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이재무 [현대시]
장독대
이재무
이제 다시 그처럼 깨끗한 기도 만날 수 없으리
장독대 위 정한수 담긴 흰대접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어둠은 도둑걸음으로 졸졸졸 고여 오다가
흰빛에 닿으면 화들짝 놀라 내빼고는 하였다
어머니는 두 볼에 홍조 띄우고
두 손 가지런히 모아
천지신명께 일구월심 가족의 소원 대신 빌었다
감음한 뒷산 나무들 자지러지게 잔가지를 흔들고
별꽃 서너 송이 고개 끄덕이며 더욱 환하게
웃어 주었다 그런 새벽이면 어김없이 얼어붙은
비탈에 거푸 엎어져 무릎 까진 밤새 울음이 있었다
풀잎들은 잠에서 깨어 부스럭대고
바지런한 개울물 들을 깨우러 가고 있었다
촘촘하게 짜여진 어둠의 천 오래 입은 낡은 옷 되어
툭툭 실밥이 터질 때 야행에 지친 파리한 달빛
맨발로 걸어 들어와 벌컥벌컥 마셨다
광석들 가로지르는 서울행 기차 목 쉰 기적이
달아오른 몸 담궈 오기도 하였고 밤나무의,
그 중 실한 가지가 손 뻗어오기도 했으나
정한수는 줄지 않았다
장독대. 내 생의 뒤뜰에 놓여 있는,
생활이 타서 갈증으로 목이 마를 때
흰빛 내밀어 권하시는,
내 사는 동안 내내 위안이고 지혜이신 어른이시여,
상황
어머니는 늘 정한수 한 사발을 장독대에 올리시고 기도하셨다. 흰 대접을 정갈하게 닦으시고 자식들을 향한 오롯하고 순전한 마음을 정한수에 담으셨다. 그럴 때면 아무도 당신을 범접할 수 없었다. 철없던 시절의 나는 왜 그렇게 어머니 곁을 벗어나려 했을까. 그러나 순간순간 삶에 지쳐 돌아올 때면, 정한수 정갈한 그대로인 채 어머니는 날 넉넉히 품어 주셨다.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제 그 자리에는 당신 곁을 묵묵히 지켜냈을 장독대만 놓여 있다.
정서, 태도
- 그리움, 안타까움
- 삶의 위안(慰安)
표현, 시어
①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여 시상을 전개함.
② 자연물을 의인화하여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을 강조함.
③ 시어
- '정한수' :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 정결함.
- '장독대' : 어머니와 동일시되는 대상, 삶의 위안
주제
어머니의 지극한 자식 사랑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작가 소개
이재무(1958~) -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제1회 윤동주상 수상. 1985년 이후 ‘문학과 사회’, ‘창작과 비평’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함. 1980년대의 폭력적 정치현실과 1990년대의 각박한 도시화 과정을 비판했으며 농경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자연친화적인 서정을 잘 구사하는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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