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고전문학

불일암 인운스님에게(佛日庵贈因雲釋), 이달(李達)

Jobs 9 2021. 4. 2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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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암 인운스님에게(佛日庵贈因雲釋)

이 달(李達)

寺在白雲中(사재백운중)
白雲僧不掃(백운승불소)
客來門始開(객래문시개)
萬壑松花老(만학송화노)

不日庵(불일암) : 암자의 이름.
贈(증) : 주다.
釋(석) : 스님
재(在) : 있다. 위치해 있다.
불소(不掃) : 청소를 하지 않다. 쓸지 않다.
시(始) : 비로소. 처음으로 
萬壑(만학) : 온 골짜기
松花(송화) : 소나무꽃.
노(老) : 늙다. 쇠하다.

절집이라 구름에 묻혀 살기로,
구름이라 스님은 쓸지를 않아
바깥 손 와서야 문 열어 보니,
온 산의 송화꽃 하마 쇠었네.
<손곡집(蓀谷集), 이병주 옮김>

핵심정리
* 연대: 명종-선조
* 작자: 이달(李達)
* 형식: 오언 절구(五言絶句), 한시
* 주제: 자연 속에서 느끼는 한적한 정취
* 출전: 손곡집(孫谷集) 

감상
기(起)
절이 흰 구름 속에 파묻혀 있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산사(山寺)의 정경인 동시에 속세와의 단절이란 이미지가 강조되고 있다.
승(承)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니 길을 쓸 이유가 없다. 속세와 떨어진 절간에서 느끼는 유연한 정서를 표현한 부분으로, 쓸려는 것이 구름이라는 데 묘미가 있다.
전(轉). 결(結)
길손이 찾아와 비로소 문을 여니 온 골짜기에 송화꽃이 이미 피어 있다. 시간의 흐름, 또는 계절의 변화도 초월한 채, 자연과 함께 지내는 경지가 잘 표현되어 있다. 

해설
 이 시는 5언 절구이다. 이달은 절구에 특히 능했는데 이 작품은 그의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다. 구름 속에 파묻힌, 속세와 멀리 떨어진 절은 평소에 찾아오는 사람도 없으니 문을 닫은 채 길도 쓸지 않는데, 여기서 쓸리는 것이 낙엽이 아니라 구름이라는 데 묘미가 있다. 그리고 손님이 와서 비로소 문을 열어 보니 온 산에 송화꽃이 피었다고 하는 것은 봄이 갔다는 뜻으로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채 자연과 함께 지내는 경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시의 중심 시어는 절과 구름과 송화이다. 송화는 시간의 흐름, 곧 계절의 바뀜을 말하려고 내세운 물색이고, 이 시의 상을 위해서는 절과 구름이 임자꼴이다. 물론 스님도 등장하고 나그네도 나오는 바지만 이는 시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방편이지, 이 시의 상과는 거리가 멀다. 절과 구름의 대비는 그 조화로움을 느끼게 한다. 이 시의 고고함은 모든 제재들이 상극하지 않고 잘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절구의 묘미는 순간과 영원이 동시에 존재함에 있다. 송화꽃은 해마다 떨어지지만 그 해마다 떨어짐이 영원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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