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하부, 체온조절 중추 시상하부, 신체 에어컨, 시상하부 호르몬
체온조절의 중추는 시상하부
신체 에어컨, 시상하부
더위를 느끼는 것은 뇌의 아래쪽에 위치한 시상하부 때문이다. 시상하부는 뇌 전체 부피의 300분의 1정도로 콩 하나의 크기에 불과하지만 자율신경계의 중추가 모여있는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부위이다. 시상하부는 감정을 조절하고 음식의 섭취량을 결정하며 뇌하수체의 호르몬 분비에 관여하 는 등 자율신경계의 활동에 빠져서는 안 되는 기관으로 특히 우리 몸의 온도를 조절하는 신체 온도계다.
사람은 변온동물인 파충류와는 달리 체온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항온동물이다. 따라서 정상적이라면 항상 섭씨 36.5도를 유지한다. 이 체온의 근원은 세포에 있다. 세포가 음식으로부터 에너지를 섭취해 대사를 진행하면서 활성화되는 것이 ‘UCP(Uncoupling Protein)’이다. 이는 지방을 태워 열을 내는 단백질로 세포 내의 보일러 같은 존재다. 이렇게 만들어진 열은 신체 밖으로 방출되는데 체온조절중추는 신체 내의 열과 방출되는 열의 균형을 맞춰 체온을 유지시킨다.
예를 들어 집에 있는 에어컨을 생각해보자. 에어컨의 온도를 섭씨 24도에 맞춰놓으면 이보다 기온이 내려갈 경우 에어컨이 저절로 작동을 멈추고 반대로 기온이 올라가면 에어컨이 다시 작동해 실내온도를 항상 섭씨 24도로 유지시켜 준다.
우리 뇌에 있는 시상하부의 온도조절중추도 이와 같다. 훌륭한 자연 에어컨으로 체온을 항상 섭씨 36.5도로 맞춰준다. 그런데 주변의 온도가 체온과 비슷하거나 높으면 신체는 열을 발산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열평형에 의해 열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라 체온보다 주변온도가 낮아야 열 방출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만약 외부 온도가 높으면 오히려 열평형 현상에 의해 외부의 열이 인체로 들어오려고 한다. 그로인해 우리 몸은 긴장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이렇듯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가 시작돼 나타나는 자연스런 생체반응이 바로 ‘더위’이다.
생존 위한 방어가 바로 더위
갑작스럽게 외부 온도나 체온이 상승하면 시상하부는 긴장상태로 들어가 뇌하수체를 통제해 혈관을 확장시키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도록 한다. 즉 심장, 신장, 폐, 간 등 각 장기에 명령을 내려 피부로 향하는 혈액의 양을 증가시킨다. 인간 체온의 70퍼센트는 장기의 활동으로 만들어지므로 장기가 발생시킨 열이 혈액을 타고 피부로 이동하면 결국 피부는 열이 나는 것이다. 이렇게 올라간 체온의 해열작용을 위해 200만~300만개의 땀샘에서 땀을 배출시켜 몸이 식는다.
그런데 습도가 높으면 땀이 잘 증발되지도 않아 체온을 내리는 데에 소용없어진다. 아무리 똑똑한 시상하부의 중추신경이지만 습도가 높고 기온이 올라가는 계절인 여름에는 그 조절이 쉽지 않다. 만약 일정한 체온으로 조절이 어렵다면 잠깐 동안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이것이 지속될 경우 열로 인한 실신, 열사병, 발진 등이 생긴다.
또한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특히 신체가 발달하지 못한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치명적이다. 어린이의 경우 열성경련이 생길 수 있고 노약자에겐 열성섬망(febrile delirium)이 생길 위험이 크다. 열성섬망은 의식이 흐리고 착각과 망상을 일으키며 헛소리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것을 뜻한다.
시상하부 착각으로 시원하게
시상하부의 온도조절중추로 우리 몸의 체온이 유지되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빨리 시원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바로 이 중추신경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체온조절중추는 섭씨 36.5도를 입력시키고 뇌로 향하는 모든 혈액을 감시한다. 그러므로 이 혈액을 차갑게 하면 보다 시원함을 빨리 느낄 수 있다. 신체 중 체온조절중추를 교란시킬 수 있는 곳이 바로 목덜미다. 목덜미 뒤로 차가운 물을 부으면 체온조절중추는 몸이 섭씨 36.5도보다 낮아졌다고 ‘오판’해 신체 어느 곳보다도 빨리 더위가 식혀질 것이다. 하지만 뇌졸중으로 체온조절중추가 있는 시상하부가 손상된 경우에는 조심해야한다.
재미있는 것은 공포영화를 볼 때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공포영화를 보면서 뇌는 긴장감으로 방어태세를 위해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 온몸에 경고 신호를 보낸다. 아드레날린에 의해 교감신경이 자극되면 현재 가지고 있는 에너지 긴축을 위해 열의 방출을 줄인다. 결국 피부의 혈관이 수축되면서 피부에는 으스스한 느낌의 소름이 돋는다.
이렇게 에너지 방출을 줄이면 몸 안에 쌓인 에너지로 인해 체온이 올라간다. 이때 시상하부는 다시 온도를 낮추기 위해 열을 방출하면서 모세혈관을 확장시킨다. 확장된 모세혈관을 통해 땀이 증발되고 이 과정에서 체온이 내려가는데 이때 사람들은 시원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온탕에서 냉탕으로 바로 갔을 때 느끼는 바로 그 시원함과 같은 것이다.
노약자는 부작용 조심해야
그러나 노년층이나 만성질환자의 경우에는 시상하부 체온조절기능의 부작용을 조심해야한다.
2003년 전세계적으로 갑작스런 폭염이 덮쳤을 때 프랑스 정부는 8월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 사이에만, 프랑스 전국에서 약 1천 2백 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사망자의 81퍼센트가 75세 이상의 노년층으로 그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전 유럽을 놓고 보자면 무려 3만 5천여 명에 이르는 목숨이 희생됐는데 이들 역시 대부분 70대 이상의 노년층이었다.
왜 노년층이 유독 더위에 약할까? 이웅철 내과 전문의는 “나이가 들면 노화에 의해 자율신경조절능력이 감퇴하기 때문에 신체의 열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한다. 또한 감지하더라도 이를 수정할 수 있는 반응체계가 반응을 잘 못하거나 느린 경우가 많다”며 여름철 노년층의 건강 조절에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앞서 얘기했듯 시상하부는 더워지면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호흡을 가쁘게 해 혈액을 피부 쪽으로 다량 보낸다. 대체로 체온이 섭씨 1도 오를 때마다 1분간 심장의 혈액 방출량은 3리터씩 증가하는데 폭염으로 신체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심장에 무리를 줘 심근경색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또한 혈액이 피부로 다량 유입돼 신체의 다른 부위로 공급되는 혈액량은 자연히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시상하부에 있는 식욕조절기능 중추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기능이 약해진다. 이로 인해 신체의 대사 작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인지기능과 정신적인 활동이 둔해진다. 이와 함께 운동능력이 저하돼 평소엔 무리가 없었던 활동도 이때에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그러므로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에는 그늘이 있는 곳이나 에어컨이 가동되는 공공건물에서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시원한 음식이나 과일 및 샐러드 등의 수분이 많고 소화하기 쉬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 만약 피로가 몰리고 두통이나 구토가 느껴진다면 그 즉시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신체는 감각기관을 통해 온도의 변화를 감지하고 온도의 높고 낮음을 비교, 판단해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명령을 내려 체온을 조절한다. 이 모든 단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순간적으로 작동함으로써 우리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에어컨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한 우리 몸의 자동온도조절장치, 시상하부.
시상하부, 視床下部, Hypothalamus
뇌의 한 부위.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핵심기관으로,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분비 등을 조절한다. 이를 통해서 대사의 조절, 체온과 하루주기 리듬의 유지, 갈증, 굶주림, 피로의 조절 등 기초적인 신체 대사를 유지한다. 시상의 밑부분에 위치하고 있어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혈뇌장벽(BBB)이 발달하지 않았는데, 혈액을 통해서 생리적 변화를 감지할 수 있기 위함이다.
태아가 발달할때 가장 먼저 생기는 기관이고 노화가 진행될때 가장 먼저 노화가 시작되는 기관이다.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여기서 분비하는 호르몬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뇌하수체 전엽으로 가서 뇌하수체 전엽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는 것들과 뇌하수체 후엽에 저장되어 때에 따라 분비되는 것들로 나눌 수 있다.
뇌하수체 전엽으로 가는 호르몬
뇌하수체전엽호르몬(腦下垂體前葉─, 영어: Anterior pituitary hormone)은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통틀어부르는 말로 대표적으로는 갑상선자극호르몬, 부신피질자극호르몬, 여포자극호르몬, 황체형성호르몬, 생장호르몬, 프로락틴의 6종의 호르몬이 포함되어있다. 이들은 다른 기관의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여 대사, 성장, 생식등 복잡한 작용들을 조절한다
시상하부->뇌하수체 전엽 사이의 문맥을 통해 운반되며, 뇌하수체 전엽에서 뇌하수체 전엽 호르몬 분비를 유도하거나 억제한다.
프로락틴방출호르몬(PRH)
프로락틴방출억제호르몬(PIH = 도파민)
갑상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TRH)
부신피질자극호르몬(CRH)
성장호르몬방출호르몬(GHRH)
성장호르몬억제호르몬(GHIH,소마토스타틴)
멜라닌세포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MSHRH)
멜라닌세포자극호르몬방출억제호르몬(MSHRIH)
고나도트로핀방출호르몬(GnRH)
뇌하수체 후엽에 저장되는 호르몬
시상하부의 신경세포체에서 합성되며, 뇌하수체 후엽의 축삭말단에 저장되었다가 방출된다.
옥시토신
바소프레신(ADH, 항이뇨호르몬)
시상하부의 핵과 연결
시상하부는 여러 신경핵을 가지고 있으며, 시상, 대뇌, 뇌줄기 등 뇌의 여러 부분과 연결을 가지고 있다.
앞쪽핵(Anterior nucleus): 체온의 조절과 관련된다.
뒤쪽핵(Posterior nucleus): 체온의 조절과 관련된다.
가쪽핵(Lateral nucleus): 포식중추(hunger center)로, 자극시 포식을 유도한다.
등쪽안쪽핵(Dorsomedial nucleus): Lateral nucleus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배쪽안쪽핵(Ventromedial nucleus): 포만중추(satiety center)로, 파괴시 포식, 이로 인한 비만을 유도한다.
시신경교차위핵(Suprachiasmatic nucleus)
시각앞핵(Preoptic nucleus)
뇌실곁핵(Paraventricular nucleus): Paraventricular nucleus, supraoptic nucleus에서는 옥시토신, 항이뇨 호르몬과 같은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들이 만들어진다.
시각로위핵(Supra-optic-tract nucleus)
활꼴핵(Arcuate nucleus)
추울 때 몸이 떨리는 이유
열 생산량 4배 증가시키는 자연스런 행동
날씨가 추워지면 많은 사람들은 추위에 반응하는 갖가지 신체적 변화를 겪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떨림’이다. 간단한 떨림에서부터 입술과 온몸을 유난스레 떠는 떨림까지 그 양상도 가지가지다. 어떤 연유로 떨림 반응이 나타나는 것일까.
사람은 약 36.5℃의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체내에서 열을 발생시킨다. 이 열의 일부는 체온을 유지하는데 사용되고, 일부는 피부 표면을 통해 방출된다.
우리가 쾌적함을 느낄 때는 체내에서 생성되는 열과 표면에서 방출되는 열이 같을 때다. 즉 추위를 느낄 경우라면 체내에서 생성되는 열보다 방출되는 열이 많을 때라는 것이다. 체온이 정상보다 낮아지면 인체 내부는 몸이 느끼는 추위를 몰아내기 위해 열을 발생시키거나 열 방출량을 최소화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체온 조절은 ‘뇌의 온도계’라 할 수 있는 간뇌의 시상하부가 담당한다. 낮아진 온도를 피부 감각점이 느끼면 간뇌의 시상하부는 뇌하수체 전엽을 자극한다. 뇌하수체 전엽은 부신피질자극호르몬과 갑상선자극호르몬을 분비해 부신피질에서는 당질코르티코이드를, 갑상선에서는 티록신을 분비하게 한다. 당질코르티코이드와 티록신은 간과 근육에 작용해 물질대사를 촉진하며 열발생량을 증가시키는 물질이다. 이들은 골격근을 수축해 인체의 ‘전율’을 주도함으로써 열발생량을 증가시킨다.
소변을 보면 몸이 떨리는 것도 같은 이치다. 따뜻한 소변이 몸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몸을 떨어 열 생산을 증가시킨다.
이밖에 열의 방출을 감소시키기 위한 작업으로 피부와 피부혈관이 수축되고, 털이 선다. 노출 면적을 감소시키기 위해 웅크리는 것도 추위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이다.
무의식적인 근육 운동과 떨림은 평상시의 4배까지 열을 생산할 수 있다. 즉 떨림을 이용해 체온을 높이는 것은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너무나 자연스러운 ‘대응’이라는 말이다.
펭귄은 왜 동상에 걸리지 않을까
추위에 강한 신체로 진화
남극의 살인적인 강풍에 맞서 귀엽게 걷는 펭귄을 보면 무척 재미있고 신기하다.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 한가지! 얼음 바람을 정면에서 맞는 것도 모자라 맨발로 걷는 펭귄은 왜 동상에 걸리지 않을까.
인간을 비롯한 수많은 동물들이 환경에 맞춰 진화됐듯 펭귄도 서식지의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날개에 빽빽이 박힌 잔털, 두꺼운 피하지방층 등이 바로 그것이다.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보면 지방으로 가득 찬 배를 ‘두르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연상된다. 굳이 평균신장 1.2m에 체중 40kg의 비만형임을 따지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 덕분에 펭귄은 체온을 잘 유지할 수 있으며, 혈액도 원활하게 순환한다.
사람도 추운 환경에 오래 노출될 경우 해부학적이나 생리학적인 변화를 겪는다. 예를 들어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더운 지방의 사람들보다 땀샘수가 적다. 밖으로 방출되는 땀의 양이 많을수록 열 손실이 크기 때문에 땀샘수가 줄어들도록 진화한 것이다. 또한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코는 높고 뾰족하며, 털이 많다. 이 역시 차가운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진화의 과정을 거친 결과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추위가 사람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추운 지방의 사람들이 대체로 강한 끈기와 인내를 갖고 있으며, 성격이 급하고 신경질이 많은 사람이 추위에 강하다는 말도 그냥 흘러나온 말이 아니다.
신경질이 많은 사람일수록 부신에서 열생산에 관여하는 에피네프린,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호르몬 분비량이 많아진다. 보통 이런 호르몬은 열생산이 필요할 때 많이 분비되는데, 긴장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혈중 농도가 증가해 열생산을 늘리고 방출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추위와 공포심에 따른 신체변화는 같은가
추울 때 닭살과 무서울 때 소름은 동격
공포영화를 보거나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등골이 오싹해진다. 더운 여름에도 한겨울 추위에 맞설 때와 유사한 증세가 나타난다. 한여름에 유독 ‘공포의 납량특선’이 유행하는 이유다. 추위를 느낄 때와 공포심이 생길 때, 인체에서는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우리 몸에서 온도를 느끼는 감각기의 작동을 살펴보자. 첫단계로 피부 감각기는 외부 공기와 맞닿는 피부의 온도를 측정한다. 다음으로 이를 전달받은 뇌의 시상하부가 체내의 중심온도를 감지하면 피부와의 온도 차이를 판단해 호르몬을 분비하고 체온을 조절한다. 또한 체온이 낮아지면 자율신경계의 자발적인 동작으로 근육이 떨리고 땀구멍과 피부 근처의 혈관이 닫힌다. 추울 때 또는 차가운 물체가 피부에 닿을 때, 몸이 반사적으로 으스스 떨리거나 피부에 핏기가 없어지는 현상에는 시상하부와 자율신경계의 ‘깊은 뜻’이 숨어있는 것이다.
공포를 느낄 때도 마찬가지다. 소름이 끼친다거나 털이 곧추서는 등 공포심이 느껴진 후 나타나는 신체 반응은 근육이 수축하고, 피부 혈관의 혈액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추울 때 돋는 닭살과 공포로 돋는 소름은 동격인 셈이다. 차이점이라면 공포에 따른 신체 변화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진행되는 변화, 즉 자율신경계에 의한 변화가 크다는 것.
공포심이 느껴질 경우 뇌의 ‘특별한’ 명령에 의해 일어나는 신체 변화보다는, 의지나 노력없이 자신도 모르게 작동하는 자율신경계에 의한 변화가 더 크다. 즉 자율신경계의 한 축인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추위를 느낄 때와 같은 반응을 보이게 된다. 물론 추울 때나 공포심이 느껴질 때나 신체에서는 시상하부와 자율신경계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겠지만, 공포심이 느껴질 때는 즉각적인 반응에 의한 신체 변화가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추위는 비교적 오래 지속되지만, 공포심은 ‘갑작스레’ 왔다가 ‘이유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동물들이 추위를 견디는 방법은?
세포 얼지 않도록 부동액 갖춰
동물이 체온을 조절하는 방법은 두가지로 분류된다. 내부의 대사과정에 의해 발생한 열로 체온을 유지하는 내온성 조절과 주변 환경을 포함한 외부의 열을 흡수해 체온을 유지하는 외온성 조절이다.
내온성 동물은 다양한 환경을 정복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즉 물질대사에 관련된 화학작용을 지속하면서 외부 요소에 관계없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일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내온성 동물이 규칙적으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하는 이유다.
내온성 동물은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두꺼운 지방층이나 보호털을 활용한다. 내온성 동물인 인간 역시 체온의 변화를 견디기 위해 두꺼운 ‘겨울나기’ 외투를 껴입거나 난방에 신경쓰는 등 특별한 준비 절차를 필요로 한다.
반면 외온성 동물은 외부의 열을 흡수해 체온으로 이용하므로 대사에 필요한 에너지량이 적어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즉 음식물을 많이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사람처럼 별도의 난방장치를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밤이나 추운 계절에는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외온성 동물 중 꿀벌은 추운 겨울에 떼를 이뤄 열을 모으는 방법으로 체온을 유지하고, 도마뱀은 햇빛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태양열로 단련된’ 체온을 유지한다. 대부분의 외온성 동물은 체액 속에 부동물질을 갖고 있어 세포가 어는 현상을 방지한다. 마치 겨울철 자동차에 부동액을 채우듯, 날씨가 추워지면 동물의 몸 안에서 부동물질이 자동으로 작동한다는 말이다.
감기는 추위 때문에 발생하나
바이러스 원인, 남극에는 감기 없어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렴.” 겨울철에 자주 사용되는 인사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날씨가 추워 감기에 걸렸다고 믿는다. 감기는 추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감기의 직접적 원인은 추위가 아니라 감기 바이러스다. 추위는 감기를 유발하는 간접적인 요인이 될 뿐이다. 감기가 남극 지방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남극은 날씨가 워낙 추워 감기 바이러스가 대기 중에 생존할 수 없다.
감기가 겨울에 많이 ‘행차’하는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날씨가 추우면 몸의 열을 많이 빼앗기고 실내와 외부의 온도차가 커서 몸의 저항력이 약해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결국 추위는 인체대사의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감기 바이러스를 전염시키는 다리 역할을 한다. 특히 건조한 외부 공기는 감기 바이러스의 확산을 부추긴다. 공기가 건조하면 기관지의 점막이 손상돼 감기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 하나. 감기에 걸렸을 때는 열이 나서 체온이 오름에도 불구하고 몸에서 추위가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정답은 간단하다. 열이 오르는 것이상으로 밖으로 방출되기 때문이다. 즉 내부 장기에서 유지돼야 하는 체온이 피부를 통해 자꾸 방출돼 버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감기 병원균 때문에 체온 조절 중추도 제대로 작동 하지 못해 이상 현상을 보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