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차, 박스카, 유행 이유
일본, 경차, 박스카, 유행 이유
일본은 네모나고 앞이 짤린 박스카들의 전시장
한국에서 일명 '효리차' 불리며 큰 인기를 모은 박스카 닛산 큐브. 정식 수입이 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디자인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도 네모난 차의 유행은 큐브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그 유행은 일본 전체에 퍼져있다. 말 그대로 박스카들의 천국이다.
일본에서 박스카가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경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달한다. 10% 미만의의 점유율을 보였던 국내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그만큼 일본에는 다양한 종류의 많은 경차가 있다. 자동차 세금 제도는 배기량과 중량에 따라 부과되어 작고 가벼운 경차에 유리하다. 게다가 660cc 이하의 경차는 노란색 번호판을 달고 여러 혜택을 받는다. 한정된 조건(낮은 배기량과 가벼운 중량)에서 가장 큰(넓은) 자동차를 만들려다 보니 앞이 짧고 네모난 모양에 점차 가까워진 것이다.
앞서 말한 큐브의 유행도 한 몫 했다. 경차를 선호하는 일본인들의 특성과 생소하게 등장한 네모난 디자인의 결합은 박스카 인기를 이끌어 너도나도 네모난 자동차를 만들어내게 하였다. 이는 경차 뿐만 아니라 승합차까지 박스카 형태로 만드는 경향을 만들었다.
일본 국민차 '박스카'
마티즈나 아반떼급 정도의 작은 차체에 길쭉한 상자를 얹어놓은 듯한 차입니다. 코너링을 하다 넘어지지 않을까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도쿄(東京)에서부터 차로 이동하면서 보았던 시골집 주차장마다 이런 박스카들이 주차된 모습이 생각나더군요. 인기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도 닛산의 박스카인 큐브가 등장했죠. 한결(공유)의 사촌형인 최한성(이선균)이 몰던 차가 그것입니다.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다 보니 이 차에 대해 “어머, 저렇게 독특한 차가 있어”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걸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일본 거리에 넘치는 박스카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차를 고를 때 디자인은 도무지 신경을 쓰지 않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동행한 일본인에게 “웬 박스카가 이렇게 많으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좁은 주차공간에 주차하기 쉽고, 쇼핑하거나 주말 가족여행을 떠날 때 짐이 많이 들어가 유용하다”고 하더군요. 다른 장식이 없이 큰 상자 하나를 얹어놓다 보니 의외로 공간이 넓어 장애인 휠체어를 쉽게 올리고, 농촌에서 작업을 위한 작은 기계 정도는 부담 없이 실을 수 있답니다. 그래서 ‘농촌에 가면 반드시 이 차를 탄다’고 할 만큼 사랑받는다더군요. 일본 영화에서 꽃배달 같은 영업용으로 이용하는 걸 본 것도 같습니다. 이 차는 1990년대 일본 도쿄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지금은 도요타(bB, xB)·혼다(데쓰) 등 대부분의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큐브(1.4∼1.5L)의 경우 136만5000엔(약 1100만원)∼203만9000엔으로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순전히 실용성과 경제성으로 선택된 차가 이렇게 거리에 넘치고 있는 거죠.
국내 완성차 업체의 아는 분께 이 차에 대해 얘기했더니 “한국엔 내놔도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더군요. 한국 소비자들은 일단 짐차같이 생긴 걸 싫어한답니다. 농촌에서도 배기량이 큰 세단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많이 팔립니다. 모양이 멋있고 봐야 한다는 거지요. 어떤 차를 선호하느냐는 그 사회의 문화에 따라 다릅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이 될수록 차량 선택의 기준은 실용성과 경제성”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실제로 우리보다 잘사는 일본에선 경차 소유자가 32%(한국은 5.9%)에 달합니다. 일본 경차는 우리나라 기준(0.8L)보다도 작은 0.6L인데도 말입니다. 집집마다 경차와 박스카가 서 있는 일본 거리의 풍경과 좁은 골목길에도 중형차가 즐비한 한국 거리의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부풀려진 차값’도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차 문화를 만들어 가면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일본은 경차만 55개 차종...한국은 3개, 최근 4년간 신차 투입 없어
반면 ‘경차 대국’이라는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요? 일본의 경차 시장은 2014년에 227만대로 사상 최대를 찍었고요. 작년엔 191만대가 판매됐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판매가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바람에 1~11월 누적 판매가 158만대로 작년 같은 기간의 90%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만 놓고 보면 전년 동월보다 8% 증가한 15만9000대가 팔렸군요. 올해 일본 경차 판매는 170만대를 조금 넘는 선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달 판매로 보면, 상용차를 제외한 일본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 41만대 가운데 경차 비중이 무려 39%에 달했습니다. 현재 경차 비중이 6% 수준에 불과한 국내 자동차 시장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럼 일본의 월간 경차 판매량이 한국의 연간 경차 판매량보다 많고 또 전체 시장에서 경차 비중이 39%나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일본 소비자가 한국 소비자보다 작은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분명 있을테고요. 특히 일본은 차량 구입 때 차고지 증명의 부담이 있는데, 경차는 그 부담이 덜하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제도적인 혜택도 크지요. 하지만 또다른 큰 이유가 있는데, 바로 경차의 선택지가 아주 많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일본의 경차 순위 상위권 모델의 특징을 살펴보면요. 1위 혼다 N-박스(1만5685대), 2위 스즈키 스페시아(1만2027대), 3위 다이하쓰 탄토(1만599대), 4위 다이하쓰 무브(9980대), 5위 닛산 룩스(9019대), 10위 닛산 데이즈(5427대) 등이 전부 기아 레이처럼 키를 높여 내부공간을 극대화한 박스카이고요. 6위 스즈키 허슬러(6579대), 7위 다이하쓰 타프트(6503대)는 SUV 형태로 일본에서도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아웃도어 라이프에 적합한 모델입니다. 한국의 기아 모닝이나 쉐보레 스파크와 비슷한 해치백 형태는 경차 판매 톱 10 가운데 8위 다이하쓰 미라(6068대), 9위 스즈키 알토(5654대) 등 2개 차종에 불과합니다. 일본도 과거에는 미라·알토 같은 해치백 형태가 가장 많이 팔렸지만, 소비자들이 경차에서도 더 넓은 공간, 아웃도어 라이프에 적합한 차를 점점 더 원하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도 그 취향에 맞춘 새로운 모델을 쏟아낸 것이지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일본의 8개 자동차회사가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는 경차 종류가 무려 55개 차종에 달합니다. 경차가 주력인 다이하쓰와 스즈키는 각각 11개와 13개 차종을 내놓고 있지요. 경차가 주력이 아닌 혼다도 5개 차종이고요. 닛산 4개, 미쓰비시 5개, 마쓰다 5개, 도요타 5개, 스바루 7개 차종 등 업체마다 다양한 경차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타사에서 생산한 차를 자사 차종에 편입하는 경우도 있고 해서 차종이 일부 중복되는건 있습니다만, 종류만 많은게 아니라 특징도 여러가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박스카·SUV가 주류이긴 하지만, 다이하쓰 코펜, 혼다 S660 등 달리는 재미와 개방감을 추구하는 로드스터(2인승 소형 컨버터블)도 있고요. ‘벤츠 G바겐’의 미니 버전으로도 불리는 스즈키 짐니처럼 본격 험로주행용 차량도 인기입니다. 닛산 NV100처럼 아예 승용밴처럼 생긴 차도 있지요.
일본의 경차 시장을 연간 200만대로 보면, 일본의 경차 차종별 평균 연간 판매량은 3만6000대 정도가 되는군요. 이 정도에서도 각 회사들마다 경차를 앞다퉈 내놓을 수 밖에 없는 것은 일본 경차 시장이 엄청난 경쟁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마진이 많이 남는 대형·고급차, 큰 SUV만 팔겠다고 해도, 즉 경차 시장에 신차를 내놓지 않고 대신 대형·고급차 상품성을 높여 마진 향상을 유도하려 해도 그게 통하지 않는 시장이라는 것이죠. 내가 매력적인 경차를 안내놓으면 경쟁사가 그 파이를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1~11월 누적 경차 판매량을 보면, 다이하쓰가 49만1290대, 스즈키가 48만1514대, 혼다가 34만3284대, 닛산이 18만7011대, 미쓰비시가 3만9757대, 마쓰다가 3만4676대, 도요타가 3만4105대, 스바루가 1만9478대를 팔았습니다. 1위 다이하쓰도 경차 시장의 31%를 차지하는데 그칩니다. 2위 스즈키(30%), 3위 혼다(22%)와 함께 치열한 3파전 양상입니다. 그 외에도 일본 승용차 8개사가 전부 뛰어들어 경쟁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신차중 경차가 40%
슬라이딩도어, LS보다 큰 박스카의 실내공간
정작 경차가 정말 필요한 도쿄는 경차비율이 10% 이내
시골의 경우 10가구당 경차대수가 10대 (이런동네는 1인1차 필요)
20년동안 소득향상 제자리인데 차값은 2배
결론은 크기와는 상관없이 주로 지방 연금생활자들의 패턴에 잘 맞는 차
일본에서 경차라고 해도 차고지가 필요없지 않습니다. 등록법이 조금 다를뿐이지 차고지 없이는 차 못사요. 절세되고 톨비싼것도 맞지만 한국에 비할바도 아니고, 경차가 많이 팔려서 일본차업체들이 버블후에 재미없는 차들만 만들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