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고전문학

상대별곡(霜臺別曲), 경기체가, 악장, 권근

Jobs 9 2022. 1. 2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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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별곡(霜臺別曲)

권근

제1장
華山南(화산남) 漢水北(한수북) 千年勝地(천년승지) 廣通橋(광통교) 雲鍾街(운종가) 건너 드러
落落長松(낙낙장송) 亭亭古栢(정정고백) 秋霜烏府(추상오부)
위 萬古淸風(만고청풍)ㅅ 景(경)긔 엇더하니잇고.
葉(엽) 英雄豪傑(영웅호걸) 一時人才(일시인재) 英雄豪傑(영웅호걸) 一時人才(일시인재) 
위 날조차 몃 분니잇고.

* 華山南(화산남) : 화산의 남쪽. ‘화산’은 삼각산(북한산)을 말함
* 漢水北(한수북) : 한강의 북쪽
* 勝地(승지) : 경치가 아름다운 곳
* 廣通橋(광통교) : 다리의 이름
* 雲鐘街(운종가) : 지금 서울의 종로 부근
* 落落長松(낙락장송) : 가지가 축축 늘어진 큰 소나무
* 亭亭古栢(정정고백) : 우뚝 솟은 오래된 잣나무
* 秋霜烏府(추상오부) : 추상같은 사헌부
* 一時人材(일시인재) : 한 시대의 뛰어난 인물

▶ 북한산의 남쪽, 한강의 북쪽, 옛날부터 이름난 경치 좋은 땅, 광교, 종로 건너 들어가
휘휘 늘어진 소나무, 우뚝 솟은 잣나무(사직의 원로 대신), 위엄 있는 사헌부
청렴한 모습 그것이 어떠합니까?
영웅 호걸 당대의 인재들 영웅 호걸 당대의 인재들
나를 위시하여 몇 사람입니까?


제2장
雞旣鳴(계기명) 天欲曉(천욕효) 紫陌長堤(자맥장제)
大司憲(대사헌) 老執義(노집의) 臺長御使(대장어사)
駕鶴驂鸞(가학참난) 前呵後擁(전가후옹) 辟除左右(벽제좌우)
위 霜臺ㅅ景(상대경) 긔 엇더ᄒᆞ니잇고
싁싁ᄒᆞᆫ뎌 風憲所司(풍헌소사) 싁싁ᄒᆞᆫ뎌 風憲所司(풍헌소사)
위 振起頹綱ㅅ景(진기퇴강경) 긔 엇더ᄒᆞ니잇고

* 大司憲(대사헌) : 사헌부의 우두머리
* 執義(집의) : 사헌부의 종3품 벼슬
* 臺長(대장) : 사헌부의 ‘장령’과 ‘지평’의 별칭
* 駕鶴驂鸞(가학참란) : 아름다운 가마
* 前呵後擁(전가후옹) : 앞에서는 벽제(辟除)하고 뒤에서는 옹위함
* 辟除(벽제) : 높은 관원이 행차할 때 구종 별배(驅從別陪)가 잡인의 통행을 막아 길을 치우던 일. 
* 上臺(상대)ㅅ 景(경) : 사헌부로 등청하는 광경
* 싁싁ᄒᆞᆫ뎌 : 씩씩하도다. 엄숙하도다
* 風憲所司(풍헌소사) : 사헌부의 관리
* 振起頹綱(진기퇴강) : 허물어진 기강을 떨쳐 일으킴

▶ 닭은 몇홰 울어 새벽이 오자, 하늘은 훤히 밝아 날이 새는데, 서울의 길게 쭉쭉 뻗은 길로,
司憲府 으뜸인 大司憲과 늙은 執義 그리고 掌令 持平들이,
아름다운 학무늬가마와 난새무늬수레를 타고 上臺하는데, 앞에서는 잡인의 접근을 막으며 고함치고, 뒤에서는 擁衛하며 좌우의 잡인을 물리치매,
아! 사헌부 관원들이 등청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그 모습도 엄숙하구려, 사헌부의 모든 관원들이여
아! 퇴폐한 기강을 다시 떨쳐 일으키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제3장
各房拜(각방배) 禮畢後(예필후) 大廳齊坐(대청제좌)
正其道(정기도) 明其義(명기의) 參酌古今(참작고금)
時政得失(시정득실) 民間利害(민간이해) 救弊條條(구폐조조)
위 狀上ㅅ景(장상경) 긔 엇더ᄒᆞ니잇고
君明臣直(군명신직) 大平盛代(대평성대) 君明臣直(군명신직) 大平盛代(대평성대)
위 從諫如流ㅅ景(종간여류경) 긔 엇더ᄒᆞ니잇고

* 正其道(정기도) : 도를 바로 잡음
* 狀上(장상) : 서장으로 올림
* 君明臣直(군명신직) : 임금은 현명하고 신하는 곧음
* 從諫如流(종간여류) : 임금이 신하의 간함을 듣는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움

▶ 각방에 소속된 관원들이 대사헌에게 재배하는 예가 끝난 뒤, 대청에 관원들이 齊坐하면,
인간의 상도를 바루고 의를 밝혀, 고금 사례들을 이리저리 비추어보아 알맞게 헤아리매,
그때그때 정사의 득실과 백성들의 이해에 관한 폐해를 조목조목 구제해 주느니,
아, 문서로 올리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임금은 밝게 다스리고 신하는 직언만 일삼느니, 대평하고 성대한 치세에,
아! 신하들이 간하는 말을 임금께서 좇음이 물흐르듯 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제4장
圓議後(원의후) 公事畢(공사필) 房主有司(방주유사)
脫衣冠(탈의관) 呼先生(호선생) 섯거 안자
烹龍炮鳳(팽룡포봉) 黃金醴酒(황금예주) 滿鏤臺盞(만루대잔)
위 勸上ㅅ景(권상경) 긔 엇더ᄒᆞ니잇고 
즐거온뎌 先生監察(선생감찰) 즐거온뎌 先生監察(선생감찰)
위 醉(취)혽ㅅ景(경) 긔 엇더ᄒᆞ니잇고

* 圓議後(원의후) : 회의가 끝난 후
* 公事畢(공사필) : 공무를 마침
* 有司(유사) : 어떤 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
* 烹龍炮鳳(팽용포봉) : 삶은 용과 구운 봉. 진귀한 음식
* 黃金醴酒(황금예주) : 잔에 가득 부음
* 勸上(권상) : 권해 올림
* 監察(감찰) : 관료들을 규찰하고 기강을 확립하는 일을 맡은 사헌부의 관리
* 醉(취)혼ㅅ 景(경) : 술에 취한 광경

▶ 圓議席을 편 뒤, 공무를 마친 방주감찰과 유사들이,
의관을 벗고 ‘선생’이라 부르면서 한자리에 섞여 앉으니,
용을 삶고 봉을 구은 것처럼 진귀한 요리에다, 황금빛 도는 청주와 단술들을 여러 무늬를 아로새긴 쇠붙이술잔에다 가득 부어,
아! 권하여 올리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즐겁구려, 선임이신 감찰이여,
아! 취한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제5장
楚澤醒吟(초택성음)이아 녀는 됴ᄒᆞ녀
鹿門長往(녹문장왕)이아 너는 됴ᄒᆞ녀
明良相遇(명량상우) 河淸盛代(하청성대)예
驄馬會集(총마회집)이아 난 됴ᄒᆞ이다

* 楚澤醒吟(초택성음) : 초나라의 굴원이 ‘뭇 사람들이 제 정신을 못 차리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다’고 말한 일을 말함
* 녀는 됴ᄒᆞ녀 : 그대는 좋은가
* 鹿門長往(녹문장왕) : 당나라 시인 맹호연이 절의를 지켜 녹문산에 들어가 은거했던 일
* 明良相遇(명량상우) : 현명한 임금과 충성스러운 신하가 서로 만남
* 河淸盛代(하청성대) : 태평성대
* 驄馬會集(총마회집) : 뛰어난 인재가 모인 곳

▶ 屈原이 초나라 懷王때 충직한 신하로 瀟湘水가로 귀양가서, “온 세상이 다 흐려 있으나, 나 홀로 맑았다네. 뭇사람들이 다 취하여 있으나, 나 홀로 깨어 있었네”라 읊은, 굴원처럼 충신으로 일관되게 충절을 지키는 신하가 되는 것이, 너는 좋은가?
아니면 漢末 龐德公이 鹿門山에 약초를 개러 들어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은 것처럼, 벼슬길을 아예 단념하고 속세를 숨어사는 은사가 되는 것이, 너는 좋은가?
현명한 임금과 충량한 신하들이 새세상에 서로 만난 것은, 황하물이 천년만에 한번 맑아지면 성군이 나타나듯, 대평성대가 도래한 이 때에,
청총마를 타고 오는 훌륭한 벼슬아치들의 모임이야말로, 난 좋습니다.


핵심정리
* 작자: 권근 (1352~1409)
* 연대: 세종 때
* 갈래: 악장(경기체가)
* 구성: 전 5장의 분절체
* 제재: 사헌부(오부, 상대)
* 주제: 사헌부의 위엄 칭송과 조선 건국의 예찬
* 출전: 악장가사

해설
 조선 초기 때의 문신인 권근이 지은 가요. 경기체가(景幾體歌)형식으로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로 궁중에서 연악(宴樂)으로 쓰이던 송도가(頌禱歌)로서 악장 문학에 속한다. <악장가사>에 수록되어 있다. 제목에 보이는 상대(霜臺)는 사헌부를 가리키는 것으로 작자가 1399년(정종 1년)에 대사헌을 맡았으니, 그 뒤의 어느 시기에 사헌부에서 하는 일을 칭송한 이 노래를 지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장체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1장부터 4장까지는 경기체가의 정격(正格)형식을 정연히 지켰으나 끝의 5장은 형식을 상당히 벗어나 변격(變格)으로 되어 있다. 

 사헌부는 새 왕조의 기강을 바로잡는 기관이다. 서릿발 같은 기세로 새 왕조에 반대하는 세력을 규찰하고 엄격한 질서를 수립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았으니, 거기서 일하는 관원은 위의(威儀)가 대단하고 자부심도 남다르다는 관점에서 그러한 취지를 펴고자 이 작품을 지었다고 본다. 작품의 내용을 보면 1장은 새 왕조의 도읍터가 천년승지임을 말하고, 이어서 서울의 거리와 서헌부의 엄숙한 기풍 및 관원들의 기상과 자기 과시를 노래했다. 2장은 사헌부 관원들의 등청하는 광경에서 씩씩하고 믿음직한 자태를 묘사하였으며, 3장은 임금의 현명함과 신하의 충직한 모습을 그리면서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4장은 관원들이 일을 끝내고 술잔치에서 즐기는 장면을 노래하였으며, 5장은 어진 임금과 충성스런 신하들이 어우러진 태평성대에 훌륭한 인재들의 모임이 더욱 좋다는 것을 노래하였다. 이처럼 사헌부에서 하는 일을 하나씩 서술하면서 자부심이 공연한 것이 아님을 제시하였다. 5장은 이러한 감격을 총괄하느라고 경기체가의 특유한 형식에서 이탈한 것이다. 격정적인 감정의 표출은 형식읠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충동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장르상으로 볼 때는 경기체가에 귀속되며, 형성기의 경기체가로서 장르양식을 굳혀가는 과도기적 모습을 보이는 작품으로 주목된다. 또 경기체가 최초의 작품인 한림별곡의 표현양식을 적극 수용한 점에서 두 작품 사이의 맥락을 짚어볼 수 있다. 이 노래는 ‘군명신직지사(君明臣直之詞)’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면서 성종대의 연향에서 가창되었고(성종실록 권200), 사헌부의 소미연(燒尾宴: 선비의 자제가 처음으로 진사에 합격한 때 행하는 잔치)에서나(증보문헌비고 권107), 사헌부 관원들의 주연에서도 노래 불리었다는 기록(용재총화)이 남아 있다.  (국어국문학자료사전, 한국사전연구사)

이 작품은 전 5 장의 분절체 형식으로 구성된 경기체가 형식의 악장이다.  상대(霜臺)란 사헌부의 별칭이다. 상대에서의 생활을 통하여 새 국가 문물 제도의 훌륭함과 정연(整然)함을 칭송함으로써 창업의 위대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 노래는 한자어를 나열한 것과 3.3.4조의 운율, 후렴구가 경기체가의 형식이며, 전절과 후절로 나뉜 것도 경기체가와 같다.

 총 5장 중, 제 5장은 앞의 장과는 달리 파격적인 형태인데, 자연 속에 묻혀 사는 것보다 관도의 즐거움이 더 낫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새 왕조의 확립에 이바지한 자신의 긍지를 은근히 드러내고 있는 관변문학이다.

 

 權 近(1352~1409)
 고려 말․조선 초의 문신․학자. 본관 안동. 자 가원(可遠)․사숙(思叔). 호 양촌(陽村). 시호 문충(文忠). 초명 진(晋). 1367년(공민왕 16) 성균시(成均試)를 거쳐 이듬해 문과에 급제, 춘추관 검열이 되고, 우왕(禑王) 때 예문관응교(藝文館應敎)․좌사의대부(左司議大夫)를 거쳐, 성균관 대사성․예의판서(禮儀判書) 등을 역임하였다. 


 악장가사 
 《국조사장(國朝詞章)》이라고도 한다. 편찬자와 연대는 미상이나, 조선 중종(中宗)~명종(明宗) 연간에 밀양 사람 박준(朴浚)이 엮었다는 일설이 있다. 현재 전하는 순수한 가집(歌集)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특히 오랫동안 구전되어 오다가 훈민정음이 창제된 후 기록된 고려가요들이 실려 있어 《악학궤범》 《시용향악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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