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고전문학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월령체

Jobs 9 2020. 6. 15.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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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령(正月令)

1월은 초봄이라 입춘, 우수의 절기로다. 산 속 골짜기에는 얼음과 눈이 남아 있으나, 넓은 들과 벌판에는 경치가 변하기 시작하도다.

어와, 우리 임금님께서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기시어, 농사를 권장하시는 말씀을 방방곡곡에 알리시니, 슬프다 농부들이여, 아무리 무지하다고 한들 네 자신의 이해관계를 제쳐 놓고라도 임금님의 뜻을 어기겠느냐? 밭과 논을 반반씩 균형 있게 힘대로 하오리다. 일 년의 풍년과 흉년을 예측 하지는 못한다 해도, 사람의 힘을 다 쏟으면 자연의 재앙을 면하나니, 제 각각 서로 권면하여 게을리 굴지 마라.

일 년의 계획은 봄에 하는 것이니 모든 일을 미리 하라. 만약 봄에 때를 놓치면 해를 미칠 때까지 일이 낭패 되네, 농지를 다스리고 농우를 잘 보살펴서, 재거름을 재워 놓고 한편으로 실어 내어, 보리밭에 오줌 주기를 세전보다 힘써 하소, 늙으니 운이 없어 힘든 일은 못 하여도, 낮이면 이엉을 엮고 밤이면 새끼 꼬아, 때맞추어 지붕을 이니 큰 근심을 덜었도다. 과일 나무 보굿을 벗겨 내고 가지 사이에 돌 끼우기, 정월 초하룻날 날이 밝기 전에 시험 삼아 하여보고, 며느리는 잊지 말고 송국주를 걸러라. 온갖 꽃이 만발할 봄에 화전을 안주 삼아 한번 취해 보자.

정월 대보름날 달을 보아 그 해의 홍수와 가뭄을 안다 하니, 농사짓는 노인의 경험이라 대강은 짐작하네. 정월 초하룻날 세배하는 것은 인정이 두터운 풍속이라. 새 옷을 떨쳐입고 친척과 이웃을 서로 찾아 남녀노소 아이들까지 몇 사람씩 떼를 지어 다닐 적에, 설빔 새 옷이 와삭버석거리고 울긋불긋 하여 빛깔이 화려하다. 남자는 연을 띄우고 여자애들은 널을 뛰고, 윷을 놀아 내기하니 소년들의 놀이로다. 설날 사당에 인사를 드리니 떡국과 술과 과일이 제물이로다. 움파와 미나리를 무싹에다 곁들이면, 보기에 새롭고 싱싱하니 오신채를 부러워하겠는가? 보름날 약밥을 지어 먹고 차례를 지내는 것은 신라 때의 풍속이라. 지난해에 캐어 말린 산나물을 삶아서 무쳐 내니 고기맛과 바꾸겠는가? 귀 밝으라고 마시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으라고 먹는 생밤이라. 먼저 불러서 더위 팔기와 달맞이 횃불 켜기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로다. 설날 사당에 인사를 드리니 떡국과 술과 과일이 제물이로다. 움파와 미나리를 무싹에다 곁들이면, 보기에 새롭고, 싱싱하니 오신채를 부러워하겠는가?

 

 

1월은 초봄이라 입춘, 우수의 절기로다.[감탄형 종결어미 '-로다'를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농사일을 권할 때에는 주로 명령형 연결어미 '- 하라'를 사용하고 있다. '농가월령가'의 창작 동기와 관련하여 이를 살펴볼 때, 이 작품은 지배 계층인 양반이 피지배계층인 농민들에게 농사일에 대한 교훈을 주려는 의도로 지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감탄형 종결어미의 사용으로 화자의 정서를 충분히 드러내어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산 속 골짜기에는 얼음과 눈이 남아 있으나,

 

넓은 들과 벌판에는 경치가 변하기 시작하도다.[정월을 맞이한 자연의 변화] -

정월의 절기 소개

 

 

어와, 우리 임금님께서 백성을 사랑하고 농사를 중히 여기시어,

 

진심으로 측은히 여기시어 농사를 권장하시는 말씀을 방방곡곡에 알리시니,

 

슬프다 농부들이여, 아무리 무지하다고 한들

 

네 자신의 이해 관계를 제쳐 놓고라도 임금님의 뜻을 어기겠느냐? [당대 지배층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음 / 열심히 농사를 지어야 한다]

 

밭과 논을 서로 절반이 되도록(반반씩 균형 있게)

힘대로 하오리라.

 

일년의 풍년과 흉년을 예측하지는 못한다 해도,

 

사람의 힘을 다 쏟으면 자연의 재앙을 면하나니,

 

제 각각 서로 권면하여 게을리 하지 마라[화자는 명령 어미를 사용하여 농민을 계몽하고 교훈을 주려는 의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음]. -

농사일에 힘쓰도록 권면함

 

일년의 계획은 봄에 하는 것이니 모든 일을 미리하라,

만약 봄에 때를 놓치면 해를 마칠 때까지 일이 낭패되네[일이 실패로 돌아가 매우 딱하게 됨].

농지를 다스리고 농우를 잘 보살펴서,

재거름을 잘 썩도록 손질하여 재워 놓고 한편으로 실어내어,

보리밭에 오줌 주기를 새해가 되기 전보다 힘써 하소.

늙으니 기운이 없어 힘든 일은 못하여도,

낮이면 이엉을 엮고 밤이면 새끼 꼬아,

때맞추어 지붕을 이니 큰 근심을 덜었도다.

과일 나무 보굿을 벗겨 내고 가지 사이에 돌 끼우기[나무 시집 보내기라는 민속으로 설날이나 정월대보름날 유실수(有實樹)의 과일수확이 많기를 빌어 나뭇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넣는 풍속. ‘가수(嫁樹)’라고도 한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중국인 서광계(徐光啓)·유종본(兪宗本)·진호(陳淏)의 저서들에 나무시집보내기에 대한 기록이 보인다고 한다. 농가에서는 제사나 잔치 때, 혹은 일상생활에 쓰기 위하여 울안이나 집 근처에 감나무·대추나무·밤나무·배나무·사과나무 등의 과목(果木)을 심는다. 장에서 구입해서 쓰는 수도 있으나 자가 생산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고, 특히 제사를 지내는 장손집에서는 과일나무를 심어 자급자족하여왔다. 과일은 잘 열리는 해와 해를 걸러 잘 열리지 않는 해도 있다. 많은 수확을 거두기 위하여 거름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가수를 해서 많은 수확을 얻고자 하였다. 사람이 혼인을 하여 자녀를 낳고 번식하는 것처럼, 나무도 시집보내는 것으로 많은 결실을 얻으려고 하여 나무를 시집보내는 모방주술행위(模倣呪術行爲)를 하기에 이르렀다. 나무를 시집보낸다는 것은 나무를 여성시(女性視)하여 가지와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넣는 것으로 결합을 상징함으로써 그 결과에 있어 많은 수확을 기대하였던 것이다. 5월 5일 단오에는 대추나무에만 하므로 이 날 나무시집보내는 일을 별도로 ‘대추나무시집보내기’라고 하였다. 단오 무렵이면 대추가 막 열리기 시작한다. 단오시기를 기해서 대추나무를 결합시켜 많은 번식이 있기를 기대하였다. 또, 가지를 꺾어 전지(剪枝)를 하면 수확이 많다고 하여 가수와 함께 전지를 하는 일도 있다. 전라북도지방에서는 상원(上元)에 뿌리 부근을 파고 오줌 한 동이를 주면 나무가 곯지 않고 잘 자라며, 또 열매가 매우 잘 열린다고 한다. 가수(稼樹 : 나무시집보내기)하는 풍속은 아직도 농가에서 노인들 사이에 남아 전하고 있다.], 정월 초하룻날 날이 밝기 전에 시험삼아 하여 보소.

며느리는 잊지 말고 송국주를 걸러라.[이본에는 '소곡주(小麴酒) 밑하다 : 찹쌀막걸리를 앉혀라.]

온갖 꽃이 만발한 봄에 화전을 안주 삼아 한번 취해 보자. - 정월의 농사일

 

정월 대보름날 달을 보아 그 해의 홍수와 가뭄을 안다 하니, 농사짓는 노인의 경험이라 대강은 짐작하네. 정월 초하룻날 세배하는 것은 인정이 두터운 풍속이라. 새 옷을 떨쳐 입고 친척과 이웃을 서로 찾아 남녀 노소에 아이들까지 몇 사람씩 떼를 지어 다닐 적에, 설빔 새 옷이 와삭버석거리고 울긋불긋하여 빛깔이 화려하다[의성어와 의태어를 통해 정월 초하룻날의 풍경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남자는 연을 띄우고 여자 애들은 널을 뛰고, 윷을 놀아 내기하기 소년들의 놀이로다. 설날 사당에 인사를 드리니 떡국과 술과 과일이 제물이로다. 움파와 미나리를 무싹에다 곁들이면, 보기에 새롭고 싱싱하니 오신채를 부러워하겠는가? 보름날 약밥을 지어 먹고 차례를 지내는 것은 신라 때의 풍속이라. 지난 해에 캐어 말린 산나물을 삶아서 무쳐 내니 고기 맛과 바꾸겠는가? 귀 밝으라고 마시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으라고 먹는 생밤이라[일년 동안의 무사태평과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축원하는 행사에 대해 서술한 부분 / 혹은 여기서 '부름, 혹은 부럼은 '부스럼'으로 정월 보름날 아침에 아이들이 까먹는 밤·잣·호두·땅콩 따위를 말하기도 함]. 먼저 불러서 더위 팔기[정월 대보름날에 남에게 더위를 파는 풍속. 한자어로는 ‘매서(賣暑)’라고 한다. 대보름날이 되면 아이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웃에 사는 친구를 찾아가 그의 이름을 부른다. 
친구에게 이름이 불린 아이가 무심코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라.’ 또는 ‘내 더위 네 더위 먼 데 더위.’ 하고 외친다. 이렇게 하면 먼저 이름을 부른 사람은 더위를 팔게 되고, 대답을 한 사람은 친구의 더위를 산 셈이 된다. 그러나 친구가 더위를 팔기 위하여 이름을 부른 것임을 미리 알았을 때는 대답 대신 ‘내 더위 사가라.’고 외친다. 그렇게 하면 더위를 팔려던 아이가 오히려 더위를 사게 된다. 그러므로 대보름날에는 남이 자기 이름을 불러도 좀처럼 대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미리 역습을 하기도 한다. 더위는 한번 팔면 되는 것이지만, 장난기가 있는 아이는 여러 친구를 찾아다니면서 더위팔기를 해서 남을 골려주는 일도 있다. 의학이나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옛날에는 여름철에 더위를 막는 것이 큰 일이었고, 거기에다가 더위에 들면 딴 병을 들게 하여서 몸을 해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미리 더위를 먹지 않도록 예방하려는 주술적 방법이 생기게 되어 더위팔기와 같은 세시풍속으로 정착된 것이다. 대보름날에는 사람만 더위를 파는 것이 아니라, 가축들도 더위를 피하기 위한 예방으로 소·개·돼지의 목에다 왼새끼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거나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뭇가지를 둥글게 하여서 목에 걸어준다. 이렇게 하는 까닭은 악귀를 쫓고, 가축도 건강하기를 기대하는 소망에 의한 것이다. 왼새끼는 악귀나 재앙을 쫓는 기능이 있어 민속적으로 흔히 사용되며,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뭇가지 또한 양기가 가장 왕성한 것이기에 음귀(陰鬼)를 쫓는 효과가 있다고 믿어 왔기 때문이다.]와 달맞이 횃불 켜기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풍속이요 아이들 놀이로다. - 설날과 정월 대보름의 풍속

 

 

다섯가지 매운 나물. 부추, 염교, 파, 마늘, 생강. (여기서는 그것들을 넣 어서 만든 나물) 

 

 

팔월령(八月令)

팔월이라 중추가 되니 백로 추분이 있는 절기로다. 북두칠성의 국자 모양의 자루가 돌아 서쪽을 가리키니, 서늘한 아침 저녁 기운은 가을의 기분이 완연하다. 귀뚜라미 맑은 소리가 벽 사이에서 들리는구나. 아침에 안개가 끼고 밤이면 이슬이 내려, 온갖 곡식을 여물게 하고, 만물의 결실을 재촉하니, 들 구경을 돌아보니 힘들여 일한 공이 나타나는구나. 온갖 곡식의 이삭이 나오고 곡식의 알이 들어 고개를 숙여, 서풍에 익는 빛은 누런 구름이 이는 듯하다. - 8월 절기의 특징

눈같이 흰 목화송이, 산호같이 아름다운 고추 열매, 지붕에 널었으니 가을 볕이 맑고 밝다. 안팎의 마당을 닦아 놓고 발채와 옹구를 마련하소. 목화 따는 다래끼에 수수 이삭과 콩가지도 담고, 나무꾼 돌아올 때 머루 다래와 같은 산과일도 따오리라. 뒷동산의 밤과 대추에 아이들은 신이난다. 알밤을 모아 말려서 필요한 때에 쓸 수 있게 하소. - 8월의 밭농사와 산과(山果)

명주를 끊어 내어 가을볕에 표백하고, 남빛과 빨강으로 물을 들이니 청홍이 색색이로구나. 부모님 연세가 많으니 수의를 미리 준비하고, 그 나머지는 마르고 재어서 자녀의 혼수하세. - 옷감 장만하기

 

 

 

지붕 위의 익은 박은 긴요한 그릇이라. 대싸리로 비를 만들어 타작할 때 쓰리라. 참깨 들깨를 수확한 후에 다소 이른 벼를 타작하고 담배나 녹두 등을 팔아서 아쉬운 대로 돈을 만들어라. 장 구경도 하려니와 흥정할 것 잊지 마소. 북어쾌와 젓조기를 사다가 추석 명절을 쇠어 보세. 햅쌀로 만든 술과 송편, 박나물과 토란국을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이웃집이 서로 나누어 먹세. - 가을걷이와 추석 쇠기

며느리가 휴가를 얻어 친정에 근친 갈 때에, 개를 잡아 삶아 건지고 떡고리와 술명을 함께 보낸다. 초록색 장옷과 남빛 치마로 몸을 꾸미고 다시 보니, 농사 짓기에 지친 얼굴이 원기가 회복되었느냐. 추석날 밝은 달 아래 기를 펴고 놀다 오소. - 며느리의 근친 나들이

금년에 할 일을 다 못 했지만 내년 계획을 세우리라. 풀을 베고 더운가리하여 밀과 보리를 심어 보세. 끝까지 다 익지 못했어도 급한 대로 걷고 가시오. 사람의 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자연 현상도 마찬가지이니, 잠시도 쉴 사이가 없이 마치면서 다시 새로운 것이 시작되도다.  - 가을갈이에 힘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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