 정철의 가사 작품을 극찬한 비평문이다. 송강 가사에 대한 비평과 함께 국문 문학론의 당위성을 주장한 글로 조선조 비평 문학의 전형이 된 작품이다. 또한 이 글은 <서포만필> 중에서도 김만중의 문학관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 김만중은 문학을 장단과 가락을 가진 것이라 정의하였다. 문학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로 ‘말'을 거론한 것은, 문학이 철학적인 ‘뜻'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그 나라의 ‘말'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밝힌 것은 선구적이다. 이는 ‘뜻'으로만 한정된 한문학의 독점적 의의를 부정하고 국어로 표현된 문학이 참 문학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의 주장은 국어 문학의 가치를 긍정하는 획기적인 주장이었다. 즉, 언어는 나름대로의 색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잘 살려 써야 좋은 시가 될 수 있다는 견해이며, 송강의 가사를 높이 평가한 것은 당연한 귀결문이다. 국문학에서 국어의 중요성을 주체적으로 인식한 점은 문학사적으로 높이 평가될 만 하다.

 서포 김만중은 우리 문학사에서 국문으로 쓴 작품의 의의를 처음으로 높이 평가한 사람이다. 한문학만이 문학으로 인정되던 당시의 지배적인 견해를 물리치고 한글 문학의 가치를 드높임으로써 서양에서 지방어(민족어) 문학을 주장하고 ‘신곡(神曲)’을 지음으로써 근대 문학의 첫 장을 연 것으로 평가되는 단테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김만중의 주장이 압축되어 표현된 대표적 시화(詩話)이다.

 조선조의 평론 문학은 대체로 ‘시화류'의 문집에 섞여 있었고, 수필과 비평의 구분이 분명치 않은 것이 보통이다. 서포를 중심으로 하여 허균, 홍대용, 박지원, 홍만종 등이 이와 같은 예에 속하며 모두 탁월한 문학관과 비평을 남겼다. 
  
 여기에 소개된 부분은 서포의 문학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으로, 국어로 표현된 문학이 참문학이라는 국문 문학론을 펴서 국어 존중론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국문 문학론은 국문학사상 국어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뛰어난 평론 문학관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송강의 가사인 ‘관동별곡'과 ‘전후 사미인곡'을 평한 부분이다. 송강의 가사를 한 마디로 '우리 나라의 이소(離騷)'라 하여 우리나라 시가의 최고라 했으며, 거듭 ‘좌해 진문장'이라 하여 우리나라 참 문장은 위에 열거한 세 편의 시가라 했다. 또한 그 중에서도 순수 국어로 표현된 후미인곡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했다. 서포는 송강의 가사를 평하면서, 시화의 전통에 따라 시어의 희롱에 그치지 않고, 나라말의 묘미를 살린 것이면 어느 나라 시라도 귀신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태도를 확실히 했다. 곧 언어는 제각기의 색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잘 살려야만 좋은 시가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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