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SPAM, 조미 햄(SPiced HAM), 돼지 앞다리살 뒷다리살(Shoulder of Pork and hAM), 호멜 식품(Hormel Foods), 제2차 세계 대전, CJ제일제당, OEM 제품, 영양성분, 리챔, 런천미트, 스팸 메일(spam mail)
스팸, SPAM, 조미 햄(SPiced HAM)
미국 호멜 사(Hormel Foods)에서 만든 식품으로 런천미트(luncheon meat) 중 프레스햄 통조림이다.
스팸이라는 이름은 양념된 햄을 뜻하는 '조미 햄(SPiced HAM)'을 줄여 사용한 것이고, 동시에 스팸의 주 재료인 돼지의 앞다리살과 뒷다리살(Shoulder of Pork and hAM)을 줄인 말이다.
시초
스팸 제조사 호멜 식품(Hormel Foods)은 미국의 기업으로 1891년 미네소타 주 오스틴에서 조지 호멜(George A. Hormel)이 설립했다. 이 회사는 5개 정도 되는 주에 물류센터를 두고, 영국에 고기를 수출하는 작은 정육 업체였다.
스팸을 만든 사람은 설립자의 아들, 제이 호멜이다. 제이 호멜은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랑스에 주둔했던 미 육군 88사단 351보병연대의 병참장교로 근무하고 있었다. 어느 날 고기를 운송하는데, 상관들이 왜 그렇게 오래 걸리냐고 하도 갈구는 바람에, "뼈가 붙어 있는 무겁고, 부피도 큰 고기를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옮길 바에는 차라리 그냥 처음부터 뼈와 고기를 분리시켜서 살만 가져다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고, 가공육 전투식량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1차 대전 종전 이후 제이 호멜은 연구 끝에 1926년 세계 최초의 통조림 햄을 개발하였고, 이를 판매하기 위하여 1928년에 회사를 설립했다.
그런데 주력 상품인 넓적다리 햄을 만들고 남는 작은 어깻살 같은 부산물과 돼지 발골과 해체 과정에서 지방이 잔뜩 붙어 상품성이 떨어지는 부위 등의 재고 처리가 골칫거리였다. 어깻살은 맛은 있었지만, 뼈를 분리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운 데다가 작은 조각이라서 별로 잘 팔리지도 않아서 처치 곤란한 부위였다. 그렇다고 그걸 그냥 버리자니 아깝고 이것대로도 손해가 막심했다. 그래서 남은 어깻살을 갈고 조미료를 첨가해서 통조림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두 부위를 섞어서 갈은 다음에 현대 식품 공학의 결정판 아질산 나트륨을 첨가해서 명작을 만든 것이다. 이른바 앞다리살, 잡육 떨이 상품이었던 것이다.
1937년에 처음 발매됐을 때는 'Hormel Spiced Ham(호멜 조미 햄)'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런데 뭔가 흔한 이름이라 사람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었다.
호멜 사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36년 연말파티에서 상금 100달러를 걸고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그때 뉴욕에서 활동하던 배우 케네스 데이누가 'SPAM'이라는 짧고 깔끔한 이름으로 우승한다. 그리고 스팸은 싼 가격에 비해 훌륭한 맛으로 발매된 지 4년 만에 일반 판매량 18,000t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며 순식간에 호멜 식품 주력 상품이 된다.
이렇게 재미를 보다가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고, 미군은 식품회사들에게 휴대가 쉽고 가볍고 썩지 않는 고열량 단백질 식량을 주문했는데, 그 중에서도 호멜사의 스팸은 군대의 요구사항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식품이었고, 결국 호멜사의 스팸은 2차 대전 동안 1억 개가 팔리는 초대박을 친다.
제2차 세계 대전
제2차 세계 대전은 스팸이 전세계적으로 보급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군의 C레이션에는 물론이고 영국을 비롯한 우방국에 지원되는 랜드리스 물자에 당당히 스팸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은 스팸랜드라는 자조 섞인 농담으로 불릴 정도로 스팸을 오늘날의 스팸메일처럼 받았다. 유명한 영국 요리인 피시 앤드 칩스에도 생선 대신 스팸을 넣어 튀겨 먹었을 정도였다. 영국은 식량 부족으로 전쟁 기간은 물론이고, 전후까지 배급제를 실시했으며, 영국 해군은 일부에서 아직 염장고기를 먹고 있던 시대였으니 스팸이 얼마나 위대하게 보였을지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리고 태평양 지역 괌, 필리핀, 하와이에서도 스팸이 매우 인기가 높았다.
"스팸이 없었다면 우리 군은 고기를 먹지 못했을 것이다."
-소련 3대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
한편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등 서유럽 대륙 국가 대부분이 대전 초기에 독일군에 패배하면서 대전 중기 상황에서 유럽의 대 독일전선은 영국(+ 미국)이 감당하는 서부전선과 소련이 감당하는 동부전선으로 정리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 중 서부전선은 섬나라인 영국과 대서양 건너에 있는 미국의 특성상 주로 (인명 손실이 비교적 덜한) 해상전과 공중전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지만, 독일과 육지로 연결된 동부전선에서는 밀을 생산하는 서부의 곡창지대를 잃고서 '1명이 죽으면 10명, 10명이 죽으면 100명을 보내는' 식으로 버티는 소련과 어떻게든 겨울이 오기 전에 모스크바를 차지하려는 독일군 사이에 처절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즉 대전 중기 소련은 동부전선에서 독일의 거의 모든 육군 전력을 감당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소련은 영국과 미국에 "대규모 상륙작전 등을 통해 서부 전선에서도 독일을 공격해서 '제2전선'을 열라"고 요구하고 있었으나, 영국은 프랑스 전역에서 입은 타격에서 간신히 회복되고 있었고, 미국은 급하게 전쟁에 끌려들어간 판에 막대한 자원과 비용, 인명의 소모를 감수해야 하는 상륙작전을 쉽게 펼칠 수 없었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 작전으로 서부전선에서도 본격적인 지상전이 시작되었지만, 그때는 동부전선의 전세가 기운 상황이었다. 결국 영국과 미국은 소련에 대해 동맹으로써 일종의 외교적 부채를 지고 있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나마 미국의 체면을 살렸던 것이 소련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랜드리스로 지원된 막대한 양의 물자였는데, 절반은 식품이었으며 대부분은 스팸을 비롯한 육가공품과 초콜릿, 유지(油脂)였다.
소련군은 이렇게 공급된 스팸을 '루스벨트 소시지'라고 부르며 퍼먹었고, 일선 장병들은 스팸 캔을 딸 때마다 수뇌부가 영국과 미국에 줄기차게 요구하던 (그리고 본인들 자신에게도 희망인) 제2전선 전개에 빗대어 "제2전선을 열고 있구만."하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소련 측에서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는데, 혹한의 기후를 버티기 위해 보드카 안주로 소금과 향신료에 푹 절여서 숙성시킨 돼지 비계인 '쌀로'를 흔히 먹던 러시아인들에게 스팸은 그냥 살코기 비율이 좀 더 높아진 쌀로여서 거부감이 없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곡창지대를 털려 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귀리와 호밀에 곁들여 먹는데 딱 맞는 짭짤하고 기름진 스팸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여기 음식은 괜찮은데 어떤 의미로는 죽을 맛이죠. 제가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스팸만은 보내지 말아주세요. 여긴 햄버거 패티에도 그걸 넣으니까요."
-미 육군 항공대 소속 바톤 코크, 히스토리 채널 <컬러로 보는 2차대전사> 중
하지만 미영 연합군은 얼마 안가 이 스팸에 질려버리게 된다. 물론 조리되어 나온 통조림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스팸은 기름기와 염분이 많은데다 잡내가 있어서 부재료와 섞어 요리를 해먹거나 정 생으로 먹는다 해도 반찬을 곁들여야 맛의 균형이 맞는데 스팸 자체가 전시 보급과 취식에 편리하게 만들었기에 병사들은 곧 강제로 짜디짠 생 스팸을 주식으로 퍼먹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비린내라도 없애고자 바짝 익혀 먹으려고 불을 피우면 그 냄새가 엄청나게 퍼졌는데, 야외에서 요리하면 그 냄새가 반경 1마일(1.6km)까지 퍼진다. 이러다 보니 물자 부족에 시달리던 일본군 병사들의 표적이 되었는데, 태평양 전선에선 스팸을 굽는 냄새가 굶주린 일본군을 현혹하기도 했고, 반대로 일본군에게 당하게 만드는 식품이었다. 그리고 영국인들은 붉은 고기만을 진정한 주식으로 취급하는 문화가 있었으나 본토까지 휘말리는 전쟁통에 육고기가 귀해져서 대체 주식으로 공여 스팸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날 스팸은 단순히 먹기 힘들 뿐만 아니라 소화기관 점막을 자극하기 때문에, 평소에 스팸이 들어간 음식을 잘 먹는 사람도 주식으로 날 스팸을 먹으면 입맛을 버리는 것을 넘어서 위장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꽤 높다. 이렇게 워낙 많이 뿌려진데다가 이거 말고는 고기를 접하기 어려웠다 보니, 처음에는 "염장육보다 훨씬 나은 물건이다"면서 좋아했던 군인들이나 민간인들도 나중에는 질려서 전쟁이 끝난 뒤, 참전용사들이나 영국인들 사이에서는 생존하기 위해 속쓰림을 참아가며 씹어삼켜야 했던 스팸을 보기만 해도 진절머리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에선 여전히 이런 '싸구려 음식'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어서, 한국인들이 스팸에 환장하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곤 한다. 한국인은 스팸을 구워 쌀밥과 함께 먹거나 매콤한 찌개에 넣어 끓이는 등 취식법 자체가 다르긴 하다. 달리 말하면 미국인들 입장에선 스팸은 생으로 퍼먹는 전투식량이었으니 한국인들도 그런 입장을 이해 못할 건 아니다. 당장 스팸을 생으로 퍼먹으라 하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지 생각해보자.
연합군의 일원인 소련측은 초반에 워낙 밀리면서 스팸도 감지덕지하며 먹었지만, 전세가 연합군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면서 형편이 나아지자 스팸만 받아먹는 것은 질렸기 때문에 나중에는 투숀카라는 소고기 스튜를 담은 통조림을 따로 받아 먹었다. 이러한 공로 덕택에 전쟁을 대비한 상비식품으로 선호받기는 했지만, 차차 다른 햄에 밀리게 된 것은 당연지사였고, 웰빙 열풍이 불면서 그 이미지는 더욱 나빠졌다.
아무튼 개인의 취향과는 별개로 육류의 안정적인 보급에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음식으로 꼽히기도 한다.
무엇보다 저가에 대량으로 그럭저럭 먹을 만한 맛과 포만감을 보장하는 고단백, 고지방, 고열량, 고염분의 장기보관식품이었던 스팸이 전선의 육류 공급에 골머리를 썩는 군대에게 인기가 좋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애시당초 스팸은 제조에 사용된 기술들 대부분 미육군에서 나온 가공육 기술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원래 전투식량을 전제로 나온 것이다. 애초에 상기한대로 개발자인 제이 호멜이 군 복무를 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물건이다.
육류 공급이 이토록 중요하게 취급된 까닭은 야전 장병들의 식사를 통한 사기 진작과 영양소 공급을 통한 전투력 유지에 고기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전투 중인 군인이 겪는 체력소모와 부상을 생각하면 양질의 단백질 공급은 필수적이다. 부상을 입은 환자에게 단백질 공급을 제대로 해주면 환부도 빨리 낫는다. 수많은 나라들의 군대가 고대부터 조금이라도 기회가 되면 군인에게 고기를 잘 먹이려고 했던 배경을 생각하면 스팸이 각광받는 것은 당연하다.
다량의 지방은 혹한지에서 싸우는 소련군 병사들의 생존에 기여했고, 높은 염도 또한 염분 배출이 많은 군인들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나마 맛이 그럭저럭 괜찮았으니까 처음 얼마간은 병사들도 먹을 만하다고 취급했고, 질린 후에도 먹을 수 있는 것이지 나무토막처럼 딱딱한 육포나 염장고기 같은 물건이었으면 병사들의 사기만 떨어졌을 것이다. 실제로 전후 영국은 스팸에 질려서 남아공으로부터 염장 생선을 수입했다가 오랜 항해 때문에 맛이 변질되어 못 먹을 물건이 되어버리자 최소한 먹을 수는 있었던 스팸으로 되돌아간 사례도 있다.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이탈리아군으로부터 편육을 비롯해 온갖 잡고기를 넣어 만든 흐물거리는 저질 고기 통조림과 돌처럼 딱딱한 비스킷을 식량으로 공여받은 독일군에게 스팸은 훌륭한 식량이었다.
유럽 전선 총사령관 미 육군 원수 아이젠하워 장군은 호멜 사에 전쟁 승리 기여에 대한 감사장을 보냈고, 소련 2대 서기장 니키타 흐루쇼프도 회고록을 통해서 전쟁 중의 스팸의 기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또한 통조림이기 때문에 먹고 남은 깡통을 참호 바닥에 깔아 습기를 막는다든가, 캔을 잘라 간단한 공작을 하거나 수리 재료로 사용하는 일도 있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도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 등 미군이 가는 전장에는 언제나 스팸이 따라다녔고, 지금도 주요 소비국은 미군이 주둔하거나 아니면 주둔했던 나라라는 특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 필리핀, 일본 등이다. 또한 많이 소비되는 지역이 하와이나 필리핀, 괌, 사이판, 오키나와 등 더운 지역이라는 특징도 있다. 덥고 습한 지역에서는 식품이 잘 상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조금만 움직여도 염분과 글리세롤이 땀으로 많이 빠져나가는 걸 생각하면 이치에 맞는다.
호멀 사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미국, 영국을 이어 세계 3위의 스팸 소비국인데, 부대찌개 등의 재료로도 쓰이지만, 애초부터 스팸이 짭쪼름한 맛과 기름기가 함유된 육류식품이기에 당연히 쌀로 만든 밥과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오죽하면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이라는 말이 들어간 CF까지도 있었을 정도였다.
미국 본토에서는 싸구려 음식이나 건강 문제 때문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하와이에서는 국민음식급으로 인기가 많은 점이 독특하다. 스팸 무스비라는 주먹밥 종류의 요리도 있고, 심지어 버거킹이나 맥도날드에서도 스팸이 들어간 메뉴가 있을 정도라니 말이 필요 없다. 편의점이나 학생식당 같은 곳을 가보면 꼭 있다. 열악한 사정의 외국 스포츠 구단들은 스팸을 자주 먹는다. 대표적인 예로 마이너 리그 베이스볼의 더블 A 구단들은 스팸을 위시한 육류 통조림과 식빵, 각종 잼과 땅콩버터를 선수단 식사로 지급한다. 다른 스포츠의 열악한 구단들은 스팸 카레를 먹는 경우도 있다.
반면 한국에선 전쟁 직후와 달리 자체적으로 스팸을 고급화 시키면서 상품성 있는 양질의 앞다리와 돈지방을 그냥 갈아다가 캔으로 만들기 때문에 단가가 높아졌다. 가격을 비교하면 스팸보다 동일 중량의 돼지고기가 더 쌀정도로 가격 차이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스팸을 식사로 주는 구단들을 보기 쉽지 않다. 대신 스팸과 유사한 프레스햄 중에는 런천미트처럼 돼지고기 함량을 낮춘 싼 제품이 있어 그걸 주는 경우도 있다.
맛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인 한국인 입맛 기준으로 기본적으로 스팸은 짜고 기름지다. 이것 때문에 다른 요리에 넣어서 먹거나 밥과 같이 먹는 것이 권장된다.
소금으로 떡칠된 이유는 장기보관용으로 개발된 음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찌개에 스팸을 넣으면 조미료를 따로 넣을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어서 스팸은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찌개 재료이다. 그래서 부대찌개를 끓일 때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가 스팸이다. 간도 되어 있고, 육가공품인 관계로 육수의 베이스로도 손색이 없다. 스팸 육수 활용법 또한 찌개와 비슷한 방법으로 요리하는 라면에 넣어 먹어도 제법 맛이 괜찮다.
짜지 않은 스팸을 원한다면 끓는 물에 넣어 5~10분 정도 삶으면 소금기가 쫙 빠져 제법 적당해진다. 그 다음엔 그냥 그대로 먹어도 되고, 바삭함을 원한다면 추가로 구워 먹어도 된다. 찌개에 넣은 스팸이 그냥 구운 거보다 덜 짜지는 게 이와 같은 원리다. 그래도 역시 팬에 구워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데, 여기에 약간의 설탕이나 올리고당을 첨가하면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혹은 소스와 함께 굽기도 하는데, 더욱 짜게 되지만 스팸 특유의 약간 부족한 풍미를 좀 더 올려줄 수 있다.
짜고 기름지다는 이야기는 반대로 말해서 밥도둑이란 소리다. 김치같은 산미가 더해지면 밥, 김치, 스팸으로 한 끼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라면에 스팸을 넣으면 환상적인 맛을 낸다. 물론 적당히 넣어야겠지만.
베이컨 기름처럼, 스팸도 스팸 구운 후 나온 기름을 추가로 계란 굽기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아류작으로 리챔, 런천미트 등이 있지만, 스팸 마니아들 사이의 평가로는 스팸보다는 상대적으로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리챔은 스팸보다 염장고기 특유의 맛이 부족하며, 런천미트는 아예 국내에선 염가형으로 나온 프레스햄이라 육류 비율이 적은 편이며, 밀가루 맛이 심하다고들 한다.
의성마늘햄 같은 런천미트가 아닌 프레스햄(김밥햄) 종류와 스팸을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압도적으로 스팸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다. 비록 염장육 맛이지만, 스팸이 실제 돼지고기 맛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람에 따라서는 스팸도 맛있지만, 그저 돼지고기 대용일 뿐 훈연향이나 향신료 맛 등 훈연햄 맛이 나지 않는다며 프레스햄인 스팸과 훈연햄을 별개로 보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스팸은 깡통에 넣고 찐 음식이기에 훈연향은 나지 않는다. 또 다른 의견이로는 소시지처럼 케이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베이컨 처럼 고기 질감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어서 흐물텅한 고기 젤리 같다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외국에선 특히 스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서 한국에서 스팸을 좋아하는 현상을 희한하게 보기도 하며, 한국에서도 상기의 이유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긴 있다.
취향에 따라 케첩이나 머스타드 소스를 찍어서 먹기도 한다. 두툼하게 썰어서 구울 경우,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다. 얇게 썰어서 구우면 제법 바삭한 식감이 강해진다.
건강과 스팸
한국에선 스팸이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이 팽배한데, 사실 건강에 좋다 안 좋다를 논하기 이전에 왜 이런 인식이 생겼는지부터 보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는 전쟁 당시, 스팸을 미국을 통해 들어온 고급 가공육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정작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국가에서는 전투식량 카테고리에 속해 있었다. 때문에 예전에는 고기 흉내만 내는 무언가의 인식이었지, 지금처럼 세련된 모양의 고급 가공육도 아니고, 동물 사료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사이 어딘가의 느낌이 강했다.
때문에 서양에서 스팸은 쓰레기 음식 취급을 받았고, 한국에서도 인터넷 보급 이후로 스팸메일 등의 용어를 통해 스팸이 몸에 안 좋은 음식이구나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직감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인식과 달리 한국에선 고급 가공 음식에 속했기 때문에, 단순히 남는 돼지고기의 부위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선호되는 돼지고기 부위를 갈았고 지금은 CJ제일제당에서 햄의 생산공정을 한국인의 입맛에 최적화하여 고급화 전략을 세웠으며, 따라서 가격은 비싸게 책정되었다.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이 박힌 또 다른 이유로는 짜고 기름진 것을 거부하는 한국인의 입맛도 강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기우와는 별개로 짜고 기름진 것이 몸에 안 좋다는 것은 최근에 많이 반박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지방에 대한 선호도가 최근에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의 유행으로 높아지는 추세이며, 오히려 한국 스팸에는 원조와는 달리 전분이 들어가지 않았다며 좋아하는 다이어터들도 많다. 그러나 이들 역시 가공육이나 식품첨가물에는 민감해 스팸에 들어가는 소량의 보존제 및 발색제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선호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짜고 기름진 음식이 매우 많기 때문에, 스팸을 맛 때문에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이라 인지하지는 않는다. 스팸이 선호되지 않는 이유는 앞서 말한 역사적인 이유와, 제조 과정에 있다. 서양에는 가공육 시장이 한국에선 상상 못할 정도로 발달한 나라가 매우 많아, 공장에서 찍어내는 가공육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단순히 공장에서 만들었다는 이유로 스팸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즉, 한국에서 공장제 김치와 젓갈, 장류보다 시골에서 직접 담근 것을 선호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의외로 스팸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도 있는데, 부대찌개나 김치와 같이 먹는 등의 방법으로 한식에 접목된 것이 한국에서의 인식이 좋아진 것이 이유로 꼽히긴 하지만 이는 과거 한국인이 나트륨 섭취량 1위를 괜히 달성한게 아닌 이유로, 부대찌개와 김치는 나트륨이 과다하며 스팸 또한 마찬가지다. 애초에 한식이라고 건강에 다 좋을 거라고 착각하는 건 고정관념이다. 한식 중에서 최악의 영양 밸런스를 자랑하는 떡볶이를 상상해보자.
반대로 자취생들에겐 필수 요리로 자리 잡았는데, 부대찌개와 김치와 같이 먹지 않고 햄과 밥에 먹으면 오히려 나트륨을 적당히 섭취할 수 있고, 보관하기 힘든 고기를 대량으로 사는 것보다 보관이 쉬운 스팸 통조림을 대량으로 놓는 것이 훨씬 더 좋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에서는 스팸 선물세트를 명절 등 중요한 날에 어른들끼리도 선물로 보낼 정도로 인식이 매우 좋다.
영양성분
이전에는 프레스햄이 영양성분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는 식품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캔에 정보가 전혀 없었지만, 현재는 법령이 개정되어 영양성분 표시를 하고 있다.
2021년 11월 기준 스팸 클래식 340g 캔에 기재된 100g당 영양정보는 다음과 같다.
열량
340kcal
탄수화물
2g
당류
2g
지방
31g
포화지방
11g
트랜스지방
0g
콜레스테롤
60mg
나트륨
1080mg
단백질
13g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열량의 대부분이 지방에서 나오며, 소량의 설탕과 적정량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소량의 설탕이 첨가되지만, 다른 염장육에 비해 당류 함량이 낮고, 성분의 대부분이 전분이 첨가되지 않은 돼지고기의 단백질과 지방이라 저탄고지 다이어터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그러나 저탄고지 식단에서 선호하지 않는 가공육이라는 점과 식품첨가물 때문에 기피되기도 한다.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아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섭취할 시에 주의해야 한다.
성분
돼지고기 95.76%(수입산 80%, 국산 20%)
정제수, 정제소금(국산), 백설탕
비타민C, 아질산나트륨(발색제), 카라기난, 혼합제제(산도조절제)
런천미트 문서에도 나와 있다시피 돼지고기가 95.76%라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돼지고기, 즉 살코기만 들어간 햄이 아니라, 발골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돼지고기의 부산물, 조미료 및 첨가제를 함께 갈아 압착해서 만든 것이다.
그러나 런천미트 류의 저가 제품은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닭고기를 섞어 쓰므로 스팸이 이러한 저가 런천미트보다는 더욱 고급이고, 맛도 좋다. 스팸, 로스팜, 리챔 류의 고가 제품은 돼지고기만을 쓰기 때문이다. 다만 청정원 런천미트는 돼지고기만 들어가며, 닭고기가 들어가지 않고 대신 전분이 좀 더 들어간다. 이보다 더 저가 런천미트 햄들은 아예 고기향만 첨가하고 전분과 어육을 혼합해 만들기도 한다.
위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스팸 특유의 그 말랑말랑 부드러운 식감의 이유도 이 돈지방과 함께 갈아낸 햄이기 때문이다. 성분 표시에 돼지고기 90% 이상으로 표시되어 있는 건 돼지의 지방도 식품 성분 상으로 돼지고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지방 대 단백질 비중을 보면 앞다리와 어깨살이란 이름과는 달리 삼겹살과 비슷하다. 삼겹살이 돼지고기로 유통되는 걸 보면 딱히 문제는 없을것으로 보인다.
스팸을 땄을 때 겉에 묻어 있는 누런 젤리 같은 것은 용기 내에 포장된 후 조리되면서 생기는 자연 유래 젤라틴 성분(유도단백질)으로,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각 국가별 스팸
호멜 사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각국의 스팸 요리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 요리로는 부대찌개와 김밥, 볶음밥, 비빔밥이 선정되었다. 핫도그도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전부터 있는 음식만큼 스팸 박물관이 존재한다. 미네소타 오스틴의 호멜 본사 인근에 위치해 있다. 한국의 스팸 문화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코로나 19 때문에 개관이 중단되어 인터넷 견학만 된다. # 2023년부터 다시 개관하였다.
구미권보다는 한자문화권에서 선호도가 높은 식재다.
한국에서
따끈한 밥에 스팸 한 조각
-김래원이 출연했던 TV광고 문구
1987년 5월부터 CJ제일제당이 미국 호멜 사와 기술제휴 및 라이선스를 얻어 생산하면서, 한국에서도 수입산이 아닌 OEM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흰 쌀밥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데 바로 이 점 때문에 스팸이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인에게는 국민 반찬이다.
이를 제대로 보여 준 것이 위의 광고 카피로, 한국인이면 누구나 군침이 돌 만큼 익히 아는 맛이기에 광고의 호응이 매우 높았다. 이처럼 잘 어울리는 이유는 아마 스팸의 짠맛을 쌀밥이 줄여주며 적당히 짭조름면서도 감칠맛을 내기 때문이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른바 수입상가, 깡통시장 같은 미군부대나 보따리상을 통해 들어오는 미국산 스팸의 수요가 꾸준했다. 한국 제품보다 미국산의 품질을 더 인정해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88올림픽 전후로 한국산 스팸의 TV 광고가 늘어나고 명절 선물세트가 나오는 등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차츰 국내산 스팸의 인기가 높아졌다. 또한 한국 요리는 대체로 단백질이 부족한데, 스팸을 통해 단백질을 쉽게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외에도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에서 스팸이 나름대로 통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스팸은 희한하게도 참치 통조림과 함께 명절 선물로 각광받는 상품이다. 명절이 되면 백화점이나 할인점, 슈퍼마켓 등지에서 포장지에 싸인 박스 안에 있는 스팸 통조림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에게 스팸을 선물하면 좋아한다."라는 인식도 있다. 또한 서양, 특히 미국인들이 이 사실에 굉장히 경악한다. 다만 이는 선물세트 물건들 중 스팸이 싸기 때문이다. 한우 선물 세트나 과일 선물 세트에 비해 스팸이나 참치 통조림은 인식이 나쁘지 않으면서도 싸기 때문에 생색내기 좋은 것이다.
BBC는 2013년 9월 19일 "왜 스팸은 한국에서 멋진 음식일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스팸은 한국인의 삶에 중요한 부분이 되었으며, 한국은 미국에 이어 2번째로 스팸을 많이 소비하는 나라이다."라고 BBC 기사, 보도했다.
한 마디로 한국에서의 스팸의 인기는 미스터리하다는 것. 세계 10번째 경제대국이 된 한국에서, 그것도 마트에 음식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스팸을 선물하고 즐겨먹는 모습은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한국으로 치면 건빵이나, 신라면을 정성스레 포장하여 선물하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특히 영미권 출신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 중 하나도 이 스팸에 대한 인식이다. 부대찌개와 같이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한국 요리에 스팸이 들어간다는 말에 '이게 왜 여기 들어 있냐?'라며 의아해하거나, 한국산 스팸을 맛보고 '내 나라에서는 싸구려 저질 식재료라서 잘 먹지도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이렇게 맛있게 만들어서 잘 먹으니 신기하다'라고 놀라는 반응이 많다. 영미권에서 스팸은 태생이 맛없는 잡육을 갈아만든 전투식량인데다가 그대로 퍼먹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 스팸과 다른 나라들의 스팸 맛이 다르기 때문인데, 스팸 한국 출시 초기엔 햄에 수분을 잡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같이 전분을 섞어 만들었었다. 이에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른 햄들에 비해 비싼 돈주고 샀는데 시중에 널린 밀가루 햄과 다를게 없는 맛이 났기에 스팸을 꺼렸고, 이를 인식한 Cj에서는 스팸에 전분을 빼고 햄 숙성 과정을 추가하여 지금의 스팸 맛이 됐다고 한다.
귀국한 뒤에도 스팸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대한민국은 1950년 발발한 6.25 전쟁으로 전 국토가 전쟁터가 되어서 생산력이 급감하여 미국의 원조에 기대지 않으면 안될 만큼 어려운 상황이었고, 진짜 산업 기반이 될만한 것들이 아무 것도 없어서 미국의 원조를 바탕으로 쌀, 밀, 설탕 같은 기초적인 원자재를 만들어서 파는 것으로 먹고 살아야 할 만큼 궁핍했다. 이 시기의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른바 '삼백(三白) 산업'이라 부르며, 설탕을 생산하던 업체 중 하나가 제일제당, 즉 오늘날의 삼성그룹의 모태가 되는 업체였다.
전후 재건과 전쟁 재발을 막기 위해 주한미군이 주둔하게 되면서 유입된 스팸은, 당시 궁핍한 대한민국 식량 사정에서 단비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러다 보니 미제라면 일단 믿을 수밖에 없는데다 스팸을 귀하게 여기던 풍조가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미군이 먹다 버린 짬통도 귀한 식량으로 여길 정도로 궁핍했던 한국에서는 스팸에 대한 좋은 인상이 있었고, 이것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믿을 수 있는 + 장기 보관 가능 + 취향 덜 탐이라는 완전체 조합을 갖게 된 것이다. 또한 한국에선 전통적으로 명절날 주변 친인척ㆍ외척과 지인에게 고기나 과일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는데, 생고기는 유통 과정이나 보관 중에 변질될 수 있기에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운송이 용이한 스팸이 선물세트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굴비 세트보다도 더 인기가 높은 경우도 있으며, 잘 살게된 현대에도 명절 선물세트로 인기가 많다.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 내수용 스팸은 과거엔 별 다른 차이점도 없으면서 타국보다 1.5배는 비싼 편이었다. 지금은 340g당 3달러 정도로 해외 가격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하튼 CJ 측이 호멜 측으로부터 권리를 양도받아 한국인의 취향에 맞게 자체적으로 로컬라이징해서 내놓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 스팸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는 수입산과 국산을 섞어 사용한다. 미국에서 만든 것을 그대로 가져와 포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만 미국에서 복제해서 실제로 만드는 것은 국내에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합 차이와 맛의 조정 등 약간의 차이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 호멜 본사에서 생산한 스팸과 CJ에서 라이센스 생산한 스팸은 짠맛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맛이 난다. 물론 짠맛의 정도 차이가 심하여 미국의 스팸 라이트가 한국 오리지널 스팸보다 짤 정도이니 현 한국 스팸의 성공엔 이 짠맛 조정이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 거주 한국인 유학생들과 한인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스팸이 더 맛있다는 인식이다. 미국 본토의 스팸은 한국인의 입맛에는 너무 짜기 때문이다. 교민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너구리 라면, 오레오 오즈와 함께 항상 구매하여 가는 것 중 하나다.
스팸을 구워서 김치와 먹으면 제법 맛이 괜찮다. 야매요리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낮은 난이도 대비 완성품의 퀄리티가 꽤 괜찮은 편이라 독신자의 한 끼 식사에 이 만큼 편한 메뉴가 없다. 그냥 스팸을 까고 적당한 두께로 썰어서 프라이팬에 올린 뒤 잘 익힌 다음 밥과 함께 김치와 싸먹으면 한 끼 뚝딱이다.
케첩이나 마요네즈에 찍어 먹어도 괜찮다. 조금 정성을 들여 김치볶음밥에 스팸을 넣는다면 이 또한 시너지가 좋다.
귀찮으면 그냥 스팸 뚜껑을 따고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끝. 국내에서는 스팸이 분홍색이라는 점과 일반적으로 구워먹거나 찌개에 넣어 먹었기 때문에 생 스팸을 익히지 않았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색이 분홍색인건 발색제로 인한것으로 스팸은 다짐육을 깡통에 넣고 찐 음식이다. 그래서 그냥 퍼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의외로 생 스팸을 퍼먹는 것도 맛은 그대로 보존되면서 구웠을 때랑은 또 다른 식감 덕분에 이 쪽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다만 생으로 먹으면 고약한 입냄새가 나니 주의하자.
하여튼 그래서 독신 생활이 길고 직접 차려먹는 것을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30~40대의 주요 반찬 메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나트륨 + 나트륨 조합이기 때문에 건강에는 그렇게 썩 좋지 않다.
밥이랑 어울리기 때문에 밥과 부재료를 채소에 싸먹는 쌈의 방식으로 섭취해도 맛있다. 실제로 동네 식당에서 ‘스팸 정식’ 혹은 ‘햄 정식’이라는 백반 메뉴를 팔곤 하는데, 구워놓은 스팸과 김치찌개/순두부찌개 같은 얼큰한 찌개, 그리고 밥과 반찬이 나오는 메뉴이다. 서양에서 유래한 식재료 중에서는 한국 요리와 상당히 잘 어울리는 식재료다.
군대에서도 아무래도 먹을 것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스팸을 즐겨 찾는다. 스팸이 야매요리로도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가, 그냥 썰어서 굽기만 해도 기름 두르고 구운 효과가 있어서, 먹을 만한 라면 수준의 낮은 조리 난이도 때문이다. KCTC 훈련을 나간 상황이어도 취식이 가능하다. 생으로 먹어도 인체에 무해해서, 훈련 중에 지급되는 전투식량이나 물밥 대신에 먹는 경우도 있다. 참고로 스팸 통조림을 사각형이 비틀어질 정도로 비벼준 다음에 햄덩어리에 나무젓가락을 꽂은 다음 빼면 흙 안묻히고 먹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햄은 구워서 먹으라고 나온 것이니 자주 먹는 거는 되도록 지양하자. 그래서 뽀글이에 넣어 먹거나 취사반에 가져가서 프라이팬에 구워먹거나 PX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밥과 같이 먹거나 하고, 심지어는 숙영 나갔을 때 일부 선임급 병사들은 몰래 가스버너 지참해서 구워먹기도 한다. 이런 훈련에 통달한 병장들은 훈련 중 비는 시간에 전차, 자주포 등의 엔진 열기로 조리해 먹는 경우도 있다. 요즘엔 PX에서 햇반이나 오뚜기밥같은 즉석밥과 스팸을 사서, 스팸을 개봉하고 캔 뚜껑으로 얇게 썬 다음 밥 위에 올린채로 그대로 전자레인지 데우는 일명 '스밥'이라는 야메요리를 군에서 많이 해먹는다. 익으면서 스팸의 기름기가 밥에 스며들어 맛있다.
참고로 뜨거운 밥과 생 스팸을 수저로 퍼먹어도 맛있다. 아무래도 스팸을 프라이팬에 구우면 기름기가 빠져나올 수밖에 없지만, 생 스팸은 기름기가 그대로 보존되어 밥의 뜨거운 열기에 기름이 녹아 나오는데 그것이 별미다.
등산, 낚시, 캠핑 등 전자레인지가 없는 야외에서 반합에 라면을 끓일 때 수저로 푹푹 퍼 넣어서 스팸 라면을 만들어 먹으면 별미이다. 국물이 맛있어지는 것은 물론 라면 하나로 배가 차지 않을 때 스팸 반 개 정도를 퍼서 넣으면 포만감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며, 등산으로 인한 열량 보충에도 제격이다.
아래 영국의 스팸 프리터처럼 대한민국에도 스팸 스틱이라고 스팸을 튀긴 메뉴가 있다. 스팸의 인기 때문에 한국 내에서도 스팸의 아류격이라 할 수 있는 통조림햄들의 종류가 제법 많이 만들어지고 시중에 풀린 편이다.
한국 스팸에만 있는 특징으로 노란 플라스틱 뚜껑(플라스틱 캡)이 있다. 이는 해외 스팸 어디에도 없는 한국 스팸만의 특징인데, 흔히 먹다 남은 것을 덮어두는 보관용 뚜껑으로 쓰이지만, 막상 제조사인 CJ에서는 충격 완화용으로 넣은 것이라 한다. 하지만 해외 스팸들이 그렇듯 뚜껑 없이도 튼튼하고, 딱히 뚜껑이 대단한 충격 완화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쓸데없이 한국 제품만 플라스틱 쓰레기를 더 만든다는 목소리도 많다. 그리고 2020년 명절 선물세트를 시작으로 플라스틱 캡과 비닐 라벨을 없앤 친환경 제품을 출시했다.
보통명사화와 스팸 인증제
스팸과 런천미트와의 차이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원래는 런천미트가 다진 가공육을 말하는 일반적 명칭이고, 스팸은 특정 회사의 런천미트 제품의 상표명이지만 한국에서는 스팸이란 명칭이 보통명사화 되어서 리챔 등 경쟁회사의 유사한 제품도 스팸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반면 런천미트라는 일반 명칭은 그런 스팸류와는 다른 제품을 주로 지칭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스팸은 돼지고기 함량 90%의 비교적 고급 제품을 말하고, 런천미트는 돼지고기 함량이 30-40%로 낮고 닭고기 등을 섞어 만들어 가격도 절반 밖에 안 되는 보급형 제품을 주로 지칭하게 되었다. 즉 리챔 등 경쟁회사의 고급 가공육 제품도 스팸으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고, 런천미트라고 부르는 제품은 대부분 저렴한 보급형 가공육 제품만 콕 찍어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또한 그런 고급형 스팸과 보급형 런천미트 둘 다 일반인들은 잘 구분하지 않고 스팸이라고 통틀어 칭하는 일도 많아 더욱 명칭에 대한 혼란이 생기고 있다. 즉 한국식 보급형 런천미트도 스팸이라고 불리는 일도 많다.
그래서 식품이나 배달음식 등에서 원재료 명칭으로 분쟁이 되기도 한다. 특히 김치찌개나 부대찌개 전문점에서 '스팸'이라 표기해 두고선 실제론 런천미트 등을 제공한 것이 문제가 되었으며, 이 문제가 2020년에 크게 공론화되자 CJ제일제당은 스팸 브랜드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스팸'의 상표명은 CJ제일제당의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며, '스팸 인증제'가 도입된다. 이는 기사에서도 설명하듯이 '스팸'이란 단어가 '캔에 들어간 햄' 전반을 지칭하는 보통명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것이 무슨 문제냐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상표의 보통명사화 문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고유명사인 어떤 특정한 브랜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름이 사람들에게 같은 종류의 제품 전반을 일컫는 보통명사로 인식된다고 법원이 인정을 하면, 상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브랜드 가치를 유지한다는 차원을 넘어 브랜드의 권리 자체를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대로 스팸으로 홍보하고 런천미트급을 넣었다가 문제를 일으킨 식당 케이스를 생각해보면 소비자에게도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CJ가 스팸 인증제를 처음 도입한 이후로 스팸 진품 논란은 대중들의 화제에서 벗어나버렸고, 스팸은 주로 가정에서 소비되기 때문에 외식 쪽에 도입하기 애매한 점과, 스팸인증 가입 매장 대부분이 프렌차이즈 매장인데 CJ측에서 일반 매장에 스팸 인증을 요구할 경우 소상공인에게 고가의 자사 제품 사용을 강요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에 일반 소매 매장에 인증제를 도입하기 어려워서 추가 인증 매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 등의 문제로 인해 스팸 인증제는 실행 2년만에 답보 상태에 놓였다.
미국에서
미국에서 개발된 가공육 상품인만큼 미국 내 마트에서 매우 흔하다. 한국의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는 340g 캔 기준으로 개당 3,000~4,000원 가량 하는데, 미국에선 8개 묶음이 할인할 때는 개당 1.5~1.8달러, 평소에는 개당 2.1달러 수준으로, 한화로 치면 3,000원 정도다. 물론 미국이 소득수준이 더 높아서 체감은 한국이 더 높다.
미국에서 스팸은 한국에서만큼 인기 있는 가공육 상품은 아니며, '스팸을 많이 먹는다'거나 '스팸을 너무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그리 좋게 인식되지 않는다. 한국으로 치면 '분홍 소시지'나 라면 중에서도 '쇠고기면' 정도의 위상으로, 일단 몸에 매우 좋지 않다는 인식과 함께 '알고는 있고, 먹어본 적도 있지만, 찾아 먹을 물건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먹거리가 풍부하고 육식이 발달한 나라답게 질 좋고, 싼 가공육 제품이 많은데, 굳이 공장에서 만든 원료 불명의 스팸을 먹을 이유가 없다. 또한 질량 대비 가격을 비교해보면 안심을 제외한 어떤 돼지고기보다 스팸이 더 비싼 경우도 많아서 그렇게 가성비가 좋은 음식 또한 아니다.
실제로 미국의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가운데서는 간혹 어른이 될 때까지 스팸을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 심지어 스팸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 부모 역시 웬만큼 경제 사정이 괜찮다면 햄버거나 피자를 금하듯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스팸 같은 가공식품을 먹지 못하게 하며, 구입하는 경우도 대부분 주식이 아니라 재난, 재해를 대비한 비상식량으로 창고에 쟁여놓기 위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서 스팸이 명절 선물로 쓰인다는 것을 괴상한 현상으로 바라보며, 한국인 유학생들이 먹고 있으면 신기해 하는 경우도 있다. 유학생뿐만 아니라 현지로 이민 간 한인들도 당연하지만 스팸을 잘 먹는다. 현지 제품은 짜기만 하고, 맛이 없다며 스팸 라이트를 찾거나 한국에서 역수출된 스팸을 사서 먹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한국에선 거꾸로 정발품이 오리지널이 아니고 가성비가 떨어진다며 외국 수입품을 찾아 먹기도 한다.
이렇게 빈말로도 고급 이미지는 아니다 보니 심슨 가족 에피소드 중 식비를 절약하는 장면에서 폭립을 스팸으로 대체하는 장면이 나오는 등 "Something Posing As Meat(고기 행세하는 무언가)"라고 취급되는 굴욕의 역사도 있을 정도다. 허나 그렇기에 미국발 경제 위기로 인한 불황 여파를 틈타 매출이 상승하는데 활약(?)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시아 계열 미국인(Asian American)과 한인 등이 스팸을 이용한 요리를 퍼뜨리면서 인식이 서서히 개선되는 중이다. 유머 소재로 취급되긴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마트에 가보면 콘비프 코너 인근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으며, 돈육 가공품 중에는 스팸이 그나마 가장 고가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류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스팸 무스비나 부대찌개 등을 만들어 먹는 영상도 간간히 볼 수 있다. 댓글 반응이 항상 "스팸은 과소평가 되어있다(underrated)"거나 "진짜 놀라울 정도로(surprisingly) 맛이 좋았다" 같은 극찬 일색이다. 이쯤되면 맛보다는 인식 때문에 스팸을 안 먹는다는 말이 맞는 듯.
미 본토 이외
특히 본토가 아닌 하와이 주에서는 입지가 역전되어 매우 인기가 많은데, 여기에서만큼은 없어서 못 먹는다.
하와이는 인구 120만 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미국에서 스팸 소비를 주도하는 곳이다. 1년에 700만 개 이상이 소비되며, 훔쳐서 대체통용화폐로 쓰이는 일이 매우 많아 하와이의 대형 마트에는 스팸에만 도난 방지 상자에 싸여 있다.
햄버거 안에 스팸과 파인애플 등을 넣어먹는 건 하와이에서 너무 흔한 일상이다. 오죽하면 하와이 맥도날드에는 Local Plate라고 그냥 밥과 스팸, 계란후라이를 한 접시에 담아 파는 메뉴도 있고, 버거킹도 스팸 메뉴가 있다. 심지어 스팸으로 만든 칵테일도 존재한다.
매년 Waikiki Spam Jam이라고 불리는 스팸 페스티벌도 있다. 하와이의 유명한 스팸 요리 중 하나가 '스팸 무스비'로 일본 주먹밥의 영향을 받은 음식인데, 모양을 내서 뭉친 쌀밥 위에 구운 스팸을 얹고 김으로 고정하듯 싼 것이다. 역시 따끈한 밥 위에 스팸 한조각은 어딜가나 진리인듯.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고향인 하와이에 휴가를 와 골프를 치며 이것을 먹었고, 이 모습이 언론을 통해 미국 본토에 전해지자 저게 뭐냐며 관심을 받는 일도 있었다. 일본판 스팸 포장에 그려진 요리가 바로 이 스팸 무스비.
괌, 북마리아나 제도 사람들은 하와이 사람들보다도 훨씬 많이 먹는다. 열대 태평양 제도는 땅이 작아 목축업을 못해서 고기가 귀하다. 그래서 고기인데다 보존성도 좋은 스팸의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그 밖에 푸에르토리코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많다.
일본
일본에서는 스팸의 선배격 음식인 콘비프가 좀 더 대중화되어서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쌀밥 국가인 만큼 인기가 있는 편이다.
다만 가격이 한국과 비교해서도 비싼데, 일반적인 슈퍼에서는 340g 1개의 가격이 6~700엔에 육박하고, 온라인몰이더라도 수십 개 번들 상품은 개당 400엔대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런천미트라는 단어보다는 스팸이 익숙한 분위기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사태 선언 당시 스팸이 다 품절이 될 정도로 런천미트 제품 중 스팸이 가장 인기가 있다.
일본에서 스팸 관련으로 유명한 요리는 하와이에서 일본계 미국인이 발명한 스팸 무스비가 있다.
일본의 햄버거 프렌차이즈인 프레쉬니스 버거에서는 스팸 버거라는 명칭으로 대표 메뉴 중 하나로 오랫동안 팔기도 하였다. 지속적으로 인기가 미묘해 사라지긴 하였으나, 2022년 기간 한정 재판매를 하는 등. 매니아층은 확실히 있었다.
특이하게 오키나와현에서는 스팸이 아주 친숙한 식재료이다. 스팸으로 대표되는 프레스햄 전반을 우치나 야마토구치로 포크(ポーク, 영어 pork)라고 부르며 참프루를 비롯하여 다양한 오키나와 요리에 쓰인다. 오키나와 소바에 스팸을 고명으로 올리기도 하며, 미소시루에 건더기로 넣기도 한다. 오키나와 전투 직후 가난한 시기에 주일미군을 통해 스팸이 물자로 공급되었는데, 애초에 오키나와가 일본 본토와 문화가 달라 돼지고기를 잘 먹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오키나와의 식문화에 급속히 뿌리내릴 수 있었다.
중화권
중국에서 스팸은 한국보다 더 비싸다. 양국 모두 쌀이 주식이라는 점이 공통점이지만, 아무래도 중국인들이 돼지기름에 더 익숙하다.
본토의 부유한 육식주의자들은 스팸을 매일 3끼 꼬박꼬박 잘 챙겨먹으며 중국에는 돼지고기로 만든 중국식 햄인 화퇴 문화가 있지만, 이건 기본적으로 생햄의 범주에 들어가는 물건이므로 스팸과는 많이 다르다. 만드는 방식은 하몬과 비슷하다.
대만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는 비주류다.
홍콩에서는 평범한 동네식당이나 홍콩식 카페 차찬텡에서 거의 대부분 취급한다. 덮밥을 만들거나 면 위에 올려주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영국
영국 요리 중에는 스팸 프리터라는 음식이 있다. 어려울 것 없이, 햄으로 전 부친 것의 영국판이다. 참고로 fritto가 아니라 fritter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은 물자 부족으로 인해 배급제를 실시해야 했는데, 이때 배급표 없이 그냥 사먹을 수 있는 음식들 중 하나가 바로 피시 앤드 칩스였다.
하지만 그나마도 갈수록 힘들어졌는데, 피시 앤드 칩스의 주재료 중 하나인 감자는 키우기 쉽기 때문에 전쟁통에도 그나마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물량 걱정을 안 해도 되었지만, 생선은 어획지인 바다가 독일의 U보트의 손바닥 안에 놓여 있어서 점점 어획량이 감소하며 구하기 힘들어져서 대체품을 찾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영국 정부가 남아공에서 수입한 '스누크'(snoek, 검정통삼치)란 생선을 사용했지만, 영국인 입맛에 맞지 않아 외면받았고, 결국 그 대신 우방국 미국에서 미친 듯이 쏟아져나오던 스팸을 생선 대신해서 내놓았던 게 그나마 반응이 덜 나빠서 정식 메뉴로 정착한 게 스팸 프리터이다.
서방에서 스팸을 그나마 주식으로 먹을 만하게 만들자면, 얇게 썰고 기름에 바짝 튀겨서 육향 등의 비린내, 즉 누린내를 확 날리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 어쨌든 생산되는 먹거리 자체는 다양하고 풍부한데다 군량 보급도 자체적으로 했던 미국과 달리 영국은 주식인 붉은 고기말고는 수입식품의 비중이 높았고, 해상봉쇄와 전시경제체제 때문에 생선조차도 부족한데다 붉은 고기 이외의 요리나 채소 반찬이 발달하지 않아 그 짜고 비리고 기름진 공여 스팸을 주식으로 퍼먹다 견디지 못하고 가능한한 튀겨먹었던 것이다.
종전 후 다시 어획량이 늘어나면서 굳이 스팸 프리터를 고집할 이유가 사라졌지만, 이때 쌓아둔 지명도로 영국 현지에선 지속적으로 스팸 관련 제품이 나오고 있으며, 실제로 테스코, 세인즈버리 등 현지 유통업체에 가 보면 스팸 튀김이 진열되어 있다.
가격은 1.5 ~ 5파운드(3천 ~ 1만원)선으로 영국 물가를 고려했을 때 괜찮은 편이나 영국 요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맛이다. 그나마 튀기는 대신 오븐에 굽고 케찹이나 우스터 소스를 얹으면 짜고 느끼함이 좀 덜하긴 하다.
스팸 도넛 튀김이라는 메뉴도 존재한다. 도넛을 가로로 반으로 갈라 사이에 스팸을 넣고 튀겨서 잼을 발라 먹는다.군대리아 영국판 #
스팸 프리터 자체도 잊힌 건 아니어서 제 2차 세계 대전 50주년 행사를 개최하며 영국 국방부에서 부대 개방행사를 진행할 때, 한국에서 관련 행사 점심 때 보리 섞인 주먹밥이나 개떡 등의 메뉴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점심 메뉴에 스팸 튀김을 추가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밖에 피시 앤드 칩스 등을 파는 가게에서 스팸 튀김을 같이 파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으로 치면 분식집 또는 김밥집에서 끼니거리를 파는 느낌이라고. 피시 앤드 칩스처럼 식초를 쳐서 먹거나, 여러 가지 소스를 얹어서 먹으며, 감자 튀김과 함께 사서 먹는 것이 보통이다.
스팸에 대한 인식은 독일의 루타바가 빵이나 한국의 꿀꿀이죽 레벨의 트라우마 수준이다. 개도 안먹는 걸 살기위해 어쩔수 없이 먹었던 고기 모양의 무언가로서, 전쟁 시절을 겪은 (조)부모들이 질리는 걸 넘어 미칠듯이 쏟아져 나오는 스팸을 먹고 살았을 테니 자기 자식이나 손주에게 몸에도 안 좋은 걸 굳이 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나타낸 대표적인 작품이 몬티 파이튼의 비행 서커스 시즌 2의 스케치인 스팸이다. 이외에도 1984에서도 이러한 묘사가 등장한다.
호주
대형마트에 가면 스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마트에서 스팸뿐만 아니라 원조격인 콘비프류도 많이 취급하고 있다. 즉 분명히 수요가 있으며 널리 쓰이는 식재료라는 것.
그러나 딱히 고급으로 인식되는 일이 없다는 부분은 다른 서구권 국가와 다르지 않다. 아시아권이 아닌 일반 양식당에서 식재료로 사용되는 일도 거의 없다.
서민 양식 레시피 중 스팸을 넣을 만한 것이라면 샌드위치, 버거, 머핀, 아메리칸 브렉퍼스트 정도인데, 기존의 호주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이 맛과 가격에서 스팸보다 딱히 불리한 부분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민자들이 뒤엉켜 온갖 자국 고기 요리의 향연이 일어나는 대형 공원 바비큐장에서도 스팸은 딱히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도 보존성이 뛰어나다는 특성상 가정용으로는 경쟁력이 있는지 가정 식단에서 꼬치구이, 햄버거, 샌드위치 등에 햄이나 패티 대용으로 쓰이는 모습은 종종 보인다.
또한 영미권 문화를 공유하다 보니 본 문서에도 따로 소개된 '프리터'같은 음식을 추억팔이용으로 해먹는 사람도 있는 모양.
쇼핑 정보 사이트인 Ozbargain에서 비공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일단 호불호가 갈리는 것과 더불어, 아시아권 출신자에게 더 인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체로 단품을 따로 먹어본 사람은 너무 짜다며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린 반면, 빵이나 밥 등과 곁들여 먹는다든지 샌드위치 형태로 섭취한 사람들은 긍정적인 평을 하였다.
또한 본인은 잘 안 먹지 않더라도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있다는 것, 밥과 궁합이 좋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는 사람이 많은 듯.
러시아
제2차 세계 대전에 미국으로부터 랜드리스로 대량의 스팸이 들어왔고, 러시아 음식인 '쌀로'와 유사했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인기를 끌었다.
전쟁 중에는 소련 쪽에선 스팸 뚜껑 딸 때마다 "제2전선을 연다"는 드립까지 칠 정도로 질리게 먹어서 연합군 쪽으로 전세가 완전 기운 다음에는 아예 투숀카라는 소고기 스튜를 담은 통조림도 따로 주문했을 정도였지만, 2차대전 종식 후 바로 냉전이 시작되어 동맹국이던 미국을 하루아침에 적국으로 선언해 공급이 끊겼다. 물론 스팸이 없더라도 스팸 비슷한 햄 통조림은 소련에 널리고 널리기는 했다.
주동식[이 제3의 길에 연재한 소련 방문기에 보면 통역하던 러시아 교포가 "가장 중요한게 고기인데 고기 구하기 힘들다..."고 불평을 늘어놓더니 그 대표적 예로 "스팸 같은 게 없다"고 한탄했다.
맛과 건강 등 모든 점에서 베이컨과 소시지 등 스팸보다는 훨씬 제대로 된 고기다운 육류 가공품이 넘쳐났는데도 오히려 스팸을 더 좋은 식품으로 쳤다는 점이 서방 사람을 당혹스럽게 했을만 하다. 추운 곳이라 쌀로와 비슷하게 염분과 지방의 함량이 높아서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
이후 공산주의 소련이 멸망하고 자본주의 러시아 연방이 세워지면서 스팸을 다시 수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거리상으로 먼 미국보다 가까운 한국에서 수입을 많이 하는지 CJ제일제당 로고가 붙은 스팸을 쉽게 볼 수 있다.
위의 사진 설명도 러시아 네티즌이 할머니 찬장을 열어보니 이런 스팸이 있더라 식으로 올라온 것이다.#
스팸 메일(spam mail)
정크 이메일, 이메일 스팸(email spam) 또는 간단히 스팸(spam)은 이메일을 통해 대량으로 전송되는 원치 않는 메시지(스팸)이다. 이 이름은 통조림 돼지고기 제품인 스팸(Spam)의 이름이 어디에나 있고 피할 수 없으며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몬티 파이튼 스케치에서 유래되었다. 이메일 스팸은 19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4년에는 전체 이메일 트래픽의 약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스팸에서 파생된 스팸메일이라는 표현 때문인지 제조사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공식계정은 꾸준히 스팸으로 신고 당하고 있다. 트위터 언어를 영어로 설정하면 스팸 광고를 신고하는 버튼에 적힌 문구가 "It's spam(스팸입니다)"로 나오기 때문이다.
스팸이 발상지인 미국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지닌 서유럽에서는 인기가 신통찮은 반면에, 아시아와 동유럽에선 인기가 좋은 것은 이 지역들이 고기를 대하는 자세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는 곡물로 만든 주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고기는 여기에 곁들여 먹는 수준인 반면에 유럽은 고기가 주식이고 곡물 음식이 여기에 곁들여 먹는 수준이다. 당연하지만 쌀밥은 밍숭맹숭해서 주식이지 쌀밥이 스팸마냥 기름지고 짭짤하면 오래 먹기 힘들듯이 유럽에서는 고기가 주식으로 섭취되는 특성상 기름지고 짭짤한 고기보다는 담백한 고기를 선호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또 서구권과 동구권의 입장이 다시 갈리는데 동구권은 기후 때문에 기초대사량을 늘리려고 일부러 짜고 느끼하게 먹는 게 보통이라 스팸 정도면 늘상 먹던 주식 고기 수준의 간과 기름이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무난한 기후에 살수록 스팸 선호도는 낮아지고, 덥거나 추운 극단적인 기후에 살수록 스팸 선호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스팸(햄의 의미로써)’이 보통명사인지 고유명사인지에 관한 논쟁이 있다. 일단 스팸은 엄연히 상표권이 있는 이름이다. 그러므로 누가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보통명사의 의미로 통조림햄을 표기하고싶다면 ‘스팸육(spam肉)’이라고 표기해야 한다.
2022년 9월 기준 스팸이 시장 점유율 60% 가량으로 1위, 리챔이 20% 가량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프레스햄 시장 1위 스팸의 점유율은 떨어지기는 커녕 점점 상승해 과반을 넘어 60% 가량을 찍었는데, 이와 같은 시장 상황은 아무래도 프레스햄의 원조가 스팸이고 스팸의 짭짤하고 기름진 맛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프레스)햄=(기름지고)짭짤함=스팸'으로 이미지가 굳어졌기에(대명사화) 스팸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스팸이 맛있는 프레스햄의 대명사가 된 시점에서, 일부 소비자들이 '햄'이 들어가는 제품에서 스팸인지 아닌지 따지기도 한다. 심지어 민감한 사람들은 음식점에서 햄이 들어간 제품(ex. 부대찌개 등)에 사용된 햄이 스팸인지 먼저 물어보고 스팸이 아니면 그 이유로 주문하지 않는 경우도 가끔 있을 정도이다.
2017년, 오대양에서 가장 깊은 곳인 마리아나 해구 탐사 중 심해에서 온갖 쓰레기와 함께 따지 않은 멀쩡한 스팸 캔이 발견되기도 했다. 무려 4,947m의 깊이였는데 외관상 큰 손상은 없었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일화다. #
2020년 10월 28일, 백종원의 골목식당 상도동 골목 하와이안 주먹밥집 방송에서 언급되었다.
2021년 9월, 추석을 전후로 스팸의 노란 뚜껑을 없애는 운동이 일어났다. # 유통 과정에서 충격으로 캔이 찌그러지는 걸 막으려고 씌웠는데, 부풀어 오른 통조림은 소비자가 보기에 보툴리누스 세균에 오염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 또한 유통 과정에서 비싼 스팸이 아쉽게 폐기되는 걸 막기 위해서 씌운 셈이다. 한국에서의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로, 다른 나라에선 스팸에 굳이 캡을 붙이지 않는다. 모 환경보호단체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플라스틱 뚜껑은 스팸의 유통 과정 중 발생하는 손상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과대포장일 뿐이라 한다. 해당 단체에서는 CJ에 플라스틱 뚜껑을 모아 놓은 포대를 보내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원칙적으로는 돼지고기이기 때문에 이슬람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반입할 수 없으나, 간혹 몰래 숨겨서 반입하는 경우가 있다. 현지에서는 가급적 실내에서 현지인 몰래 조용히 먹는 것이 좋다. 아니면 국경 건너 바레인이나 요르단에서 먹고 오는 방법도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알파리움타워의 외관을 멀리서 보면 스팸 캔을 닮은 것으로 유명해 해당 건물이 한국 스팸 본사가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짓고 보니 우연히 닮은 꼴이 되었을 뿐이다. 한국 스팸 본사는 따로 없고 CJ제일제당이 스팸 생산을 담당한다.
원칙상으로 햄 종류는 해외에서 귀국할 때 들고 올 수 없지만 스팸 통조림은 5kg 이내에다 소고기 성분이 함유되지 않는 것에 한해서 반입 가능하지만 반드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확인을 받아야 한다.
스팸을 요리하기 전 5분간 우유에 담가두면 짠맛과 잡내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햄이 우유를 흡수해 더욱 부드러워지는 효과도 있다고.