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온도, 식은 밥, 식은 고기, 맛없는 이유
식은 밥이 맛없는 이유
따뜻한 밥을 먹을 때와 식은 밥을 먹을 때 그 맛이 다르다. 그 이유는 무얼까.
우선 쌀에 들어 있는 녹말 성분을 살펴보자. 쌀은 주로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 분자로 이뤄져 있다. 이들을 합쳐 녹말 또는 전분이라고 부른다.
아밀로오스의 형태는 200개 이상의 글루코오스(포도당)가 선형으로 결합돼 있다. 반면, 아밀로펙틴은 1천개 이상의 글루코오스가 가지를 친 구조이다. 쌀의 녹말에는 아밀로오스가 20% 포함돼 있고, 나머지는 아밀로펙틴이다.
이 녹말은 '베타 녹말' 상태고, 긴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 사슬이 규칙적으로 밀집해 있는 결정 구조다. 여기에 물을 붓고 끓이면, 물 분자가 녹말 사슬 사이로 파고 들어가 밀집 구조를 파괴해 불규칙하고 느슨한 구조로 변하게 된다.
밥을 지으면 부피가 2배로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물분자가 녹말 사이에 들어가 있는 상태를 '알파 녹말'이라고 한다. 따끈한 밥은 베타 녹말보다 부드럽고 씹기 쉬워 먹으면 맛있다고 느껴진다. 또 느슨한 구조가 되면 소화액이 스며들기 쉬워져 소화도 잘 된다.
그러면 왜 식은 밥은 갓 지은 밥에 비해 맛이 떨어질까.
이는 알파 녹말 상태의 밥이 물을 잃어버리면서 점차로 베타 녹말로 변하게 되는, 이른바 '밥의 노화현상' 때문이다. 물분자가 없어지면 녹말 분자는 다시 촘촘하게 결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밥속에 있는 물이 증발하지 않도록 밀폐된 용기에 따뜻하게 보관하면, 밥맛을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보온밥통의 원리도 여기에 있다.
왜 돼지고기는 식으면 맛이 없을까
맛에서 온도는 매우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다. 커피를 예로 들어보면, 뜨거울 때는 쓴맛, 약간 식었을 때는 신맛, 다 식었을 때는 단맛이 많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뜨거울 때 다 마시지 않고 조금씩 식혀 가면서 마시는 사람도 있다.
돼지고기로 수육을 만들어 먹는 경우에도 뜨거울 때는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나지만 식으면 식감부터 나빠지고 비린내가 나거나 별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돼지고기나 돼지기름을 많이 쓰는 중국음식은 대부분 식으면 맛이 없다. 어떤 사람은 짜장면 하나도 절대 시켜먹지 않고 반드시 중국집에 가서 먹는 사람도 있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식으면 왜 노맛
따뜻한 밥에 팔팔 끓인 김치찌개
그리고 방금 익힌 스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식단일 것입니다
뜨거운 라면이나 전골 같은 음식
따뜻하게 데워진 짜장면이나 피자, 스테이크 같은 음식
모두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는 것들이죠
하지만 이런 음식이 따뜻하지 않고
식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분명 맛있는 음식이지만
식었다는 이유만으로 맛없는 음식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실제로 먹어보면
따뜻했을 때만큼의 맛이 느껴지지 않기도 하는데
음식이 식으면 왜 맛이 없어지는 것일까요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제일 먼저 혀에 닿게 됩니다
혀에는 꽃봉오리처럼 생긴 미뢰가 있는데
이곳에는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을 구분할 수 있는
맛세포가 존재합니다
맛세포가 맛을 감지하면
안면신경과 설인신경을 통해 신호를 뇌로 보내고
뇌가 신호를 받으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뢰는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음식의 온도에 따라 느껴지는 맛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뜨거운 커피와 차가운 커피에
같은 양의 시럽을 넣어도
차가운 커피는 단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단맛은 30~40도 사이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지고
온도가 내려갈수록 잘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약은 기본적으로 쓴맛이 나는데
데워서 먹으면 쓴맛이 조금 약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쓴맛은 온도가 낮을 때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맛을 잘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음식이 따뜻할 때는 맛있었지만
식으면 맛이 없어지는 이유는
음식은 조리하는 과정에서
즉 온도가 높을 때 간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짠맛은 온도가 높으면 맛이 잘 느껴지지 않고
온도가 낮으면 맛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을 맞출 때 조금 싱거워 소금을 많이 넣었다면
먹을 때는 맛있었겠지만
식어버리면 짜고 맛없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온도에 따라 느낄 수 있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온도가 있기도 하고
일부 식당에서는 서빙을 하기 전 온도를 체크한 뒤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